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에서 차(Car) 고르기

 6월 15일...이곳에 온지 24일째가 됩니다. 그 동안 저희 가정은 렌트가를 임대해서 알마티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의 알마티 생활은 친구를 자신의 집으로 초청하는 초대 문화로 대표될 수 있는데....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저녁 식사 초대를 받고 매일 외출한 적도 있습니다. 집으로 초대받는 경우도 많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곳 알마티에서 성업 중인 한국 식당에 초대받게 됩니다. 어쨌든 이렇게 집이든 식당이든... 누군가의 초대를 받고 참석하려면 차가 있어야 하는데... 이럴 때 이글 아저씨가 운전하는 차가 유용합니다. 하지만 렌트카는 처음부터 저녁 7시 까지만 사용하기로 계약되어 있어서 초대받은 곳에서 밤 10시가 넘어 모임이 마친 뒤에는 저희 차는 돌아가 버리고.....늘 김동환 선생님이 저희 집까지 바래다 주시곤 하셨습니다. 그런 생활이 이제 어언 24일째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지내다 보니...이제 우리도 빨리 차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는 이곳에서 2개월 정도 살다가 차를 구입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었지만...당장 밤 늦게 움직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한 달에 200달러 씩 지출되는 렌트비가 만만치 않고....아스타나로 근무지가 결정되어 간다고 하더라도...알마티에서 차를 구입하고 여러가지 서류 수속들을 밟아 번호판을 받아 놓는 것이 여러 면에서 편리하기에 차를 빨리 고르기로 했습니다.

 지금 제가 렌트하고 있는 차는 닛산 서니(sunny)입니다. 1995년에 나온 차이고 13만 KM를 달린 차이지만 승차감도 뛰어나고 이곳에서는 앞으로 얼마든지 탈 수 있는 차입니다. 이 곳은 30만 Km이상씩 차를 타고 다니는게 상례니까요......

 한국에 있을 때.. 전 차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어떤 이는 국가별, 기업별, 배기량별...여러 가지 차종과 모델을 꿰차고 있지만 전... 한국에서도 제가 몰던 엑셀 외에 다른 차를 깊게 생각해 본적도 없고.. 차에 대한 지식과 욕심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와 보니...그게 제게 불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이곳에는 전세계의 수많은 차가 들어와 있는 박람회장과 같은 곳인데...도대체 어떤 차가 어떻게 좋고 나쁜지 알 수 있는 기본 지식이 제게는 전혀 없어  차를 선택하려고 하니 막막했던 것입니다.그저...이곳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몇몇 선생님으로부터 듣는 정보가 제가 아는 정보의 모든 것이었고...그러기에 차를 빨리 알아봐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마시나 바자르에서...이글아저씨와 형민이...치과 선생님 부부와 함께 차를 고르는 모습입니다.

3주 전에 치과 선생님 부부와 함께 이곳에서 열리는 자동차 중고시장에 나가 보았습니다. "마쉬나 바자르" 라고 부르는 곳인데 알마티 외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넓은 터에 수많은 차들이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그 곳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구경하지 못했던 별의별 차들을 다 볼 수 있었습니다. 유럽의 차들...특히 벤츠, 메르세데스, 아우디, 슈바로, BMW 들이 각 모델별로 많았고 한국의 엘란트라(여기선 란트라) 크레도스, 시에로(여기서는 넥시아)등도 보였습니다. 또 많이 보이는 것이 러시아제 니바....그리고 일본산인 토요타, 닛산, 마즈다, 미씨비찌의 승용차들...그리고 랜드로바나 랜드 크루즈 같은 짚차들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마쉬나 바자르에 수 많은 차들이 쏟아져 나온 것을 보고 난 뒤... 오히려 더욱 더 어떤 차를 고를지 알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좋아 보이고 모두가 비싸 보였기 때문이지요....단지 시장을 빠져 나오면서 95,96년산인 일본 차들이 제가 원하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낸 사실과 한국 차는 날씨가 극도로 추운 아스타나에 적합하지 않은 데다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면서 차를 처분할 때 일본 차는 제 값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국차 말고 유럽이나 일본제 차를 구입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주에 이곳에서 발행되는 중고자동차 매매에 관한 정보지인 "까료사" 라는 신문을 하나 구했습니다. 이것도 이글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구한 것입니다. 빽빽하게 적힌 러시아어 사이로 각 가격대별로 나와 있는 중고 자동차 소개란이 있었습니다. 전 제가 생각하고 있는 가격대에 어떤 차들이 제시되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이 신문을 보면서 까작의 자동차 문화는 한국과 다른 점이 참 많은 걸 느꼈습니다. 먼저 이곳에서는 차를 참 오래 탄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20년 넘게 차를 타는데 이곳에서 영업하는 사설 택시를 타 보면 이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신기할 정도의 차들인 걸 알 수 있습니다. 러시아제 '지굴리'가 대부분인 이 곳 택시는 한국에서는 분명 몇 년전에 폐차장에 가고도 남았을 차인데...덜컥덜컥 거리고 삐걱거리면서도 꿋꿋하게 도심을 가로 지르고 다닙니다. 거리에 다니는 트럭이나 버스들을 보면 한국같은 외국에서 폐차될 차들을 이곳에 들여 와 사용하고 있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까료사에도 3000달러 이하의 차들이 소개되는 란에 1980년대의 차들이 즐비하게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 같으면 타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차들이지만 이 곳에서는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고....10년이 안 된 차라면 거의 새 차처럼 마음 놓고 타는 문화였습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했던 선교사님의 차가 깨끗한 MAZDA 626이길래 언제 나온 차인지 물어 봤다가 1990년에 출시된 차란 얘길 듣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정말 이 곳의 차들은 기본이 10년이 넘은 차들이고 하나 같이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까작의 광활하고 험한 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전 그저 막연하게....'아무리 이 나라 사람들은 차를 20년 이상 탄다고 해도....최소한 10년은 안 된 차로....10만 Km이하로 주행한 차를 골라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차들은 제가 가진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줘야 했습니다.

깍주베(높은 TV송신탑이 있는 언덕)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앞에서 가족이 함께...

신문을 보면서 나름대로 차종을 선택하려고 애썼습니다. 3000달러이하로 팔리는 중고차들의 모델과 10000 달러 이상되는 2000년도에 출시된 차들의 모델을 비교해 본 뒤....몇 몇 회사의 차들이 20년 이상 카작스탄에서 꾸준하게 거래되고 있고 현재도 많이 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이런 차들은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없고 고장이 나더라도 현지에서 쉽게 고칠 수 있는 차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 차들은 너무 비쌌습니다. 5000달러 선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었습니다. 물론 1988년에 나온 메르세데스나 아우디를 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곳 사람들은 탈지 모르지만...선화나 전...자신없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일본차로 정하고 지난 20년간 이곳이세 계속 팔린 차의 모델을 뽑아 보니....마즈다(MAZDA) 626과 NISSAN Maxima ...이 두 가지 차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단 이 두 가지 차종을 정한 뒤....차의 외형이나 주행 거리 등을 보고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도 그 정도 차들이라면 괜찮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저녁...우린 가정예배 시간 기도제목으로 우리가 적절한 차를 만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실 것을 기도했습니다. 말도 안 통하고...자동차를 알아 보는 우리 일을 봐 주실 한국 사람도 없고....나 역시 자동차에 관한 지식이 전무하지만....세상의 주인되신 하나님께서 순적하게 우리가 몰고 다닐 차를 만나게 해 주실 거라는 기대를 하면서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다시 마쉬나 바자르에 나가 보기로 계획했습니다. 말이 잘 통하진 않지만 우리 일을 자기 일처럼 도와 주시는 러시아인 운전기사 이글 아저씨와 함께 말이죠....

 다음 날, 아침부터 선화와 형민이, 이글 아저씨와 바자르로 향했습니다....마음 속에는 닛산과 마즈다의 차들을 주로 보겠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바자르로 가는 길에서 이글 아저씨에게 5000달러 선에서 에어컨이 가동되고(이 나라에는 에어컨 없는 차가 많습니다.) 10만 이하의 주행거리와 95년 이후에 출시된 차를 사기 원한다고 종이에 적어가며 알려 드렸습니다.

 지난 번에 마쉬나 바자르에 갔을 때와 달리 마즈다와 닛산 차들을 중점적으로 살폈습니다. 신기하게도 오늘 일본 차들이 많이 들어와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즈다의 차는 주로 626 모델을 알아 보았는데 5000달러 선에서 살 수 있는 차들은 대개 1992년 출시, 13만 Km 정도의 주행거리를 보유한 차들이었습니다. 1996년에 출시된 차를 구하려면 8000달러 이상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닛산의 차들은 달랐습니다. 아니...닛산의 차는 훨씬 더 다양한 종류들이 까작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번에 닛산의 차에 대해 좀 알게 되었는데 가장 작은 차종이 서니(Sunny)..바로 이글 아저씨가 모는 우리 렌트카입니다. 작다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엑센트 보다 큰 차인 것 같았고...작다고 듣기 전에는 작은 줄도 몰랐었습니다. 그 보다 좀 큰 차가 프리메라(Primera)....좀 더 큰 차가 Blue bird...그리고 가장 큰 차가 맥시마(Maxima) 라더군요...

 1시간 정도 뜨거운 알마티의 뙤약볕 아래에서 형민이를 carrier에 업고 돌아 다녔습니다. 차를 팔러 나온 사람에게 묻고 차 위에 붙여진 각종 안내 글들을 일고...마음에 드는 차들은 차주의 전화번호를 메모했습니다. 다 돌아보고 나니 마즈다 626과 닛산 소니 중 몇 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러가지 옵션에 대한 질문을 하고....주행거리와 몇년도 출시인지를 비교해 본 뒤....결국 2개의 하얀 색의 닛산 서니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압축할 수 있었습니다.

 하얀 색의 닛산 서니가 선화와 제 맘에 쏙 들었습니다. 맥시마 급의 차들은 생각보다 우리가 타기엔 너무 컸습니다. 그리고 차의 색상도 중요했는데...닛산 소니의 하얀 색이 우리 맘에 너무 들었습니다. 이글 아저씨는 차 색상이야 공장 가서 다른 색으로 칠하면 되지 않느냐며....no prolem을 연발했지만(아저씨는 영어를 좀 할 줄 압니다)...그래도 눈 같은 하얀 색이 좋았습니다.  닛산 서니는 일단 그동안 우리가 타고 다닌 차와 같은 종이라...승차감이나 성능을 지난 20여일간 직접 확인했던 것이 큰 안심이 되었고...무엇보다 우리가 제시한 가격으로 95-96년도에 출시된 차들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두 차를 돌면서...차의 시동 소리도 들어 보고 차 내부도 열어 보는 등 면밀한 조사 끝에 1995년도 출시, 주행거리 8만 Km인 닛산 서니(sunny)가 아주 깨끗하고 좋은 차이면서도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가격대의 차였습니다. 이 차는 거의 새 차처럼 차 내부가 깨끗한 게 우리들의 맘을 특히 사로잡았습니다. 그동안 일본인이 타고 다녔다고 하는데...담배를 피지 않았는지 계기판의 재떨이가 깨끗했고 차 내부가 새 차처럼 깔끔했습니다. 이글 아저씨는 자신이 모는 차가 서니 인 만큼 그 차에 대해선 속속들이 알고 계셨고....아저씨의 하라쇼(좋다) 라는 말에 우리 역시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까작스딴 생활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형민이의 웃는 모습

우린 일단 그 차를 사말 드바의 우리 집으로 가져와 몇 일간 시운전을 하면서 차의 수행 상태와 승차감을 체크하기로 했습니다. 이 나라에서는 이렇게 몇 일간 차를 타 본 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취소하고 다른 차를 알아 본다고 합니다.  이글 아저씨가 도와 주시기로 하고 우린...오늘 저녁 5시에 우리 집 앞에서 이 차를 시승하기로 약속을 정하고 바자르를 빠져 나왔습니다.

선화와 전 기분이 참 좋습니다. 어제 한 우리의 기도대로 하나님께서 우리 맘에 쏙 드는 좋은 차를 만나게 해 주신 것이 너무 감사했고...이제 우리도 차가 생긴다고 생각하니...이곳 알마티 생활이 더 좋아질 것 같아서입니다. 비록 한국에서 부친 짐이 아직 3주나 있어야 도착하는 불안정한 요인이 발생하긴 했지만....차가 빨리 생기면 분명 생활이 더 안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에겐 이 차가 첫 차입니다. 결혼 후 늘 타고 다니던 엑셀은 차주가 저희 아버지이시기에....엄밀하게 말하면 저 개인차라고 할 순 없지요....이제 이렇게 탄생하는 우리들의 첫 차는 닛산 서니...말 그때로 햇빛이 비치는 밝음이 있는 기분 좋은 차입니다.   200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