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가족 여행

지난 성탄 연휴 동안 설악산을 다녀왔습니다. 25일(금) 성탄예배를 드리고 출발해서 26일(토) 밤 늦게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죠. 2010년 여름, 출국을 생각하는 우리 가정으로선 이번이 아이들에게 겨울 설악산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작년 가을부터 올 3월까지 매주 금,토요일 마다 이어지는 충진교회 사역 훈련도 이번 주에 쉬기에..그야말로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선화가 설악산에 위치한 펜션 한 곳을 예약했습니다. 주일 학교 때문에 12시 성탄예배를 드려야 했고, 출발 전 자동차 점검하다 미션 오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수리하느라 오후 4시에야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네비게이션을 켜 보니 목적지까지 5시간이 넘게 소요되더군요. 그렇게 먼 줄은 몰랐는데...  

영덕까지 7번 국도는 몹시 막혔습니다.  강구항을 지나자 차량 흐름이 좋아졌고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대략 오후 6시 반 쯤 영덕을 지났습니다.

울진, 삼척, 동해, 강릉을 지나 밤 10시쯤 속초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예약한 펜션은 내설악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속초를 지나 미시령 터널을 넘어가야 했는데 미시령을 넘어갈 때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지요. 칠흑같이 캄캄한 밤에 초행길을, 그것도 미끄러운 눈길을 가야했기에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캄캄한 밤에..간단한 약도만 의지한 채.. 10시 반쯤, 간신히 예약한 펜션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세찬 바람과 눈보라 날리는 가운데 도착한 곳은 다락이 딸려 있어 2층 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고 특히 성은이가 이런 곳은 처음이라며 무척 행복해 했습니다. 우리는 따뜻한 방과 침대에서 아늑하게 쉴 수 있었고 밖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설악산에서의 겨울 밤을 지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은 그쳤습니다. 가져간 재료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한 뒤 밖으로 나왔죠. 밤에는 몰랐는데 우리가 묵었던 펜션 앞은 냇가였습니다. 여름에는 물놀이 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물놀이 대신 얼음 놀이. 형민이와 아이들은 얼음이 좋다며 커다란 얼음을 들고 다녔습니다.

우리는 펜션에서 가까운 백담사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내설악에 숙소를 잡은 김에 잘 됐다 싶었습니다. 백담사 입구에서 셔틀 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가 보니 길이 좁고 험해서 개인 차량을 허용하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운행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아침 10시 쯤 백담사로 올랐는데.. 무척 추운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줄 지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백담사로 올라가는 길은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카자흐스탄 알마티의 메데우 계곡을 떠 올렸습니다. 우리 나라의 아름다운 곳도 제대로 가 보지 않고 다른 나라의 명승지를 봐야 했던 우리의 안타까운 처지를 논하기도 했지요.  백담사 오르는 계곡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다리를 지나 백담사로 들어갔습니다. 우리 나라의 멋진 곳에는 항상 절이 있지요.

백담사 입구 다리 위에서.

백담사..  만해 한용운 선생님이 머무르셨던 곳입니다. '님의 침묵' 아시죠? 그래서 만해와 관련된 전시물이 많았습니다.

항상 절에 오면 이렇게 지하수를 마십니다. 선화가 무척 좋아하죠^^

경내에는 템플 스테이를 하러 온 일반인들도 많았습니다. 산사를 체험하는 수 많은 수련생들과 승려들의 모습도 보고..

최근 어느 분이 왔다간 흔적도 보고... 백담사 하면 만해 한용운인데 그 사람 땜시...

춥다며 안겨 있던 성은이도 백담사 앞 계곡에 이르러서는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계곡에 얼음이 꽁꽁 얼어 붙었거든요.

얼음 미끄럼을 타며 한 겨울을 즐겼습니다. 이런 곳에 아이들을 풀어 놓으면 도무지 떠날 줄을 모르죠.

형민이가 엄마, 아빠 사진을 찍었습니다. 형민이 덕분에 요즘 심심찮게 부부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안 갔더라면 크게 후회할 뻔 했다며...  백담사 입구로 빠져 나와 황태구이, 더덕구이 등으로 점심을 먹고 외설악을 보기 위해 속초로 나왔습니다.

미시령 터널을 통과하자 말자 우측에 울산 바위가 크게 보였고 전망대도 있었습니다.

"울타리 같이 생긴 바위 군락이라 울산 바위라고 부른다.."   

눈으로 봐도 잘 보이는 울산 바위를.. 꼭 망원경을 통해서 봐야만 하는 형민이.

온 가족이 처음으로 설악산 국립공원에 왔습니다. 삼남매는 설악산이 처음이거든요.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뒤에 보이는 케이블 카를 타기 위해서죠. 약 1시간 정도 기다린 뒤에 케이블 카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케이블 카를 타고 권금성에 가 보기로 했습니다.  

케이블 카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추위 때문에 중무장한 아이들... 성은이 표정이 귀엽죠? 뽀로로 같은데...

내려다 보이는 울산 바위.

속초 시내와 속초 앞 바다도 보입니다.

권금성 까지만 올라가기로 하고 산을 올랐습니다. 2001년 2월, 선화와 함께 이곳에 온 적이 있습니다. 9 년 전 일이죠.

권금성에 올라 누군가에게 가족 사진을 부탁했습니다. 후레쉬를 터뜨린 것 같네요.

권금성에서만 봐도 설악산 봉우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아찔한 암벽 위에서 설악산을 병풍 삼아.

권금성은 몽골 침략기 때 항전했던 곳입니다. 이곳까지 올라와서 나라를 지켰다니...

드디어 아이들에게 설악산 눈(snow)을 보여졌습니다. 엄마, 아빠의 미션은 성공!  

이곳 권금성에는 이렇게 휘어진 소나무들이 많았습니다. 이 소나무들을 보니... 10년 전, 선화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생각났습니다. 무척 눈이 많이 내리던 날이었는데...그 때도 이렇게 휘어진 작은 나무들을 보며 신기하다 얘기했었죠.

9년 전 사진입니다. 눈 내린 권금성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우측 사진이 바로 휘어진 소나무를 보며 즐거워하는 선화의 모습입니다.

2001년 2월, 선화와 결혼한 지 4개월 만에 이곳에 왔었습니다. (당시 내용은 여기)  9년이 흘러... 이제 삼남매를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오른 셈입니다.  

카자흐스탄에서 3년, 양산에서 2년, 포항에서 4년... 9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다시 이곳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앞에는 새로운 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제는 두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다섯 명이서 함께... 주님이 보여 주시는 길을 따라 걸어가겠지요? 너무도 기대되고 설레이는 출발입니다.     20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