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알마티
겨울 알마티를 보고 돌아 왔습니다. 알마티는 까작스딴 최대의 도시이자 관광명소라서 많은 외국인들이 찾는 곳입니다. 저희 가족은 작년 5월 까작스딴 알마티에 도착해서 3개월 간 살았었고..10월에 알마티에 다녀온 적이 있기에...알마티의 봄, 여름, 가을을 다 경험했었습니다. 하지만 겨울 알마티는 보지 못했었는데...이번에 2월 20일부터 2박 3일간 알마티에 있었던 국제협력단 현지평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알마티를 방문하게 되어 겨울 알마티를 보게 되었습니다.
알마티의 겨울은 아름답습니다. 겨울에도 푸르른 상록수들이 많고 소복 소복 눈들이 가지 위로 내려 앉은 모습은 마치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하지요..아스타나는 눈이 많이 오긴 해도...동서남북 가릴 것없이 불어 대는 바람 때문에 나뭇 가지 위에 눈이 쌓이지 않습니다. 바람에 눈이 날려 이쪽 저쪽으로 쓸려 다니다가 눈언덕을 만들어 놓는 게 이곳 아스타나의 겨울 풍경이지요...반면에 알마티는 마치 꿈 속에서 본 나라처럼...침엽수 들이 곱게 눈 옷을 갈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현지평가대회는 파견국 단위로 실행되는데..그 나라에 파견된 국제협력단 소속의 봉사단원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지난 6개월 간의 활동들을 평가하고...건강도 체크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까작스딴은 국제협력단(코이카)이 파견한 봉사단원들의 숫자로 볼 때 9번째로 많이 파견된 곳입니다. 저 같은 협력의사가 현재 3명, 정부파견의사 1명, 한국어 8명, 임상병리 1명, 컴퓨터 2명, 환경 1명, 태권도 1명이 파견되어서 17명이 파견된 국가이지요..이들은 까작스딴의 각 지방에 흩어져 있는데..이런 평가대회 기간에 알마티에 모두 모여 서로의 안부도 확인하고 정보도 주고 받게 되는 거랍니다.
어쨋든 저와 선화..그리고 형민이는 알마티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고 20일 오전 10시 활주로 위로 날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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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알마티 상공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알마티의 모습을 찍은 것입니다. 캠코더로 촬영한 것이죠. UN이라고 적힌 비행기 날개가 보이고 그 아래로 나무들과 집들이 보이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지난 9개월동안 알마티를 4번째 방문하는 셈입니다. 아스타나는 50만의 도시이지만 알마티는 120만이 넘는 도시이고.. 수도가 아스타나로 4년전에 옮겨갔지만 여전히 알마티에 대부분의 대사관이 있고 교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에어 까작스딴 항공사는 현재 부도가 난 상태이고 다른 인수자를 찾고 있는 상태입니다. 기종도 보잉 737으로 아주 오래된 것이죠...그래서 비행기를 탈 때마다 기도를 많이 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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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히 착륙을 한 뒤 활주로 밖의 모습입니다. 멀리 현재 공사 중인 알마티의 신공항 청사를 볼 수 있습니다. 작년에 까작스딴에 왔을 때도 저 정도의 공정을 보이고 있었는데...공사의 진행이 지지부진한 편입니다. 착륙한 날 아침..알마티에는 눈이 많이 왔었다고 합니다. 캠코더로 캡처한 영상은 날씨가 좋은 날이 아니면 이렇게 마치 흑백 사진처럼 나오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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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에어 까작스딴의 비행기 내부 모습입니다. 수도인 아스타나와 알마티 구간에만 이런 보잉 737을 배치하고 있고..그 외의 대도시로 취항하는 국내선 비행기는 모두 양쪽에 프로펠러를 가지고 있는 비행기입니다. 아주 작고 많이 흔들리지요..다행히 우리 비행 노선은 현대식 비행기인 셈입니다. 비행기 좌석의 등받이의 광고 문구가 눈에 띄지요? 이건 LG의 텔레비젼인 Xcanvas의 광고 문구입니다. 에어까작스딴 항공사의 경우..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비행기 좌석의 등받이 광고가 LG의 광고입니다. 이처럼 까작스딴에선 어디서나 쉽게 LG의 광고를 접할 수 있습니다. LG의 TV광고 종류도 많아져 4종류 이상 됩니다. 광고 때마다 항상 월드컵 자막이 나오면서 한국 월드컵을 소개하지요. 정말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바르 TV의 유명한 장학퀴즈 프로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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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안에 있는 형민이와 선화의 모습입니다. 형민이는 이제 17개월이 되었기에...이제 노리개 젖꼭지를 뗄 때도 된 것 같은데..여전히 이걸 물고 다닙니다. 엄마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 같네요. 형민이는 만 1살 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비행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까작스딴 구간 3회, 아스타나-알마티 구간 4회...시간으로 따지면 24시간의 비행시간을 기록하고 있지요...고공 비행을 하면 우주에서 내려오는 많은 방사능에 노출되는 법이라....쓸데없는(?) 걱정도 해 봅니다. 그래서 형민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속으로...'이 녀석이 비행기를 많이 타서 이렇나?...' 하고 중얼거리지요...그럴리는 없겠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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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0시 비행기를 타고 알마티를 출발했는데 알마티 공항을 빠져 나온 것은 11시 50분 경이었습니다. 병원에서 차를 보내주기로 했다는데 ...늦게 도착하는 것 같아 택시를 타고 알마티 시내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지굴리" 라고 러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가 있는데...지굴리 택시 안에서 TV화면에서만 보던 알마티의 설경을 보느라 이리 저리 두리번 거렸습니다. 알마티 공항에서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로 가려고 택시를 잡았더니...처음에 2000텡게(18000원)를 부르더군요..전 얘기했지요.."이거 좀 심한 거 아니냐?...난 여기서 9개월 째 살고 있는데..그렇게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긁으면 곤란하다...700텡게면 가는 걸 알고 있는데..." 결국 700텡게로 타고 왔습니다. 하지만 처음 알마티에 오는 외국인들에겐 바가지를 씌울 게 분명합니다. 공항에서 알마티 도심까지는 700텡게면 충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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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도 택시 안에서 알마티의 설경을 잡은 것입니다. 마치 흑백사진처럼 나왔는데...아마 검은 나무와 흰 눈이 대비된 데다... 햇빛이 없었기 때문이죠. 가지 위에 소복 소복 쌓인 눈 보이시죠? 물론 한국에도 나뭇 가지에 눈이 쌓이지만...눈보라가 날리는 바람 많은 아스타나의 설경만 보다가...눈 꽃을 피우고 있는 이곳 설경을 보니..그렇게 반갑더군요..첫 날 우리 가족은 알마티에 파견된 협력의사 김동환 선생님 댁에서 여장을 풀고...코이카 식구들과 점심을 하고..알마티 한국 교육원에서 1시간 강의를 듣고..평가대회 예정지인 침불락으로 올라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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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불락에 대해선 제가 많이 소개해 드렸었습니다. 알마티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톈샨 산맥의 한 자락으로 해발 2500-3000미터 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유럽이나 각국에서 찾아 오는 천혜의 스키장이 있습니다. 그래서 침불락은 겨울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평가대회를 침불락에서 개최하는 이유 중 하나도 봉사 활동에 지친(?) 단원들에게 스키를 타는 시간을 주어 그간의 노고를 잊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둘쨋날 아침부터 단원들은 스키를 타러 침불락 스키장으로 갔습니다. 리프트가 3단계까지 있지요....리프트를 타고 올라가서 스키를 타거나 스노우 보드를 즐기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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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눈으로 조성한 한국의 스키장과는 달리 이 스키장은 만년설이 있는 해발 3000미터의 침불락에 위치하고 있는 천연 눈으로 이루어진 스키장이라 자연 그대로의 천혜의 스키장입니다. 게다가..숙박과 식사 등 여러 가지 부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서비스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곳이죠..리프트 시설도 아주 훌륭하고...알마티 도심과 아주 가깝기 때문에..알마티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침불락 스키장의 유혹을 떨쳐 버리기 힘듭니다. 산은 커녕 언덕 하나 없는 평지의 아스타나에는 스키장이 없지요...아마 저희가 알마티로 배치를 받았으면 형민이를 데리고 침불락으로 많이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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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 날과 세쨋 날..모든 코이카 소속의 봉사단원들이 열심히 스키를 타고 있을 때....우리 가족은 스키장 바로 아래에서 형민이와 산책만 하고...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왜냐구요? 형민이가 아직 어려서...스키장으로 가기 힘들었고...제가 형민이를 보고 선화만 스키를 타기로 하는 계획을 세웠지만...낯선 곳에 와서 엄마만 찾는 형민이의 울음 때문에..실행할 수 없었습니다. 형민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한국 사람이 적은 아스타나에서 살고 있는 까닭에 이렇게 갑자기 낯선 곳에 나오면 약간 불안해 하고..엄마만 찾습니다. 덕분에 우리의 알마티 여행은 힘든 여행이 되었습니다. 어린 형민이를 길러야 하는 우리의 당연한 짐이기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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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불락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진 못했지만...스키장을 내려와 김동환 선생님 댁에서 머물며 좋은 시간을 많이 가졌습니다. 사진 속에서 장난감 자동차를 타려고 하는게 형민이고...우측의 아이가 김선생님의 아들 세진입니다. 우리가 처음 알마티에 왔을 때부터 세진이는 형민이의 좋은 형님이었지요..형민이도 세진이 형을 좋아합니다. |
알마티에는 고려인 말고 한국인들만 해도 3천명이상 살고 있고...한국에서도 관광이나 여행차 방문하는 유동인구도 많아 한국 상점과 한국물건들이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이번에도 가 보니까..새로운 한국 식당이 또 생겼더군요...아스타나에선 라면을 구하기도 어렵지만..알마티에선 라면은 물론이고...금방 한국에서 가지고 온 많은 물건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알마티에서 한국 음식들을 챙겼습니다. 그러니까 알마티에 보급을 위해 내려온 셈이지요..아스타나에선 도무지 못 구하는 콩나물과 팥도 구했습니다.
또...이번에 알마티에 내려온 김에 기타용 앰프도 하나 구입했습니다. 주일날 교회에서 기타 반주를 하는데...피아노 소리와 찬송 소리에 묻혀 기타의 독특한 음색이 사는 것 같지 않아...앰프가 하나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올 때 가져온 기타는 오베이션 기타입니다. 오베이션 기타란...일반 어코스틱(acoustic) 기타와 마찬가지로 연주할 수 있으면서...필요한 경우 앰프에 연결해서 소리를 증폭할 수 있는 기타입니다. 외형은 일렉 기타보다는 포크 기타를 닮았지요...하지만 볼륨 조정 장치가 있습니다.
어쨋든 이 때문에 앰프가 필요해서 아스타나에 하나밖에 없는 악기점을 방문했는데..딱 하나 있는 조그마한 기타 앰프 가격이 450달러였습니다. 한국돈으로 60만원입니다...기가 찬 일이지요..한국에선 좋은 기타 앰프를 10만 내외에서 구할 수 있는데...도저히 아스타나에선 앰프를 살 수 없었는데...이번에 알마티에 내려 와 보니...미국의 Fender사에서 나온 기타 앰프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알마티에도 전문 악기점은 3군데밖에 없습니다. 이번 알마티 방문길에 이 세 군데를 다 돌아 보아서 앰프를 하나 구입했습니다. 지금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지요...
침불락 스키장의 모습입니다. 침엽수림 사이로 눈이 깔려 있는 슬로프가 보이고 왼쪽에는 스키를 세워두는 보관소가 보입니다. 그리고 아래에...형민이를 업고..물끄러미 스키장을 바라 보고 있는 선화의 모습이 있습니다.
사실...코이카 현지평가대회는 단원 대상이기에..굳이 형민이와 선화가 알마티에 와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알마티의 모습도 보고 싶어 하고...스키장도 보고 싶어했던 우린..함께 내려 왔습니다. 또..학생 때부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좋아했던 선화는 새로 스키를 배울 수 있는 기대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엄마 등에 붙어서 도무지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형민이 덕분에...우리 부부는 이렇게 멀리서 스키장을 바라 보고 있어야만 했습니다.
러시아 인과 한국 사람을 구별하는 형민이의 눈에는 낯선 곳에서 많은 러시아 사람들이 다니는 이 곳이 편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유난히 이곳에 와서 많이 우는 바람에...단원들 사이에 '울보'라고 소문이 나 버렸지요...
하지만...부모보다 형민이를 더 잘 아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낯선 곳에서 안정하지 못하는 형민이를 바라보며 오히려 우리 맘이 더 편하지 못했지요...
이렇게 형민이를 업고 있는 선화의 마음도 여러 가지로 불편했을 겁니다.
하지만....비록 형민이 때문에 스키를 타지 못한다 해도 형민이와 이렇게 함께 다니는 게 우리 부부에겐 더 행복합니다. 형민이와 함께 겨울 침불락을 방문하고...우리 눈 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설경을 보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우린 이번 여행에 만족합니다. 또..앞으로 형민이가 더 자라면...우리도 이곳 천혜의 스키장의 눈 밭 위를 구를 수도 있겠지요...
어쨋든 16개월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용감한(?) 젊은 부부의 겨울 알마티 방문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23일 저녁...저녁 7시 비행기로 아스타나에 돌아왔고..아스타나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젠...아스타나에서 사는 게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정이 든 모양입니다.
그리고...우리의 생활은 원래대로 돌아왔습니다. 알마티의 여행의 획득물인 기타 앰프를 사용해서 교회 찬양을 돕는 일이 그 다음 날...주일부터 시작되었다는 게 변화라면 변화입니다.... 20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