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불락 스키장

"알마티..." 하면 가장 먼저 입에 오르 내리는 침불락 스키장에 관한 글은 저희 가족이 2001년 5월 알마티에 처음 도착했을 때 이미 소개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초여름 침불락 스키장을 방문한 뒤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묘사한 당시의 글을 읽어 보면 낯설지만 매력적인 만년설과 들꽃으로 깔려진 산 정상에 대한 신비로운 감회들이 물씬 풍겨나고 있습니다. 하지만...당시의 글은 침불락의 성수기인 겨울이 아니라 여름의 모습이었습니다.

침불락은 스키장의 이름입니다. 알마티 시내의 남쪽을 성벽처럼 두르고 있는 천산산맥은 해발 3천 미터에서 5천 미터에 이르는 높은 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여름에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만년설을 자랑하는 알마티의 상징이지요. 알마티의 다스틱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올라가면 바로 이 천산 산맥에 자리잡고 있는 침불락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올라가는 중간에서 해발 1691미터에 자리잡고 있는 메데우 스케이트 경기장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메데우 스케이트 경기장까지 올라오는 산 속 도로의 경치도 아름다워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데 도로 옆으로 난 계곡(메데우 계곡)은 여름 피서지로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휴양지이기도 합니다. 시원한 바람과 만년설이 녹은 차가운 물로 한여름에도 발을 담그고 있기 어려울 정도지요. 바로 이 메데우 경기장과 주변 자연 경관에 대해서도 지난 2001년 10월에 적은 '메데우의 가을' 이라는 글에서 이미 소개해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가을의 모습이었지 겨울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겨울 침불락의 모습을 지난 2002년 3월 소개했던 '겨울 알마티' 라는 글에서 잠깐 소개드렸지만 까작스딴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있는 저희 홈페이지로선 좀 미비한 점이 있어서 이번에 침불락 스키장의 겨울 모습을 정리해 드릴까 합니다.

이미 까작스딴은 스키,낚시, 사냥, 트래킹 등 각종 레포츠와 자연 여행으로 각광받고 있는 관광지이며 중앙 아시아 선교 요충지로서 매년 많은 선교사들과 단기 선교여행팀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까작스딴 특히 알마티를 다녀 왔거나 새로운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곳이지요. 목적에 따라 차이는 나겠지만 알마티를 다녀 간 많은 사람들의 맘 속에 남아 있는 알마티는 반짝이는 만년설과 침불락이 풍기는 신비스런 매력이 감추어진 다시 가 보고 싶은 숨겨진 보물임이 틀림없습니다.

'사과의 아버지' 라는 의미의 알마아타(Alma Ata)에서 유래한 알마티에 도착하면 누구나 순수하고 매력적인 산과 울창한 나무, 호수와 초원으로 이루어지는 알마티의 경이적인 자연 경관에 빠져 들고 맙니다.

지난 3월 4일부터 3박 4일간 겨울 알마티를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알마티의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알파라비 도로를 따라 가다 촬영한 사진인데요...도로와 자동차 그리고 신호등 뒤로 보이는 눈 덮인 산맥의 모습은 마치 그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알마티 시에서 천산 산맥을 바라 봤을 때 가장 높이 보이는 봉우리가 딸까르봉(해발 4973미터)인데 이 봉우리는 알프스의 몽블랑보다도 높으며 빙하와 만년설로 가득 차 있다고 합니다. 이 봉우리는 1935년에 처음으로 등정되었고 3일 정도가 걸렸다고 하고 침불락을 경유해서 올라가는 코스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입니다.

그럼...침불락 스키장으로 같이 올라가 보실까요...

해발 2500미터의 침불락 스키장까지 가기 위해선 자동차의 선택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일반 승용차는 침불락을 오르내리기에는 부담스럽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올라가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사용하는게 일반적인데 2000cc 급 정도의 승용차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높은 경사도로 인해 올라갈 때는 1단 기어에서 겨우 올라갈 정도이고 내려갈 때는 브레이크 라이닝이 심하게 마모되는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겠지만요...또 이런 무리 운전에는 위험도 어느 정도 따르기도 하거든요.

여러분을 모시고 함께 올라갈 자동차는 1994년식의 아우디 2800cc 사륜구동 승용차입니다. 알마티 한카병원에서 근무하는 안병재 국제협력의사 선생님의 자동차인데...침불락을 소개하기 위해 오늘 잠시 빌렸습니다. 자....이제 준비가 끝났으면 출발하지요.

알마티 도심의 서쪽에 위치한 다스틱 도로를 따라 도시를 가로질러 남쪽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주행 속도를 빠르게 한다면 도시 아래와의 기압차로 인해 마치 비행기를 탈 때처럼 귀가 멍멍해지는 현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좌우는 높은 나무들로 줄지어 서 있고 숲 속에는 여름철에 발도 못 넣는다는 찬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습니다. 사시사철 아름다운 이 산 속 도로를 10Km 정도 올라가면 메데우로 들어가기 위한 매표소를 만날 수 있는데 2003년 3월 현재 매표소에서는 120텡게를 받고 있더군요. 매표소를 통과할 때 몇 개의 콘크리트 기둥들을 볼 수 있는데 알마티 시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일종의 방어벽입니다. 알마티는 백년에 한 번 꼴로 지진이나 산사태등으로 인해 도시가 위협을 받은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20세기 초 도시의 안전을 위해 메데우 스케이트장 위쪽에 댐을 건설하고 폭우나 폭설로 인한 눈사태, 산사태 등을 막기 위한 안전 장치를 수립했다는데 당시 이 계획을 추진한 알마티 시청의 방재 과장이 고려인(한국사람)이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메데우 매표소를 지나 10분 정도 더 차를 달리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메데우 스케이트장을 볼 수 있습니다.

해발 1691미터에 위치하고 있는 이 스케이트장은 1972년에 건설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경기를 하게 되면 기압이 낮은 탓에 공기의 저항이 다른 곳보다 적어 빙상 기록이 더 잘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스피드 스케이트, 아이스하키, 피겨 스케이스트 등 각종 빙상 경기가 열리는 이곳은 한국의 배기태 선수가 스피트 스케이트에서 금메달을 딴 장소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메데우 스케이트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올라가는 도로를 따라 가면 메데우 스케이트 장 위에 조성되어 있는 알마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용 댐을 볼 수 있는데 그 댐 위에 서서 메데우 스케이트 장을 바라보면 스케이트장의 링크와 알마티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저희도 마찬가지였구요...여기에...)

지금까지 메데우 스케이트장을 바라본 사진은 여름이나 가을이었는데...이번 겨울 자동차 안에서 멀리 아이스링크를 바라보며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차창에 묻은 흙먼지 탓에 화면이 깨끗하진 않지만 멀리 아래쪽에 빙상 경기장이 보이지요?

V 자 모양으로 펼쳐져 있는 콘크리트 기둥들이 바로 말씀드렸던 알마티 도시를 산사태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둔 방어용 댐의 일부입니다. 이 기둥 위쪽으로 마치 소양강 댐같은 큰 댐이 계곡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사실 굳이 사륜구동차가 아니라 하더라도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구간입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부터는 힘 좋은 승용차 아니면 정말 제대로 올라가기 힘드는 곳이 이어집니다. 닛산 자동차는 주로 지프 차로 유명하지만 승용차도 많이 시판하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삼성 SM5의 원형이기도 한 배기량 3000cc 의 막시마 이지만 그 아래 급으로 블루버드, 프리메라, 서니 등이 줄줄이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작은 배기량인 1400 cc 서니(Sunny)가 바로 우리 가정의 자가용입니다. 2001년 8월...우리 가족은 닛산 자동차의 서니(Sunny)를 타고 침불락에 올라가 보려고 도전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화와 형민이(당시 8개월)를 뒤에 태우고 이 침불락 구간 등정을 1400cc 로 올라가 보겠다는 오기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메데우 경기장 위 댐에서부터 침불락까지에는 3-4군데의 가파른 경사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이 내리고 있는 상태라면 스노우 타이어가 장착된 사륜구동차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 내는 가파른 고갯길이지요.

8월...여름철에 시도되었던 우리 가족의 모험은 세번째 만나는 비탈길에서 그만 두어야 했습니다. 1단 기어에 굉음을 내면서 몸이 뒤로 완전히 제껴지는 급경사로를 겨우 겨우 거북이 걸음으로 올라왔던 우리 차는 연이어 계속되는 왼쪽으로 급하게 올라가는 비탈길 앞에서 그만 모험을 중단해야만 했습니다. 차 뒷좌석에 타고 있던 선화가 새파랗게 질려서 "오빠...이제 그만 해요...내립시다..." 라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었지요.

이 사진은 내려올 때 찍은 거라 경사도를 추정하기 쉽지 않습니다만...이런 비탈길이 굽이 굽이 이어지고 있기에 차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올라갈 수 없는 곳이 침불락입니다.

침불락을 올라갈 때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침엽수림에 눈이 휘둥그래집니다. 한국에서도 설악산 같은 곳에서는 얼마든지 멋진 설경을 볼 수 있지만 침불락 가는 길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침엽수림은 도무지 볼 수 없지요. 너무나 이국적인 풍경이라 하얀 눈위에 펼쳐진 그림 같은 경치에 저도 모르게 탄성이 나오는 곳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침불락 스키장이 유명한 이유는 몇 가지가 되는데...첫째는 탁월한 접근성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대도시에서 스키장 한 번 가려고 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몇 시간이나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곳이 스키장입니다. 전... 한국에 있을 때 딱 한 번 스키장에 가 본 적이 있습니다. 병원 레지던트 시절 단합회 한다고 무주 리조트에 갔던 때가 유일한 경험이었습니다. 토요일 낮에 출발한 탓에 주일이 겹쳐 스키는 타지 못하고 바로 부산으로 돌아와야 했었지만....야간 개장을 하고 있던 아름다운 스키장의 불빛과 설경을 처음 봤을 때 사람들이 스키에 매료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하지만...그 매력적인 스키장을 한 번 방문하려고 하면 스노우 체인을 감아가며 몇 시간을 달려야 하고...붐비는 스키장 인파에 끼여 어렵게 리프트를 타야 하는한국의 현실에서는 스키장은 먼 나라의 얘기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침불락 스키장은 다릅니다. 인구 130만의 도시 알마티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스키장입니다. 이 탁월한 접근성 탓에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겨울 알마티로 모여 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대도시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키장은 드물다고 합니다.

침불락이 유명한 두 번째 이유는 천연설로 이루어진 스키장이라는 점입니다. 한국에 천연설 스키장이 있습니까? 100% 천연설 스키장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하지만 알마티의 침불락 스키장은 제설기로 뿌려지는 인공 눈은 하나도 없는 100% 천연설로 이루어진 자연 그대로의 스키장입니다. 전 잘 모르지만...스키를 타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천연설에서 스키를 타는 느낌은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하시더군요.

마지막 급경사를 지나 스키장 입구에 다다랐을 때의 모습입니다.

멀리 아래 쪽으로 산봉우리들이 펼쳐져 있고 구름 아래 알마티가 가려 보이는 곳이 이 곳입니다.

이 사진을 찍은 때가 3월인데 이미 알마티는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도로 위도 눈 하나 없이 바짝 말라 있어 스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눈치챌 수 있었지요.

침불락 스키장은 11월 경 눈이 오면서 자연스럽게 개장이 되고 다음해 4월 경 눈이 녹으면 자연스럽게 폐장된다고 합니다.

한 가지 언급해야 할 것은 침불락 스키장에 대한 국내 정보 제공처들의 내용이 너무 환상적이고 좋게만 묘사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침불락 스키장 역시 몇 개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첫째는 안전입니다. 제가 알마티를 방문했던 2003년 3월에도 스키장 위쪽에서 눈사태가 일어나 세 번째 리프트의 운행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자연설로 이루어진 스키장이다 보니 때로는 자연 현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슬로프가 하나 뿐이라는 점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무주 리조트에서 본 스키장은 몇 개의 슬로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 곳은 단 하나의 슬로프만 있는 탓에 단조롭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연설과 천연림으로 이루어진 천연 스키장의 매력은 유럽 각지에서도 많은 스키어들이 이곳을 찾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침불락에 도착하면 까작어로 "침불락" 이라고 적어 놓은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스키장 주변에 지어져 있는 숙박시설들과 편의시설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침불락 스키장은 1997-98년에 걸쳐 위로 오르내리는 리프트를 새로 설치되었는데 모두 3단계의 리프트(4개의 스테이션) 가 있습니다. 총 길이 3000미터가 넘는 스키 코스를 가지고 있다는 이 곳의 최고 고도는 3165 미터라고 하는데 3단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스키가 없는 경우 대여를 해 주기도 하는데 하루 종일 사용하는 스키 대여료가 약 4천 텡게(3만 2천원) 정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스노우 보드도 대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겨울 침불락 스키장의 모습을 보시지요. 

이국적인 침엽수림과 어우러진 설경, 아래 위로 움직이는 리프트 아래에 펼쳐진 백색의 눈 언덕이 바로 이곳의 모습입니다.

이곳의 숙박 시설은 하루가 다르게 보강되고 있습니다. 이미 호텔급의 숙박 시설이 세워져 있는데 2003년 3월 현재 2인실은 7천-9천 텡게, 홀이 달린 큰 방은 만 2천 텡게 정도 요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알마티 시내의 숙박료와 비교해 볼 때 절대 비싸지 않은 ...오히려 저렴한 곳이 바로 이 침불락 스키장의 숙박 시설(호텔)들입니다. 최근 주위에 크고 작은 숙박시설들이 들어 서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가 묵었던 숙박시설인데요...4층 건물에 알마티에서는 보기 드문(?) 깨끗한 실내를 갖춘 호텔이었습니다.

이 호텔 아래 쪽에는 볼링장(포켓볼, 탁구 가능)도 생겨서 스키장의 캄캄한 밤을 적적하지 않게 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침불락 스키장은 야간 개장이 없습니다. 해가 지면 그냥 못 타는 곳이죠.)

저녁 식사는 호텔 위쪽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오염되지 않은 캄캄한 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면서 밤 공기를 가르며 호텔로 돌아오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침불락 스키장 측에서 홍보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닌데...너무 좋은 말만 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알마티에 왔다면 반드시 가 봐야 할 곳 중 하나인 침불락에 대한 애정이 그 만큼 깊은 탓 때문이겠지요?    

 해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아마 침불락 스키장도 한 달 후면 문을 닫지 않을까 싶네요. 스키장이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여름, 가을 내내 들꽃 가득한 초원 위로 리프트는 여전히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침불락의 자태를 뽐내게 됩니다.

'숨겨진 보물' 이라 불리는 알마티가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러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침불락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03.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