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청년 - 일리야

이곳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한국인 선교사 가정은 물론이고 이곳 현지인들과도 많은 만남이 있는데..제 경우에는 진료실에 찾아오는 환자들...아스타나 장로교회에 출석하는 현지인 또...우리 집에 매일 드나드는 선화의 도우미인 마샤 가 대표적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또...저희 가정을 일주일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이가 있는데 그가 오늘 소개하려는 일리야입니다.

일리야는 러시아인 크리스챤입니다. 아니..정확하게 말해서 러시아 정교회 교인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개신교 신자입니다. 그는 이곳의 큰 교회인 아스타나 은혜 교회를 출석하고 있습니다. (정교회 교인들도 자신이 크리스챤이라고 소개하니까요...)

제가 전해 알마티 은혜 교회를 소개해 드렸는데(여기) 아스타나에도 은혜 교회가 있습니다. 물론 같은 교단이지요... 아스타나 은혜 교회는 교인 수가 천 명 이나 된다고 합니다. 담임 목사님은 까작인이라고 하더군요. 알마티 은혜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한국인 목사님이신 거 아시죠?

아스타나의 경우...한국인 선교사들의 교회보다도 현지인 사역자들에 의해 모이고 있는 교회들의 규모가 더 크고 신자들도 많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아스타나 은혜 교회의 경우...까작인 목사님에 의해 사역이 이루어지고 있고 러시아인을 위한 오전 예배와 까작인을 위한 오후 예배가 드려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이곳에는 소비에트 연방(소련) 시대부터 면면히 이어 오고 있는 침례교회가 있습니다. 옛날 독일의 도움으로 세워진 교회라고 하는데...까작스딴 전국에 걸쳐 교회망을 가지고 있는 교회였습니다. 이 침례 교회에도 제가 두 번 가 봤었는데 러시아인 목사님의 진지하고 호소적인 설교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그곳 역시 진지하고 은혜스런 분위기에서 예배를 드리는 멋진 교회였습니다.

그래서...나사렛 성결교회의 박유석 목사님의 말씀대로...이곳 아스타나는 현지인 사역자들의 교회가 훨씬 큰 교세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교지 아스타나를 두고 볼 때 긍정적인 현상이지요...아무래도 현지인들에 의해 사역이 이루어지는 것이 외국인보다 훨씬 공감대를 넓게 가질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이 교회들의 초기에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구요...

일리야는 제 기타 선생님입니다. 일리야는 6년 전에 부모님과 함께 러시아에서 이곳으로 이사왔는데...그의 말에 의하면 이곳 음악대학에서 더 나은 보수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의 부모님은 모두 음악 대학의 교수인데..어머니는 피아노가 전공이라고 합니다. 저희 집 바로 앞에 바로 이 음악 대학이 있습니다. 무지깔 아까데미...라고 적힌 건물인데....그 건물의 모양이 피아노 처럼 생겼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시면 피아노를 연상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이 건물 바로 뒤에 보이는 아파트가 저희가 살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이 건물 6층 14호에 살고 있습니다.

알마티 은혜 교회에서도 느꼈지만..은혜 교회는 찬양팀의 활약이 두드러진 곳이었습니다. 현지인들만 모이는 교회의 대표적인 특징이 아주 열정적으로 뜨겁게 오랜 시간동안 찬양을 한다는 것이었는데...은혜 교회 역시 찬양을 이끄는 찬양팀의 악기 반주자들과 찬양 인도자들의 은사 또한 특별하게 보였었습니다. 건반과 기타..드럼 그리고 클래식 악기들과 잘 준비된 싱어들로 조직된 찬양팀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미국의 호산타 인터그러티의 찬양 실황 비디오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그 만큼 이곳에서 선택된 사람들의 음악적 재능은 뛰어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선물이지만...

일리야는 바로 아스타나 은혜 교회의 기타 반주자입니다. 잘 아시겠지만...저도 교회에서 오랫동안 기타 반주를 했었습니다. 제게 맡겨진 작은 재능을 가지고 이것 저것 섬기면서... 늘...제가 가진 생각은...내가 가지고 있는 기타 연주 능력이 빈약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고 3 때부터 기타를 잡았고..그 이후 항상 주일마다 기타 반주를 했었기에..사실 교회에서 기타 반주하는 데에는 별 무리가 따르지 않지만...제가 가진 한계..그러니까평범한 기타 반주자 이상 이상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아마 제대로 기타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가끔 만날 수 있는 훌륭한 기타 연주자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연주를 할 수 있었으면...'하는 막연한 기대를 늘 가지고 있었습니다.

또...처음 기타를 배울 때...독학으로 시작한 터라...코드를 잡는 것도 정식으로 배운 것이 아니고 잡기 편하게 만든 약식입니다. 기타 코드에는 한 가지 코드라도 하이(High) 포지션, 미들(Middle) 포지션. 로(Low) 포지션 이 있습니다. Low 포지션은 D 코드를 잡을 때 사용하는 방법인데..실제로 D코드 외에는 그렇게 많이 적용하지 않지요...제 경우에는 하이 포지션을 기타 연주시에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대부분의 반주자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기타 연주 시에 베이스 음이 약하게 들리고...전반적으로 곡 중에 기타 솔로가 필요하다든지..특별한 기타 애드 립이 필요할 때 제대로 소화해 내지 못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는 것이죠...또..화성학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하이 포지션이 익숙해야 하는데 그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포함해서 기타 연주자의 필요한 것들을 배우기 위해 은혜교회의 기타 반주자인 일리야를 집으로 초빙하게 되었습니다.

일주일 두 번..수요일과 토요일에 저희 집을 방문합니다. 한 번 방문하면 2시간 씩 제게 기타 지도를 합니다.

그가 아끼는 기타 연주곡을 배우는데 다른 유명한 연주자들의 곡도 있지만 그가 직접 작곡한 곡도 들어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로부터 15번의 레슨을 받았습니다.

그런데...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교제를 하면서 이 친구가 참으로 귀한 성도인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악기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찬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일리야는 우리 집에 와서 처음 간식을 먹을 때 제게 먼저 함께 기도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우린 간식을 먹기 전에 함께 기도합니다. 일리야가기도할 때도 있고..제가 기도할 때도 있지요...

우린 레슨 시간에는 한국어도 러시아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직 영어만 사용합니다. 일리야는 이곳에 와 있는 캐나다, 필리핀 선교사들과 함께 매주 영어성경공부를 합니다. 영어성경공부 모임에는 믿지 않는 이들도 참여하기 때문에 일리야와 같은 현지인 신자들이 성경공부에 꼭 있어야만 모임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때문에 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이곳 까작스딴 사람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 못합니다. 다만...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할 뿐이죠.... 일리야의 영어 실력도 유창한 건 아니어서 그 역시 영어를 더 잘 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서..우린 영어로 얘기하기로 했지요...하지만 제가 보기엔...어휘나 문법은 몰라도 실제 영어회화 구사능력은 일리야가 저보다도 훨씬 우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러시아어와 영어가 어순이 비슷하다는 것이 쉽게 말을 시작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는 그 영어 성경공부 모임에서..기타 반주를 하면서 교제하는 일을 맡아 섬기고 있는데...그 날 할 곡은 그 전에 미리 캐나다에서 온 셰인이라는젊은 친구에게서 귀로 들어 악보 없이 연주한다고 하는데 그의 연주는 참으로 감미롭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일리야가 출석하는 아스타나 은혜 교회는 찬양팀 악기 반주자들이 아무런 악보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찬양 인도자가 곡을 이끌어 가면..뛰어난 키 보드 연주자(일리야의 말에 의하면)가 뒤로 받치고 기타와 건반 반주자가 악보 없이 그들의 feeling(느낌)에 따라 곡을 연주해 간다고 합니다. 제가 저희 홈의 배경 음악이기도 한 "주께 가오니...."를 부탁했더니....피치 카토 주법으로 이 곡을 연주 하는데..지금까지 "주께 가오니..."를 그렇게 훌륭하게 연주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그에게서 ...악보없이 곡을 이해하고 코드나 애드립 연주 할 수 있는 실력을 배양하기 위해...그가 하는 연주 방법이나 습관들..각종 노하우들을 익히고 있습니다. 바라기는 제가 한국으로 갈 때까지 그로부터 계속 이러한 것들을 배웠으면 합니다.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일리야에게 어떻게 예수님을 알게 되었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일리야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더군요...자신은 아버지, 어머니의 소원 대로 음악 학교에 들어가 피아노를 배웠었는데...피아노를 연주하는 건 재미가 없었고 일렉기타를 연주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특히 헤비 메탈 계열의 락 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를 배우고 싶었었고..급기야는 음악학교를 중단하고..스스로 기타를 깨우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3년간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에는 만족이 없었습니다. 그 때..이곳에 온 외국인 선교사를 만나게 되었고...그는 영어 성경공부 모임에 나가게 되고...이곳의 아스타나 은혜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 I think I'm being changed slowly more and more"(내가 생각하기론 내가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천천히 천천히....) 이 말을 선화와 제가 함께 들었었는데..이 선교지에서 이렇게 말하는 일리야를 보면서 우리 맘도 녹아 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자신의 생활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얘기를 하는 게 싶지가 않은데..이렇게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제가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냐고 물어 보았을 때 ...예상치도 않은 대답을 들었습니다. " 전에는 9시에도 일어나고 10시에도 일어나지만...몇 달 전부터 그것 또한 바뀌었습니다...요즘 전 항상 4시 반에 일어납니다....그리고 5시에 시작하는 은혜교회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지요..."

깜짝 놀랐습니다. 새벽기도라니...그러고 보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은혜 교회는 잘 아시다시피 미국에 시작된 큰 교회입니다. 이 은혜교회에서 알마티에 세운 알마티 은혜 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한국인인 탓에 그 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까작인 담임 목사님이 있는 아스타나 은혜교회에서도 새벽기도회를 드리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새벽기도회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까작스딴에도 있습니다.

어느 날..레슨 시간에 일리야는 오늘 아침에는 새벽 기도회를 못 갔었다고 제게 얘기했었습니다. 어제 너무 피곤했었다나요...그 말을 하는 그가 얼마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 보이던지...어쨌든 선교지의 귀한 청년입니다.

우린 일리야가 오면 간식을 준비합니다. 이 날도 김밥을 준비했습니다. 일리야는 젓가락을 사용할 줄 몰라 웃으면서...재미있어 했습니다.

아스타나 은혜 교회에서 지난 주모임에서 게임을 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 때 한국인이 사용하는 젓가락을 사용해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경기였다고 합니다. 그것 역시 알마티 은혜 교회 목사님이 한국인이기에 도입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 모임에 알마티의 한국인 목사님도 참여했다고 하니까요....우린 맛있게 김밥을 먹으면서 교회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스타나에서 만난 만남들이 많고 많지만..일리야와의 만남도 참으로 특별하고 값진 것입니다. 제게는 개인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제가 이렇게 그와 대화하면서 그의 마음을 잡아 주고 세워줄 수도 있어서..하나님의 교회의 관점에서도 유익한 것이니까요...

요즘 우린 찬송가 144장에 있는 "예수 나를 위하여"를 연주합니다. 처음에 도입부에는 멜로디 위주의 기타 연주를 한 뒤..재즈 풍으로 연주하는 것인데..박자에 맞춰 연주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학원에 다녔으면 어려워서 지겹고 짜증이 났을 텐데..일리야와 함께 있으니..재미도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어서 여간 좋은 게 아닙니다.

처음 이 곡을 가르쳐 줄 때...이 곡을 연주하면서 제게 이 곡을 아느냐고 하더군요..제가 안다고 하면서 찬송가를 찾아 보여줬더니..악보는 처음 봤다면서..몇 가지 코드를 눈여겨 보더니...오늘 아침 그의 집에서 우리 집으로 오는 동안에 이 재즈풍의 멜로디가 생각났다면서 제게 재즈풍의 편곡을 들려주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놀랍던지....

악보 없이 모든 곡을 아름답게 연주할 줄 아는 일리야...그의 나이는 이제 고작 23살입니다. 그의 장래는 예수님 때문에 더욱 아름답게 연주될 것 같습니다. 그의 소망대로 또 그의 꿈대로 하나님이 그를 아름답게 키워 주실 줄 믿습니다.

일리야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일리야는 저희 집에서 제가 가지고 온 여러 찬송 CD를 들으며 즐거워 하는데..그의 표정이 얼마나 밝고 진지한지...그를 한국으로 데려가 공부시키고 싶은 맘이 들기까지 합니다....그의 장래가 하나님 안에서 열리도록...또 그의 신앙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마귀의 권세가 그와 그의 가족에게 엄습하지 않도록 기도해 주세요... 200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