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의 허락된 외박

 전 경북 약목 출생이지만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예과 2년을 제외) 까지 부산시 서구 관내에서 떠나 본 적이 없고 교회도 서부산 교회 외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부산의대를 졸업한 후 부산대학병원에 들어온 지 5년째 ....가끔 전국 규모의 수련회나 여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올해로 30대에 접어 드는 나의 울타리는 여전히 좁은 게 사실입니다.  서울에 학회 참석차  일 년에  두 세 차례 올라가 보면 웬지 내가 살 만한 동네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부산보다 참 많이 앞서가는 곳이 라고 느껴집니다.

 부산대학병원 내과에 들어와서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갈수록 의료계 안팎의 여건은 나빠지지만 나의 선택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가끔씩 스치는 생각 중 한 가지는 이왕 내과를 하기로 했으면 좀 더 최신 지견을 배우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앞서는 병원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번에 제게 좋은 기회가 생겼습니다.

오는 2000년 1월 10일(월)부터 15일(토) 까지 1주일간 서울 삼성 병원 소화기 내과에서 위장관 운동 검사의 새로운 경향과 신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산대학병원의 일개 전공의가 전문의를 습득 후 Fellow 과정에서나 할 수 있는 타 병원 연수를 간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입니다. 아무도 그렇게 가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울산이나 창원 같은 곳에 있는 우리보다 규모가 작은 병원의 병동이나 응급실 파견을 가서 환자를 보는 일은 흔히 있지만 서울의 대학병원 급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방문하는 일은 대학병원 내과 에서는 최근까지 없던 일입니다.

 어떻게 제가 가게 되었냐구요?

 전 유일하게 대학병원에서 식도 운동 검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강대환 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셨고 지금도 봐 주시지만 요즘은 저 혼자 판단하며 일을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부산대학병원에는 위장관 운동 분야(GI motility)를 전공하고 계시는 교수님이 안 계십니다.  전에 계시던 송철수 교수님이 전문 분야로 다루셨는데  삼선 병원으로 옮기신 후에는 아무도 이 분야에 나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제게 이걸 가르쳐 주신 담도계 질환 전문이신 강대환 교수님께서  제게 이 일을 넘기신 이유는 혼자 이 일을 하기에 너무 벅찼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받아 검사실을 운용한 지 이제 4개월이 되었습니다. 일은 익숙해지고 나름대로 긍지도 느끼고 재미도 있지만 하면 할수록 생기는 의문은 서울의 다른 병원들도 지금 내가 하는 방식으로 검사를 하고 있을까? 라는 면이었습니다.

 그래서 떠난 것이 지난  10월 경 서울 카톨릭 대학 부속 여의도 성모 병원에서 열린 소화기 운동 질환 워크샵입니다. 그 곳에서 전국 규모의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검사의 표준 모델을 익히고 돌아 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좀 더 배우기 위해 상경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식도 운동 검사중 상부 식도 괄약근 압력 (UES pr.)를 측정하는 방법과 하부 소화기 운동 검사 중 대장 항문 운동검사를 익힐 생각이고 시간이 된다면 Barostat  같이 곧 병원에 도입되어 사용될 기계들에 대해 배울 생각입니다.

 물론 결혼 한 지 100일도 한 된 신혼 부부가 일 주일 별거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맘에 걸리지만 선화는 내가 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울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쉽지 않은데...... 내겐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주위의 상황들이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첫째로 숙식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현재 4년차 선생님들이 전문의 시험을 치루기 위해 1월 4일부터 24일까지 서울의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에서 공부하며 머물고 계십니다.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은 강남에 있고 삼성 병원도 강남에 있습니다 . 제가 갈 수 있는 서울에 있는 친척 집은 청량리에 있는 이모집이 가장 편하지만 청량리에서 아침에 강남으로 출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이모집에서 지낸다는 것이 여간 불편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로 가게 되면 4년차들이 머무는 곳에서 잠자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편하게 서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둘째, 현재 전임의(Fellow) 선생님이 한 분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올해에는 다섯 분의 전임의가 병원에 들어옵니다. 만일 99년에 전임의가 5명이었다면 제가 소화관 운동 질환 분야를 독자적으로 배우고 기술적으로 앞서 가지 못했을 겁니다. 운이 좋게.......전임의가 한 사람인 상황이 내게 이런 일들을 배우게 만들었습니다. 99년에 소화기 내과에 들어온 내게 유리한 점입니다.

셋째, 전 양웅석 교수님의  대학원 지도학생이었고 강대환 교수님도 양웅석 교수님에게서 박사 과정 을 밟으셨습니다. 강대환 교수님은 저의 직계 선배인 셈입니다.  이 점도 제가 운동 질환을 할 수 있게 된 경위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섣불리 말하듯이 .........전 대학병원 스탭이 되는 것이 꿈이 아닙니다. 제 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이미 알고 계시듯이).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을 upgrade 시키고 싶은 꿈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번 서울행은 내게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작은 기회로 다가옵니다. 운동 질환 분야 말고도 삼성 병원의 시스템이나 여러 가지 검사 과정들도 눈여겨 봐 두었다가 다시 내려와서 소화기 내과에 많은 도움이 되게 할 생각입니다.

 1월 셋째 주에는 부산대학병원 내시경실의 운동 검사기계가 새로운 version으로 update됩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서 사용할 생각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새로운 분야의 일을 할 수 있어 요즘 저는 기쁩니다.

 선화와는 잠시 떨어져 있어야 하지만 서로에게 더 좋은 시간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가능하다면  금요일 저녁에 선화가 서울에 올라와서 하룻 밤을 묵고 토요일에 서울 일대의 큰 교회 (예를 들면 서울 영락교회, 여의도 순복음 중앙교회, 온누리 교회....) 등을 둘러 볼 계획입니다.

부산이 아닌 서울에서........선화와 함께 보내는 시간도 기대가 됩니다.

 곧 다가올 시간들이 저의 인생에 또 다른 작은 이정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이번 경험도 하나님의 주관 아래 이루어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