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 선교지 탐방 - 2. 미츄리나의 크리스챤 센터

이번 주에는 영하 27도 정도의 혹한이 밀어 닥친다는 예보가 이미 나 있습니다. 한 겨울에는 영하 40도의 추위지만..아직 11월인데도..영하 30도에 육박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틀이 멀다 하고 내리는 눈은 이미 꽁꽁 얼어서 다시 녹을 것 같진 않고...차도 위의 눈과 얼음은 부지런한 환경미화원 아저씨들 덕분에 금새 제거되고는 있지만...곧 역부족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은 한국과 비슷한 시기에 한파가 밀어 닥친다고 옵니다. 똑같이 시베리아 고기압 영향을 받기 때문에.....날짜 상으로 하루 이틀 차이는 있지만... 이곳 까작스딴이 추워지면..곧 한국도 추워진다고 하네요...

아스타나는 이렇게 추운 도시임에도 지붕이 있는 주차장이나 지하 주차장이 드뭅니다. 알마티나 다른 도시에는 땅 밑으로 주차장을 만들고..밖에 주차장을 만들어도 항상 지붕을 함께 만들어서 폭설이 내리더라도...차들을 보호해 주는데...이상하게도 수도인 아스타나의 주차장들은 한결같이 지붕이 없는 것들입니다.

설사 지붕이 있는 걸 어디서 찾았다 하더라도..주차장이 집 근처에 있어야 쓸모가 있지...택시 타고 한 참 달려가야 하는 곳이라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이곳에서 살면서 지붕있는 주차장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왼쪽 사진이 저희 집 앞 주차장 사진인데요..지붕없이 그냥 마당에 차만 세워둔 꼴입니다. 며칠 전에 내린 눈이 다 녹지 않고 드문드문 보이고 있는데...조금만 눈이 와도...차에 눈이 쌓이기 때문에 아침 출근길에 눈을 치운다고 시간과 노력을 엄청 들여야 합니다.

요즘은 아침에 주차장에 가 보면...차 유리에 두꺼운 얼음이 깔려 있습니다. 차 외부에야..눈도 오고..서리도 내려 얼어 붙는게 당연한데..차 내부 쪽에도 유리에 얼음이 잔뜩 끼어 있는 걸 매일 봅니다. 밤새 바깥 기온이 떨어지자..차 안의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들이 차 유리에 닿아 응결되고...얼어 버린 까닭입니다. 그래서 아침마다...전...이곳에서 사용되는 특수한 기자재를 동원해서 차유리 안쪽과 바깥쪽의 얼음과 눈을 치워낸다고 15분 정도를 매달려야 합니다. 안 그러면...시야가 전혀 안 보이니까요...

위쪽이 바로 그 도구입니다. 톱날같이 생긴 부분은 두꺼운 눈과 얼음을 긁어 내기 위해 처음 사용하는 면이고...고무가 달린 곳은 비가 왔을 때 도움이 되는 쪽입니다. 대부분은 톱날 쪽이 아닌 반대쪽의 매끄러운 면으로 차 유리의 얼음을 긁어내지요....차 안쪽의 유리를 긁어내면..얼음 조각들이 차 핸들이고 시트에 다 내려앉기 때문에 수건을 받치고 긁어내야 합니다. 그야 말로 보통 일이 아니죠...한국에선 이런 도구를 보지 못했었는데..여긴 이런 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겨우 차 앞 유리의 시야를 확보하고...얼음과 같은 바퀴를 움직여 병원으로 가기 위해 도로로 나왔습니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예사롭지 않은 온도에..도대체 몇 도나 될까...하는 생각에 거리의 온도를 확인하기 위해..차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아스타나에는 도로 곳곳에 날짜-시간-온도가 번갈아 가며 표시되는 디지털 방식의 온도계가 있습니다. 그걸 한 번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혹시 상상 외의 온도가 나올 수 있으니까요...그렇게...도심 한 곳의 온도계가 있는 곳으로 가서 온도를 확인해 보았더니.....

영하 18도였습니다. 세상에...제가 28년 이상을 부산에서 살았었기에...11월달에 영하 18도라고 쓰여진 숫자를 보니 그냥 감격스럽더군요....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카메라를 맨 손으로 잡는데....카메라 찍는 몇 초동안 노출된 맨손이  너무 추워... 따갑기도 하고 아프기도 해 오래 서 있을 수 없었습니다.....얼른 찍고 금새 차 안으로 피신해서 ...손이 제 감각을 찾길 기다리느라 한 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사람들이 꿋꿋하게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고...외래 진료실에도 환자들이방문하는 걸 보면...확실히 추위에 익숙하긴 하나 봅니다.

이렇게 어려운 환경 속에서...이곳 아스타나에 복음을 전하기 위해 와 계신 선교사님들이 계신데... 오늘은 미츄리나의 크리스챤 센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미츄리나는 아스타나에 포함된 행정구역입니다. 올해부터 아스타나에 편입된 시골이지요....이 미츄리나에 현 까작스딴 대통령인 나자르바예프의 집(청와대 같은 곳...)이 있습니다. 삼엄한 경비와 물샐틈 없는 감시가 이루어지는 곳에서...크리스챤 센터는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름은 크리스챤 센터지만...이곳의 사역자는 한 분.... 한국인 선교사 "제레미야 박" 목사님이십니다. 이곳 사람들은 줄여서 "지미 박"이라고 부르지요...

목사님은 예장 합동 소속 이십니다. 서울의 수도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으셨다고 하시고...천안대학교의 선교학과 교수로 재직하시다가(본인이 언급) 1998년 1월...그러니까 약 4년 전에 이곳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목사님은 다른 대부분의 사역자들처럼...알마티 생활을 거치고 이곳으로 올라온게 아니고..바로 이곳 아스타나로 오셨습니다. 오시게 된 경위는...왼쪽에 있는 건물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 건물이 목사님이 운영하시는 크리스챤 센터 본관입니다. 대지 2천평에..건평 8백평의 이 공간은한국의 어느 독지가에 의해 구매되어진 뒤...이 건물이 중앙 아시아의 선교센터로서의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램에서 크리스챤 센터라고 명명 되어졌고..이곳 책임자로 목사님이 오시게 된 것입니다.

이곳 크리스챤 센터의 역할은 도심 중앙의 있는 다른 교회들과 구분됩니다. 지미 박 목사님 스스로가 이곳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함께 하면서 그들의 필요를 세심하게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이곳의 노인들을 보살피고..센터로 초정해서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물론...본인이 가지고 있는 동양침술로 이곳에 있는 불편한 사람들을 도와 주고 있고...병자들과 알콜 중독자들..그리고 지역 문제들을 함께 해결하고 계셨습니다. 물론..이런 일들과 병행해서..센터 내에서 예배를 드리고 성경 읽기를 하고 지역 주민들과 하고 계셨습니다.

건물 입구에 적혀진 이름처럼..."까작스딴의 크리스챤 센터..." 이지만...아직 그 사역이 완성된 게 아니고 이제 막 준비하고 새로운 것들을 계획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일단 건물을 깨끗하게 수리해야 했고..난방용 기름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또...기존의 부속 시설을 이용해...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우나장을 만들었고...향후 이곳의 청소년들을 위해 컴퓨터 교육과 기타 교육을 할 계획을 가지고 추진하고 계셨습니다. 한국에서 컴퓨터 40여대가 이곳으로 온다고 합니다.

미츄리나에는 청소년들도 많이 살고 있지만...아직 젊은 청년들은 이곳에 오지 않고 주로 노인과 어린이들이 찾고 있는데 목사님은 빨리 확대사역을 통해 청소년들이 이 센터를 통해 복음을 받고...생활이 변화되길 간절히 바라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도...아스타나에 있는 네 군데 교회 중 하나인 이곳을 지원하기로 하고...정기적으로는 2주에 한 번..이곳을 방문하고..부정기적으로 필요할 때마다..함께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것이 지난 주 수요일인데...수요일 정오에 이곳에서 수요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주일에도 예배를 드리지만..수요일에도 이곳 주민들의 자발적인 발로(?)로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주 수요일..제가 처음으로 이곳 분들을 대상으로 진료하기 위해 여길 찾아 왔었는데..마침 그 날...예배 설교를 위해 UBF 자비량 선교사인 변찬석 선교사님도 함께 오셨습니다.

진료를 하기 전...수요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함께 찬양을 하고...커다란 러시아어 성경책을 펴 놓고 성경을 읽고 난 뒤...특별 초청 강사(?)인 변선교사님의 설교가 이어졌습니다.

변선교사님은 이곳 까작스딴에 오신 지..5년이나 되신 분이라...러시아어도 잘 하시고..무엇보다도 늘 러시아어 성경 낭독 테이프를 틀어 놓고 운전을 할 만큼 말씀 증거를 위한 러시아어 공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셔서...러시아어로 설교를 아주 잘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전..이해를 못하는 것도 많았지만..겉보기엔 그랬습니다.) ..또 UBF의 특징이 일대일 전도(Man to Man)이기 때문에..더 빨리 언어 습득이 이루어진 듯 보였습니다.

 사진에 할머니들과 양복 차림의 한국인 두 분이 보이시죠?..왼쪽이 지미 박 목사님이시고..오른쪽이 변선교사님이십니다.

이 날..할머니들이 16분...어린이들이 6명 정도..그리고..우리 한국인 3명..피아노 반주자 1명..이렇게 25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불렀습니다. 아스타나의 외곽...이곳 미츄리나에도..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고 있다는게 너무 감사하고 뿌듯한 순간이었죠.. 

이곳 미츄리나의 할머니들은 아주 관심있게..열심히 변선교사님의 설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변선교사님의 설교 본문은...'바다를 잠잠케 하신 예수님' 이었는데...우리 인생의 풍랑을 잔잔케 하시는 예수님의 대한 소개가 이루어질 때...모두들..잘 준비된 옥토처럼 말씀을 잘 받아 들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입니까? 당신에게는 무엇이 필요합니까?.." 이런 물음이 주어지자 ...할머니들의 고개는 끄덕여졌고...입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것들이 새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확실히 이곳 사람들이...외국인을 많이 접촉하는 알마티의 까작인들보다..더 순수하게 선교사를 받아들이고..말씀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된 데에는 지미 박 목사님의 남모를 헌신이 있었음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박 목사님은 이곳에서 2년간 사역하면서..이곳 사람들의 생활에 깊이 파고 들었고..모두들...지미의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지미 박목사님은 이 지역의 유력한 인물이었습니다.

지난 주에 이어...오늘도 전...미츄리나에 환자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녀 왔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1개월 짜리 아기가 배가 아프다는 얘기를 목사님이 들으셨고..절 찾으셨기 때문입니다. 낮기온이 영하 18도지만...추위 때문에 이런 일들이 미루어질 순 없었습니다. 제가 소아과 의사는 아니지만...의사가 찾아 간다는게 중요하기에..선뜻 따라 나섰고...사진 속의 엄마와 아기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아기는 배가 아프다고 하지만...제가 객관적으로 살펴 본 바로는 큰 문제가 없었고..몇 가지 주의 사항과 도움말을 전해 주고 돌아왔습니다. 엄마가 고마워 한 건 말할 것도 없구요...

"지미...스빠시바..(지미 고마워요...)" 엄마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 아기 이름도 지미 박 목사님이 지어 준 거랍니다. 지미 박 목사님은 이곳 사람들에게 이미 혈육과 같이 가깝게 다가 가 있었습니다.

하지만..이곳에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대통령 궁 주변이기에 여러 가지 통제되는 게 많고...무엇보다...오랫동안 가까이 한 사람들이 목사님의 사역에 대해 밀고하거나...투서를 넣는 등...등 돌리는 일들을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서...목사님에게도 사람에 대한 불신과 배신감이 깊이 찾아 왔었다고 하셨습니다. 실제로..작년에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너무 많이 힘드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하지만..."다시 한 번 사랑하자..예수님은 끝까지 사랑하셨으니까...." 라는 신념으로 일하고 계셨습니다.

목사님은 가족이 없이 혼자 와 이곳에서 사역하고 계십니다. 가족이 한국에 떨어져 있지만..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곳을 지키고 계십니다. 사모님은 한국에서 목사님의 이런 사역을 돕는 일을 하고 계시면서..천안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외로우시겠지만...박목사님은 열성적으로 아스타나 도심과 미츄리나를 오가며...사역을 계속하고 계셨고...저희 가정에게도 많은 사랑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미추리나가 변두리 지역이라 저희들과 자주 만나지도 못하시지만...저희들을 위해 기도하고 계신다고 늘 말씀해 주십니다.

그래서...오늘과 같이 낮 기온이 영하 18도를 밑돌고...밤이 되면 영하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씨 속에서...혼자 외롭게 미추리나의 크리스챤 센터를 지키고 계시는 목사님의 사역이 너무 귀하게 느껴지고...심지어..안타까운 맘이 느껴집니다.

"기도해 주세요...크리스챤 센터가 이 지역 사회에 복음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도록....박목사님이 영육간에 건강을 누릴 수 있도록...그리고 이곳을 중심으로 펼쳐질 협력 사역들이 더 활발해 지도록....."  200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