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3 겨울 아스타나를 방문한 사람들...

2002-03 겨울은 여러 모로 추운 계절입니다. 작년에 비해 객관적으로 수은주가 떨어진 것도 그렇거니와....나 혼자 달랑 이 빈집에 남겨 두고 선화와 형민이가 한국으로 들어간 게 아무래도 이번 겨울 체감 온도를 떨어뜨린 가장 주 요인 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 겨울은 예년과 달리 아스타나를 찾는 단기 선교팀의 숫자가 줄어들어 가는 겨울을 더욱 아쉽게 만듭니다.

작년 이맘때만 하더라도 알마티를 거쳐 아스타나로 올라온 단기팀이 제법 많았었는데...올해는 아스타나 를 사역지로 꼽고 올라 온 팀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한산하기만 합니다. 물론...아스타나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꾸준하게 늘고 있어서 이제 알마티에서도 까작스딴에 왔으면 '수도 아스타나' 는 꼭 둘러 봐야 한다는 게 많은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 같지만...여전히 아스타나로의 본격적인 선교팀의 동원은 어렵기만 합니다.

지난 2002년 동안 아스타나 선교계에서 가장 고무적인 일을 들라고 한다면....이례적으로 장기 선교사 세 가정이 아스타나로 사역지를 정하고 올라온 일을 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이번 겨울 동안...그 중 두 가정이 아스타나에서 철수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까작스딴의 수도 아스타나에선 외국인의 거주지 등록이 아주 까다로운데... NGO나 기금 단체 등의 형태로 아스타나에 들어오는 경우에도 평소에는 아무 말도 없이 기만 있다가...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 오면 문서나 서류 작업에 어려움을 야기 시켜 행정 처리를 지연시키고 결국에는 현실적으로 충족시키기 힘든 '노동 허가증'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들 단체들이 아스타나에서 사역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때는 아스타나에서 사역하는 선교사 가정 수가 아홉 가정 에까지 이르렀으나 지금은 일곱 가정으로 줄어 든 상태입니다. 그래서...아스타나를 둘러 싸고 있는 영적 기운이 어느 때보다 선교사 사회를 위축시키고 있는 겨울인 셈입니다. 하지만...이런 추운 겨울 속에서도  아스타나로 향하는 믿음의 발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하나님의 위로하시는 손길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 겨울 아스타나를 찾았던 분들을 돌이켜 보면 알마티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KOICA(국제협력단) 파견 인력들의 방문이 가장 두드러져 보입니다. 알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정선(임상병리,14기, 한카 친선병원 근무), 박현희(한국어, 12기, 국립외국어대), 김태은(국악, 14기, 고려문화센터), 최고나(한국어, 14기, 국립알마티대학) 이 연이어 아스타나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2년 동안 국제협력단 소속의 해외봉사단원의 신분으로 알마티에서 활동하고 계셨던 분들입니다. 넉넉지 않은 생활비와 낯선 환경 속에서 '나눔과 섬김(Share and Respect)' 이라는 KOICA 해외 봉사단 정신을 실천하며 한국의 위상을 까작스딴에서 떨치고 있는 분들이지요. 전 후 어려웠던 대한민국에 도움의 손길을 펼쳤던 많은 국제 원조를 기억하며...이제 OECD 회원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한국이 우리 보다 힘든 국가에 함께 가자고 손길을 내미는 활동이 바로 해외 봉사단 활동입니다. 저도 국제협력의사로 이곳에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KOICA라는 단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었지만...지금은 KOICA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입니다.

코이카의 해외 봉사단 속에는 크게 국제협력요원봉사단원이 있는데...봉사단원이야 말로 한국에서의 삶을 뒤로 하고 개발 도상국가에서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자원하신 분들입니다. 국제협력요원은 좀 다른데...이들은 병역의 의무를 대신해서 개발 도상국가에서 봉사 활동을 하기로 지원한 사람들입니다. 사실...많은 전문 분야의 인력들이 남자 봉사단원의 확충을 필요로 하는데...한국의 현실상 남자들이 결혼, 직장, 가정 등의 문제를 남겨 둔 채 2-3년 간의 해외 봉사 활동을 지원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남자 단원의 확충이 필요한 분야(컴퓨터, 태권도, 특정 기술 분야...)에서 병역의 의무를 대신하는 조건으로 남자 단원을 뽑고 있는데...그들이 바로 국제협력요원 인 것입니다. 저 같은 국제협력의사도 약간 다르긴 해도...법률적으로 국제협력요원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를 방문하기 위해 단원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전달되면...아스타나 단원 모두는 멀리서 올라오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하지요.

그리고...자동차를 동원할 수 있는 여건이 가장 좋은 제가 단원들이 도시를 둘러 볼 수 있도록 돕는 운전수 겸 가이드의 역할을 자청합니다.

아스타나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2년 가까이 가이드 생활을 하다 보니...이제 아스타나에 새로 온 손님을 안내하는 일은 나름대로 노하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최근 홈페이지에 아스타나 지역 정보 라는 도시 개관을 담은 글을 추가하고 방문객들에게 나눠 주고 있는데... 혹시 보실 분들은 여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위 사진은 아스타나의 바자르(시장)를 함께 둘러 보는 단원들의 모습인데..이렇게 알마티에서 한 사람이 올라오더라도 아스타나에서 활동하는 단원 거의 모두가 함께 도시를 둘러 보며 우애를 과시하고 있지요.

KOICA 단원 외에 올 겨울 아스타나를 선교 사역지로 방문한 팀이 있다면 세계중보기도회 의 방문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 2003년 1월 22일...아스타나 국제 공항에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나타냈는데....이들이 바로 대전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중보기도회에서 까작스딴을 찾아 온 분들이셨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 까작스딴 알마티 국제 공항에 도착하자 말자 바로 아스타나로 올라오신 분들인데...말 그대로 중보 기도를 위해 오신 분들이셨습니다. 공항에 내리자 말자...공항 앞에서 함께 기도하며...오늘 어떻게 아스타나에서 활동할 것인지 기도의 응답을 구하고 난 뒤....아스타나의 이곳 저곳을 다니며 기도의 씨앗을 심고 돌아 가셨습니다. 아스타나의 남성택 선교사님 가정과 연결이 되어 올라 오셨는데...함께 기도하고 난 뒤 각자 마음 속에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나누는 모습이 제게는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게는 좀 낯선 모습이었지만... 이들이 하고 있는 이 땅과 선교사님들의 문제점을 듣고 기도하며 응답을 나누는 일이 선교지에서 꼭 필요한 일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아스타나에서는 하루만 활동하신 뒤 알마티로 내려 가게 되어 다소 아쉬웠지만...아스타나를 향해 기도하러 온 이들의 발길이 아름다운 하루였습니다. 

또 하나의 팀은 알마티에서 사역을 하고 있는 이소영, 오은석, 윤선영 형제,자매들의 방문이었습니다.

오은석 자매는 알마티에서 OM 선교회 소속으로 장기 사역을 하고 있고... 다른 두 사람은 알마티에서 단기 선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곳의 나사렛 교회와 연결되어 아스타나를 방문하셨는데...나사렛 교회의 주일 학교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방문하신 거였습니다.

제가 저희 집으로 청해서.. 아스타나 관련 사진과 자료들을 보여 드리며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소영 형제가 뚝 떨어진 아스타나 기온 탓에 감기 몸살로 고생했었는데...다행히 제가 전해 드린 약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요. 사실...선화가 집에만 있어도 이런 귀한 지체들이 방문하면 뭔가 맛있는 것을 해서 대접할 수 있는데...저 혼자 3개월 이상 지내다 보니 역부족이었습니다. 까작스딴에서 함께 살면서 늘...많은 손님들을 접대해야 했던 선화는 항상...."역시..아내의 역할이 중요해요...다 이렇게 아름다운 교제가 있는 것도 주부의 수고 덕분이랍니다...." 라고 하며 '주부 사역 절대론'을 목청 높이 외쳤는데...정말...'나 홀로 사역'을 해야 하는 지난 3개월은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오늘 이 글을 쓰게 만든 또 하나의 팀이 방금 알마티로 떠난 한복희(78년생, 성악 전공), 이고운(81년 생, 한의학 전공) 자매입니다. 이들은 알마티의 라큼 교회를 사역지로 부산의 부민교회에서 2003년 1월 7일 비행기편을 타고 알마티로 온 자매들입니다.

이제 2개월 간의 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아스타나를 들린 것이었는데...이들이 사역하고 있던 알마티의 라큼 교회는 제가 알마티에서 머문 3개월 동안 출석했던 교회였고 이들의 파송 교회인 부민 교회 역시 제게도 너무도 친숙한 교회이기에 이들의 방문에 저 역시 기대가 컸습니다. 고향 사람들과 정겨운 얘기도 나누고 알마티 라큼 교회 소식도 들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알마티 라큼 교회 의 최진규 선교사님과 같은 교단 선교사인 수이어스펜셜록 교회  남성택 선교사님과 연결되어 아스타나를 방문하게 되었는데...이틀간의 짧은 일정 중임에도 좋은 교제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바자르(시장) 입구에 높게 서 있는 중앙 모스크 앞에서 기도하는 자세로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입니다. 뒤 쪽 이슬람 사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고 있는 게 보이시죠?  까작스딴의 '까작인 우선 정책'과 맞물러 이슬람교는 까작스딴 사회에서 이미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두 사람이 아스타나를 방문한 시점은 추위가 누그러지기 시작할 때였고 우리는 즐거운 맘으로 바자르, 나사렛 교회당, 음악 대학, 위구르 식당 등을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부민 교회는 제가 한국에서 출석하는 서부산교회의 이웃 교회입니다. 또 사실...서부산교회는 20 여년 전...부민교회의 몇 몇 교인들이 따로 떨어져 나와 개척해서 세운 교회라 더 가깝게 느껴지는 교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제가 아끼는 많은 친구들,후배들이 지금 출석하고 있는 교회이기도 하지요.

2001년 5월 제가 알마티에 왔을 때...처음 맞게 된 단기 선교팀도 하필 부민교회 단기팀이었고 이 때 함께 의료 사역으로 돕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그 단기팀에 참가했었던 멤버 중 창균, 창호 형제가 태권도 단기 사역으로 알마티에 와서 4개월간 활동한 뒤 지난 해 8월 한국으로 돌아 갔었고... 사진 속의 복희 자매도 그 때 그 단기팀의 일원으로 참가했다가 이번에 고운 자매랑 찬양 사역으로 다시 알마티를 찾아 온 것입니다. (2001년 8월 알마티에서 있었던 부민교회 단기 선교 에 관한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

그래서...이 형제, 자매들이 여러 모로 귀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마티에서 저처럼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하는 안병재 선생님은 저의 대학, 수련병원 1년 후배이고 학창시절부터 가깝게 지내오던 분인데... 한국에서 바로 부민교회에서 출석했었습니다. 게다가 안 선생님 역시 저처럼 여러 곳에서 의료 사역을 펼치고 있으면서 알마티의 라큼 교회를 출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 선생님 홈페이지를 통해 알마티에서 이 자매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요.

안병재 선생님 홈에서 가져 온 글의 일부입니다.

" 2003년 1월 7일 화요일 저녁 비행기로 한국에서 귀한 두 명의 자매들이 왔습니다. 한 자매는 성악을 전공한 자매이고 다른 자매는 한의학과 학생입니다. 반갑게도 이들은 제가 한국에서 출석하던 부민교회에서 주님을 섬기던 자매들이었습니다.2001년도에 하계 단기선교팀으로 알마티에 온 것이 인연이 되어 다시 찾아 온 것인데, 이 곳에 두 세달 동안 머물면서 교회사역을 돕기 위해 온 것입니다. 이들은 라큼교회에서 주일학교 사역을 돕고 있고, 피아노와 리코더를 가르치면서 이곳의 어린이와 학생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또.. 선교사님께서 새로 개척 사역을 시작한 깔까만에서 피아노와 리코더 교실을 열고 현지 어린이, 학생들과의 접촉점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고운 자매가 피아노를 치고 복희 자매가 노래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저희는 교회에 갈 때마다 피아노와 리코더를 배우는 아이들의 소리로 교회가 활기 넘치는 것을 봅니다......."

자매들이 찬양 사역을 하고 있기에... 아스타나에 있는 국립 대학 중 하나인 피아노 모양의 음악 대학 건물 앞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23살과 26살의 자매들...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때일까요?

우리는 함께 라큼 교회 얘기, 부민교회 얘기, 사역 얘기...더 나아가 장래에 대한 것들까지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았습니다.

미혼의 자매들이라...장래 계획은 앞으로 만날 배우자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고...우리의 화제는 자연스레... 제가 이론적으로는(?) 확실하게 알고 있는 '어떻게 하면 좋은 형제를 만날 수 있는가?' 라는 주제로 옮겨졌습니다. 마치 교회 동생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던 그 시간 동안...선화가 가고 난 뒤 처음으로 그렇게 마음 편하게 웃어 본 것 같습니다.

자매들이 한국에 가 있는 선화와 형민이 얘기를 물어 오자..." 이제 다음 주면 올 거예요..." 라고 답하며... 오랜 기다림 속에 인내하는 법을 배워야만 했던 그 동안의 제 삶을 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아스타나를 방문하신 분들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지난 2월 11일 선화가 보낸 메일에서...  " *** 선교사님까지 가시고 나면... 왠지 분위기가 처음 우리가 아스타나에 갔을 때 같을 것 같네요...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있어서 그 동안 참 좋았었는데...그런데...이번에는 단기팀들이 많이 올라오지 않았나봐요... " 하고 아스타나를 찾아온 단기팀이 없는지 궁금해 했기 때문입니다.

매년 방학 때만 되면 아스타나를 찾는 단기팀들을 위해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하는 일을 맡아 왔던 선화....어쩌면 올 겨울 아스타나를 찾는 단기팀들이 적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아스타나를 지키고(?) 있던 선화가 한국으로 갔기 때문이라는 기발한 생각도 하게 됩니다. 이제 곧 선화가 이곳으로 돌아 오면 다시 아스타나로 향하는 전도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질 거라며....

선화가 간 뒤...모든 게 적막에 빠져 버렸던 신디사이저가 자리잡고 있던 거실 한 구석이 자매들의 찬양 소리로 다시 한 번 가득 넘쳤습니다.  

선화가 빨리 들어 와서..다시 우리 집도 그 예전처럼 찬양이 늘 울러 퍼지는 가정으로 복귀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알마티의 라큼 교회에서 귀한 사역을 하고 있는 이 두 자매가 아름다운 사역을 잘 마무리 짓고 한국으로 무사히 귀국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직 봄이 오려면 먼 것 같은 차가운 이 땅 아스타나를...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모든 존재의 참 행복이 되시는 예수님의 사랑이 봄 햇살처럼 녹여 주시길 두 손 모아 간절히 소망합니다. "하나님...많은 사람들이 외면해 버린 동토의 땅... 아스타나를 불쌍히 여겨 주시고...당신의 그 한량없는 자비를 보여 주세요...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00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