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입니까?

저는 정부산하 기관인 국제협력단(KOICA: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소속 국제협력의사로 까작스딴에서 근무하고 있는 중입니다. 우스운 사실은...국제협력의사로 근무를 시작할 때...협력단 본부에 "특정 종교의 선교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발도상국의 공적 개발 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nace)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협력단(KOICA)은 국민의 세금으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고..이렇게 다양한 종교적 배경을 가진 전 국민의 세금을 재원으로 하는 사업이다 보니...파견된 국제협력단 소속의 인력이 어떤 특정한 종교의 선교 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국내의 반발 여론을 고려해 내린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실제로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저...역시 까작스딴을 떠날 때..이런 각서를 요청 받았으나 깜박 잊고(?) 그냥 지나갔다가...이곳 까작스딴 알마티에 와서까지 같은 요청을 연거푸 받게 되어.. 늦게나마 서울로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정도로 국제협력단(KOICA)은 이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근무지가 단지..한국이 아닌 까작스딴이라고 해서 그 자유를 제한받을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개인적인 종교 활동과 소위 '선교 활동'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잣대가 없는 상황에서....저는 이곳에서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고 있고..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공적인 업무와 그에 배정된 일들은 엄격하게 구별해서 수행해야 할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또 한 가지...그리스도인들은 그의 직업 역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이기에 '주님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직업을 통해 하나님의 주신 문화 사명과 창조 사명을 수행하면서 궁극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됩니다. 그가 교사든 기술자든 성직자든 운동선수든... 하나님은 각 사람에게 그가 일해야 할 일터를 만들어 주셨고 그 일터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장소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직업 뿐 아니라 세상을 사는 우리는 각종 다양한 은사를 위로부터 받아서 교회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보이는 교회 안에서 그가 교사이든, 집사이든, 목사이든, 성가대원이든, 권찰이든....이러한 모든 직능은 각 지체들이 서로 연합하고 섬기면서 예수 그리스도가 머리 되신 교회를 세워 가라고 받은 것이란 걸 우리는 잘 압입니다.

국제협력의사로 한국을 떠나기 전에...한국 누가회(CMF)에서 발행되는 격월간 회보 "누가들의 세계" 98년 5,6월호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국제협력단 파견의"에 대한 특집 기사가 실렸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는 이미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국제협력단 파견의선생님들( 1기 서종진,박종수 2기 김상균,한혁준, 4기 임영창,김진용)의 경험담과 조언들이 상세하게 실려 있어서 제게 퍽 유익했습니다. 그런데..그 잡지의 맨 서두에 다음과 같은 "국제협력단 파견의의 정체성과 역할"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지에 도착하면 선교사들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당신은 누구냐?" 이 때 우리의 신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나는 선교하러 왔다" 라고 얘기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겸손히 "나는 당신을 도우러 왔다"라고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 선교사들에 대하여 겸손과 지혜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교사가 커피라면 우리는 설탕이 되어야 한다. 홍차나 율무차가 되어서는 안된다. 좋은 관계 형성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는 선교사들과 가족들에 대한 건강상담을 통해 실질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을 것이며, 비상 약품함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선물로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현지의 정보를 나누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국제협력의사 자신이 선교하는 데에만 애쓸 것이 아니라 파견된 국가의 정부로부터 신뢰를 얻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리 정부와 파견된 국가의 정부를 연결시켜 주는 고리의 역할을 함으로써 더 많은 선교사님들과 협력의사들이 나가 일할 수 있는 터를 닦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세례 요한이 주님의 길을 예비한 것처럼 그 민족을 향하여 더 많은 주의 군대가 나갈 수 있는 길을 예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국제협력의사는 근무시간 외의 자유시간이 많다. 이 시간을 이용하여 지역 주민들과 건강 상담과 기초적인 예방 교육을 하는 것도 좋은 접촉점이 되리라 생각된다. 또한 환자들을 만나며 지역 주민들을 상담하고 교육시키는 시간을 통해 그들을 깊이 관찰하고 연구하여 그들이 누구인가를 이해하게 되고 그들의 진정한 필요를 보게 되면 다양한 복음의 접촉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몇 사람의 국제협력의사나 선교사가 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파견된 국가의 종족들에 대한 상황을 연구 조사하여 한국의 교회의 선교단체들, 젊은이들에게 전함으로써 그 민족을 향한 전략적인 기도를 동원하고 많은 자원들이 그 민족의 필요를 위한여 사용되는 전략적인 조정자(straegic coordinator)의 역할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상세하고 진지한 중보기도 자료들을 관련 단체나 교회에 계속 공급하게 함으로써 기도의 동력화를 촉진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교회 청년들이나 선교 관련자들에게 구체적인 선교지에 대한 비전을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뚜렷하게 제시할 수 있다.  사실 종족에 대한 가장 훌륭한 이해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현장에 있는 선교사라고 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한국인 선교사들도 이제 선교 리서치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하는 사역자들은 상당히 드물다. 그 이유는 선교사들이 이미 다른 사역을 하고 있고 리서치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따라서우 우리는 이러한 일을 통해 현지 선교사와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여러 나라에 파견된 국제협력의사들 간의 네트웍을 형성하고 정보와 기도제목을 교환하고 파견된 민족에서 사역하는 각국의 선교사들과 그 민족에 관심이 있는 세계의 교회, 선교단체들과의 네트웍을 형성함으로써 그 민족에 대한 정보와 전략적인 기도제목을 나누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이 글은 국제협력의사로 막 나서야 하는 제겐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고.. 현재 이곳에서의 펼치고 있는 제 사역이나 이 홈페이지의 역할도 이런 조언들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과 은사는 다양한 법이기에....유치부 시절부터 지역 교회에서 쭉 자라온 저로선...동원 사역과 네트웍 형성, 현지 리서치 활동, 선교사들에 대한 지원 활동 못지 않게... 내가 배워 왔고 알고 있는 하나님을 앞으로 가게 될 선교지에서 현지인들과 구체적으로 나누며 찬양하는 일들도 한 번 열심히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5월.. 까작스딴 알마티 비행장에 내렸을 때...비록 러시아어 구사 실력은 0 였지만 ...맘 속에는 현지에서 1차적인 선교 전선에 뛰어 들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알마티에서 지내던 첫 3개월 동안....언어의 벽이 얼마나 큰지 체험했습니다. 선교사님들도 새로운 나라에 들어가게 되면 일정한 기간의 언어 과정을 거친 뒤 본격적인 사역에 들어가시는 법인데...우리의 경우에도 그러한 시간이 필요했었습니다.  

알마티에서 섬겼던 라큼교회에서도 매주 기타로 찬양을 섬기려 했지만....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현지인들과 의사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었고...그 후...근무지 변경으로 인해 아스타나로 올라와야 했었습니다. 아스타나로 올라올 때의 제 맘은 아스타나에서는 제대로 정착해서 교회에서도 현지인들과 많은 접촉을 할 수 있기 되기를 소망하는 맘이었습니다.

그 후...7개월이 흘렀습니다. 까작스딴에 온 지도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기도에 응답하시는 우리 하나님은 현지인들이 많이 출석하는 교회에서 우리 가족이 신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예비해 주셨고 선교사님을 도와 교회의 여러 가지 구제와 봉사 사역도 하고 예배 시간에 러시아어로 하는 찬송이지만 성가대원으로 섬길 수 있게도 해 주셨습니다 .게다가 전부터 생각하던...함께 찬양하고 복음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소그룹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아스타나 장로교회는 이제 세워진 지 1년 남짓밖에 안 되는 선교지의 교회입니다. 그 동안 주일 학교라든지...청년,학생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없다가...최근 현지인 교인들에 대한 개인적 양육을 위한 발판으로 "젊은이들의 모임" 이라는 일종의 주일학교를 개설하게 되었는데 특별하게 나이나 학력을 명시하지 않고 자신이 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나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중,고,대학생 정도의 나이의 사람들이 13-4명 모이게 되었고....선교사님은 아무래도 젊은 나이의 제가 적격이라고 하시며 이 모임을 이끌어 보라고 맡기셨습니다.

사실...선교지에서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은 어쩔 수 없이(?) 해외 선교사로 살아야 합니다. 선교라고 하면 흔히 "해외 선교"를 떠 올리기 쉽지만...사실 많은 부분에서 선교적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도시 빈민 선교, 섬 선교, 장애인 선교, 청소년 선교,군 선교....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일에 뛰어 들기도 하고 또 많은 이들은 이를 뒤에서 뒷받침 하는 '보내는 선교사'로서 일합니다. 그래서...참 그리스도인이라고 한다면...누구나 자신의 가정과 일터에서 선교사로 살아가고 있는 셈입니다.

논의의 범위를 '좁은 의미의 선교사'인 '해외 선교사'에 국한시킨다 하더라도 한국 교회는 모두가 선교사의 마음으로 기도하고 헌금하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비록 많은 이들이 마치 '일종의 붐'이나 '교회 성장의 수단' 또는 '허영'으로 변해 버린 선교 열기에 대해 비판하기도 하지만....21세기 한국 교회가 가진 사명 중 하나가 해외 선교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진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누구나 선교사이어야 하고 선교사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지에 나가 있는 그리스도인은 이미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 해외 선교사들이 간증이나 수기를 통해 '선교란 믿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 그 자체' 라는 얘기를 자주 하는데 이곳에 와서 더욱 그 사실에 공감하게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이곳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예배 드리며 현지인들 사이에 모범을 보이며 살아가는 것 뿐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을 바꾸시고 특히...그들의 전통과 관습을 버리고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일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긍휼과 능력에 의지할 뿐입니다.

선교지에는 '선교사'로 불리워 지는 '공식적'인 선교사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은 특정 교단이나 선교 단체 또는 교회의 파송을 받아서 오신 분들입니다. 그 중에는 큰 교단에서 파송을 받아 오신 분들로부터 시작해서 특정 교회의 한 기관에서 파송받아 오시는 분들 까지 다양하고 특정 교단이 아닌 초교파 선교단체(UBF,순복음세계선교회,국제전문인 선교회,CCC,YWAM,한국OM,바울선교회,두란노선교회,인터콥,한국외항선교회,GMP,세계현지협력선교회)에서 파송 받으신 분들도 많은데...실제로 이런 단체에서 파견되는 많은 전문인(평신도) 선교사들의 역할이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고 있음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물론 선교지에는 '비공식' 선교사들도 있습니다. 특정 기관이나 교회의 파견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예수님의 제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비록 여러 가지 모양이나 이유로 선교지에 오긴 했어도 한 마음으로 선교지의 교회나 교육 기관들을 도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기여하는 선교사들입니다. 전에 소개한 알마티 라큼 교회에 출석했던 한국인 유학생들의 열심있는 섬김을 기억하시고 계시지요?

어쨋든 이 '공식' 선교사님들이 선교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각 지역 마다 "선교사 협의회"라는 것이 있는데...이 선교사 협의회의 회원들은 바로 이러한 "파송장"을 가지고 계시는 선교사님들이 해당됩니다. 따라서...이런 의미에서 국제협력의사는 선교사에 해당될 수 없습니다. 국제협력의사는 엄연히 공적 업무를 띠고 한국에서 파견한 전문직 공무원으로 이곳에 오는 것이기에 비록....크리스챤 국제협력의사의 병원에서의 사역이 그리스도인이 감당하는 하나님의 일이긴 하지만...전임 사역자로 분류되는 '공식' 선교사가 될 수는 없는 것이죠.

하지만 국제협력의사들 중에는 자신이 소속된 선교단체나 교회에서 파송예배를 드리고 파송 받아 온 분들도 상당 수 있습니다. 사실상 전문인 선교사로서 '공식적 선교사' 파송을 받고 온 셈이지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제가 한국에서 섬기던 '서부산교회'에서 선교사로 파송받아 온 것은 아닙니다. 물론 부산의대 기독학생회 학사모임(새벽별)에서 부족한 우리 가정을 새벽별의 '선교사'로 부르고 있지만...공식적인 파송예배를 드리고 온 것은 아닙니단.

어쨋든 '공식' 선교사와 '비공식'선교사... 모두가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애를 써야 하는 선교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모든 것이 하나님 나라의 의를 구하는 것이어야 하기에 저 역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일해야 함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한 번은 제 아내인 선화랑 이 문제를 놓고 부딪힌 적이 있습니다. 전 우리 가정이 선교사 가정이라고 얘기했고...선화는 아니라고 했었습니다...참 바보같은 논쟁이었습니다....선화가 말하는 선교사란 '공식' 선교사의 의미이고 제가 말한 선교사의 의미는 '전체적'인 선교사의 의미였지만 가끔씩 이것과 관련된 문제로 우리 가정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곤란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어쨋든 교회를 중심으로 여러 일을 하면서...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특별히... 하나님이 이루시는 큰 일들을 경이롭게 바라 보게 됩니다. 선교사라고 하더라도...인간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에서 있을 때는 마치 선교사는 모두 하나같이...."타오르는 신앙으로 어떠한 염려도 잊어 버린 채....하나님의 일을 성공시키는" 슈퍼맨으로 보기 쉽지만...실제 선교지에 와서 많은 선교사님들을 접해보면....오히려 많은 부족함 속에서 하나님 만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분들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나님은 능력이나 인격 면에서 훌륭한 분들만을 사용해서 일하시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배웁니다. 물론...이곳에 나와 계시는 선교사님들은 그자체 만으로도 우리가 배워야 할 분들입니다. 하지만....때로는 실망스럽고...때로는 틀리다 싶은 상황을 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하나님께서는 면면히 자신의 일을 이루시고....택하신 백성들을 한 사람씩 부르고 계셨습니다. 그 사실이 제게 너무나도 감격스럽고 감사하게 다가 옵니다. 전 짧은 시간동안 '선교는 하나님이 친히 하시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수 없이 느꼈습니다. 따라서...우리가 하나님 앞에 드려질 때...하나님은 우리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에 우리를 사용해 주시는 능력 많으신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제 자신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니까요.,...

장로교회에서 젊은이들의 모임을 시작하게 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이곳 학생들이 이 모임을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사실입니다.

오랜 사회 주의 국가 시절 때문인지...이곳 젊은이들은 자연스럽게 모여 얘기하는 이 모임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전...모임이 일단은 딱딱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에...모임을 할 때마다...한국에서 익힌 여러 게임들을 소개했습니다.

대표적인 게..."007 빵" 과 "3,6,9 또는 뾰숑"이라고 부르는 게임입니다. '3,6,9"게임은 순서대로 하나, 둘, 셋,넷...을 세어 가다가 3의 배수나 3이 들어갈 자리에서 Go, Back, Jump를 하는 아주 고전적인 게임입니다. 한국에서는 시시해서 잘 하지도 않는 게임이지요....하지만 이 게임은 이곳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서 모임이 마칠 때 즈음 되면 은근히 기대하는 눈빛이 제게 집중됩니다.

우리는 모임이 마칠 때마다 이런 게임을 10분 정도 하는데... 처음에는 '열'을 채 넘지 못하는 이곳 학생들을 보면서 단체 게임이라곤 제대로 해 보지 못했을 것 같은 이곳 학생들에 대한 연민의 정마저 생기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3,6,9" 게임은 꽤 잘합니다. 이제 새로운 게임을 구해야 하겠습니다.

젊은이 모임에서 계속 시도되고 있는 것 중의 또 하나는....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애창되고 있는 은혜로운 복음송들을 이곳에 보급하는 일입니다. 다행히 알마티에는 많은 한국인 선교사들의 교회가 있어서...대부분의 가스펠 송들이 러시아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입수해서...우리 모임에서 매주 2곡씩 새로운 찬양들을 익히고 있는데 모임에서 참석하는 사람들 중 3사람이 음악을 전공한 대학생들이라  전반적으로 쉽게 따라 배우고 있습니다. 모두들 찬양의 멜로디와 가사가 좋다고 얘기합니다.

모임에서 소개한 곡은 "내 영혼이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합니다"."약할 때 강함 되시네..","주 예수 사랑 기쁨 내 마음 속에","거룩 거룩 거룩 만유의 주여","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예수님","좋으신 하나님"입니다. 아직 번역된 좋은 가스펠 송들이 많아 남아 있어...더 많은 곡들을 보급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한번은 모임이 마칠 때...누군가에게 마치는 기도를 부탁했는데...기도하는 것에 대해 어색해 하던 그녀는 "약할 때 강함 되시네..."의 가사를 읽고 나서 "이메넴 이수사 야 말류시..아멘(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라고 마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웃었지만...전 참 감사드렸습니다. 어쨋든 그녀도 이 찬양의 가사에 대해 공감한다는 것이니까요...

모임에는 말씀이 꼭 필요하지만 언어의 벽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론 저는 이제...생각하는 것을 대략 얘기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하지만 아직 더듬거리고 발음도 좋지 않습니다. '젊은이 모임' 첫 시간에 목사님의 설교 통역과 함께 모임을 이끌었는데...모임이 마치고 난 뒤....그들과 나의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잘 못하더라도 통역 없이 직접 얘기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나름대로 준비해서 더듬거리며 얘기합니다. 이제 우리 학생들도 외국인인 제 발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며 받아 줍니다. 처음에는 4영리로 시작했습니다. 4영리는 러시아판이 나와 있습니다. 한 주에 하나씩 해 나가는데...모두에게 4영리 소책자를 복사해서 나누어 주어 돌아가면서 읽고 얘기하도록 했습니다. 이 같은 시간이 전혀 없던 우리 교회에 이런 시간이 생긴 것 자체가 이곳 학생들에겐 재미있는 일이었나 봅니다. 처음 참석했던 학생들이 지금까지 모임에 참석합니다. 어쩌면...이런 종류의 모임이 없는 이곳에선... 이 모임 자체가 가지는 매력도 있을 것 같습니다....하지만....무엇보다도...주님이 이곳의 젊은이들을 사랑하셔서 그 분의 말씀을 듣도록 하시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요...

복음의 핵심을 설명하기 위한 '4영리' 소개가 마친 뒤에는...글없는 책(색으로 복음의 핵심을 설명한 책)을 다루었었고...그 다음에는 제 홈에도 소개한 바 있는 '세계 종교별 인구 분포'와 '기독교 교파별 분류표'를 보여 주며 여러 얘기를 나누었는데...그들의 진지함에 제가 오히려 감동 될 정도였습니다.

이제 앞으로는 성경의 장면들을 함께 읽고 얘기할 예정입니다. 전 한국에 있을 때....6년간의 유초등부 교사와 또 7년간의 중고등부 교사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성경 공부 모임이 낯설거나 힘들지는 않습니다. 하지만....언어의 한계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못하는 답답함이 항상 절 억누릅니다. 그럴 때마다....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학생들과 함께 성경 공부를 했을 때의 게으름과 불성실을 회개하게 됩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은 곳에서도 말씀을 나누려고 애를 쓰는데..그 동안.....말 안 통할 게 하나도 없는 한국에서 얼마나...열심을 다하지 못했나....' 이런 아쉬움과 회개가 절로 나옵니다.

처음에..."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과 함께 시작된 젊은이들의 모임은 이제 ...내 삶에서도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기도하고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만.. 나의 부족함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자신의 일을 이루어가시는 우리 하나님의 성실하심을 찬양하면서 이 일을 하려고 합니다.

아스타나에는 많은 선교사님들이 계십니다. 각 기관과 교회에서 파송 받아 오신 공식 선교사(?)님들이십니다. 그 분들은 한 교회를 세우고 전체 교인들을 섬기는 더 복잡하고 많은 일들을 하십니다. 어떤 선교사님은 제대로 한 끼의 한국식 식사도 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불평 없이 가난한 곳의 노인들을 섬기고 사십니다. 어떤 선교사님은 이 땅에 뼈를 묻을 각오를 하고 왔다고 말씀하시며...자신의 아들이 선교의 사명을 이어 주길 바라고 계십니다.

이 분들에 비하면...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저 선교지의 한 교회에서 작은 소그룹을 맡아 섬기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제가 하는 사역은 전에 소개한 대로 의료를 중심으로 하는 사역이고 그렇게 되어야 하지만...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먼저 복음의 빚진 자가 되었기에...선교지의 교회당 안에서 말씀을 나누는 일 역시 마땅히 제가 할 일입니다.  이렇게 작은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끼고...죄 많은 사람을 사용하셔서 자신의 사랑을 보여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목격하게 되는데...평생을 바치신 선교사님들이나 죽음 앞에서 두려움 없이 말씀을 전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큰 하나님의 사랑에 휩싸여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선교지에서도 많은 문제점들이 대두됩니다. 아스타나의 선교사님들은 그런 모습이 없지만....많은 선교지에서 들리는 소문은 때로는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습니다. 실적과 보고 위주의 선교 활동, 목사 선교사와 평신도 선교사 사이의 갈등, 갈수록 힘들어지는 연합 사역, 이단 사설의 선교지 침투, 마치 한국에서 목회하듯 권위적 스타일로 하는 선교, 현지 문화의 몰이해로 인해 현지인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 대접을 받으려고만 하는 선교사.....

하지만...이런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우리들을 들어 사용하시고 계십니다. 선교사들도 자녀 교육의 어려움, 문화적 어려움, 장래에 대한 불안감 등 수 없이 많은 장애물들을 떨어 버리고 이곳에 나온 만큼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사역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하나님의 긍휼에 의지하면서 선교사의 마음으로 이곳에서 살아가려고 합니다. "너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고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는 주님의 파송장이 내게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언급되었듯이 국제협력의사가 용이하게 감당할 수 있는 독특한 역할들(동원 사역과 네트웍 형성, 현지 리서치 활동, 선교사 지원)과 병원을 중심으로 하는 의료 사역과 선교지의 교회를 돌며 펼치는 의료사역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곳에 사는 3년 동안 각 선교 단체와 교회, 교단에서 전임 선교사로 파송받고 나오신 다른 선교사님들을 마음껏 열심히 섬기다가 돌아가고 싶은 것도 제 꿈입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저로선...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을 다해...주님의 귀한 일을 하시는 선교사님들을 돕고 섬겨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얘기를 맺어야 하겠습니다. 얼마전 아스타나에서도 한인 선교사 협의회가 발족되었습니다. 회원의 대상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특정 교단이나 교회, 단체에서 파송을 받은 자로 선교 활동을 위해 이곳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어야 하지만....회원의 대상을 더욱 광범위하게 잡아 '건전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려는 자'로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비공식' 선교사인 저를 배려해서 만든 규약인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다른 분들은 모두 목회자시거나 특정 선교단체 출신 선교사님들이셔서 통상적인 회원 자역을 적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거든요...게다가 절 협의회의 임원으로 일하도록 맡겨 주셨습니다.

이곳에 있는 많은 선교사님들이 저희 가정을 보시며 진료 사역이나 연합 사역 부문에서 좋은 열매가 맺히게 되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계십니다.  저 역시 이곳에 있는 기간 동안 하나님이 주시는 힘에 의지해서 순종하며 이 일들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꿈에도 생각 못했던 일이란 걸 생각하면 늘 우리 하나님께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바라기는...국제협력단 파견 국제협력의사로 이곳에 살면서 이곳의 많은 선교사님들과 팀을 이루어 사역하기 원합니다. 그래서 전...아스타나 장로교회 교인으로 소속되어 있긴 하지만...의료 사역에 있어서는 다른 교회들과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진료 사역은 장로교회 보다는 미추리나 크리스챤 센터나 베라 교회에서 더 활발하다고 보여 집니다. 장로교회에선 부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한 달에 한 번 목사님과 함께 약을 챙겨 구제 활동을 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우리 가정이 하나님의 뜻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세요. '선교사입니까?' 라는 질문는 선교지의 그리스도인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닙니다.....선교지를 두고 기도하는 여러분이 바로 선교사이니까요...   2002.5.9

(사진은 봄이 온 아스타나의 이심강에서 서 있는 선화의 모습입니다. 선화는 이곳에서의 우리 가정의 사역을 튼튼히 이끌고 있는 기둥입니다. 선화가 건강하게 이곳에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