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바 빠르끄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은 이곳은 도로 곳곳에서 파릇파릇 잔디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가로수에도 이제 새싹이 돋아나고 있어서...온 세상이 다시 파란 옷으로 갈아 입을 거라는 기대감에 설레입니다.

겨울 내...집 안에 갇혀 지냈던 형민이도 봄 기지개를 펴고 활발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앞 놀이터에서 미끄럼도 타고 그네도 타면서 동네 아이들 틈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한국이나 알마티에 비해 공원이나 놀이 시설이 부족한 이곳은 시내에서는 형민이가 놀 만한 곳이 적어...이제 막 봄 바람을 맞고 있는 형민이는 심심하기만 합니다.

음악이나 비디오를 하루 종일 보여 줄 수도 없고....빗자루를 들고 집 안 곳곳을 쓸고 다닌다든지(가정부 마샤를 보고 흉내내는 겁니다.)...여전히 부엌에 가서 식기들을 늘여 놓고 노는 형민이를 지켜 보자니.. 안타까운 마음 마저 듭니다.  그래서....우린 다시 한 번 수영장에 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번..저희 홈에 올려진 글 "알라타우 스포츠 센터에서"를 기억하시나요? 지난 가을 이곳의 큰 수영장에서 형민이와 온 가족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낸 것을 기록했었는데요...하지만...지난 번에 소개한 알라타우 스포츠 센터는 수영장이 너무 크고 깊어서....저나 선화가 수영을 하기엔 좀 무서운(?) 수영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 얕고 형민이도 재미있게 놀 만한 곳을 찾기로 했지요...

저는 일주일에 두 번씩 테니스를 합니다. 실내 테니스 장이 있어서 이곳의 선교사님들과 땀을 흘리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지지요. 하지만 선화는 형민이와 집에 있어야 하고...그러다 보니 운동할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선화를 위해서라도 수영장은 꼭 필요했습니다.

형민이가 노는 모습입니다. 빨간색의 식탁보를 머리에 뒤집어 쓴다든지...냄비 안에 들어가서 앉아 있는 모습이 요즘 쉽게 목격되고 있는데...빨간색의 식탁보를 뒤집어 쓴 형민이를 실제로 보신다면 아마 여러분들도 저희 부부처럼 웃음을 참지 못하실 겁니다.

이렇게 놀 수밖에 없는 형민이를 위해 우린 새로운 수영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래서 가게 된 곳이 오늘 소개해 드리는 '악 바 빠르끄'입니다. 빠르끄는 공원이라는 뜻이지만...이곳은 수영장만 있는 곳입니다. 위치는 이심강 건너편 수도 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어서 공원을 오고 가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죠...

조금 떨어진 곳에 대통령 전용 테니스장과 영빈관이 있고....앞 쪽으로는 이심강이 흐르는... 아스타나의 노른 자위와 같은 땅에 위치하고 있지만...아직 진입 도로가 잘 닦여져 있지 않고 주변 지역의 새로운 건축물 신축 공사로 인해 주변 경관이 정리되지 않은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아스타나의 대표적인 스포츠 센터인 알라타우 스포츠 센터와 까작스딴 스포츠 센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수영장만 있다는 점과 특히 어린이를 위한 대형 물미끄럼틀이 2개나 세워져 있다는 것과 지난 겨울에 개장을 했기 때문에 아직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우리 가족은 차를 타고 이심강을 건너는 다리를 건너....강제 이주자 위령비를 지나...대통령 테니스 입구에서 우회전을 해서 이심강 맞은 편 수도 공원 내 악 바 빠르끄에 도착했습니다.

봄볕은 따뜻했지만...세차게 부는 강변 바람 때문에 총총 걸음으로 건물 내로 들어갔습니다. 아래 사진이 악 바 빠르끄 정면에서 촬영한 것입니다. 휴가 기간 동안 얼굴이 까맣게 타 버린 아버지와  강한 바람 때문에 모자를 뒤집어 쓴 아들의 모습이 보이시죠?

'악 바 빠르끄'라고 적혀 있는 글자도 아이들이 좋아 하는 색상과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이곳이 주로 아이들을 겨냥한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아래 보이는 별 모양의 기호와 글자는 이곳 2층에 있는 인터넷 까페를 광고하는 것입니다.

아스타나에는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이곳은 까작스딴 국영 전화국에서 만든 인터넷 까페인데...화상 전화도 할 수 있는  전용선이 깔려 있다고 하더군요...뭐...선전용인 셈이죠

작년 12월 까작스딴 독립 기념일 즈음... 이곳 '악 바 빠르끄'가 개장되었는데...당시 TV에 이곳 대통령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방문해서 테이프를 끊고 인터넷 시설을 둘러 보는 장면을 TV를 통해 직접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 때...'이곳에 이런 걸 만들었나보다...'하고 알았었지요...

어쨋든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사진 뒤로 보이는 계단을 걸어 올라갔습니다.

이곳의 모든 건물에서와 마찬가지로 겉 옷을 옷 보관소에 맡겼고...매표소로 가서 입장료를 내고 탈의실로 들어 갔습니다. 형민이는 엄마와 함께 여자 탈의실로 갑니다. 조금 더 크면 제가 남자 탈의실로 데리고 올 겁니다.

 이곳의 입장료는 1인당 300텡게(2700원 정도)입니다. 샤워를 하고...수영장으로 들어가 형민이와 내부를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처음 와 보는 곳인 탓에 형민이는 무서워 했고 약 20분 정도 훌쩍이는 형민이를 데리고 여기 저기 걸어 다녀야 했습니다.

80cm, 1m 20cm, 2m 20cm 등 다양한 깊이가 있어서 남녀 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 같았고 특히 계단 위에 따로 만들어진 풀장은 취학 전 아동들이 들어가서 수영을 배우기 딱 알맞은 곳이었습니다.

밖에 아직 쌀쌀한 바람이 불어서인지...살짝 들어가 본 수영장의 물은 차갑게 느껴져서 형민이를 달래면서 우리 가족은 모두 아기들을 위한 풀장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긴...따뜻한 물이 나오더군요..또 바닥에서 온천처럼..공기 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와서 아이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미끄럼 틀이 2군데 놓여 있는데...이 미끄럼 틀 때문에 아이들이 이 곳에 많이 올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 울어 대던 형민이도...조그마한 아기 풀장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3-4살 누나, 형님들의 물장난에 점점 관심이 생겼고...엄마, 아빠와 함께 수영장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며 웃어 대기 시작했습니다.

까작스딴의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학교 정규 수업 시간에 일주일에 두 번씩 수영장에 가도록 합니다. 그러다 보니...누구나 물을 친근하게 여기고 수영을 쉽게 배웁니다. 또..그 체육 수업을 잘 따라 가도록 하기 위해....이곳 부모들은 3-4살 때부터 아이들을 일부러 수영장으로 보내...물에 익숙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형민이의 풀장에서 함께 있다가.....선화와 전...번갈아 가며 큰 수영장으로 내려가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수영(?)을 즐겼습니다. 선화는 수영 선수급이지만...전 물에 뜨기에도 급급합니다. 선화에게서 배우면 좋겠는데..형민이 때문에 두 사람이 동시에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어서....참 아쉬웠습니다.

아기가 생기면...두 사람이 함께 영화를 보러 갈 수도 없고...수영장에서 함께 수영할 수도 없습니다...이거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그래도...형민이가 즐겁게 놀 수만 있다면...이 정도 아쉬움이야 감수할 수 있지요.

형민이는 아직 수영복이 없습니다. 그냥 반 바지를 입혀서 목욕탕 같은 수영장에 들여 보냈습니다. 하지만 조그마한 아이들도 다 예쁜 수영복을 입고 있더군요...그걸 보며..우리 아기 수영복도 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수영장에서 이런 걱정도 들었습니다. "형민이가 여기서 그냥 오줌을 계속 싸고 있을텐데...이걸 어쩌나..." "혹시 소변이 아니라...대변이라도 보면 어쩌나....."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하는 아기를 데리고 간 수영장에서 전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우린 형민이의 노리개 젖꼭지를 가져 갔었는데...형민이는 자꾸 그 젖꼭지를 수영장 물에 씻어서 입에 넣기를 원했습니다. 또...평소에 물을 아주 많이 마시는 형민이는 자기가 몸을 담고 있는 그 수영장의 물을 마시려고 입을 갖다 대는지라...그걸 말리느라 혼이 났습니다. 물장구를 치면서 얼굴에 흘러 내리는 물을 쪽쪽 빨아 먹는 형민이를 보며....위생 관념이 철저한 아빠는 어쩔 줄 몰랐지요...

 

 

이렇게 수영장에서 놀기를 40여 분....갑자기 한 여자 직원이 제게 다가 오더니...시간이 다 되었다면서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 수영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만 이 얘기를 해서 전....이게 무슨 소리냐 싶어...무슨 영문인지 따져 물었지요..알고 보니..한 번 들어오면 45분 수영에 15분 샤워하도록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합 1시간에 300텡게를 받는다고 하는군요. 어쨋든 만약 더 수영을 하고 싶더라도...일단 밖으로 나가 샤워를 하고 다시 300텡게를 내고 수영을 하러 들어와야 한답니다. 복잡하지요?

우리가 수영장을 방문한 날은 5월 1일입니다. 한국은 '노동자의 날'이라고 휴무하는 업체가 많을텐데..이곳은 온 국민이 노는 공휴일입니다. 공휴일의 이름은 "까작스딴 국민이 하나 되는 날"입니다.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공휴일....우리 가족은 악 바 빠르끄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나왔습니다.  

형민이 때문에 온 가족이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비록...집으로 돌아온 뒤...바로 침대로 가야 할 정도로 온 몸이 피곤했지만....수영장에서의 하루는 지난 겨울의 묵은 마음을 씻어 버리기에 딱 알맞은 것이었습니다.  20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