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선교지 탐방 - 4. 라큼교회

그리스도인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선교지에서 살아가면서 그 곳의 교회에 관심을 가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더군다나 자신이 그 곳에 있는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믿는다면 그 곳의 교회를 더욱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알마티의 교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곳의 교회들을 한국의 많은 지체들에게 소개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알마티 선교지 탐방은 이제 알마티에서 제가 출석하던 교회인 라큼교회 차례까지 왔습니다.

라큼 교회는 알마티의 마길로브스까야 18-1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마티에 처음 왔을 당시...이 교회의 사역자는  최진규 목사님( 최에스더 사모님) 이셨습니다. 최 목사님은 예장(고신) 파송으로 오신 분으로 알마티에서 오랫동안 사역해오신 분이셨습니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제가 속해 있는 교단도 예장(고신) 입니다. 교단 얘기를 하면 이상한 눈으로 보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낯선 땅 까작스딴에서 같은 교단에서 오신 선교사님을 만나게 뵙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극적인 운명이었습니다.

처음 알마티에 온지 몇 주간...여러 교회를 탐방(?)한 뒤...바로 이 교회에 정착하게 되었고...이후 약 한 달 반 정도 알마티에 머물었던 기간 동안.. 주일마다 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교제했었습니다. 그래서 앞서 소개한 세 교회보다는 더 친밀하고 잘 아는 교회입니다.

라큼교회의 주일 예배 모습

라큼 교회의 '라큼'이라는 말뜻은 까작어로 '긍휼'이란 말입니다. 하나님께 긍휼을 구하는 교회 이름은 말 그대로 황무지인 까작스딴에 하나님의 긍휼이 임하길 바라는 선교사들의 마음이지요...

교회는 땅집입니다. 알마티의 주거문화는 보통 끄바르찌라(아파트) 아니면 우리나라 주택과 같은 땅집에서 사는 형태입니다. 많은 개척교회들이 끄바르찌라를 임대해서 시작하곤 하지만...라큼교회는 나무도 심겨 있는 마당이 있는 땅집을 사서 예배당으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변변한 예배당이 없어 많은 이들과 함께 어려움을 겪다가 올해 서울 잠실중앙교회에서 이 교회에 반듯한 예배당 건물을 짓도록 선교비를 보내왔고...지금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깨끗한 쾌적한 환경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까작스딴에 들어오는 선교사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접근합니다. 처음부터 교회라는 명칭을 걸고 이곳 관청에 신고 및 등록을 한 뒤 활동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즘은 힘들어졌지만)...또 어떤 분은 미아 대책기구나 환경 문제등의 비정부단체(NGO) 이름으로 이곳에 들어오셔서 선교활동을 하고 계시기도 하지요...라큼교회의 사역자이신 최목사님 부부도 NGO 활동을 함께 겸하고 계시는데 이름이 "Small Hands" 입니다. 그래서 라큼교회당은 NGO 사무실로도 쓰이고 있고...한 달에 한 번씩 주변의 가난한 사람들이 이곳으로 와서 생활비를 받아 가곤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NGO등록을 하고 있는 교회에게..."너희가 NGO로 이곳에 왔으니..가난한 사람들을 도와라..."라고 얘기하면서 매달 일정액을 빈민들 생활비로 지급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어쨋든 라큼 교회는 지역 사회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이곳에 남아 있는 교인들은 아무리 교회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킬 사람들이라고  최목사님이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위의 두 분이 최목사님 부부이십니다. 이 때는 형민이가 8개월 무렵인데...지금과 비교하면 형민이가 너무 작네요...두 분에게는 아들이 있습니다. 이름은 캐빈이고 건강한 대학생입니다. 저희 홈 방명록에도 가끔 들어오는데...알마티에서 의대를 다녔었습니다. 언젠가 부산의 부민교회가 이곳 라큼교회로 단기선교활동을 왔었을 때...저를 도와 의료 활동을 지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 사연은 아시죠?(부민교회의 단기선교 활동)

그런데...지금 이 두 분은 알마티에 계시지 않습니다. 올해가 안식년이시기 때문에 지난 8월에 한국에 들어가셨다가 미국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캐빈도 미국으로 갔고..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 후면 최 목사님 부부가 다시 알마티로 오시겠지요.. 알마티를 떠나시기 전에 알마티 외곽 깔까만 이란 곳에 부지를 확보하고 가셨습니다. 후에 다시 돌아오셔서 이곳을 중심으로 사역을 다시 펼칠 계획을 가지고 떠나신 것이죠...

라큼 교회의 사역은 철저히 지역 중심적이고 지역민들을 끌어 앉는 목회였습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예배시간이면 늘 왼쪽 앞에 앉아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수화로 목사님의 말씀과 찬양 내용을 옮기는 할머니의 모습입니다. 그 분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교회에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스스로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 아름다운 모습이었습니다. 라큼 교회에는 또 극빈자들과 장애인들도 많은데.. 모두가 교회에서의 시간들이 정말 좋아서 오는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교회에는 또...알마티에 와 있는 한국인 유학생들의 활동도 돋보였습니다. 이곳에 와 있는 젊은 유학생 특히..자매들..이 교회를 섬기면서 온갖 궂은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는 자매가 '영숙'자매라는 분인데... 인상도 참 밝고 풍기는 내면이 아름다운 자매였습니다...처음 라큼 교회를 갔을 때 열심히 설거지도 하고 허드렛일을 하고 있는 그 자매를 보고...목사님의 딸인 줄 착각할 정도로 열심히 교회를 섬기고 있었습니다. 이 외에 여러 자매들이 라큼 교회를 돕고 있었는데.. 아스타나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인데...최목사님은 알마티의 한국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역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셨다고 합니다.

라큼 교회의 사역의 내용 중 예배 전 찬양 시간에 기타를 매고 현지어를 구사하며 찬양하는 목사님의 아들 캐빈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버지를 도와...예배 시간에 열심히 찬양하고 러시아어로 성도들과 교제하는 걸 보면...너무나 헌신적이어서 감동적이기까지 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아버지를 따라 까작스딴에 와서...어려움 속에서 현지어를 배워...이렇게 선교사역을 돕는 걸 보니...그의 장래를 정말 하나님께서 축복하시겠다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사실...선교사 자녀들의 교육 문제와 장래 문제는 선교지에서 크게 대두되는 문제 중 하나인데 캐빈을 보면...걱정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목사님이 안식년으로 한국에 들어가신 뒤....라큼 교회의 사역자는 아래 사진에 있는 WEC 소속의 이승우 선교사님((허 종수 사모님)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이승호" 선교사님이라고 알고 또 그렇게 불렀었는데..지금 명함을 다시 보니까 "이승우" 시군요....이 분들께는 개구장이 아들 상찬이와 상헌이가 있습니다. 이분들은 영국에서 훈련을 받으시고 이곳으로 오셨습니다. 선교 훈련 과정 중에 과정을 끝내지 못할 만한 어려움이 많이 찾아 왔었지만(IMF와 함께 선교비 중단 등...) 때 맞춰 찾아 온 여러 도움의 손길들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소망을 가지고 끝까지 붙잡는 자에게 길을 예비해 주신다는 체험을 이미 하고 오신 분들이었습니다.

라큼 교회의 두번째 사역자 이선교사님 내외분과 함께..

이 선교사님은 운동을 좋아하셔서 주일 예배가 마친 뒤..청년들, 아이들과 함께 교회 옆 학교 운동장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공을 차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도...형민이와 선화를 집에 데려다 주고..다시 교회로 와서 함께 공을 차기도 했었지요...

짧은 시간이지만 이 선교사님과 함께 라큼교회를 섬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선교사님의 경우...말씀의 은사가 있으신 분이십니다. 사실...목회자님들께 이런 말을 드리기가 좀 그렇지만...이 선교사님의 경우...말씀을 찬찬히 풀어가면서 우리 맘 속의 가로 막힌 하나님을 향한 열정의 불씨들을 살려 내는 은사를 가지신 분으로 비쳤습니다. 라큼 교회는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 예배를 아침 10시 반에...그리고 현지인을 위한 현지어 예배를 낮 12시에 드리는데.. 한국어 예배 시간에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뜨거워진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참 감사했습니다....그 말씀이 너무 좋아 라큼 교회의 한국어 예배를 알마티의 여러 사람들에게 소개도 하고..코이카 단원들에게 알리기도 했었습니다. 선교지에서...식어가는 마음을 다시 일깨우는 모국어로 된 설교를 듣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라큼 교회에서는 이런 값진 생명의 양식을 성도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혹 이 글을 읽으시는 알마티의 지체 중 아직 교회를 정하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라큼 교회도 가 보시라고 얘기드리고 싶네요...

누군가가 사역했던 곳에서 그 분의 공백을 메워 주며 사역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이 선교사님 내외 분이 묵묵히 섬기고 계셨습니다. 최 목사님이 러시아어로 사역하셨던 것에 비해...이 선교사님은 까작어로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사역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초기의 불안정한 기간을 쉽게 극복하시고 안정적인 사역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WEC은 독자적으로 교회를 세우는 사역 보다는 기존의 교회로 들어가 사역하는 것이 특징인 국제선교단체라고 합니다. 이 선교사님이 WEC소속으로 알마티의 라큼교회에서 단독 목회를 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는군요...앞으로 1년 후 최목사님이 돌아 오시면..이 선교사님의 향후 사역 방향이 어떻게 될 지가 그 분들의 기도제목 중 하나일 듯 싶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최진규 목사님 시절...라큼교회는 의료 사역이 특화된 사역이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까작스딴 파견 국제협력의사들의 섬김이 있었지요...까작스딴은 그 동안 크리스챤 의사가 협력의사로 계속 방문했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최초의 까작스딴 파견 협력의 천종호 선생님, 과 후임자 김동환 선생님이 라큼 교회를 거의 매주 방문해서 이곳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의료 활동을 펼쳤습니다. 결국 자연스럽게 교회가 지역 사회와 가까와진 계기를 제공한 셈이지요....

최근 한국에 들어가는 길에 알마티에 머물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일날....예전과 마찬가지로 라큼교회를 방문했었습니다. 이선교사님은 의료 사역 이외에도 한글교실과 영어교실을 열고 계셨고 특히 WEC 소속의 선교사 답게 여러 외국인 선교사들의 방문 설교등을 활발하게 하고 계시는 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예배 시간 찬양 인도를 '영숙' 자매가 하고 있더군요...오랜만에 찾아갔지만 활기찬 사역을 보면서 저 역시 기분이 좋았었습니다.

형민이를 좋아했던 아나라와 함께..

라큼 교회 다니던 시절...형민이는 라큼교회의 많은 누나들...이모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라큼 교회에서 목사님 행정담당과 통역 그리고 NGO 사무를 맡아 했던 까작인 자매...아나라(왼쪽 사진)의 경우...형민이를 아주 좋아했고..형민이 역시 아나라를 좋아했었습니다.

선화 등 뒤에 숨어서 형민이에게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며 "있다..없다..'놀이를 했었고...주일 날...한국어 예배를 드릴 때...가끔씩 아나라가 형민이를 봐 주기도 했었습니다. 아나라는 부모님을 떠나 홀몸으로 알마티에서 살아가는 자매인데..그동안 교회에서 숙식을 하며 지냈습니다. 최근에 가 보니...아파트를 얻어 나갔더군요...교회(NGO사무실)에서 지내면 사생활도 없고 힘들텐데...항상 웃음기가 얼굴에서 떠도는 자매였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라큼 교회에서 제가 몇 주동안 예배 전에 기타 반주도 하고 한국어 예배 시간에 찬양 인도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짧은 기간의 일들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특히...라큼교회에서의 기타 반주를 위해 토요일에 모여 연습을 했던 첫 날....알마티에 온 지 한 달 밖에 안 된지라...아무 말도 이해를 못하는데...같이 찬양하겠다는 열심 하나만으로 피아노 반주자와 율동하는 지체들과 함께 찬양을 준비하고 기도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다시 라큼교회에서 찬양하고 싶어지네요....

선교지에 교회가 하나 세워지면 사람도 모이고 사역자도 여러 명 헌신하게 되고...얘깃거리도 많아집니다. 알마티의 라큼 교회 역시 하나님이 이 곳에서 일하심을 보게 한 귀한 교회였습니다.

알마티에선 한국에서 들을 수  없는 가스펠 송이 상당히 있습니다. 그런 곡들은 우즈벡스딴과 까작스딴 일대 등의 중앙 아시아에서 불리워지는 곡들이라고 하는데...선교지라곤 하지만...벌써 그들의 복음송이 있을 만큼... 복음의 열기가 뜨거운 곳임을 알 수 있는 증거인 듯 합니다.

라큼 교회 마당에서 사모님과 큰 아들 상찬이와 함께...

며칠 전 캐빈이 저희 홈 방명록에 쓴 글을 보았습니다. 왜 알마티 선교지 탐방에 "라큼교회"가 없냐는 내용이었지요...글쎄요...너무 잘 아는 교회다 보니...뭔가 더 정확하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차일피일 미루다 이렇게 늦어졌던 것 같습니다.

왼쪽은 라큼교회의 마당입니다. 이곳에서 주일 예배를 마친 성도들이 차이(차)와 빵을 마시며 교제하게 되지요...

까작스딴에 온 지 6개월이 다 되어 갑니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습니다. 이 곳의 선교사님들은 하루 하루가 영적 전쟁임을 실감하며 살아가십니다. 민감한 감정의 흐름까지도 사역에 영향을 미치는 이곳에서는 가정의 적은 일조차 하나님 앞에 온전히 맡겨야 헌신할 수 있는 곳입니다.

비록 지금은 알마티에서 멀리 떨어진 아스타나에 살고 있지만 ...이 글을 쓰면서 라큼 교회 사람들을 보고 싶은 맘이 간절해 집니다. 그리고 라큼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주의 이름으로 축복해 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그 곳의 이승우 선교사님의 사역과 라큼 교회 성도들의 영적 건강을 위해...그리고 그들이 참으로 예수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또 앞으로 사역을 담당할 최 목사님 내외분을 위해.... 200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