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심강에서...

아스타나의 자랑거리를 뽑으라고 한다면...깨끗한 도로, 화려한 색채의 건물들, 까작스딴의 수도 등..여러가지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이심강이 있다는 게 이 도시의 가장 큰 자랑거리일 겁니다. 독립 10주년을 맞는 이곳 방송에서 우연히 아스타나를 설계한 일본인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그는 쎄느강을 가진 프랑스의 파리와 같이 아스타나를 아름답게 꾸며 나가겠다는 말을 하더군요...

어쨋든 이심(Ishim)강은 이 곳의 가장 큰 명물입니다. 여름 이심강의 모습은 이미 제가 소개해 드렸었습니다(여기). 겨울이 되면서 이심강은 꽁꽁 얼어 붙었습니다. 이심강이 얼어 붙은 건 10월 말 부터입니다. 그 이후 계속되는 추위와 눈이 이심강을 덮었고..이제 이심강에는 두껍게 얼음이 얼어 있어서..이곳 사람들의 얼음 낚시장소나 스케이트나 스키를 즐기는 장소로 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에 이곳 날씨가 너무 추워서 저희 가족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다행스럽게도 이번 주에는 날씨가 풀려서(풀렸다고 하지만 영하 10도 대입니다...) 형민이와 함께 온 가족이 바깥 산책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산책이 생활의 중요한 일부입니다. 산책을 이곳 말로는 '굴얏찌'라고 하는데...이 굴얏찌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느냐 하면...아무리 날씨가 춥고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매일 일정한 시간을 내어서 바깥을 뛰거나 걸으면서 운동을 할 정도입니다. 갓난아기도 데리고 나오고... 온 가족이 나와 바깥 공기를 쐬는시간을 가집니다. 또 이곳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이 걷는 편인데...약 5Km정도의 거리도 가깝다고 얘기하면서 버스를 타지 않습니다. 요즘 같이 영하 2-30도 대의 날씨에도 온 몸을 옷으로 감고 걸어다니는 걸 보면 측은한 생각이 들지만 이들에겐 당연한 일입니다. 하여간...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는 이곳에서 굴얏찌는 그들 생활의 중요한 활력소인 것 같습니다.

우리도 굴얏찌를 나갔습니다. 이심강은 아스타나의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강입니다.

이 주변으로 유럽 풍의 고급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여러 고급 식당과 상가...그리고 관공서들이 모여 있습니다.

며칠 전에 나갔을 때는 얼음 낚시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었는데...이 날은 낚시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위를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 위에 쌓인 눈을스케이트장을 조성하기 위해 치우는 모습만 보였습니다.

사진의 오른쪽 끝에 '달리는 개' 가 보이시죠? 이 녀석이 얼마나 빨리 뛰어 다니던지 카메라 안에 잡기도 힘들었습니다.

사진의 중앙부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날씨가 따뜻해진 틈을 타서..얼음판 위에 있는 눈을 치우려고 모인 사람들입니다. 눈을 치운 곳에선 스케이트를....눈을 치우지 않은 곳에선 스키를 탈 수 있다고 합니다.

알마티에는 침불락이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겨울이면 스키를 즐깁니다. 알마티 만큼 스키를 타기 좋은 곳은 없다고들 합니다. 도시 한 가운데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유럽에서도 일부러 찾아 오는 천혜의 스키장이 텐샨 산맥을 끼고 갖추어져 있으니까요....아스타나는 스키를 탈 곳이 없기에...이렇게 이심강의 얼음판 위에 깔린 눈위에서 아쉽지만 스키를 탄다고 하네요...나중에 알마티에 가게 되면 침불락 스키장의 모습을 보여 드릴께요...

여름밤이면 이심강에선 일주일에 세 번 해상 레이저 쇼를 엽니다. 10시 쯤 되면...강물을 분수처럼 쏘아 올려 스크린을 만들고 음향과 함께 레이저 쇼를 시작하지요..전에 한 번 봤었는데 내용은 대부분 까작스딴을 홍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심강변의 아파트들은 아주 비싼 아파트들입니다. 제일 안 좋은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월세1000불이라고 하더군요...우리나라에도 월세 135만원 아파트에 살 수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텐데...이 주변에는 고위 공무원과 신흥 부유층만 살 수 있는 곳인 셈입니다. 아스타나의 집값은 알마티보다 비쌉니다. 수도가 알마티에서 아스타나로 옮겨져 고위 공무원들이 아스타나로 올라가게 되자 알마티에는 큰 집들이 많이 비게 되었고 큰 집들도 적정한 가격에서 구할 수 있었는데 아스타나는 3칸짜리 집도 월세 300불 이상이어야 구할 수 있습니다. 괜찮은 집이라면 400불 이상이어야 구할 수 있지요..

이심강변에는 동상이 하나 있습니다. 말을 타고 있는 사람인데...동상 앞에는 "께네사리 한"이라고적혀 있습니다.

"한"이라는 말은 "칸"이라는 말과 같은 단어인데...왕이라는 뜻입니다.

왜 징키스칸 아시죠? 징기스칸의 끝 자도 "칸"이잖습니까? 바로 왕이란 말입니다.

까작스딴에선 이렇게 까작인 부족의 왕중에서 유명한 왕들의 동상을 쉽게 볼 수 있는데..대표적인 사람이 '아브라이 한'과 '께네사리 한'입니다.

아브라이 한은 까작스딴을 통일한 왕이었다고 하고 께네사리 한은 까작스딴의 마지막 왕이었다고 합니다. 까작스딴의 도시에는 도로 이름을 유명한 사람 이름을 따서 만드는데..알마티와 아스타나 모두.."아브라이한" 이라는 도로가 있습니다. 아스타나에는 "께네사리"라는 도로도 있지요..이 께네사리 주변에 중요한 관공서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심강 건너 편에 수도공원이 있고 대통령 별장 그리고 이슬람 사원, 강제이주자 위령비가 있다고 말씀드렸지요?(여기) 거기에다..최근에 여기 "악바 빠르끄" 라는 공원이 생겼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그러니까..아스타나가 수도가 된 기념일날 개장했는데...미끄럼틀이 아주 많은 수영장과 인터넷 시설 등이 들어 있는 걸 TV를 통해서 보았습니다. 나중에 한 번 가볼 계획입니다.

형민이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얼음판으로 내려 갔습니다. 강 위에 얼마나 얼음이 두껍게 얼었는지...눈을 걷어 치우고 난 강위의 얼음을 내려다 보니...까맣게 보였습니다. 아마 아주 두꺼운 얼음층이라 검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형민이는 이렇게 넒은 얼음판에 나가 보는 게 처음입니다. 커다란 강줄기 위에 만들어진 얼음판...그리고 석양 속의 햇살...비록 형민이의 얼굴은 찬 공기 때문에 빨갛게 변했지만..."히히히....." 소리를 지르며 강위를 내달리면서 너무 즐거워했습니다.

제법 오래 강위에 있었는데...손발이 차가와 졌습니다. 그리고 선화가 갑자기..."오빠...이쪽에 강 얼음이 약한 거 같아요..." 라고 얘기하며 무섭다고 하길래..우린 강변으로 다시 후퇴했습니다....조금만 더 있었으면 강물에 빠졌을 거라고 얘기하면서요...

1998년 12월 10일...그러니까 3년 전...이곳 아스타나가 까작스딴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동안 이곳 아스타나는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조금 있으면...전 까작스딴의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는 아스타나의 얼음 축제가 이곳에서 열립니다. 그 얼음 축제 역시..이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여러분들에게도 보여 드릴 걸 약속드립니다.

이 글을 쓰는 12월 16일은...까작스딴의 독립 기념일입니다. 1991년 12월 16일...까작스딴은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해서 그들만의 국가를 세운 것이죠..그래서 지금 모든 극장과 콘서트 홀..그리고 경기장에서 각종 축하 행사와 공연으로 연일 북적거리고 있습니다. 이곳 방송들도 소련에서 어떻게 독립했는지 그 뒷얘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류와 축하 공연을 계속 내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까작스딴에는 애국심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다민족 국가이기도 하고...많은 사람들이 국가 보다는 개인의 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흔히 합니다. 그래도...이렇게 독립한 날이라고..각종 특별 행사와 방송을 내보내는 걸 자세히 쳐다 보면서...국가의 중요성도 생각하게 되고...우리의 조국인 대한민국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곳에서 소수 민족으로 살아가는 고려인들 덕분에 이곳 사람들은 한국인들에게 대해 비교적 많이 알고 있고..이렇게 독립 기념일이 되면 각 민족들을 소개하는 방송을 하기도 하는데...그 때마다 한복 차림의 고려인들이 많이 소개됩니다.

또 제가 즐겨 보는 이곳 방송인 "하바르"에선 외국소식을 전하는 코너가 있는데....전에 한국에서 홍수가 났을 때..이곳 TV에서 그 소식이 해외 단신으로 소개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와 있는 우리 한국인들을 보면서 "당신 가족은 괜찮냐"는 인사말을 했었습니다.

한국이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다른 나라에 좋은 모범을 보이는 신흥 개발국으로 이들에게 인식될 때 우린 이곳에서 더욱 자랑스럽게 일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이곳 사람들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이곳에 파견된 국제협력의사는 더욱 그렇지요...

그래서 얼마전에 있었던 아스타나 한인 선교사들 기도 모임에서도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할 때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기도했습니다. 적은 성공으로 교만하지 않고 하나님을 경외하는 민족이 되게 해 달라고 모두가 기도했었습니다.

겨울 이심강을 소개해 드렸는데요...이곳에 안 와 보셔도 이 홈을 통해서 까작스딴 아스타나의 모습을 보실 수 있으니 즐거우시죠?...경치 뿐 아니라 정치, 종교적 상황까지도 생각해 주시고 기도 부탁드립니다. 이심강 강물위에 얼어 있는 두꺼운 얼음 같은 이곳 사람들의 마음이 성령님의 역사하심으로 녹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2001.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