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신혼 여행

 지난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1주일 동안 서울 삼성 병원 연수 목적의 한 주간의 시간이 내게 주어졌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미 앞에서 얘기했으니 접어 두고 이를 계기로 가지게 된 또 다른 신혼 여행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당초 계획은 4년차 선생님들과 함께 숙소를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막상 4년차 숙소로 이용되는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 방문해 보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하루만 묵게 되었고 나머지 날은 서울에 있는 친척집을 떠돌이처럼 방문해야 했습니다.

 화요일 밤은 안산에 계시는 삼촌 댁을 방문했고 수요일 밤은 망우리에 있는 이모 댁에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옮겨 다닐 때마다 무거운 책가방과 옷가방을 양 손에 들어야 했고 거의 2시간 가까이 되는 버스와 지하철의 연계 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어깨가 욱신거리고 수요일 쯤 되니 몸이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잠자리도 힘들고 지쳐 있는 날 위해 원래 금요일 저녁에 상경하기로 했던 계획을 앞당겨 목요일저녁에 선화가 서울로 올라 오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제 더 이상 방문할 친척도 없는 데다가 삼성의료원에서 배우기로 한 기술을 이미 익혔고 금요일에는 배워야 할 검사가 잡혀 있지 않아 금요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 이를 부추겼습니다.

 서울 날씨는 그 동안은 포근했지만 선화가 올라 오는 목요일 저녁에는 추워지면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도 추워지고....눈은 금새 비와 섞여 내렸고 바닥은 꽁꽁 얼어 갔습니다.

 선화를 만났습니다. 4일만에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이제 우린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로 있으면 뭘 하더라도 신이 안 나고 이유를 알 수 없이 온 몸에서 기운이 빠집니다. 아마 서로에게 어떤 에너지를 넣어 주나 봅니다. 그 때 시간은 저녁 5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수경이와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우린 병원 셔틀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삼성의료원이 있는 곳은 서울 지하철 3호선의 종착역에 가까운 일원 역입니다.

그 곳에는 밀알 학교나 남서울 은혜 교회가 있는 곳이지만 우린 온누리 교회를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온 누리 교회에서

 다른 목적도 있지만 그 날이 목요일인지라 목요 찬양 모임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온누리 교회가 있는 서빙고동에 가려면 용산역에서 지하철을 국철로 갈아 타야 했습니다.  시간이 7시가 넘어서 서빙고역에 도착했고 다른 역과 달리 잔잔한 음악이 흘러 나오는 서빙고 역을 뒤로 하고 계단을 걸어 올라 개찰구를 빠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몇몇의 청년 자매들이 "목요 경배와 찬양 - 장충 체육관에서 열립니다." 라는  안내판을 들고 개찰구 앞에 서 있었습니다.

 '경배와 찬양 모임을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은 안 되는 모양이다... 그냥 신촌으로 가서 구경이나 할까? '  잠시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 보고 싶었던 온누리 교회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야 했습니다. 선화가 이 아파트에는 연예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선화는 일전에  온누리교회에서의 경배와 찬양 모임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외제 차와 넓어 보이는 평수의 깨끗한 아파트 단지를 지나.... 눈 앞에 빨간 십자가를 가지고 있는 반가운 교회가 들어 왔습니다.

 온 누리 교회를 가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얼마나 포근한 로비와 훌륭한 교육관, 교제의 공간들을 가지고 있는지.... 적어도 교회당을 바라보면 모두가 행복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교육관 1층에는 작은 원탁 의자들이 많았는데 이 곳에는 젊은이를 위한 까페가 있다고 합니다. 다양한 메뉴를 가지고 있는 ....

 교회 1층에는 새노래 악보집, 테잎을 구경하는 사람, 각종 포스터를 보는 사람들...이 있었고 역시 All Nations Music 소속의 형제 자매들이 장충 체육관에서 찬양 집회가 있다는 사실을 계속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우린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교회 본당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교회 벽면에는 별들이 조각되어 붙어 있고 .....아기자기한 필체로 쓰여진 성구들이  벽면을 수 놓고 있었고....꽃 장식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때........... 본당 안에서 음악 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Synthesizer와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자매의 찬양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린 본당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는 이삼십 여명의 사람들이 띄엄 띄엄 본당에 앉아 있었고 강단 중앙에는 한 자매가 경배와 찬양 새 노래 모음집을 펴들고 찬양을 부르고 있었습니다. 정면 벽에는 희미하게 OHP 스크린을 통해 가사가 보이고 있었지만 따라 부르는 사람도 적고 무엇보다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두란노 특유의 건반 소리는 가슴 깊이 들어와 내 맘을 두드렸습니다. 그렇습니다. 경배와 찬양 팀이 찬양을 인도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선화와 난 앞으로 갔습니다. 선화는 피아노 반주자가 있는 맨 왼쪽 앞으로 바짝 붙어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난 선화가 피아노 반주자와 Synth. 주자의 손놀림을 보기 위해 그 쪽으로 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찬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두 사람의 건반 반주자와 한 사람의 자매의 찬양 인도는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본당 안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자매의 찬양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 때 한 사람의 형제가 통기타를 메고 강단에 올라왔습니다. ( 온 누리 교회는 큰 강대상이 없었습니다. 강단에는 조그마한 단상만 있을 뿐.... 계단식의  강단에는 깨끗한 스크린과 휘장이 있었고 정겨운 필체로 쓰여진 성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글씨 중에는 Vision2000 이라는 단어도 있었습니다.)

 찬양이 이어지는 중간에  그 형제가 입을 엽니다.  

" 경배와 찬양 모임은 2000년 부터는 장충 체육관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장충 체육관과 온 누리 교회 두 군데에서 찬양 집회를 개최했는데..... 장충 체육관에서는 floor는 물론이고 상,하단에 꽉 들어차 이만 명 이상이 모여 찬양 모임을 가졌습니다. 지난 주와는 달리 오늘 부터는 온누리교회에서는 모임을 가지지 않고 장충 체육관에서 모임을 가집니다."

( 아마 지난 주는 바뀐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온누리 교회를 방문하는 찬양 모임 참석자를 위해 두 군데에서 동시에 찬양 집회를 열었었나 봅니다.)

 형제의 말은 이어졌습니다.

"오늘 찬양 모임이 없다고 장충 체육관으로 안내했는데도 이렇게 가시지 않고 본당에 계시는군요..........하나님은 이만명이 모이는 장충 체육관에서 하는 찬양도 받으시지만 이 곳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드리는 찬양도 기뻐 받으십니다."

 " 우리 함께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가집시다." 이렇게 시작된 예정에 없었던 찬양 모임은 온누리 교회 본당에 있던 이들로 하여금 마음을 모아 찬양하게 만들었습니다.

좀 특별한 기회로 이루어지게 된 온누리 교회에서의 찬양 모임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주로 잘 아는 곡들이 불리워져 더욱 좋은 시간이었고 기술적인 면에서도 건반 연주자들의 주법을 눈여겨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서울역 어느 여관에서

 찬양 모임을 뒤로 하고 우리의 발걸음은 서울역으로 향했습니다. 일단 숙소를 정해야 했고 아침에 일어나 짐을 보관하려면 서울역의 짐보관소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서울에서의 첫 날 밤은 서울역 맞은 편의 허름한 여관입니다. 하룻밤 자는 데 이만원....방은 누추하고 쾌적하지 못했지만 지난 며칠간 짐을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남의 병원에 와서 배운다고 설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차라... 부부가 함께 쉴 수 있는 이 공간은 참 좋았습니다.

 종묘에서

 늦잠을 자고 일어난 시간은 9시..... 하루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검사가 없는 날이라 이 날을 선화와 함께 사용할 수 없게 된 기회가 너무 행운이었습니다.

우린 함께 서울역으로 가서 짐을 맡기고... 내려가는 차표를 예약하고 서울역 안의 식당에서 된장찌개와 사골 곰탕을 먹고 본격적인 또 다른 신혼여행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간 곳은 종묘입니다. 종로 3가에 내려 세운 상가 맞은 편의 종묘를 방문합니다. 종묘에는 너구리도 삽니다. 가끔씩 이 너구리가 종묘밖에 나와 왔다갔다 한답니다.

종묘는 서울에서 학회가 있을 때 가끔 들르던 곳이라 내게 낯익은 곳이지만 선화는 처음입니다.

 함께 종묘 여기저기를 돌아 봅니다. 사실 볼 게 별로 없지만 낯 선 곳에서 두 사람이 다른 걱정 없이 아직 얼어서 풀리지 않은 얼음땅을 밟으며 거니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종묘 앞에는 지혜의 규빅이라는 설치 예술이 진행중이었습니다. 2000년을 맞이하는 이벤트로 벌이는 행사라나.......하지만 선화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웬지 선조들의 발자취가 있는 이 땅에 서양적인 접근이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나 봅니다.

 귀가 빨갛게 되고 시려 왔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많이 걷게 되어 지치는 기미가 느껴졌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그냥 보낼 수 없었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분명 우린 젊은 게 분명했습니다.

 경복궁에서

 국립 박물관으로 먼저 들어갔습니다. 다른 것보다도 경복궁이 일제의 의해 어떻게 훼손되었는가를 보여 주는 모형이 인상적인 곳입니다. 일제는 흥례문을 헐고 그 자리에 조선 총독부를 설치해서 근정전 앞을 막았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서 박람회 같은 것을 열어 장사터가 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그 앞에 있는 광화문도 헐어 버렸습니다.

 지금은 박물관 옆 옛 흥례문을 다시 복원하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1년 전 방문했을 때보다 많이 진척되어서 이제 문이 제 모양을 갖추었습니다.  우린 경복궁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매표소 앞에서 핫도그를 하나 먹고 (핫도그 부스러기를 날아드는 참새와 비둘기에게 던져 주었습니다. 참새와 비둘기도 문화재를 좋아 하나 봅니다.) 여행을 계속했습니다.

 근정전에 가 보신 적이 있으세요? ...... 마치 임금님이 저기서 내게 뭐라 하시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처음에 이 곳에 왔을 때는 예상 못하고 들어왔다가 광활한 그 마당을 보고는 압도당해 발걸음을 제대로 옮기지도 못하고 한참동안 기둥 옆에 서 있던 곳이지요...

 근정전 옆 임금님의 집무실이 있는 곳과 왕비와 침실이 있는 궁에서 KBS 대하 드라마 '왕과 비' 촬영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본 것은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하는(성종?) 높은 사람(왕?)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와서는 앞을 응시하다가 아래 위로 눈길을 주다가 근엄한 소리로 "대자대비전으로 가자" 라고 얘기하는 scene이었습니다.

 '왕과 비'가 몇 분짜리인지 모르겠지만 그 20초 정도를 위해 그 추운 날 많은 스탭과 연기자들이 떨고 있었습니다.(아참! 스탭들이 굉장히 멋있었습니다. 모두 머리를 기르고 폼 나는 스타일로 서 있었습니다.....선화 말로는.....)

 경회루 앞으로 가서 사진을 찍고 민속 박물관으로 가서 근대 한국사회 전시를 보고 돌아온 시간은 오후 1시가 지나 있었습니다.

 롯데 월드 어드벤쳐

 이 때 선화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 잠실 롯데 월드! "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무조건 가는 거지요...

 제법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하 상가로 통해 있는 롯데 월드의 입구는 별세계로 가는 또다른 출입구였습니다. 아이스 링크를 아래로 두고........내가 본 롯데 월드는 말 그대로 꿈과 환상의 세계였습니다.

 우리가 처음 탄 놀이 기구는 "Merry-Go-Around"...회전목마입니다.

불이 반짝반짝이고 실로폰 소리같은 음악이 흘러 나오는 이 기구를 탄 뒤 파란 하늘로 만들어진 인공 지붕에 날아가는 애드벌룬 속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결정한 다음 기구는 바이킹입니다.

 선화는 지금까지 바이킹을 타 본적이 없다고 합니다. 무서움을 잘 타거든요....

내가 같이 있기 때문에 처음 타기로 했습니다. 사실 우리 연애 때 놀이 동산에 가 본적은 없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놀이 동산은 우리들의 연애 방향과 거리가 좀 있었습니다. 오늘에야 그 일을 해 볼 수 있었습니다. 1시간을 줄서서 기다린 뒤에.........

 비록 잠깐 동안의 서울에서 보낸 시간이지만 참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는 1월 24일은 결혼한지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지금은 92일이 넘어가고 있지요.........

 집을 떠나.....낯선 어느 도시에 둘이 함께 있는 것이 가슴 설레이는 것...이것이 신혼인가 봅니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