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까작스딴에서 맞은 성탄 전야

2001년 12월 24일 저녁, 아스타나 리스푸브리카 거리의 미술관에서는 예수님 오심을 축하하기 위한 자그마한 축하 행사가 장로교회 주최로 열렸습니다. 이 날은 장로교회 교인들은 물론이고 교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한글 학교에 참석하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여러 관계자들이 모여 대략 60여명의 인원이 모인 날이었습니다. 축하 행사를 스케치 해 보았습니다.

성탄 축하순서를 시작하는 목사님의 인사말과 함께 첫 번째 차례는 이제 5살이 된 비까의 재롱 잔치입니다. 비까가 부른 노래는 '탄일종이 땡땡땡..." 인데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번역한 곡입니다. 비까는 형민이와 함께 잘 놀아 주는 교회 통역 김 유리 선생님의 손녀입니다.

축하 순서 중간 중간에 성구 암송을 넣었습니다. 싸샤가 마태복음 1:18-25을 암송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싸샤는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동네에서 매주 주일 예배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기특한 학생입니다. 싸샤의 가정은 한국말로 표현하면 불우한 환경입니다. 컴컴한 방에 마약을 복용하는 형과 늘 누워 있는 가족이 아닌 할아버지 한 분..그리고 늘 온 몸이 아픈 엄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탄을 축하하는 맘은 누구 못지 않습니다.

싸샤와 비까 그리고 목사님댁 창영이와 창규가 함께 노래를 합니다. 제목은 "I wish you a merry christmas"입니다. 물론 이것도 러시아 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씩씩하게 잘 불러 주었습니다.

다음 순서는 저희 부부의 중창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식으로 함께 자주 불렀었는데..이틀 전 다친 손가락 때문에 제대로 기타 연주를 못하고 그저 피크로 노래만 따라갈 정도였습니다. 노래 제목은 "별 빛 속에 빛나는 주님"입니다. 아세요? "별빛 속에 빛나는 주님 바람결에 말씀하시네 하늘과 땅 다스리는 주 그 무엇일까 주의 탄생 축하하리라 그의 백성 구원하려고 이 세상에 주님 오셨네 그 무엇일까 그의 얼굴 대하기까지 그의 은혜 의심하였네 나를 인도하시는 주를 나 지금 알았네 내 곁에 계시면서 나와 함께 하시는 주님 나를 지켜 주시는 주님 나의 곁에 계신는 주는 모든 것 되시네"

다음은 우리 교회 성가대 베이스 대원이면서 이곳 음악대학의 교수님이기도 하신 카즐로프 아저씨의 축가입니다. 사실 이 곡은 성탄과 직접 관계가 없었지만 그래도 축하 순서에 함께 참가한다는 의미를 두고 모두들 흔쾌히 순서에 넣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성구 암송은 성가대 소프라노를 맡고 있는 레냐 의 차례입니다. 누가복음 2:8-20까지 아주 긴 구절을 암송했어야 하는데...그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 보는 바람에 성경 구절을 잊고 얼굴이 빨갛게 된 채 한참동안이나 서 있어야 했습니다. 한 참 후 모두의 박수를 받으면서 제 자리로 들어 왔습니다.

아이들과 우리 교회 성가대원들이 모두 모여서 "은종"을 부르는 장면입니다. 물론 러시아어로요...음악대학 교수님에서부터 비까까지 "꼬로 꼴...칙(종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 "을 부르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음 성구 암송은 김 세르게이의 차례입니다. 그는 고려인의 피를 타고 났습니다 이곳 한글학교에서도 가장 열심입니다. 이 날도 마태복음 2:1-12을 쉬지 않고 암송했습니다.

다음 순서가 소프라노 독창인데요...이 분은 특별 게스트인 셈입니다. 축하 순서 며칠 전에 섭외(?)가 되었는데요..'아베 마리아..'를 불러 주셨습니다. 목소리는 작지만 깊이가 있는 무대였습니다.

다음은 아스타나 장로교회 호르(성가대)의 순서입니다. 이 날 모두 4곡을 불렀습니다. 그 중에는 기쁘다 구주 오셨네, 참 반가운 신도여, 천사 찬송하기를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전... 사전에서 모르는 가사를 다 찾아 보진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 의미를 알고 있기에 감사하는 맘으로 부를 수 있었지요..맨 왼쪽부터 일리냐(소프라노), 안냐(알토), 레냐(소프라노), 카즐로프(베이스), 저(테너)입니다.

성가대의 합창 사이에 목사님의 하모니카 특별 연주가 있었습니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기쁘다 구주 오셨네' 가 연주되었지요..목사님은 젊었을 때 하모니카를 즐겨 부셨다던데 정말 실력이 상당하셨습니다.

다음은 선화의 피아노 연주 시간입니다. 한국의 태성이(새벽별)가 선물한 '경배와 찬양 반주자를 위한 피아노 반주 시리즈 크리스마스' 에 수록된 두 곡을 연주했는데요..'고요한 밤 거룩한 밤' 과 '저 들 밖에'입니다. 틀리지 않고 잘 연주했습니다. 남편이 악보 넘겨 줄 거라고 옆에 서 있는 거 보이시죠?

이제 마지막 순서입니다. 러시아어로 된 '주기도문'을 성가대와 함께 오늘 참석한 모든 사람이 나눠 준 악보를 보고 함께 찬양하는 시간이지요..이중에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고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함께 찬송했습니다. 예수님이 오심을 함께 축하한 것이죠.

주기도문을 부를 때 앞쪽에 서 있는 성가대와 목사님의 모습입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이름 거룩 하사 주님 나라 임하시고 뜻이 이루어 지이다......"  

주기도문은 한국어로 불러도 좀 어려운 박자인데..러시아어로 부르기 위해 목사님과 저희 가정은 따로 연습하기도 했었습니다. 다행히 아주 순조롭게 주기도문이 불리어 졌고 축하 순서는 무사히 마쳤습니다.

축하 순서가 모두 마친 뒤 모두는 미술관 홀에 마련된 한국음식을 맛있게 나누어 먹으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모두 10여가지의 한국 요리가 준비되었는데 장로교회의 사모님께서 음식 준비를 위해 많이 애써 주셨습니다. 선화도 김밥과 산적을 준비해서 곁들였지요...

모두들 한국 음식이 맛있다고 난리였습니다.

오늘 행사를 위해 준비한 손길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목사님과 사모님 그리고 통역 선생님, 저희 부부, 성가대원, 그리고 열심히 노래해 준 싸샤와 작은 세르게이....행사를 마치고 보니..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왔고 즐거운 모임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오늘 순서가 성황리에 끝나게 되어 즐거워 하는 모습입니다.

이렇게 까작스딴에서 처음 맞는 성탄 축하 행사는 무사히 끝이 났습니다. 장로교회에 만들어진 성탄 트리 앞에서 함께 기념 촬영도 하면서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를 한껏 즐겼습니다.

다음날 성탄절에는 오후 시간에 아스타나에 사는 선교사님 자녀들 중 미취학아동(?) 들을 대상으로 성탄 선물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사실 그것들은 형민이가 나중에 크면 줄 거라고 가져 온 것들인데...아주 유용하게 사용한 셈입니다.

성탄 저녁에는 이곳에 혼자 와 있는 코이카 단원인 신미향 선생님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타향에서 성탄절 밤을 함께 보냈습니다.

이렇게 성탄절을 보내면서..한국 생각이 참 많이 났습니다. 부모님들 생각...교회와 새벽별 생각...성탄절에 결혼한다는 현희(서부산교회 드럼 연주자) 생각 등등...정말 보고 싶은 얼굴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우린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 두 번의 성탄절을 까작스딴에서 더 보내야 합니다. 내년 성탄절에는 좀 더 잘 준비되고 ...더 많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성탄절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2001.12.28

 

늦었지만 한 번 더 외치고 싶네요..."메리 크리스마스..."

ps) 성탄 축하 순서 도중의 사진들은 디지털 캠코더를 통해 촬영한 동영상 중에서 캡쳐한 것들이라 화질이 조금 떨어집니다. 양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