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 5 사도 요한의 무덤 앞에서  6 일째: 고대 도시 에베소에서 (4월 9일)

언덕 길의 정점에서 사도 요한 기념 교회의 안내판을 볼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것입니다.

길 왼쪽 편으로 교회터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 있고 오른 편으로는 애플티나 여행 기념품을 파는 작은 가게들이 드문 드문 보였는데 지금까지 봐 왔던 관광지와는 달리 사람들의 발길도 드물고 적막감만 감돌았습니다.

형민이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 가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어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이름모를 들꽃들과 잡초들이 무성한 넓은 터에는 한 때 웅장했을 것 같은 건물의 폐허가 남아 있었습니다.

아야소록 언덕이라 불리는 이 곳에는 4세기 경 요한의 무덤과 함께 작은 교회가 있었으나 소피아 사원을 건축하기도 했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명령에 지금의 교회가 세워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유스티니아누스 황제 때의 일이니까 5세기 초에 세워진 건물인 셈입니다.

언덕 위에 있는 요한 기념 교회의 입구에 세워져 있는 안내판입니다. 안내판에는 터어키 관광청이 이 곳을 에베소의 유적지의 하나로 지정했다는 설명과 함께 사도 요한에 대한 설명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에베소에는 사도 요한 외에도 디모데와 누가와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의 무덤이 있는 곳입니다. 그 만큼 에베소가 초기 교회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는 말이겠지요.

앞에서 설명한 적이 있지만 다시 소개하자면....사도 요한이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에베소에 도착했을 때는 AD 80 년 경이고 사도 바울이 에베소에 복음을 전하고 떠난 지 23년이 지난 후의 일입니다.

사도 바울과 에베소의 첫 만남은 AD 50년 경 천막 동업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와 함께 상업이 활발한 에베소로 와서 3개월 간 머물다 떠난 일이었고 (2차 전도여행) 그 후 AD 53년 경...바울은 무려 3년간 에베소에 머물면서(3차 전도 여행) 교회를 굳건히 성숙, 확장시켜 나갑니다. 에베소에 있는 기간 동안 바울은 고린도 교회의 복잡한 문제를 다룬 고린도 전서와 후서를 써 보냈고 바울의 사도권과 율법의 문제로 교회 내 분열이 있는 갈라디아에 갈라디아서를 써 보냅니다.

이후 바울은 에베소를 떠나 로마로 가게 되는데 이 때가 바로 로마에서 발생한 화재로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고 있던 때였습니다. 로마의 6대 황제 네로는 자신이 방화를 해 놓고도 이 누명을 기독교인들에게 뒤집어 씌워 제국 전체에서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가 일어나도록 하는데 박해는 에베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70명이 순교를 당하고 일부 성도들이 배교하고 맙니다. 바울이 이 소식을 들은 것은 로마의 차가운 감옥 안이었습니다.

그가 가장 정성들여 목양했던 에베소 교회의 배교 소식을 들은 바울은 교회가 파괴된 에베소에 디모데를 보냅니다. 에베소에 온 디모데는 예루살렘에 남아 있는 사도 요한에게 자주 서신을 보내 에베소에 와서 동역할 것을 부탁했고 이에 요한이 마리아와 함께 에베소로 내려 온 것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을 때 제자 요한에게 자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부탁했던 것 기억하시죠?

에베소로 온 요한은 디모데로부터 이단들의 사상을 논박하는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 요한 일서를 기록합니다. 그 후 아데미 여신의 축제 날, 우상 숭배하는 군중들에게 붙잡힌 디모데는 매를 맞고 순교하게 되고 요한은 에베소에서 붙잡혀 로마로 갔다가 밧모섬으로 유배되어 그 곳에서 요한 계시록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풀려나 에베소로 돌아온 요한은 요한복음을 기록하고 제자들을 양육하다가 주님 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2세기 후반의 에베소 교회는 아시아 교회의 중심지였습니다.

아마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이 건물을 세웠을 때만 하더라도 이 곳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이 건물에 모여 예배드리면서 사도 요한을 기억했을 것입니다.

기둥과 벽들만 남은 교회는 큰 규모였습니다. 교회 안에는 요한의 무덤, 헌금 저장소, 성화가 있는 방, 성찬을 준비하는 방, 세례소 등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방문객이 아무도 없는 줄 알았었는데 여기 저기서 유서 깊은 이 건물들을 바라 보며 우리와 같은 감상에 젖어 드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고 사도 요한의 복장을 한 채 건물 사이를 걷는 어떤 사람을 열심히 촬영하는 촬영팀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아마도 에베소 원형 극장에서 봤던 그 미국팀이 이 곳에서도 요한에 관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교회가 십자가 모양으로 건축되었다고 말씀드렸지요? 지붕은 다 무너져 버렸지만 건물 내부와 건축 양식을 알아 보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건물 내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바로 왼쪽 사진에서 보이는 '침례를 주던 장소'입니다.

계단식으로 된 침례소로 내려가 침례를 받았음을 알 수 있는 이 장소를 보고 있으려니  1600년 전 이곳에서 세례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에 가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진과 말라리아, 이교도의 침입 등으로 폐허가 된 사도 요한 기념 교회에서 유일하게 지붕이 있는 통로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아마도 성찬을 준비하는 곳이나 헌금 저장소로 이어지는 통로일 텐데....십자가 모양의 교회 본당을 볼 수 있도록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교회 앞 쪽 놓여진 대리석으로 된 네모진 판 위에는 16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 법한 오래된 돌받침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앞 쪽에 "사도 요한의 무덤"이라고 적힌 대리석이 놓여 있었습니다.

사진은 교회 본당의 앞쪽으로 추정되는 곳에 선화와 형민이가 서 있는 모습입니다. 대리석 판의 네 귀퉁이에 대리석 기둥이 서 있는게 보이시나요?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는 십자가 형으로 교회를 건축할 때 복음서의 저자들을 상징하는 네 개의 기둥을 사용했다고 전해져 옵니다. 사진에서 보는 네 기둥은 그것과는 상관 없는 초라한 것이지만 네 기둥을 보고 있으려니 유스티니아누스 황제가 세웠다는 커다란 네 개의 기둥이 자꾸 떠 오릅니다. 형민이는 지금 사도 요한의 무덤 앞에 앉아 있습니다.

형민이는 자기가 앉아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땅바닥의 모래를 끌어 다가 대리석 위에 올려 놓고 만지작거립니다. 말로만 듣던 '사랑의 사도' 요한의 무덤이 눈 앞에 있습니다.

사실 부활할 그리스도인들에게 무덤이 무슨 큰 의미가 있겠습니까마는 한 평생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살았을 백발의 사도가 이 곳에 누웠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쪽이 저려 왔습니다.

구전에 의하면 요한은 에베소에서 붙잡혀 로마로 갔다가 독약을 먹고도 살아 났고 뜨거운 기름통에 던져졌어도 목숨을 잃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밧모섬으로 유배시켜 혹독한 채석장의 중노동을 맛 보게 했다고 합니다.

그의 몸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상처 투성이었겠지만 그의 삶은 그가 만난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밧모섬 유배에서 돌아 온 사도 요한이 죽을 때까지 감독으로 있었던 에베소 교회에서 어떤 내용의 설교를 했을지는 눈에 선합니다.

"태초부터 있는 생명의 말씀에 관하여는 우리가 들은 바요 눈으로 본 바요 주목하고 우리 손으로 만진 바라 이 생명이 나타내신 바 된지라 이 영원한 생명을 우리가 보았고 증거하여 너희에게 전하노니 이는 아버지께서 함께 계시다가 우리에게 나타내신 바 된 자니라(요일 1:1-2)"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9)"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 4:7-8)"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은 이것이니 우리가 그의 계명들을 지키는 것이라 그의 계명들은 무거운 것이 아니로다 대저 하나님께로서 난 자마다 세상을 이기느니라 세상을 이긴 이김은 이것이니 우리의 믿음이니라(요일 5:3-4)"

"그를 향하여 우리의 가진 바 담대한 것이 이것이니 그의 뜻대로 무엇을 구하면 들으심이라(요일 5:14)"

사도 요한의 무덤을 뒤로 하는 우리의 맘은 비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말년까지 헌신한 에베소 교회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초대 교회의 신앙을 상실해 버렸고 소아시아 지역은 이렇게 황폐하게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리 기적을 맛 보고 사도들이 사역하던 교회라고 하더라도 말씀에서 떠나게 되면 촛대를 옮기신다는 사실을 에베소에서 보았습니다.

이 사실은 오늘 날 하나님의 백성으로 언약 관계에 놓여진 교회 위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사실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확인하고 그의 계명을 지키며 사랑을 실천하지 않을 때에는 주인의 진노가 임할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비록 사도 요한을 기념해서 세운 돌기둥으로 이루어진 눈에 보이는 교회는 무너지고 말았지만...예수 그리스도의 보혈 위에 세워진 '교회'는 결단코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지금도 사도 요한의 목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2003.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