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아스타나의 새해 풍경을 보며

2002년이 저물어 갈 무렵...우리 가정에 깃든 둘째 아기 출산 소식은 기쁨 속에서 한 해를 잘 마무리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옛 달력을 걷어 내고 새 달력을 걸어 놓고 보니...다음 달이면 선화가 까작스딴으로 돌아오고 형민이 뿐 아니라 그 밑의 동생까지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에... 2003년을 여는 제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기대와 흥분에 들떠 있습니다.

 까작스딴의 수도 아스타나도 2003년에 대한 기대와 축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얼음 궁전이 건설되지 않는 등...작년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의 연말이었지만 여전히...온 도시를 가득 메운 화려한 조명과 오색 찬란하게 반짝이는 깜박등으로 겨울 도시 아스타나는 그야 말로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이렇게 깜빡이는 전구들과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가로등에서 불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민들의 집에서는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추위에 떨어야 하는 것이 이곳의 참 모습입니다. 더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고급 승용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와 있는 고급 유통매장 '람스토르'에는 새해 선물과 음식을 마련하려는 상위 3%의 부유층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대다수의 많은 어린이들은 아직도 하루 세 끼를 먹기 힘든 곳이 바로 이 도시의 현실인 것을 알게 되면...이 화려한 불빛들은 복잡한 의미로 다가 옵니다.

물론...한국도 이런 빈부의 격차는 존재합니다. 아니...자본주의 국가라면 이런 현상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독립한 지 11년 밖에 안 된 신생 국가 까작스딴의 경우에는 중산층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부유층보다 씀씀이가 더 큰 3%의 부유층이 나머지 97%의 월 100불 정도의 수입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 위에서 군림하고 있으니 더 불안하게 보입니다. 게다가...세계 최대의 산유국 중 하나인 까작스딴이 벌어 들이는 오일 달러들이 국내 산업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투자되는 게 아니라 일부 고위 관리들의 주머니로 곧장 들어가고 있으니...이런 저런 상황으로 인해 더욱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듭니다.

그래도...새해가 온다는 것은 모두에게 소망이 되고 기쁨이 되는가 봅니다. 의.식.주 거의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다수의 이곳 사람들이지만....골목마다 거리마다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축하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새어 나오는 걸 보면...어제와 똑같은 태양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에 거는 그들의 기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으며 가지는 기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항상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우리 집 거실 창문을 열고 람스토르 쪽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이 방향에서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소개해 드렸었는데...(여기 를 눌러 보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멀리 보이는 아스타나 타워와 람스토르 바로 앞을 자세히 보시면 앞의 사진에선 볼 수 없었던 초록색과 노란색의 불빛 들이 빛나고 있음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것들이 바로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설치해 놓은 조명으로 된 나무 장식들입니다. 이 외에도 이 곳에는 이곳 아이들에게 잘 알려진 마로즈 할아버지와 소녀 모형이 대형 풍선으로 만들어져 설치되어 있지요.

하지만...새해를 맞는 가장 화려한 조명 장식은 쭘(백화점), 정부청사, 국회등이 모여 있는 주 광장 앞으로 가야 볼 수 있습니다. 이 곳에는 성탄 트리처럼 생긴 커다란 나무 장식(욜까) 과 전구로 이루어진 조명 건물 등이 빛나고 있으니까요. 사실...올 새해를 가족 없이 혼자 맞아야 하는 저로선...1월 1일이 되는 첫 시간에 주 광장으로 나가서 이곳 사람들이 어떻게 새해를 맞는지 지켜 볼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올해도 장로교회에서는 송구영신예배를 목사님 댁에서 가지기로 해...이 계획은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는... 장로교회의 송구영신예배를 저희 집에서 드렸었지요. 여기에....)

게다가 올 새해는 아주 추웠습니다. 12월만 해도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간 날이 5일이나 될 정도로 이번 겨울은 작년과 달리 초저온을 보이고 있는데...지난 12월 30-31일에도 또 한 차례의 한파가 있었습니다.

이 날...낮부터 온도계의 눈금이 영하 30도 이하로 떨어지기 시작했고...어쩌면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저온으로 떨어지면 실내 주차장이 없는 아스타나에서는 주차장 관리인에게 차 열쇠를 맡기고 부탁해서 2시간에 한 번 정도 시동을 걸어 자동차가 얼어 붙는 것을 방지한다는 얘기를 전에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이곳에서 가장 큰 명절로 지키고 있는 새해 연휴 그러니까 12월 30일부터 1월 4일까지의 연휴 기간 동안에는 주차장 관리인들도 저마다 집에서 새해를 맞느라...평소와는 달리 한 사람만 주차장에 나왔고 그래서 인원이 모자란다고 하면서 밤새도록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주는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그 날은 제가 직접 밤새도록 2시간에 한 번씩 자동차에 시동을 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날이 바로 12월 30일...새해가 되기 이틀 전입니다. 밤 11시, 1시, 3시, 5시....계속해서 두 시간 간격으로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야 했기에... 잠을 잘 수도 없었습니다.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혹한 속에 나와 자동차에 시동을 걸면서 밤 사이에 떨어지는 기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잠시라도 공기에 얼굴이 노출되면 금새 따갑고 시릴 정도로 온도는 냉각되어 갔습니다 .

제가 최근에 올린 가장 낮은 온도의 사진은 영하 32도의 사진이었습니다. 이 날...온도가 더 떨어졌겠다는 생각이 들어...새벽 3시에 자동차 시동을 걸러 나왔을 때...온도계가 있는 국회 앞으로 자동차를 몰았습니다. 우습지만...'홈페이지 독자들에게 영하 32도 보다 더 낮은 온도를 보여 줘야지..' 라는 생각도 들었었습니다.

너무 추워서 삼발이를 받치고 찍을 여유가 생기지 않더군요..뒤로 국회 건물이 희미하게 보이지요?

'영하 36도' 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보이고 있고... 그 위에는 3시 1분이라고 당시 시각이 기록되고 있습니다. 한 달도 안 되어 최저 온도 기록(촬영된)을 바꾸었지만...앞으로 얼마나 낮은 온도가 소개될 수 있을지 저 역시 궁금합니다.

어쨋든 이 사진은 홈페이지 독자들을 의식한 프로 아닌 프로 정신(?)에 근거한 결실인 셈입니다.

온도계도 온도계지만...이 사진을 보면...초록색 불빛이 반짝이는 이곳의 소나무 조명등이 아주 예쁘게 보입니다. 아스타나 도심에는 이렇게 예쁜 초록색 소나무 장식이 도시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데...해마다 12월 말부터 1월까지만 불을 밝히는 이 소나무 조명은 제가 겨울 아스타나에서 제일 좋아하는 조명 장식이기도 합니다. 하얀 눈이 덮인 도로 위에 총총히 서 있는 이 나무 불빛을 보고 있으면...새해를 준비하는 다짐이 절로 생기니까요...

아스타나의 신년 맞이가 이렇게 화려한 조명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마다...공원마다...회관마다...커다란 욜까(소나무 장식)를 만들어 놓고 그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는 게 이곳의 문화입니다.

최근... 제가 드럼을 배우기 위해 출입하고 있는 드바렛찌 쉬꼴니꼽(학생회관) 에서도 신년 맞이 행사가 열렸었고...매일 드럼을 연습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이 행사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이 행사는 12월 25일부터 며칠간 계속되었습니다. 왜 12월 25일 부터일까? 크리스마스를 그들이 축하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이곳의 러시아 정교회가 전통적으로 지켜온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입니다.

설명을 위해 잠시 역사를 거슬러 올라 가겠습니다. 하나의 교회를 이루고 있던 로마 교회는 1054년 동서로 분리됩니다. 서로마 교회는 로마 교황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카톨릭 교회로 발전하게 되고 ... 동로마 교회는 비잔틴 제국(동로마제국)의 국교로서 이스탄불(이스탄불)을 중심으로 그리이스 정교(동방 정교)로 발전하게 되지요.

그런데....1500년대 말까지는 동방 정교회와 가톨릭 등 전 기독교계는 로마시절부터 내려오던 율리우스력을 따랐으나 가톨릭의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의 제정에 의해 1582년부터 동방 정교회를 제외한 서구 세계가 개정된 그레고리력을 사용하게 됩니다. 1453년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뒤 러시아 정교회가 그 정통성을 잇고 있던 동방 교회로서는 서방 교회의 교황이 제정한 달력을 사용했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래서 동방 교회는 아직도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죠. 동방 교회의 율리우스력은 그레고리력보다 매년 11분이 늦어 현재는 총 13일로 차이가 벌어져 있는데...이것 때문에 동방 정교회권은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 전통 기독교 행사들을 서구보다 13일 늦게 맞고 있고...이곳 까작스딴의 정교회 역시 그러합니다.

위 사진에서... 성탄 트리와 유사한 나무 장식이 세워져 있음을 보셨을 겁니다. 성탄절이 가까와지면 보게 되는 이 크리스마스 트리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습니다. 독일의 마틴 루터(Martin Luther)가 처음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이 인용되는데...크리스마스 전 날 밤 우연히 하늘에 별이 빛나고 그 밑에 상록수가 서 있는 모습을 본 루터는 상록수의 끝이 뾰죽하여 마치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로 향하는 것 같이 보여 마음에 큰 감명을 받고 이 같은 나무를 준비해 자기집 방에 세운 뒤 거기에 별과 촛불을 매달아서 장식을 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에게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주장에 의하면 상록수는 이교도들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상징"이었는데... 이교도들의 "생명의 상징"인 상록수와 기독교인들의 생명의 상징인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이 하나로 통합되어 이루어진 전통이 "크리스마스 나무" 라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흔히 나오는 상록 나무 담장도 바로 아리안 인종의 한 분파인 켈트족과 게르만족이 영원한 생명으로 받들었던 상록 나무 숭배 전통에서 기원한 것이라고 보는 것과 같은 견해입니다.

어쨋든 성탄절에 전나무와 같같은 상록수를 세우고 장식하는 전통은 기독교 문화에서 전승되어 온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구 소비에트 연방 지역이였던 까작스딴 공화국의 수도 한 가운데에서 성탄 트리와 비슷한 소나무 장식을 세워 놓고 12월 25일부터 그 밑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는 까작스딴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별의별 생각이 다 밀려 왔습니다.

사실 소비에트 연방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998년 기독교화 된 이래...오랫동안 동방 교회의 전통을 이어 온 기독교 국가였습니다. 그들의 신학과 신앙 생활을 논하기에 앞서 그들의 사회, 문화, 관습은 기독교적 전통 아래에서 구축된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12월 25일을 성탄절로 지켰고... 성탄을 축하하는 소나무 장식(욜까)를 세우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했고 그 속에서 신년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1917년 10월 혁명이 일어났고... 소비에트 연방이 설립된 그 다음 해인 1918년...전세계적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던 그레고리력으로 달력은 전격 교체됩니다. 종교는 유물론과 공존할 수 없는 것이었기에 교회에 가지 말라고 공산주의자들은 가르쳤지만...천년 동안 러시아 땅에서 이어 내려오던 기독교적 관습은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도 면면히 이어질 수 밖에 없었고...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출입했던 게 사실입니다. 특별히 외곽이나 시골에 있는 교회의 경우에는 더욱 종교 활동이 자유로울 수 있었고....소비에트 정권도 교회당을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시기에...침례교와 같은 개신교회가 소비에트 땅으로 유입되기도 했었지요.

소비에트 연방... 바로 종교가 금기시 되어 있던 그 시절에는... 새해가 다가 오면 이렇게 소나무 장식을 세우긴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것이 성탄을 축하하는 것이라 얘기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달력이 바뀌어 버려...성탄절을 맞은 뒤 새해를 맞던 그들만의 기독교 전통은 서서히 잊혀져 갔을 것입니다. 70년 이상 계속된 소비에트 시절 동안 새로 태어난 아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나 성탄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하고 새해를 맞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소비에트 시절 동안... 연방의 최고 민족은 러시아 민족이었고 러시아 민족의 근간은 기독교 문화이기에 그들 속에 깊이 뿌린 내린 소나무 전통은 그냥 이렇게 이어져 내려왔던 것입니다.

그런데...역사는 또 바뀌어...제가 있는 이곳 까작스딴은 러시아도...소비에트 연방도 아닌...이슬람의 전통을 가진 까작 민족의 국가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까작 민족의 경우...이렇게 '욜까'를 세우는 문화는 그들 민족...그러니까 까작 민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문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10년 전까지 계속되어 왔던 러시아 문화권의 관습이 몸에 배여 지금도 답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물론...그들도 이렇게 '욜까'를 세우고 새해를 축하하고 있긴 하지만...이미 소비에트 때부터 이어 내려 왔던 것처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는 의미는 완전히 삭제하고 이 소나무를 바라 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그들은 러시아 민족으로부터 이렇게 새해가 다가오면 전나무나 소나무와 같은 상록수를 세우고 장식을 한 뒤 그 밑에서 축하하는 것이라는 전통을 몸에 익혔습니다. 이것이 기독교 관습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것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하는 것이 기쁘고 즐겁기 때문입니다.

12월 25일 바로...바뀌어진 그레고리우스력의 성탄절 날...이 욜까(소나무 장식) 아래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아이들을 보면서...지나간 역사의 아이러니를 눈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슬람 민족인 까작인들이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소나무 장식을 설치하고 있는 것과 그 소나무 장식의 기원이 성탄 축하에서 도래한 것이라는 생각들은... 이 까작스딴 땅에서 앞으로 펼쳐질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성탄 트리와 유사한 소나무 장식을 세우고 새해를 축하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뭔가 중요한 것이 그 가운데 빠져 있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됩니다. 성탄 트리를 세우고 그 아래에서 축하하는 전통은 아기 예수의 탄생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축하와 감사가 그 이면에  깔려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까작인들의 공화국으로 바뀐 까작스딴에서.... 새해가 다가오기 전에 성탄절을 맞던 러시아 땅의 기독교적 전통이 다시 살아 나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실...이곳의 TV나 라디오의 많은 상업 광고에서는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 지키고 있는 '12월 25일 크리스마스'를 언급하며 '할인 행사','경품 행사'를 벌이고 있고...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기 저기서 흘러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 들은 은근히 25일부터 축제가 시작됨을 알리고 있으니까요.

바로 이곳이 아스타나 새해 축하 장식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주 광장입니다.

까작스딴 중심부 주 광장에 세워져 있는 이 '제드 마로즈(얼음 할아버지)' 는 바로 서양에서 말하는 싼타 클로스를 가리킵니다. 싼타 클로스와 다른 게 있다면...싼타 클로스는 12월 24일 찾아 오는데 반해 '제드 마로즈'는 12월 31에 찾아 오고...항상 위 사진처럼 '스네구르까(눈의 아가씨)' 라는 소녀와 함께 다닌다는 것 뿐입니다.

싼타 클로스는 잘 알려진 대로 4세기 경 소아시아에 살던 성 니콜라스(St. Nicholas)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성 니콜라스가 평상시 불쌍한 어린이들에게 많은 선물을 나누어 준 것을 기념하는 풍습이라고 알려져 있는데...그러고 보면 이 '성 니콜라스'에 얽힌 전통은 서방 교회 뿐 아니라 동방 교회 안에서도 똑같이 내려 오는 셈입니다. 하긴... 11세기 경에 동방과 서방으로 갈렸으니...4세기 경 존재했다는 인물에 대한 관습은 두 교회 모두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었겠지요...

싼타 클로스 얘기가 나왔으니...모두가 지적하는 대로... 싼타 클로스가 예수님을 제치고 성탄절의 상징으로 나서게 된 것에 대한 언급을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1863년 미국 만화가 Thomas Nast에 의해 처음 묘사된 흰 털이 달린 빨간 옷에 검은 벨트를 두르고 긴 고깔 모자를 쓴 싼타 클로스는 기어이 성탄절의 중심 인물 자리를 예수님으로부터 빼앗는 것에 성공했고...성탄절 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습니다. 이곳 까작스딴에서도 12월 25일이 가까워지자...터어키계 유통 매장인 람스토르에서는 싼타클로스 인형으로 매장을 가득 채워 버렸고...즐거운 싼타의 모습을 담은 성탄카드도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갔습니다. 예수님이 없는 성탄절...그야 말로 공허한 성탄절이었습니다.

제드 마로즈 앞에 제가 서 있는 위 사진을 다시 한 번 봐 주시겠습니까? 제드 마로즈의 왼쪽에 철골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서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건물이 바로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주 광장에 설치된 '조명 건물' 입니다.

위 사진에서는 그냥 앙상한 뼈대만 드러내던 건축물은 밤만 되면...이렇게 화려한 조명으로 살아 납니다. 왼쪽 사진이 바로...조명이 켜진 밤... 주 광장 근처의 화려한 모습을 촬영한 것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초록색 소나무 등도 거리를 따라 일렬로 줄지어 서 있고...하늘에는 불꽃 놀이 하듯 반짝이는 조명이 퍼져 나갑니다. 멀리...소나무 장식(욜까)이 높게 세워져 있는 모습도 보이는데...바로 이곳이 까작스딴의 행정,사법,입법부가 모여 있는 주 광장 주변의 야경입니다.

반대 방향에서 주 광장 쪽으로 바라보고 촬영한 것입니다. 이 방향에선 소나무 장식(욜까)이 더 확실하게 눈에 들어 옵니다.

땅 바닥에 깔린 흰 눈을 배경으로 반짝 거리는 이곳의 모습을 실제로 보고 있으면 영하 36도의 추위에서도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2003년 새해를 맞는 아스타나의 화려한 조명들과 소나무 장식들을 함께 보면서... 이곳에 껍데기만 남아 있는 옛 관습들 즉, 성탄을 축하하고 새해를 기다리던 기독교적 전통들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이런 모양이 남아 있는 것만 해도 고무적인 일이지만....그래도... 껍데기가 아니라 진실한 맘으로 성탄과 새해를 축하하는 사람들의 수가 이 까작스딴 땅에 더 많아 지기를 기도합니다. 이렇게... 까작스딴 아스타나에서 2003년을 맞고 있습니다.    200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