아스타나 다국적 선교사 모임

2002년  10월 27일 주일은 무척이나 하루가 길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실제로 시간이 길어지기도 했는데... 10월의 마지막 주일인 이 날 0시를 기해 까작스딴 전역에 발효중인 섬머 타임이 해제되는 바람에 시계를 한 시간 뒤로 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바라보예를 거쳐 아스타나를 방문해 주신 알마티 한카병원의 정부파견의사 선종욱 선생님이 저희 집에서 하루 묵으시다가 주일 아침에 떠나셨고... 주일 예배를 마치자 말자 목사님 내외분과 교회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식사와 교제의 시간이 저희 거실에서 이어졌으며... 저녁 4시 경에는 아스타나에 최근 까작인을 위한 교회를 여신 남성택 목사님(예장 고신 교단 선교사)의 부탁으로 자주 벽이나 바닥에 넘어져 머리를 부딪힌다는 3살 짜리 여자 아이를 위한 왕진을 다녀 와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에는 최근 브루스를 통해 알게 된 영어권 선교사들과의 모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모임인 이 선교사 모임을 편의상 한국인 선교사들의 모임인 "한인 선교사 협의회"와 구별해서  "다국적 선교사 모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 동안 영어권 선교사들의 모임은 자체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였었는데...최근 아스타나에 많은 미국인 선교사들이 들어오게 되면서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멤버들과  교류가 뜸하던 한국인 선교사들을 포함하는 기도와 교제의 모임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다국적 선교사들의 모임"이 계획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날 모임이 7시이긴 하지만....식사는 미리 하고 각자 간식 거리만 준비하기로 했는데 선화는 평소에 자주 만드는 약식을 준비했고... 쌀쌀한 저녁 공기를 가르며 모임이 열리는 말라죠즈니 2/2를 찾아 갔습니다.

그 곳에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많은 영어권 선교사들을 만났습니다. 그동안 저희 홈을 통해 IVF 계열의 젊은 외국인 선교사들 (필리핀에서 온 크리스티, 캐나다에서 온 쉐인, 데릭, 레베카)과 호주에서 온 WEG 선교사(브루스 가족, 데이비& 리즈 가족...) 들의 얘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이 날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전에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았습니다.

이 모임에는 WEC 소속의 브루스와 데이비스&리즈 그리고 campus crusade(CCC) 소속으로 보스톤에서 왔다는 미국인 자매 클라라, IEFS(캐나다의 IVF라고 할까요?) 소속으로 캐나다에서 온 쉐인, Student's Life 소속으로 최근 미국에서 대거 건너 온 선교사들(피터 가족, 보스톤에서 온 리치, 텍사스에서 온 제이슨, 워싱턴 DC와 메사츄세츠에서 왔다는 도로시와 다른 자매들(이름이 기억 안 나네요)....)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모두 14명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곳에 참석하지 못한 몇몇 호주 선교사들과 필리핀의 크리스티가 있으니...지금 아스타나에 와 있는 영어권 선교사들은 20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중에는 1년 정도 단기로 파견된 비교적 젊은 선교사들도 있었고 이미 이곳에서 3년 이상 사역하고 있는 장기 선교사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모임에 오면...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영어권 선교사들은 영어 역시 외국어인 우리 한국 선교사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기에.... 돌아가면서 자신과 자기의 사역을 소개하는 시간 동안 줄곧 미소와 고개 끄덕임으로 격려(?)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씩 속속 도착하면서 자연스러운 악수와 서로를 소개하는 인사가 이어졌고 ...브루스의 제안으로 돌아가면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뒤 제이슨의 인도로 찬양을 드렸습니다. 3 곡의 찬양 곡 중에는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는 Lord I lift your name on high(주의 이름 높이며 주를 찬양하나이다), Shout to the Lord(내 구주 예수님 주 같은 분은 없네..) 가 포함되었는데.....각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이 찬양을 모두 좋아하고 공감하는 것을 보며 기독교적 동시대적 음악(CCM) 중 하나님을 높이는 찬양이 얻고 있는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찬양이 마친 뒤 아스타나 WEC 리더이기도 한 브루스가 짦은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 6:33)"

브루스는 이 본문에서 그의 나라(Kingdom) 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이 다른 배경에서 파송된 사람들이지만 한 가지 목표...즉 그의 나라를 위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그는 Kingdom of WEC, kingdom of CCC, Kingdom of IVF, Kingdom of Korean(모두들 이 말을 할 때 웃었습니다.) 이 아니라 Kingdom of God 가 우리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야 함을 역설했습니다.

그리고 전체 기도 시간을 가진 뒤 ...3-4사람으로 이루어진 소그룹으로 흩어져 서로의 기도제목을 구체적으로 묻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 부부는 WEC의 브루스와 Student's Life의 리치와 또 다른 멤버와 함께 기도 제목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했는데...오랜 시간 동안 잊고 지냈던 이런 방식의 기도회에 적잖이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마친 뒤...간단한 광고 후 간식을 나누는 교제의 시간이 이어졌는데....그 때까지 2시간이 훨씬 넘게 소요되었습니다.

전 카메라를 가지고 참석했지만.....차마 이 진지하고 아름다운 모임의 분위기를 차가운 카메라 후레쉬 불빛으로 망쳐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웬지... 모두가 쳐다보고 있는 자리에서 후레쉬를 터뜨리는 것은 아주 실례가 될 것 같았습니다. 그것도 초면에...

그래서 모두가 기도하고 있을 때...후레쉬를 사용하지 않고 촬영했습니다. 고급 기종이 아닌 제 카메라로는 후레쉬를 사용하지 않으면 노출 시간이 길어져서 손떨림으로 인해 이렇게 화면이 흔들리게 됩니다. 그래도 현장의 분위기는 아시겠쬬?

아스타나에 있는 외국인 선교사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에 왔지만...한국인 선교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미국, 캐나다. 호주, 필리핀 ....이 틈에 한국인 선교사들도 참석했지만 우리의 모국어가 영어가 아닌 것은 숨길 수 없습니다.

이걸 보며...선교지에서의 한국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해 졌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외국 선교사들도 선교지에서 점점 늘어나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차지하는 비율과 그들의 열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스타나만 해도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적의 선교사를 모두 합하더라도 20명에 못 미치지만...한국인 선교사만 해도 20명에 이르니까요... 어쨋든 전체 영어권 선교사와 맞먹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 시대에 한국을 어떻게 사용하시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브루스가 얘기하더군요.. "이 곳에 참석하지 않은 한국인 형제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음 모임 때에는 다른 한국인 형제들도 모두 참석하면 좋겠습니다."  그 때 제가 끼어 들었죠..."..very many" (이 때 모두가 한 번 더 웃었습니다.)

외국인 선교사(한국이 아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와 다른 차이점들과 장점들을 발견하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지요

1. 정장을 입지 않는다.

아스타나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모인다는 말에 전....넥타이 차림의 양복을 입고 나갔습니다. 한국인 선교사로는 아스타나 장로교회의 김명희 목사님과 까작 교회를 새로 시작하신 남성택 목사님이 함께 가셨는데...(이 두 분은 브루스와 이미 만난 적이 있기에 연락이 된 것 같습니다 ) 모두들 한결같이 넥타이를 맨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출동했지요. 아무래도 첫 만남을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이 날 모임에서 한국인과 비 한국인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은 "넥타이를 맸느냐?" 라는 항목이었습니다. 한국인 참석자들만 모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고 다른 영어권 참석자들은 가벼운 남방, T-셔츠 차림에 청바지를 입고 나온 게 다였습니다. 자율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이들을 보며...저도 다음 번 부터는 넥타이를 안 매기로 작정했습니다.

2. 목사가 없다?

이 날 모임에는 유일하게 목사님이 2분 참석했는데...그게 바로 한국인 김목사님과 남목사님입니다. 14명의 영어권 선교사들 가운데 목사님은 한 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브루스는 시작할 때 기도를 김목사님에게 부탁하는 배려(?)를 보였습니다. (브루스는 두 번 정도 저희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아스타나의 전임 한국인 선교사 아홉 가정 가운데 일곱 가정이 목사님들이시고 두 가정은 제자 양성에 힘을 쏟는 UBF의 사역자(평신도 지도자) 입니다. UBF 역시 대학생들 중심으로 일대일 성경 공부를 통한 제자 양성을 하면서 공동체로 모이고 있기에 이들 역시 양을 친다는 개념의 '목양 사역'을 한다고 말할 수 있지요... 어쨋든 아스타나의 한국인 선교사의 대부분은 목사님들이라는 결론에는 누구나 쉽게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선교사 전원이 비목회자인 영어권 선교사들과 크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대부분의 한국인 선교사들은 교회 등록을 하고 교인들을 모아 예배를 드리는 지역 교회를 세우는 것에 초점이 모아져 있지만 영어권 선교사들은 어느 누구도 직접적으로 지역 교회를 세우는 일을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곳 사람들과 접촉해서 복음을 전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적입니다.

그들이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하나는 WEC 이 하고 있는 기독교 상담 사역입니다. 그들은 도시의 미혼모, 낙태, 장애인 들에 대한 상담과 조언자로 일하고 있고 이것을 통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WEC은 아스타나에 네 가정이나 들어와 있는데...다른 선교사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선교사들이 많습니다. 대부분 자녀들의 숫자도 셋이나 넷 정도로 많고 비슷한 지역(미크로라이온 3)에 모여 살고 있습니다. WEG의 데이빗은 건축 기술자...리즈는 간호사 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들은 말 그대로 전문인 선교사들입니다.

또 하나는 이곳에 들어와 있는 IVF, IEFS, CCC, Student's Life 같은 학생 선교 단체가 감당하는 부분인데 주로 이곳 학생들을 접촉하고 복음을 전하는 사역입니다. IVF의 젊은 선교사들은 토요일 저녁 6시 반에 쉐인의 아파트에서 그들이 양육하고 있는 학생들과 새신자들을 중심으로 영어 성경공부와 모임을 하고 있고 평일 중에도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CCC는 아스타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미국 CCC의 활동이 대표적인데 매년 여름이면 3-4주씩 이곳의 대학과 교회를 방문해서 영어 캠프를 열고 성경과 기독교 문화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이곳에 미국 CCC 소속의 멤버가 상주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었는데...보스톤 출신의 젊은 미국 자매가 CCC 소속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이 모임에서 들었습니다.

Student's Life는 최근 활동이 강해지고 있는 모임입니다. Student's life는 중앙 아시아 국가에서 시작된 CCC를 지칭하는 이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멤버 중 하나인 리치에게 CCC와 Student's Life가 다르냐고 물었더니...."이 방(room)에서는 같다고 하고 저 방에서는 다르다고 말한다" 라며 어개를 으쓱해 보이더군요.  알마티에 계시는 한국 CCC 간사님은 Student's Life 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신 걸 보면...아마 CCC와 유사 단체이지만 조직은 별개가 아닌가 여겨 집니다.

이곳에는 5-6년 전부터 이곳에 건너 온 CCC 선교팀에 의해 stduent's life라는 모임이 시작되었고 주로 미국에서 파견된 단기 선교사들에 의해 모임이 지속되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3주 전 미국에서 중년의 지도자 한 사람이 파견되었는데 그가 피터라는 선교사입니다. 그는 네 명의 자녀와 부인과 함께 왔는데... 조지 부시와 닮은 사람이었으며  아마도 학생 선교단체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분인 듯 했습니다. student's life에는 이 외에도 3주 전에 피터와 함께 들어 온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다는 리치, 그리고 부모님이 인도인이라는 텍사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제이슨, 며칠 전 움푹 패인 구덩이에 빠져 미세한 골절을 입었다는 워싱턴 DC에서 온 클라라, 그리고 또 한 명의 자매가 속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WEG 다음으로 이곳에 많은 멤버들을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렇게 지역 교회 사역보다는 지역 사회를 위한 상담 사역과 학생들을 위한 사역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보면서 우리와 많은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종종 이들과 얘기를 하면...한국인 선교사들이 와서 지역 교회를 세우고 예배를 드리는 것에 대해 무척 놀라와 하고 감탄하고 있음을 그들로부터 느낍니다.

하지만...반대로 저 역시... 그들의 파송교회와 모국이 얼마나 성숙되었기에 이렇게 많은 전문인(평신도) 사역자들이 선교지로 보내지고 있는가 하며 놀랍니다. 또....지역 교회를 세우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복음 전파와 기독교 문화를 그들 사회에 뿌리 내리려는 그들의 광범위하고도 멀리 내다 보는 사역의 넓이에 경탄하게 됩니다.

한국인 선교사들은 전통적으로 목회자들이 선교지로 나왔습니다. 물론 이제는 한국인 선교사들 가운데에는 목회자 선교사 뿐 아니라 전문인 선교사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어떤 선교단체의 경우는 압도적으로 우세한 비율을 보이지만... 적어도 이곳 아스타나 만큼은 아직은 목회자 선교사의 비율이 압도적입니다.

그러다 보니...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지역 교회를 시작하는 일이 가장 첫 번째 과제가 되었고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지역 교회를 세우게 됩니다. 물론 이 일이 가능한 요인으로  '고려인' 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1937년 즈음...이곳으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들이 20만 명 이상 까작스딴에 살고 있고 이들 중 통역이 가능한 사람을 통해 바로 설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인 목회자 선교사들은 다른 나라의 선교사들에 비해 쉽게 지역 교회를 시작할 수 있지요.  

어쨋든 그래서...영어권 선교사들은 지역 교회를 쉽게(?) 세우는 한국인 선교사들을 약간은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한국인 선교사들은 선교 활동을 하고는 있다지만 지역 교회를 세우지 못하는 영어권 선교사들을 보며 한국인에게만 부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집착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알고 보면 이런 현상들은 영어권 선교사들이 주로 전문인(평신도) 선교사들이라는 점에서 기인한 것 것입니다. 그들은 목회를 하던 사람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달란트를 선교 현장에서 사용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 나라를 넓히기 위해 이곳에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들이 가진 달란트를 계발해서 일하고 있으며... 학생 선교 단체들도 이곳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복음 전파에 열을 올리지... 지역 교회를 세우는 일에는 가담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의 경우 목회자들보다 전문인(평신도) 선교사들이 더욱 더 많이 선교지에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이 두가지 기능이 협력되어야 하고 이 두 문화권의 선교사들이 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협력할 때 더욱 효과적인 선교 사역이 이루어진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합니다. 왜냐하면 각자가 가진 단점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교에 관해서라면 한국인 선교사 뿐 아니라 한국 교회 역시 선교지에 지역 교회를 세우는 것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고 왔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로는 전문인(평신도) 선교사와의 동역에 대해 강조하면서도....실제 현장에서는 전문인 선교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존중해 주지 않고 그저 자신의 교회의 일원으로 생각하며 그 위에 군림하려는 '권위적인 목회자 선교사' 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또...자신의 달란트로 선교사가 되고자 하는 많은 전문인(평신도) 사역자들은 하나님만 바라보고 사역하지 못하고 이에 실망하고 반발심을 가진 채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다시 신학교로 들어가 버리고 맙니다.

그러면서도 많은 한국인 목회자 선교사들은 한국에서 더 많은 MK 사역자, 찬양 사역자, 출판 사역자, 번역 사역자, 주일학교 교사, 컴퓨터 교사, 태권도 사범, 의료 인력 들이 평신도 선교사로 와서 자신의 교회에서 사역을 해 주길 바라고 있는 모순에 빠져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목사 선교사를 우선시 하는 선교지의 한국인 선교사들의 관행이 고쳐지지 않고....하나님 앞에서가 아니라 사람 앞에서도 독립적인 선교사로 인정을 받기 원하는 마음이 전문인 사역자 속에 조금이라도 있는 남아 있는 한....한국 교회 안에서의 진정한 팀 사역(연합 사역)은 아직 멀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바로 고쳐야  서로가 시험에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이런 점에서 아직도 우리 한국 교회와 선교사 사회에서 성숙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여깁니다. 한국 교회 내의 병폐로 제기되는 목회자 중심의 권위적 사고가 선교지에서도 이어진다면 우리의 선교 전략은 큰 벽에 부딪히고 말 것임을 인정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전 이곳의 영어권 선교사들을 바라 보며....그들의 파송 교회와 문화가 성숙되어 있음을 느낍니다. 이 날 말씀을 전한 브루스도 목회를 하고 있는 목사는 아니지만....선교지에 나와 있는 형제들 앞에서 스스럼 없이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서로를 향해 형제라고 부릅니다.

선교지에 한국 교회를 세우려고 온 게 아닌데도 일부 목회자 선교사들이 한국 교회의 구태인 권위적인 목회를 이곳에서 하고 있다고 많은 이들은 탄식합니다. 물론 하나님은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 사람들을 부르시고 자신의 일을 면면히 이루어 가십니다. 하지만...그 과정에서 많은 현지인들이 교회를 등지고 돌아서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지역 교회를 세우기 위한 목회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진정으로 변화된 그리스도인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억지로 교회를 세울 수 있을 지는 모르지만...참 신앙은 억지로 세워지지 않으니까요...

한국의 교인처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질책하거나.... 이미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는 행동을 강요하는 일....무지 몽매한 이곳 사람들을 가르치기 위해 귀하신 몸(?)이 내려 왔다는 인상을 그들에게 심어서는 우리를 위해 지극히 낮아 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말로는 떠들 수 있지만....마음에 심어줄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의 행동으로 그들이 영접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그리스도의 편지인 우리들은 수없이 찾아오는 이 사람들이 미워 지는 순간에도 그들을 사랑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이겨내야 합니다. 그런 순간이 닥쳐 올 때마다...전 선교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고 몇 번 씩 느낍니다.

바로 그런 부분에서는 이곳에 온 영어권 선교사들이 훨씬 앞서 있는 것 같아... 그들의 파송 국가가 선진국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가진 신선하고 효과적인 방법론으로 인해 한 없이 그들이 부러워 집니다. 우리는 언제쯤에야 전문인(평신도) 선교사들이 목회자 선교사와 불필요한 갈등을 겪지 않으며 하나님 앞과 사람 앞에서 자유롭게 활동하게 될까요? 한국인 선교사가 가진 지역 교회를 세우는 좋은 전통도 이어 가면서 많은 전문인(평신도) 사역자들이 기쁨으로 헌신하는 진정한 팀 사역은 언제쯤 기대할 수 있는 걸까요?

일부 한국인 선교사들 사이에서는 이곳의 Student's Life가 불신자가 아니라 기존 교회의 젊은이들을 빼 가고...교회 내에 또 다른 그룹을 만드는 불순한(?) 집단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교회의 젊은이들이 그 쪽 모임에 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곳 젊은이들에게는 '영어를 배우는 것' 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있는 일로 받아 들여지기에.... native speaker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도 쉽게 이를 뿌리치지 못합니다. 전 개인적으로...native speaker로부터 영어를 배우기 위해 그들을 찾아가는 교회 내의 젊은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자기 교회의 젊은이가 그 쪽 그룹에 쏠리는 것을 안타까와 하는 한인 사역자들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자신의 모임을 찾아 오는 현지 학생이 지금 교회를 다니고 있는지...아니면 전에 간혹 다녔는지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다녔던 교회로 가라고 단호하게 말하지 못하는 Student's Life 팀의 입장도 이해가 됩니다. 이 모든 것이 선교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풀어야 하는 상황들입니다.

그 날 모임에서 많은 사람들이 2주 후면 한국에 가게 되는 선화를 보며 격려하고 제게 동정(?)의 눈빛을 보냈습니다.

선화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 사람은 Student's Life 소속 인도계 미국인 '제이슨'입니다.

텍사스도 여기처럼 춥느냐는 선화의 말에 온갖 표정을 지어가며 텍사스는 카우보이의 고장이고 따뜻한 곳이라며 영하 40도의 추위를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라며 엄살을 피워 댔습니다.

바라기는...전 세계에서 까작스딴의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아스타나로 온 40여명의 선교사들이 모두 서로의 사역을 귀하게 여기고 이해하면서 한 마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건설해 갔으면 합니다.

전 모임에서...이곳의 선교사들과 그의 가족 그리고 다섯 군데 지역 교회의 의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몇몇 사람들에겐 전화 번호를 건네면서 함께 일하자고 말했습니다. 사실...제가 앞으로 까작스딴에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반 뿐이지만 지금까지 지낸 시간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사역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기도합니다.

선교지에 대한 막연한 생각으로 날아 온 까작스딴...이곳에서 1년 반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세히 알게 되는 까작스딴, 아스타나,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먼 훗 날... 다시 까작스딴 그것도...아스타나로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이곳에서 '하나님의 나라' 라는 깃발 아래 한 마음으로 일하고 있는 아스타나의 선교사들을 위해 함께 기도하지 않으시렵니까?   200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