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타나에서 외국인으로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건...이미 많은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음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의 근본적인 원인들을 따져 오면 문화의 차이일 것이고....그 중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우선이겠지요...

언어 문제는 단순한 의사 소통 뿐 아니라...생활의 여러 면에서 장애를 초래하는데...특히 현지인들과 사고나 돈에 관계되는 민감한 사안이 얽힌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도 그렇듯이...이곳 까작스딴에서 살아가는 데에도 자동차는 필수적입니다. 저 역시 이곳 아스타나 생활에서... 자동차는 중요한 생활의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근하는 것도, 바자르(시장) 가는 것도, 교회 가는 것도, 교회 일을 돕는 일에도...자동차는 꼭 필요하며...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자동차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까작스딴은 석유가 나는 나라입니다. 따라서 휘발유 값이 한국보다 훨씬 싸서...자동차 생활에 경제적 부담도 적다고 봐야 합니다...한국은 휘발유 1리터당 1300원 정도 하지만...이곳 까작스딴은 450원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알마티에 처음 정착할 때..저희 가정의 차 닛산 서니에 대한 얘기를 드린 적이 있습니다. 일본 차를 선택한 이유는 부품을 구하는 것이나 나중에 다시 파는 것을 고려할 때 가장 유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차를 구입한 뒤에도 운전을 하면 할수록...차가 묵직하고 고속 주행시에 탁월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서 ...차를 잘 골랐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 아스타나로 올라왔습니다. 아스타나는 알마티와 기후부터 판이하게 달랐는데..대표적인 것이 비와 눈이 많이 온다는 것입니다. 알마티는 비가 잘 오지 않고 건조한 것으로 유명한 데 반해...이 곳은 한 사흘정도 비나 눈이 오고 나면...하루 정도 해가 반짝하고...또 한  사흘간 어두운 날씨가 계속되는 식의 날씨 패턴을 보입니다.....이러다 보니...알마티에서 차를 몰 때와 달리 차가 쉽게 흙과 진흙 투성이가 됩니다.

이렇게 쉽게 차가 더러워지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데...그건...메인 도로의 노면 상태는 알마티에 비해 훨씬 좋지만...배수 시설이 엉망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조금만 비가 와도...도로에 물웅덩이가 여기 저기.. 생기고... 그러다 보니..비가 오는 날이면 여지 없이...바퀴가 첨버덩..물구덩이에 잠기게 되고...차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아스타나에는 세차장이 성업중이고...어떤 차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세차를 할 수밖에 없는 날씨 속에서 세차장을 찾게 됩니다. 게다가..이곳의 교통 경찰들은 날씨 좋은 날인데도 진흙 투성이 그대로 도로를 달리는 차가 있으면.. 불러 세워 벌금을 매기기 때문에...많은 사람들이 세차장을 가던지 집 앞에서 차를 씻든지...꼭 차를 깨끗하게 하고 난 뒤 거리로 나옵니다....수도를 예쁘게 꾸며 보겠다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제대로 먹혀 들고 있는 거지요....

Episode I 제...이야기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됩니다....그 날도...여느 때와 다름없이 세차장으로 차를 끌고 갔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세차장 앞에 서 있었고...전...'차례가 되면...세차를 해 주겠지..' 생각하고...한 쪽에 서 있었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나와서...내 차의 순서를 말해주며 조금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 시간쯤 후....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는지...그 곳 직원이 날 부르더니...이 쪽으로 차를 가지고 들어오라고 가리켰습니다. 그 곳은 자동 세차기가 있는 곳이었지요...전...그냥..오늘은 자동 세차를 하게 되나 보다 하고....차를 자동 세차 기계 앞으로 세웠습니다.

그림이 바로 그 자동 세차기인데...좀 흉칙하게 생겼습니다. 이게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차를 부벼 대면서 깨끗하게 해 주는 것이지요...

그 곳의 지시에 따라 차를 세워두고 안테나를 속으로 밀어 넣고.기다려습니다....잠시 후 기계가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물이 발사되고...커다란 롤러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제 차는 기계속으로 조금씩 빨려 들어갔지요...

그 때....갑자기...제 차에서 사이렌이 울리더니....끝까지 집어 넣었던 안테나가 밖으로 쭉 뽑혀 나오면서 엿가락처럼 휘기 시작했습니다. 제 차는 시그날리쟛지야(원격 자동 개폐장치)가 달려 있는데...자동 세차하면서 차가 많이 흔들리자...차가 보안 시스템을 발동해서 사이렌을 울린 것입니다. 그건 이해가 되는데..왜 끝까지 집어 넣었던 안테나가 뽑혀 나왔는지는 이해가 안 됩니다. 하여간...사이렌 소리와 함께 안테나가 휘는 것을 보고...사람들은 기계를 중단시켰습니다.

사진이 바로 그 문제의 안테나입니다. 이미 다시 바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휘어 버렸고..나중에는 뚝 떨어져 버렸습니다.

현장에 서 있던 전...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릅니다. 안테나가 왜 밖으로 나와 망가졌을까?....지시에 따라 움직이다 사고가 발생했으니...세차장 측에서 어떤 조치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담당자에게 물었습니다. 그녀도 이 사실을 목격한지라...새 안테나를 사오면 값을 지불해 주겠다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 우리 차의 안테나와 같은 안테나가 있는지...아직 아스타나의 자동차 부품점을 뒤져 보지 못한 저로선...암담했습니다. 그래서 말했죠..."안된다...난 어디에 이런 안테나가 파는지 모른다...." 이렇게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옆에 있던 한 러시아인이 내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영어 할 줄 아세요...", '예...", '00거리에 있는 도요다 센터에 가면 구할 수 있을 텐데요..", "전...그 거리를 잘 모르는데요..." 한참을 생각하다...그 분은 내게 함께 가자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앞서 갈 테니 뒤 따라 오라는 거였지요.....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차가 세차를 마치는 대로 우린...아스타나의 자동차 부품점을 돌아 다녔습니다. 닛산의 부품을 팔 만한 곳을 다 다녀 보았지만...1995년 닛산의 안테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이 나라에선 차를 등록할 때...자동차 운전면허증에 차주의 이름과 함께 자동차의 모델명과 세부사항들을 함께 적습니다. 그래서 운전 면허증만 보이면...누구나 95년 산 닛산의 어떤 모델인지 금방 알 수 있고...닛산에서 나오는 CD-ROM을 검색해 보면 필요한 모델 번호를 쉽게 알 수 있지요...

그렇다 하더라도...언어가 잘 안 통하는 저 혼자..이런 일을 하기엔 어려웠는데...그 분이 도와준 까닭에 여기 저기 다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부품이 없자...미이라 거리에 있는 아스텍이라는 자동차 부품상회에 부품을 독일에서 가져오도록 신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아스타나의 부품 가게들은 부품이 없으면...알마티에서 필요한 부품들을 부탁해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독일에서 가져 오고 있었습니다. 아마...이 회사들이 독일이나 유럽에 자회사나 연락처를 두고 있는 것 같은데...어쨋든...알마티와는 상관없이 부품들을 조달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아스텍'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큰 부품점임에도 불구하고...알마티와는 어떤 교류도 없었습니다.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고 오로지 독일이나 다른 유럽 국가에서 물건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때...전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스타나에는 일본 부품이 적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알마티에는 일본차가 많고 일본 부품도 많지만...이곳 아스타나는 알마티와는 확연히 다른 패턴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 부품이 독일차들이었습니다. 아우디, 폭스바겐, 베엠베...이 외 많은 유럽 차들이 강세였습니다. 차가 매년 모델이 조금씩 달라지고 부속품도 많은데..어떻게 모든 차들의 부품들을 다 구비하고 있겠습니까마는....독일 차에 비해 일본 차는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한국 자동차의 부품은 아예 하나도 없더군요...바자르에 조금 있을뿐....

안테나 하나에 80불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안테나를 신청하는데...거의 10만원 가까운 돈이 들었습니다. 바로 세차장으로 달려가서 보였습니다. 세차장 주인을 만나라고 하더군요...세차장 주인이 온다는 밤 11시에 두 번이나 찾아간 끝에..만날 수 있었습니다. 세차장 주인 말로는 안테나를 끝까지 밀어 넣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라면...자신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하더군요...세차장 주인과의 얘기를 하면서...참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이런 이해관계가 얽힌 일에 부딪히는게 힘들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그냥 아니라고 그쪽에서 말하니까...제가 뭐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이것저것 얘기하며...부당함을 알렸고...결국 세차장 주인이 안테나 값의 반을 부담하기로 하고..나중에는 안테나 값의 전부를 향후 이 세차장에서 세차하는 것으로 계산하기로 했습니다. 세차 한 번 하는데...650텡게..대략 우리돈은 6000원쯤 되니까...20번 가까이 세차를 해서...그 금액에서 마이너스 해 나가겠다는 것이죠...어쨋든 이런 식으로 이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알마티야 한국 사람도 많고 한국 차도 많아서...여러가지 억울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적지만...이곳에서는 말이 잘 안통하는 극소수로서 당하는 부당함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습니다.

어쨋든 그 사건 이후로 이 세차장만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도 갔을 때...세차를 하던 직원들이...제가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촬영하는 것을 보더니...자기들도 찍어 달라고 해서 촬영한 것입니다. 사진 찍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사람들입니다.

세차장 주인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습니다....제가 명함을 건네주며...이것 저것 차근차근 얘기하니까...말이 통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웃으면 악수를 나누고 세차장을 나왔었지요...

이런 일을 겪으면서..많은 현지인들을 접하게 됩니다. 절 이곳 저곳으로 안내해 준 러시아인(그는 독일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의 도움도 너무 고마웠고..여러 부속품 가게의 점원들도 말 안 통하는 동양인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Episode II 이 날도 비가 많이 오는 오후였습니다. 3시 쯤 되어서 람스토르에 가서 저녁 반찬거리를 사자고 의기투합이 되어..형민이를 데리고 비가 세차게 뿌리는 거리를 지나...장을 보러 갔습니다. 이곳은 비가 오면 앞 차 바퀴에서 튀는 진흙으로 시야가 흐려지고...어두컴컴한 하늘에다...썬팅까지 해 놓은 차인지라....조심하지 않으면...시야가 흐린 탓에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도...아직까지 접촉사고 한 번 안 났기에...조심하면서...그렇게 람스토르 앞에까지 도착했습니다. 람스토르 주차장 앞에서...진입하려고 하니...앞의 차가 브레이크 등을 켜고 그냥 서 있었습니다. 아마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살피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도..그 뒤에 차를 대고...기다렸지요....그런데...갑자기 앞의 차가 후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퍼붓는데...시야는 안 좋고...갑작스레 차가 후진하자....전 깜짝 놀랐습니다..."아니...저 차가 왜 저래?.." .......그리고 잠시 후...우리 차를 받을 것 같아...클랙션을 울리는데..."쿵..."하고 제 차 왼쪽을 들이 받아 버렸습니다. "쨍그랑.....(헤드라이트가 깨지는 소리)" ........순간...정신이 없더군요...제가 얼마 안되는 운전 경력에 아직 접촉사고는 없었는데...(물론 다른 종류의 사고는 많았습니다. 여기에) 이렇게 사고가 생기니까...아찔해 지더군요...

비가 주르륵 내리고 아스타나 특유의 휘몰아 치는 바람이 비를 산산히 흩어 버리는 어두운 오후....앞 차 운전기사와 전....운명적인 만남을 했습니다. 그가 그러더군요..."당신 차가 앞으로 다가오는 바람에 차가 부딪혀 버렸다..." 아니 이게 무슨 말이야.....전 속으로 분통이 터지더군요...그런데 말입니다...그 감정의 표현을 러시아어로 전혀 못하겠더군요....그 답답함이란...그냥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진실에 호소할 뿐이었습니다.

말도 안 통하는데다...그냥 이렇게 헤어져 버리면...제대로 사후 수습도 안 되겠다 싶어...일단 형민이와 선화를 집에 데려다 주고...그 아저씨를 다시 만나...우리 차를 살폈습니다. 다행히 헤드라이트 등은 안 나갔지만...헤드라이트 앞의 유리가 다 부숴졌고...왼쪽 깜빡이 등의 이음새가 끊어졌고...결정적으로 왼쪽 범퍼가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습니다.

둘이서 여러 얘기를 하다가...이렇게 서로의 주장만 펴다간 아무것도 안되겠다 싶어..제가 이렇게 말을 바꿨습니다. "우리 둘 다 잘못한 거다...당신은 뒤를 제대로 안 봤고...난 빨리 클랙션을 울리지 않았다...그러니까...반반씩 부담하자....." 그러자 둘 다 잘못이 있다는 말에 솔깃했는지..."헤드라이트 부품은 당신이 사고...난 들어간 범퍼를 펴 주고..새로 산 헤드라이트를 달아 주겠다..." 라고 새로운 제안을 내놓았습니다 .

전 그러자고 했지요....사실...이곳에서 제가 어떻게 이 차의 헤드라이트 부품을 구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데...게다가 병원의 제 통역은 자동차를 전혀 모르는 고려인 여잔데....

그와 그의 아들과 함께...아스타나의 모든 자동차 부품점을 훑었습니다. 심지어 폐차장을 3군데나 가 보았습니다...알마티에서 들었을 때와는 달리...아스타나에도 커다란 자동차 용품 바자르가 있었고 크고 작은 수많은 자동차 부품 가게들과 정비소가 들어차 있었습니다. 특히 바겐바이 바띠르 끝에는 이런 시설들이 밀집해 있었고....수 많은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러나....일본차 부품은 귀했고..주로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같은 독일차들의 부품들이 흔했습니다.

오후 4시부터 2시간을 헤맸습니다. 1995년 닛산 헤드라이트였지만...모양이 다른 것도 있었고...비온 뒤의 진흙탕을 헤치고 다니며...돌아 다녔음에도...결국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이곳의 정비소에서 깨진 헤드라이트 유리를 임시로 만들어 볼까 생각해 보다...내일 그의 아들과 함께 부품을 새로 신청하기로 하고(안테나처럼) 그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집으로 간 이유는 그가 찌그러진 범퍼를 펴 주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차고로 차를 넣고 나서...두 아들과 함께..제 차의 앞 범퍼를 떼 내기 위해 3시간을 매달렸습니다. 나사도 풀고 볼트도 풀고...헤드라이트도 떼 내고..깜박이 등도 떼고....망치로 두들길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지만...안으로 쑥 들어가 버린 범퍼는 사람의 힘으로 다시 복구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전 옆에서...그냥 정비소로 가자고 몇 번이나 얘기했습니다. 하지만....정비소로 가면 돈이 들 게 뻔하기 때문에...그와 그의 아들들은 조금만 더 기다려 보라며 최선을 다했습니다...정말 보기 안스러울 정도로...

저녁 9시가 되어....범퍼를 펴지 못하고...모두들 기가 죽어 있는데...그가 어디선가...강렬한 열을 내는 큰 등(마치 야구장의 큰 라이트)을 어디서 들고 와서 범퍼에 가까이 대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잠시 후...범퍼 안  쪽에서 다시 한 번 손으로 힘을 다해 범퍼를 밀어냈더니...거짓말 처럼 범퍼가 다시 원래대로 펴지더군요...아마...뜨거운 열로 범퍼가 물렁물렁해지자...이게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모두들 좋아했지요..

우리 차를 들이 받은 그 사람은 체첸 사람이었습니다. 부인은 이스라엘 여자..즉 유대인이고..큰 아들이 이스라엘에 가 있었고...두 아들과 함께 이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부터...그의 아들인 티무르와 함께...시내를 돌아다니며..새로운 헤드라이트 등을 신청하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하루 만에 해결 되지 않아...삼일동안 점심시간인 낮 12시에 만나...함께 부품을 알아보러 다녔습니다. 알고보니 티무르는 이곳의 나사렛 성결교회 마이클 박 목사님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아마 교회도 한 번씩 가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왼쪽 사진은 왼쪽 브레이크 등 앞 유리가 깨진 것과 범퍼가 다시 복구된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지금은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비닐로 왼쪽 헤드라이트 등을 덮어 두고 있습니다...

사실...이 즈음...우리 차는 새로운 문제점을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알마티에서부터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첫번째 시동을 걸 때...시동이 잘 안 걸리는 현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런 경향은 최근에 더 심해져서...이젠 첫 번째에는 항상 시동이 잘 안 걸리고(소리가 나다가...그냥 시들해지는 현상) 두 번째에는 어김없이 제대로 시동이 걸리는 현상으로 굳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이런 문제로 알마티에 있을 때...자동차 기사를 불렀었고...전기장치가 전문인 그가 말하길 연료펌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자동차 뒷좌석을 뜯어 내고 그 밑에 있는 구멍을 통해...휘발유 속에 잠겨 있는 연료 펌프를 들어내고 점검한 일이 있었습니다...당시...연료 펌프의 압력이 낮다고 해서...그 기사와 함께....고려인이 한다는 정비소에 가서...펌프를 다시 수리를 해 자동차에 부착한 적이 있습니다.(새로 사면 200불 가까이 든다고 해서)  하지만...그 일 이후에도 여전히 이런 현상은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연료 펌프 문제가 아닌 것이죠... 나중에 다른 사람을 통해 알게 된 일인데.....그 고려인 정비소에서 한 일이란 연료펌프를 물에 잘 씻어 다시 내어 주는 것 뿐이었다고 합니다...원래부터...정상인 연료펌프였다고 모두들 생각하더군요....이것도 말이 잘 안 통해서 손해 본 일이죠..당시 그 연료 펌프 수리한다고 50불이나 줬었는데...어쩐지 너무 일찍 똑같은 연료펌프를 다시 내 준다고 생각했었습니다....뭔가 좀 꺼림찍하더라구요....

어쨋던 그 이후로 자동차 시동 걸 때마다...이걸 손봐야 하는데..도대체 말이 안 통하니...어디에 가야 할 지 답답했는데...우리차와 들이 받은 사람의 아들과 함께 여기저기 다니며...자동차 헤드라이트 알아 보다 많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제가 이 문제를 그에게 얘기했더니....일단 스비찌(점화 플러그)의 문제라고 생각해야 한다며...자기를 따라와 보라고 하더군요...

그와 함께 위 사진에 나오는 마시나 바자르(자동차 보다도 자동차 부품을 파는 큰 바자르입니다.)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의 도움을 받아 체코슬로바키아 제 점화플러그 4개를 구입했고...그의 친구를 통해 이것을 교체할 수 있었습니다. 또 기왕 그 곳에 간 김에...올 겨울의 숙원 사업이었던...부동액 교체도 할 수 있었습니다.

까작스딴은 산업 기반이 없어 젊은이 대부분이 실업자란 걸 얘기드렸지요....이곳 마시나 바자르에도...일자리가 없어...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얼마나 답답하고 불쌍한 생각이 많이 드는지 모릅니다....그저 이 땅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제대로 뜻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어려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물론 정작 그들은 별로 답답하지 않은지도 모릅니다. 절 도와 주고 있는 23살의 티무르도...당당하게 지금 하는 일이 없다고 제게 말했으니까요....그의 친구들도 하는 일이 없고....그의 말대로 아스타나...까작스딴에는 그들이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아스타나의 날씨처럼 이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별로 없고 늘 굳어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 까작스딴에 왔을 때부터...느꼈었는데..이곳 사람들에게 활짝 웃는 모습을 보기란 참 힘들고...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느낌을 봤습니다. 어쨋든 그와 그의 친구들의 도움으로...제 차를 제대로 손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의 젊은 친구가 제 차의 점화플러그를 교체하고 새로운 부동액을 채워 준 사람입니다. 부동액을 넣기 위해 고무 튜브에 입을 대고 바람을 후 불어가며... 남아있는 냉각수를 다 뽑아내는 수고를 해 주었고...이것 저것 제가 말해 준 문제점들을 살펴 봐 주었습니다.

여기에 보이는 것처럼...이런 기술자들은 대부분 러시아인이나 다른 소수민족 출신입니다. 이들은 까작스딴 공화국이 이 땅에 세워진 이후로 공무원이나 일반 관료로서 일할 수 있는 통로가 완전히 막혀 버렸기 때문에...이렇게...기술 전문가로서 일하는 방법 외에는 이 곳에서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수단이 없습니다.

까작스딴이 이나마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건...이곳에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과 고려인 같은 소수 민족들 때문이라는 얘기가 쉽게 나오고 있는 걸 보면...까작사람들은 자기들의 공화국이라며 텃세만 부릴 게 아니라...다른 민족들을 포용하며 함께 잘 살아갈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은 점화플러그를 뽑아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점화 플러그를 뽑아 내는 데는 "끌루치" 라고 부르는 공구가 필요했습니다. 그것 역시 이곳 바자르에서 구입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한국이야...자동차에 문제가 있으면...그냥 차를 정비소로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되지만...이곳 까작스딴은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품을 차 주인이 직접 마련해서 기술자에게 가지고 가야만 합니다..만약 어떤 특별한 공구가 필요하면 이것 역시...차주인의 몫입니다.

이렇게...제 차는 새로운 점화 플러그와 새로운 부동액으로 겨울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이렇게 차를 관리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그런데...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특별히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는 상황 속에서....이런 일들을 해 나간다는 것은 제겐 적지 않은 부담입니다.

그래도....비록...아스타나에서 차가 사고가 나고...문제가 생겨도...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을 하게 되고...그것 때문에 이전에 가지고 있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하기도 하는...그야 말로 음지와 양지가 섞인 경험들을 늘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스노우 타이어로 바꿨던 타이어는 다시 원래대로 돌렸습니다. 아직까지...도로가 결빙되지 않았는데도..계속 스노우타이어로 다니는 건...운전의 안락함이나 차의 성능을 보존하는 면에서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타이어를 바꿀 때에는 휠은 그대로 두고...겉의 고무타이어만 바꾸기 때문에...위에서 보는대로 타이어로 만든 사람이 서 있는 곳...'쉬나 몬따자우'를 찾아 갑니다...이곳도..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찾아 온 곳입니다.....

이렇게...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이곳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합니다. 다행스럽게도..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단지...생활고에 찌들어 힘들어 할 뿐이지...그들의 천성은....어쩌면...한국 사람들 보다 훨씬 고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아스타나 생활에 만족합니다...알마티에서는 한국 사람들 만의 모임만으로도 온 몸이 피곤할 정도로 바쁘게 세월을 보냈었거든요...이곳에서 이곳 사람들과 이렇게 저렇게 얽혀 지내는 게 새로운 성취감을 가져다 줍니다....

바자르에서 자동차를 수리하고 난 다음........이제...한 번 만에 자동차의 시동이 걸립니다. 티무르의 말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이젠...이 문제를 해결한 것 같습니다...어쩌면...이 문제를 해결하려고..람스토르 앞의 사고가 났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고맙고 기쁜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아스타나에서 자동차를 몰 때는 더욱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긴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이니까요...

아스타나에서 외국인으로 차를 운전한다는 것.....만일 그의 언어 실력이 신통치 않고...그를 도와 주는  사람이 항상 그를 따라 다니지 않는다면....이곳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200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