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편지하노니...    4-5 일째: 에베소(현 지명 셀주크)로 가는 버스 안에서  (4월 7-8일)

3박 4일 동안의 이스탄불 여행을 일단 접고 성경 속에 나오는 소아시아 7대 교회가 있던 유적지를 찾아 나선 때는 차가운 비가 이스탄불을 적시던 밤이었습니다. 지난 4일 간의 이스탄불 여행이 주로 비잔틴 제국과 오스만 터어키의 유적 중심이었다면 앞으로 우리가 찾아갈 곳은 그 보다 훨씬 이전...그러니까 고대 그리이스 문명, 로마 문명, 사도들과 초대 교회의 역사가 펼쳐졌던 그 때 그 자리입니다.

우리가 터어키를 여행지로 정한 가장 큰 이유도 성경에서 읽기만 했던 그 친근한 도시(에베소,서머나,버가모,사데, 버가모,라오디게아....) 들을 직접 방문해 보겠다는 열정에서 비롯되었었기에 에게해 연안으로 떠나는 우리 마음도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감으로 넘실거렸습니다.

여행을 앞두고 우린 몇 가지를 고려해야 했습니다. 여행의 범위와 교통편에 관한 것이었는데...우리가 찾아가 봐야 할 도시들의 리스트와 순서를 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보다 동부 내륙 지역의 갑바도기아 동굴 속에 맺혀 있는 기독교 박해 시대의 믿음의 흔적들을 확인해 보고도 싶었지만 1년 6개월 된 형민이를 데리고 그 곳까지 간다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를 타고 이즈미르(서머나)로 간다면 우리의 여행길이 좀 더 편안하고 안락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은 우리의 넉넉하지 못한 경제 형편 때문이었습니다. 1인당 편도 요금이 70불이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나선....형민이에겐 다소 힘들더라도 야간 고속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에서 셀주크(에베소)까지 이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밤 9시 반에 출발해서 12시간을 달린다는 야간 버스를 형민이를 재우며 타야 했지만 오히려 하루 숙박료를 벌었다고 기뻐하기까지 했던 용감한 우리였습니다.

위 글은 성경의 맨 마지막 책인 요한 계시록 1장 4절, 11절 말씀입니다. 우리 홈페이지를 보는 분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가정 아래 잠깐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요한 계시록은 위 성경 구절에 나오는 아시아의 일곱 교회 즉..."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에 존재했었던 기독교 공동체(교회)를 향해 예수님의 제자였던 사도 요한이 AD 95-96년 경에 적어 보낸 편지를 가리킵니다.

이렇게 AD 30-40년 경 팔레스타인 지방에서 시작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은 이스라엘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인근의 시리아...그리고 그 위쪽의 아나톨리아 반도의 아시아 지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죠...이렇게 다른 민족, 다른 지역으로 기독교가 전파되는 일에 크게 쓰임받은 사람이 바로 사도 바울이었습니다.

고대 로마 제국은 정복 전쟁을 통해 더 많은 영토를 자신의 제국 아래 복속시켰습니다.

포에니 전쟁의 결과로 정복한 시칠리아 섬이 첫 번째 속주로 삼은 이래 수 많은 지역을 자신의 영토 아래 두게 되는데...왼쪽 사진에 나오는 지도가 바로 신약 시대(요한 계시록이 쓰여진 시대)의 모습이고 로마의 여러 속주들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다른 색으로 표시된 여러 가지 지역들의 이름이 보이시죠? 이 지역들이 당시 로마의 속주들이었습니다. 유다 속주도 보이고...수리아 속주도 보입니다...그리고 길리기아, 갈라디아도 보이고... 오늘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일곱 교회가 있다는 아시아 속주도 있지요?

이 속주 사이를 관통하고 있는 이 많은 선들이 바로...다른 민족들에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일했던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길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당시 수리아 속주의 수도였던 안디옥에 세워진 교회 공동체에서 출발한 사도 바울의 전도 여행은 AD 46 - 57년 사이 3차례에 걸쳐 수행되어 졌는데 이 결과 현재의 아나톨리아 반도(현재 터어키가 위치한 곳)와 발칸 반도 등지에 교회가 세워지게 된 것입니다. 후에 바울은 로마에 까지 가게 됩니다.

물론 이 지역에 처음 세워진 교회는 오늘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건물을 가진 교회는 아니었습니다. 이 지역에 복음이 처음 전해지던 때에는 이곳에 흩어져 살고 있던 유대인들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았을 뿐 아니라 로마 제국의 박해로 인해 숨어 신앙 생활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AD 63년 부터 네로 황제의 박해가 시작됩니다.)

과거 로마 속주였던 아시아의 일곱 교회 지역으로 떠나는 우리 역시....바울에 의해 세워졌던 초대 교회의 유적지를 보러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지역에는 많은 교회 유적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AD 313년 이후 기독교 공인 시대에 세워졌던 교회의 건물들입니다. 물론 로마 시대에 세워진 교회당의 흔적을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우리가 그 지역으로 떠나는 이유는 복음이 처음 전해졌던 그 땅에 서서 사도들의 뜨거운 열정과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에베소에 도착해서 바울이 복음을 전했던 그 원형 극장을 거닌 뒤....에베소서를 읽었을 때 내 맘의 흐르던 감격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한 자 한 자가 그대로 와 닿았고 사도들의 행적과 교회들의 모습이 종이 위에서가 아니라 실제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터어키가 있는 아나톨리아 반도는 옆의 발칸 반도, 이탈리아 반도 등과 마찬가지로 지중해를 끼고 있습니다. 성경상의 아시아 라는 단어는 로마의 속주 이름이었지만...현대 아나톨리아 반도를 지칭하는 또 다른 이름이 바로 소아시아(Asia minor) 입니다. '아나톨리아' 라는 단어는 터키어로는 '아나돌루' 라고 하는데 어원은 그리스어 '아나톨레' 이며 '태양이 떠 오르는 곳', " 동방의 땅'을 의미하지요.

소아시아 즉, 아나톨리아 반도는 터키 영토의 97%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지리적 경계는 동쪽과 남쪽으로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이란, 이라크, 시리아 와 접하고 있습니다. 북쪽 흑해 연안에는 폰투스 산맥, 남쪽 지중해 연안에는 토루스 산맥이 동서로 뻗어 있으며 그 사이에 평균 해발 고도 800 미터인 아나톨리아 고원이 내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요. 동부에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두 강의 수원과 아라랏산이 구 소련과의 경계 지역에 위치합니다. 중앙부의 고원지대는 스텝 또는 사막성 기후이며 여름이 짧고 겨울이 몹시 추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은 지중해서 기후로 생활하기에 가장 알맞은 지역입니다. 예로부터 바로 이 소아시아 지역은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민족 이동의 통로이자 식민 활동의 무대로서 갖가지 문명이 꽃피어 왔는데...히타이트 왕국, 프리지아 왕국, 리디아 왕국, 카리아 왕국, 페르시아 제국, 헬레니즘 세계, 폰투스, 페르가몬 왕국, 로마 제국, 비자틴 제국, 터어키 제국...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에덴동산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도 바로 이곳이죠.

위에서 본 신약 성경 시대보다는 훨씬 복잡한 경계선을 가진 지도로 변했지만....누군가가 역사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며 이 지역을 보고 있었다면 이 소아시아 지역(아나톨리아 반도, 터키 지역)에서 지난 2천년 동안 벌어졌던 수 많은 일들도 그저 한 순간 벌어진 일들이겠지요...

어쨋든 로마 속주인 아시아의 일곱 교회는 소아시아 지역에 있는 일곱 교회로 불리기도 하니까 앞으로 제 글에서는 편의상 소아시아 7대 교회라는 표현을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소아시아 지역에는 많은 교회가 있었지만 유독 앞에서 말한 일곱 교회에 관심을 더 갖는 이유는 요한 계시록에서 이 교회 하나 하나를 가리키시며 예수님께서 직접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내용이 그 당시의 일곱 교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현대 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기에 많은 신자들은 일곱 교회를 향해 말씀하시는 요한 계시록 2-3장의 말씀을 자주 묵상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들이 모이는 건물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인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앞으로 우리 가족이 각 교회가 있던 지역의 유적지를 방문할 때마다 성경 속에서 그 교회가 언급되었던 내용을 함께 돌아 보며 과거의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고자 합니다.

일곱 교회가 있던 에게해 연안의 도시 유적지는 지중해성 기후가 뚜렷한 아름다운 곳이었고 기원 전부터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던 대도시들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도시들이 폐허가 된 채 남아 있을 뿐이고 주변에 새로운 도시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따라서... 가이드의 도움 없이 스스로 각 지역을 찾아 가야 하는 우리로서는 유적지 별로 현재 지명을 반드시 알아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인터넷 검색을 통해 과거 일곱 교회가 있던 지역을 찾을 수 있는 근처의 현재 지명을 입수할 수 있었고 그것을 근거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셀주크(에베소), 에스키히사르(라오디게아), 알라세히르(빌라델피아), 살리히리(사데), 이즈미르(서머나), 베르가마(버가모), 히에라폴리스, 파묵갈레...이런 식으로 현재 지명을 따라 가기로 한 것이죠. 물론 우리 스스로 교통편과 숙소를 정해야 하는 '홀로서기' 여행이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구요.

우리의 여정을 도식화 해 보았습니다. 사진은 아나톨리아 반도의 서쪽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에게해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 소아시아 7대 교회의 위치를 확인하실 수 있지요? 우리는 가장 첫 방문지로 에베소(현재 지명은 셀주크) 를 택했습니다. 일단 비기독교인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좋은 터어키 최대 유적지 중 하나인 에베소(에페수스)를 먼저 방문함으로써 여행의 탄력을 붙여 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아기를 데리고 하는 여행인지라 가장 단거리에 모든 지역을 돌아볼 수 있어야 했는데...생각보다 순서를 정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데, 빌라델피아, 라오디게아 같은 유적지들은 아예 관광 상품이 없을 정도로 찾는 관광객이 없는 외딴 지역이어서 그 곳으로 가는 교통편이나 숙박에 대한 걱정도 많았습니다. 그 곳의 현지 상황을 하나도 모르는 우리로선 모험일 수 밖에 없었지만...."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여행 해 보겠어요?" 라고 서로를 격려하며 무작정 출발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지도에서는 이스탄불에서 에베소(셀주크)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것처럼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야간 버스를 타고 12시간 동안 달려간 여정이었습니다.

이게 버스 표입니다. 1인당 2천만 터어키 리라(우리 돈으로 2만원) 였으니 우리 가족이 에베소로 가는데에는 총 4만원이 든 셈입니다.

버스 표를 산 여행사에서 제공해 주는 승합차를 타고 비 오는 이스탄불 외곽에 위치한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주로 머물던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도 시외버스 터미널까지 전철(뜨람바이)이 운행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깊은 잠에 빠져 든 형민이를 안아 든 선화를 터미널 대합실에서 기다리게 하고...버스표를 탑승권으로 교환한 뒤 20분 쯤 있으니 버스 한 대가 들어 왔습니다. 차 앞에는 '이즈미르' 행이라고 써 있었는데 이즈미르는 바로 서머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서머나를 거쳐 에베소로 가는 버스였는데 여행의 편의상 우리는 이 버스를 타기로 했습니다.

터어키의 고속 버스들은 대부분 일본 미쓰비시 사나 독일 벤쯔 사의 대형 버스들이었습니다. 승차감은 우수했지만 너무 많은 좌석 탓에 한 사람이 차지하는 공간은 아주 비좁았지요. 12시간이면 짧은 시간은 아닌데...밤새도록 형민이가 푹 자 주길 바랄 수 밖에 없었지요.

 이 사진이 당시 이스탄불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촬영한 비디오 화면입니다. 가는 비가 계속 내리고 있는 어두운 밤....생전 처음 와 보는 나라의 어느 터미널에서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한 번도 가 보지 않았던 곳으로 떠나야 하는 내 맘 속에는 에베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약간의 긴장감도 밀려 왔습니다.

"괜찮을 거야...."

잠든 형민이를 바라 보며 선화에게 안심하라고 얘기했지만...창가에 부딪히는 빗방울을 바라 보는 내 맘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하는 불안감이 배여 있었고 잠든 형민이를 계속 안고 있어야 하는 선화 역시 밤새도록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불편하게 지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젊을 때는 사서도 고생한다는데...." 우린 우리의 새로운 출발에 대해 애써 의미를 부여했고 그렇게 하는 동안 버스는 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200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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