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ent Life의 뮤지컬 공연

까작스딴의 수도 아스타나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팀 중에는 미국에서 온 Student Life 라는 학생 선교 단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해 전 미국인 선교사가 이곳으로 들어와 세운 모임인 것 같은데 우리가 아스타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 직접 건너온 선교사 없이 현지 학생들만이 모임을 유지하고 있다가 작년 9월 미국에서 아스타나 Student Life를 위한 대규모 선교팀이 증파된 이후로는 더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Student Life 는 말 그대로 현지 학생들과 접촉해서 친밀한 관계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의 필요를 학문적, 육체적, 사회적, 영적인 측면에서 채워 준다는 기본 방향을 설정해 두고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2003. 6. 25)... 작년 9월에 왔던 Student Life의 미국 선교사들 중 대부분이 짧은 일정을 마치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는데...그들이 아스타나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벌인 행사가 바로 뮤지컬 공연이었습니다. 그것도 아스타나에서 가장 큰 오페라-발레 극장을 빌려서 주일 저녁에 공연을 가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스타나 Student Life를 위해 미국에서 건너 온 선교사들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아마도 학생 시절 이 모임을 통해 자랐고 졸업 이후 간사와 같은 형태로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로 보였는데 할머니와 세 아이를 가진 피터네 가족을 비롯해 인도계의 제이슨, 하버드 출신의 리치, 유난히 성격 좋은 매튜의 경우에는 가끔씩 우리 교회에도 나와 특송도 하고 좋은 교제를 나누기도 했었습니다.

이번 뮤지컬 공연을 앞두고는 방학을 맞아 또 다른 Student Life 단기팀이 아스타나를 찾아 왔는데 대만, 나이지리아 출신의 미국인을 포함해 약 7명이 추가로 들어 와 바야흐로 아스타나에 미국인 선교사들의 전성 시대가 열리는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공연이 열리는 오페라-발레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좀 걱정스럽긴 해도 이제 만 6개월인 시은이도 함께 데리고 차에 올랐습니다.  

뒤로 보이는 건물이 아스타나의 오페라-발레 극장입니다. 알마티의 그것보다는 규모가 좀 작지만 지난 2000년 7월에 세워졌으니 새 건물인 셈이죠.

잘 아시다시피 구 소련 문화권에서도 오페라, 발레 같은 문화 행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비단 '차이코프스키'나 ' 러시아의 '발쇼이 발레단' 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구 소련은 높은 수준의 공연 문화를 유지해 왔는데 발쇼이 발레단의 경우 지금도 까작스딴 알마티를 매년 정기적으로 방문해 공연을 하고 있지요. 한국에서보다 상대적으로 입장료가 싼 바람에 많은 한국인들이 앞다투어 입장권을 구입하는 인기 프로그램입니다.

Student LIfe가 뮤지컬을 공연한다는 것은 우리들에게도 뜻 밖의 소식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기타를 잘 치는 제이슨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 음악과는 전공이 먼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공연을 하나 준비하려면 많은 인력과 재정이 동원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장권을 200텡게(1600원)에 팔고는 있었지만 이것으로는 대관료 치루기도 급급할 텐데 말이죠...

시내에도 제법 큰 포스터가 나붙었습니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 출력된 단순한 포스터 였는데 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함께 "어두운 시간 속에서" 라는 제목의 뮤지컬을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까작스딴 역시 한국처럼 영어라면 목을 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독립한 지 어언 12년...서구 문물들이 밀려 들어 오면서 미국의 영향력을 알기 시작한 많은 젊은이들은 '어떻게 하면 영어를 좀 잘 해서 좋은 일자리와 풍요로운 삶을 얻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푹 빠져 살고 있지요.

실제로 native speaker가 영어로 노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에선 높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기에... 실제로 오페라-발레 극장 안에서는 수 많은 사람들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부터 자리를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Student Life가 선교팀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그저...시내에 나붙어 있는 미국인들이 영어로 노래한다는 뮤지컬 포스터를 보고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공연 시작 30분 전...자리는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가족도 이 날 처음으로 아스타나 오페라-발레 극장에 가 보았습니다. 사실 아기 둘 데리고 이런 공연장에 온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게다가 아기를 잠깐 봐 줄 수 있는 친척 하나 없는 외국 생활이라면 더욱 그렇겠지요?

다행히도 시은이가 곤히 잠들었길래 유모차에 눕혀 우리 좌석 옆에 세워 둘 수 있었습니다. 우리 역시... 공연도 공연이지만 극장 자체의 아름다움과 모여든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오랜만에 맛 보는 여유에 휩싸였지요.

 잠시 후...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공연의 내용을 다시 보여 드릴 순 없지만 몇 장면을 소개하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게 될 첫 장면은 아래 왼쪽처럼 설정했더군요. 이렇게 일단의 군중들이 무대 앞에 서면서 뮤지컬은 시작되는데 시간적 배경은 1917년...1차 세계 대전 발발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의 소식을 접하고 저마다 전쟁터로 나가자고 외치는 장면입니다.

 전쟁 소문 중에서 한 가족이 소개되는데 Student Life 팀의 리더인 피터와 그의 가족이 등장하더군요(바로 아래) "Kids..."라고 외치며 무대에 오른 피터는 재미있는 가사로 된 노래를 열심히 불렀습니다. 선교사로 아스타나에 왔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게 될 줄 본인이 짐작이나 했을까요?  

 이번 공연에서 가장 주목을 끈 등장 인물은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맨발로 무대에 올라 전쟁터에 나간 애인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르는 미국 자매입니다. 높지 않은 영역에서 마음을 파고 드는 저음의 솔로는 꽤 노래를 많이 들어 봤다는 우리 부부의 심금을 울리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미국 어디에서 뭘 하며 살다 왔을까?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모든 음악이 다 그렇지만 선화의 경우... 선택할 수만 있다면 건반을 다루는 능력보다는 노래를 더 잘 부르는 능력을 소유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 날...사람의 목소리...고음에서 날카롭게 파고 드는 음이 아니라...리듬을 부드럽게 타면서 어루만지듯이 부르는 알토 톤의 솔로가 우리 부부를 매료시켰습니다. '아니...Student Life 멤버 중에 저런 사람이 있다니....'

공연은 영어와 간간이 이어지는 러시아어로 진행되었기에 우리가 완전히 이해할 순 없었지만 뮤지컬의 제목처럼 '어두운 시간' 속에서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복음이 제시되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피날레가 마친 뒤 모든 등장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인사를 끝낸 뒤 재빨리 무대 뒤로 사라진 틈을 이어 앞에서 이미 소개한 '알토 자매(편의상 이렇게 부를께요.)' 가 다시 무대 위에 올라 와 Student Life에 관한 소개를 했습니다. (아래 사진)

그녀가 러시아어 통역을 통해 말한 내용에는 '하나님' 이나 '예수님' 이란 단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녀는 오늘 공연은 Student Life 팀과 까작 국립 음대 학생들이 함께 펼친 것이고 Student Life는 4가지 방면(학문적, 육체적, 사회적, 영적)에서 아스타나의 젊은이들의 필요를 채우는 단체라는 설명만 했습니다. 그리고 Student Life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과 모임 안내는 홀에 있는 탁자 위 안내문을 참고해 달라는 말만 남긴 채 무대 위에서 총총히 사라졌지요.

그녀의 소개는 짧았지만... 아마도(제 생각으로) 그 자리에 있는 수 많은 젊은이들이 Student Life에 대해 무한한 매력을 느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단기팀들이 까작스딴을 찾습니다. 아스타나에도 많은 한국인 선교사들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주 사역은 교회를 세우고 제자를 양성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사실상 이것이 선교사들에게 있어서 가장 궁극적인 사명일 것입니다.

하지만 복음을 전파하는 방법에 있어서 한국인 선교사들과 미국인 선교사(Student Life팀)들은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이런 차이를 유발하게 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한국인 선교사의 경우는 거의 목회자이거나 목회자에 준하는 장기 사역자들이고 미국인 선교사들의 경우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 선교사가 많다는 점입니다.(아스타나의 경우)

한국인 선교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예배당 자리를 구하고 교회에 필요한 사람들을 준비시켜 주일 예배를 시작함으로써 선교 활동의 첫 발을 내딛습니다. 물론 구제나 다른 활동도 병행하지만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가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사실 그 일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간혹 예기치 않은 일들이 돌출하곤 하는데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선교지에서조차도 마치 한국 교회의 현실처럼 개교회 위주로 흘러가고 다른 선교사나 교회에 대해선 무관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교회 밖의 사회, 문화적 현상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하기 쉬운 경향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죠.

하지만 Student Life의 모델을 보면 내용이 좀 달라 집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교회를 세우거나 특정 교회로 파송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의 궁극적 목표는 영적인 필요를 요청하는 사람(실제로는 모든 사람)이 나타나면 현지 교회에 연결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교회당 안 뿐 아니라 더 많은 장소에서... 더 다양한 내용으로 만나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기독교를 거부하려는 대다수 주류 문화의 대중들과 만나 좀처럼 교회로 발걸음을 돌릴 기회를 얻기 힘든 인본주의자들에게 복음을 듣도록 하는 최전방 유격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부분에서.... 그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무기이자 장점이 되고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많은 이곳 젊은이들이 이런 미국 선교팀의 도움을 받고 스스로 현지 교회를 찾아가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이곳의 사회, 문화 현상까지도 기독교적 문화로 바꾸어 보려는 야심찬 시도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한 교회 안에서가 아니라 한 도시와 한 세대를 향해 도전해 보려는 용기를 소유한 이들입니다. 그들은 팀(team)이라는 도구를 사용해서 복음이 어떤 특정한 영역이나 장소에서만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사용해서 현지들과 똑같은 활동을 하면서도 '뭔가 다른 것'에 대해 현지인들이 끌릴 수 있도록 치밀한 배려를 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이들에 대해 비판적 의견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선교 활동으로는 펼치는 많은 문화적 일들이 자칫 '미국 문화' 또는 '미국적 가치관'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가장 강력한 나라, 미국에서 왔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들의 활동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오해를 사기 충분합니다. 특히 자격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지요.

음악에 묻어 나오는 미국적 리듬과 화음, 개성을 중시하는 몸동작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들이 혹시 미국 문화의 선교사들이 아닌가 착각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실제로 뮤지컬 '42번가의 노래'도 삽입되어 있었거든요...)

하지만..지난 2년 남짓 아스타나에서 살면서 만나 본 미국계 선교사들은 "Kingdom of America"가 아니라 "Kingdom of God"를 위해 고난을 마지 않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우리보다 현지 문화를 존중하면서 그들에게 다가가길 원하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선교 선진국'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선교지 얘기에 올려 진 영어권 선교사들의 모임 을 참고하세요)

그들이야말로 자격지심이나 우월심을 벗어 던지고 그들이 가진 달란트를 십분 발휘해서 이곳을 하나님의 나라 영역으로 끌어 들이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교회당 안 뿐 아니라 전 사회적 영역에서 기독교적 가치관과 사고를 심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공연이 마친 뒤 많은 사람들 홀에 마련된 탁자 위로 몰려 들어 student Life가 펼치고 있는 행사와 모임 시간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왼쪽 사진을 보시면 Student Life라고 적힌 휘장 아래 많은 사람들이 안내문을 유심히 읽어 보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선교지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 되진 않지만...한가지 중요한 것은 선교적 접근에 있어서 한국인 선교사들이 취하는 전통적 방법 외에도 서구 선교사들이 취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접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 목회자 선교사 뿐 아니라 더 많은 평신도(전문인) 선교사가 선교지로 나와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애시당초 Student Life가 이런 선교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데에는 그들이 대부분 평신도 선교사라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저 같은 의사 뿐 아니라 모든 직업과 모든 영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교지에 단기간이라도(6개월에서 1년) 헌신할 수 있다면...그리고 여전히 일부 한국 기독교계에서 고질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쟁주의적, 권위주의적 목회자 상이 선교지에서 발을 못 붙이도록 할 수 있다면....우리들의 선교 활동은 더욱 하나님 앞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될 게 너무나도 분명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아스타나에 내과계 질병이라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선교 병원(의원)이 세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꾸어 보곤 합니다. 병원 입구에는 '아스타나 기독 병원' 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고 이곳에서 무수히 볼 수 있는 엉터리 초음파 결과가 아니라 아스타나의 모든 의사가 믿고 따르는 제대로 된 초음파, 내시경, 혈액 검사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됩니다. 병원 대기실에는 찬양이 흘러 나오고 벽에는 시내의 주요 교회당 위치가 명시되어 있고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이 기독교 정신에 의해 세워진 곳임을 알게 하는 책자와 자원 봉사자들이 준비됩니다. 병원 외벽에는 이번 여름에 찾아 볼 '언청이 무료 수술'과 각종 건강 강좌에 관한 안내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전...기독교 정신으로 환자를 보고 치료하는 일 만으로도 이곳 아스타나의 영적 분위기를 환기시킬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슬람 민족인 까작인의 나라에서 '기독'이라는 단어를 붙이고서 말이죠....

제가 한국으로 들어갈 날도 점점 가까와 옵니다. 이곳에 있는 동안 선교지에서 무엇보다 효과적인 사역은 바로 팀 사역(Team Ministry)이고... 이를 위해선 평신도(전문인) 선교사, 목회자 선교사 할 것 없이 겸손하게 자신의 주도권을 내려 놓고 서로 인정하고 높이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배우고 돌아갈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이 장래 내 삶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시간이 흘러가 봐야 알겠지요.

아스타나에서 본 Student Life의 뮤지컬 공연은 비록 짧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 사건이었습니다.  2003.6.29

 

(영어권 선교사들에 관한 다른 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