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바탄(지하 저수지) 에서    4 일째: 지하 저수지를 방문하다  

이스탄불에 온 지 네쨋 날...탁심 광장을 오전 내내 둘러 봤던 우리 가족은 숙소로 돌아 오자 말자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한 살 반 된 형민이를 데리고 도시 한 가운데를 이리 저리 돌아 다닌 탓에 모두들 무척 피곤했나 봅니다.

하지만...휴식 시간은 오래 갈 수 없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체크 아웃을 해야 했으니까요. 이미 체크 아웃 시간을 넘겼지만 호텔에 부탁해 오후 3시 경 짐을 정리해서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4일 전...아무 정보도 없이 이스탄불에 도착한 뒤 어떡해야 할 지 몰라 막막할 때 공항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그녀를 통해 우여곡절 끝에 소개 받은 호텔인지라 떠날 때 까지 무척 정이 들었었습니다.

우리는 오늘밤 심야 버스편을 이용해 에게해 연안의 에베소(현 지명은 셀주크입니다.)로 이동한 뒤... 약 일주일 동안 에게해 연안의 도시들에서 머물며 옛 도시의 유적을 돌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이 곳으로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약 성경의 요한 계시록에 언급된 소아시아 일곱 교회가 있었던 곳을 방문하기 위해서입니다.

에게해 연안에서 7박 8일 정도 여행할 것을 계획하고 스케줄을 잡아 보았지만...생각보다 이 곳으로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로마 시대 소아시아 지역에 있었던 교회 중... 라오디게아, 빌라델비아, 사데, 두아디라 교회가 있던 장소는 관광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곳이라 관광회사들이 투어나 패키지 여행에 포함시키는 지역도 아니고 관광 상품도 개발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방문객이 드문 이런 지역에 현지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이 제대로 찾아가기란 쉽지 않을 거라고 현지 여행사에서는 얘기하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망설이던 끝에...여행사의 도움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 지도를 보면서 성경상의 지역을 찾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기독교 성지 순례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인 가이드도 있긴 하지만....그런 분들의 도움을 받으려면 경제적인 부담을 더 감수해야 하기에...우리가 가지고 있는 김주찬 선생님의 '소아시아 7대 교회' 라는 책을 참고로 이번 여행을 시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형민이와 선화 그리고 제가 한 팀이 되어서 말이죠. 앞으로 펼쳐지는 우리의 소아시아 지역 순례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시

여행지

참고

2002년 4월 7일 밤 9시 30분 에베소로 출발!

이스탄불--> 에베소 (심야 버스 편)

 

2002년 4월 8 - 10일

에베소 방문, 2박 3일 일정

셀주크(현 지명)에서 좀 떨어진 곳

2002년 4월 10-12일

히에라폴리스(파묵칼레)방문, 1박 2일 일정

히에라폴리스는 사도 빌립이 순교한 곳

2002년 4월 12일

라오디게아 방문

에스키히사르(현 지명)에서 좀 떨어진 곳

2002년 4월 12-13일

빌라델비아 방문, 1박 2일 일정

알라세히르(현 지명)

2002년 4월 13일

사데 방문

살리히리(현 지명)에서 좀 떨어진 곳

2002년 4월 13-15일

서머나 방문, 2박 3일 일정

이즈미르(현 지명)

2002년 4월 15일

버가모 방문

베르가마(현 지명)에서 좀 떨어진 곳

2002년 4월 15일 밤 8시 이스탄불로 출발!

버가모-->이스탄불 (심야 버스 편)

 

소아시아 7대 교회 여행은 다음 번 얘기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니까....그 때를 기대해 주시구요. 지금은 이스탄불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보내야 하는 시간을 위해 고민 해야 했습니다.

'어디로 갈까?...' 글쎄..관광객들이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게 우습기도 하지만....가이드 없이 스스로 여행 스케줄을 짜야 하는 우리로선 오늘 밤 이스탄불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방문할 장소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시간도 오후 3시가 이미 넘었을 때였거든요.

일단 우리 가족의 짐은 여행사에 맡겨 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 여행사를 이용해서 에베소로 향하는 버스표를 끊었고...에베소와 히에라폴리스에서 있을 2-3시간 짜리 투어를 예약하기도 했습니다. 우리 같은 첫 방문자들에게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현지 투어를 짧게 이용하는 것도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하지만...소아시아 지역 여행 전체를 하나의 투어로 묶을 순 없었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몇 몇 지역은 여행사들이 활동하지 않는 비 관광지였기 때문입니다.

일단...짐을 맡기고 선화와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 평소에 자주 드나 들던 현지 찻집을 방문했습니다.

그 찻집에서 키위 티(teal)나 애플 티(tea)를 자주 마셨는데...그 곳에서 물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왼쪽 사진에서 한 남자가 왼손에 지팡이처럼 들고 있는 게 바로 물담뱃대입니다. 저 긴 대롱과 같은 것의 끝을 빨면 대롱에 연결된 관을 통해 물이 든 병 속에 있는 담배를 피울 수 있나 봅니다. 전 처음 보는 거라...유심히 살펴 봤습니다. 그리고 참 어렵게도 담배를 피는 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그 찻집에서 애플 티를 마시고 난 뒤...다시 정신을 차려 밖으로 나가 우리가 가야 할 곳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글쎄...보자...성 소피아도  봤고..톱카프도 봤고...어! 지하 저수지가 있네...선화야...이거 입구가 성소피아 사원 맞은 편에 있다는데?"

가이드 책을 뒤져 보니... 성 소피아 사원 맞은 편에 예레바탄이라는 지하 저수지의 입구가 있다고 씌어 있더군요. 지금 우리가 찾아 가기에 딱 적당한 장소인 것 같았습니다. 우린 바로 성 소피아 사원 맞은 편에 앉아 형민이와 이곳 꼬마들의 장난을 지켜 보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지금 우리가 위치하고 있는 성 소피아 사원과 술탄 아흐멧 광장 사이 지점은 지난 4일 동안 열심히 드나들던 곳이라 나름대로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이제 꽤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가이드 북에서 말한 성 소피아 사원 맞은 편에 있다는 지하 저수지 입구를 본 기억은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분명 이렇게 중요한 유적지라면....사람들 눈에 잘 띌 텐데...' 우린 다시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특별한 건물이나 표식 같은 것을 찾아 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어렵게 그 위치를 알 수 있었지요.

장소를 알고 보니...왼쪽 사진에서 처럼 "예레바탄" 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표지판이 우리가 자주 다니던 길 가에 세워져 있었더군요. 우리는 지난 며칠 동안 이 표지판을 보고 지나 다녔지만...'이게 무슨 팻말인고....' 하면서 별 관심없이 지나쳤는데....바로 이 팻말이 지하 저수지의 위치를 알리고 있는 표지판이었습니다.

 그 표지판 바로 앞에 서서...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잡은 화면입니다. 왼쪽 사진을 그냥 봐선 그 유명한 지하 저수지가 어디 있는지 한 눈에 들어 오지 않습니다. 하지만...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멀리 "DHL" 이라고 적힌 간판 아래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곳이 지하 저수지의 입구였습니다. 우린 늘 이 표지판 앞에서 왼쪽 사진과 같은 풍경만 보면서 지나 다녔기에 오른쪽 사진처럼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죠. 지체없이 그 곳으로 뛰어 갔습니다. 드디어 찾았으니까요....

생각보다 입구가 큰 건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자그마한 건물이었는데...입구에는 왼쪽 사진에서 처럼 '예레마탄 - 지하 저수지 532 AD" 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어 있었습니다. 저녁 4시 까지가 입장 시간이었는데...이곳에 간 것은 입장 마감 시간을 15분 남긴 때였습니다.

언덕 위에 세워진 견고한 도시...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의 수도 이스탄불에는 2천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겠지요? 그러다 보니 도시를 둘러 싸고 있는 성벽 안에 있는 호수나 샘 만으로는 성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식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을 테고... 부족한 물 자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탄불에서 북쪽으로 25 Km 정도 떨어진 숲에 있는 강물과 지하수를 끌어 와 도시에 공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이스탄불을 함락시키기 위해 도시를 침공했던 적들은 늘...이스탄불에 공급되고 있는 물 줄기에 관심을 가졌고...도시로 이어진 수로를 파괴하거나 수로 속에 독을 넣어 성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작전을 전개 했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 성 안에는 전쟁 중이거나 도시가 포위되었을 때를 대비해 물을 저장할 목적으로 60여 개의 저수지가 만들어져 있었다고 하는데...이 예렌바탄 지하 저수지도 그 중의 하나로 A.D. 532년에 완성되었고 발렌스 수로를 통해 도시로 흘러 온 물들을 저장하던 곳이었다고 합니다.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또 하나의 유적을 보기 위해 입장권를 구입하는 선화의 모습과 그 입장권을 스캔한 사진입니다. 입장권을 자세히 보시면 지하 저수지가 어떤 모습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 사실...지하 저수지 안에서 찍은 사진들이나 화면들은 너무 조명이 어두운 바람에 제대로 나오지 않아 전체적인 모습을 알려 드리기 힘든데...이 입장권에 찍힌 사진은 지하 저수지의 모습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내려 가 보니...입장권의 사진처럼 ...사방이 캄캄한 지하 공간에 커다란 기둥들이 우뚝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넓이 70 미터, 길이 140 미터 에 이르는 이 저수지에 세워진 기둥들은 로마의 많은 다른 건축물들로부터 하나씩 가져왔다고 합니다. 기둥들은 4미터 마다 하나씩 세워져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336개나 되는 기둥들이 이 지하 저수지를 받치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물 저장량은 8만 톤 에 이른다더군요.

앞에 가는 사람들을 따라 가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었습니다.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이 지하 공간에는 저수지를 잘 돌아 볼 수 있도록 나무로 만들어진 통로가 관광객들을 안내하고 있었고 그 길을 따라 위쪽에서 비추고 있는 예쁜 조명들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으시시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이 공간이 부드럽게 느껴졌던 것은....은은한게 울리는 음악 때문입니다. 세미 클래식 음악인 것 같은데...캄캄한 지하에서 조명과 함께 잘 어우러져서 마치 콘서트 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화는 이 지하 저수지에 들어오자 말자...내부가 어둡다는 사실에 약간 긴장한 것 같았습니다. 밤 눈이 어둡거든요...

형민이를 데리고 통로를 따라 가면서도 "오빠...천장에서 물이 떨어져요..." 라고 하면서...연신 위를 쳐다 보았습니다.

정말...천장에서는 물이 뚝...뚝...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수지 바닥에도 물이 고여 있기에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더 크게 울렸고...우리 얼굴에도 물방울들이 떨어졌습니다.

'어디서 새어 들어오는 물일까?....'

순간 이곳이 엄청나게 큰 물 저장 창고였다는 사실이 실감되면서 슬며시 겁이 나더군요. 저장된 물의 높이가 8미터였다고 하는데...아마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물에 푹 잠겨 있었던 곳이겠지요?

엄마를 따라 통로를 걷던 형민이가 갑자기 저수지 바닥의 물을 가리키면서..."꼬기..꼬기..." 라고 얘기하는 모습입니다. 저수지 바닥에는 정말...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거든요.

그리 깊어 보이지 않는 저수지 바닥에는 관광객들이 던진 것으로 보이는 동전들이 많이 깔려 있었고...나무 통로 아래에서 밖으로 들락 거리는 물고기 떼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형민이는...저수지를 밝히는 조명 아래 비치는 물고기를 연신 가리키면서 신기해 했지요. 형민이는 터어키에 와서도 비둘기, 고양이, 물고기 만나는 게... 그렇게 반갑고 재미있나 봅니다. 이런 건 터어키 아니라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그냥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이곳을 아름답게 장식한 관계자들의 노고가 빛나는 곳이었습니다.

이 지하 저수지는 16세기 까지 사용되었고...오스만 투르크 시대에도 잠시 사용되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대대적으로 복구되었다고 하네요.  

1987년에 또 한 차례의 복구 작업을 거친 후 일반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는데...요즘 한국에서 말도 많은 007 시리즈 중 하나인 "연인과 함께 러시아로부터 탈출" 이라는 영화의 몇 장면이 여기서 촬영되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형민이를 안고 있는 제 뒤에 서 있는 기둥을 보세요...기둥에 새겨져 있는 문양이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올챙이 비슷하게 생긴 무늬가 기둥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게 보이시는가요?

저 무늬는 이스탄불의 여행 기념품 파는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메두사의 머리카락이니까요...왜 메두사 아시죠?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그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왜 뱀 이잖아요...보기 싫은 얼굴에 맷돼지의 이빨, 청동의 팔, 황금 날개를 가진데다 머리카락은 뱀이어서... 이 흉측한 메두사의 모습을 보는 사람은 너무도 무서워 피가 얼어붙어 돌로 변하게 된다는 얘기를 다들 한 번씩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로마 제국의 문화적 배경은 그리이스이기에 이렇게 비잔틴 제국을 지키던 지하 저수지의 기둥에는 메두사의 머리카락이 조각되어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이곳 이스탄불의 여행 기념품 가게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왼쪽 그림과 같은 동그란 장식이 바로 이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본 뜬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 메두사의 머리(머리카락)를 가지고 있으면 재앙이 비켜가고...이 문양이 자신을 지켜 준다고 믿고 있더군요.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암행어사 마패 같이 큰 것까지 다양한 크기의 메두사 머리카락 문양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팔고 있던데...우리는 이런 기념품을 사지 않아도 서너 개나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술탄 아흐멧 광장에서 비둘기와 노는 형민이를 본 많은 이스탄불의 경찰(관광 경찰) 아저씨들이 형민이가 너무 귀엽다고 하면서 이런 조그만 기념품을 여러번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형민이는 이 핀을 몇 개씩 옷에 붙이고 다녔습니다. 물론..우리는 이 핀이 형민이를 지켜 준다고 믿지 않지만요...

이 지하 저수지의 하이라이트는 저수지 가장 뒤 쪽에 자리잡고 있는 기둥의 받침대로 사용되고 있는 두 개의 메두사 머리입니다.

높다랗게 솟아 있는 기둥의 받침대에는 왼쪽 그림과 같이 메두사의 머리가 거꾸로 놓여 있었습니다. 하나는 옆으로 놓인 머리고 또 하나는 지금 사진처럼 거꾸로 세워져 있더군요.  왜 바로 세우지 않았는지는 지금도 궁금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뜻밖에 만난 메두사의 머리에 짐짓 놀라면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더군요. 그래서 우리 부자도 메두사 머리 옆에 살며시 다가가 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중에 형민이가 크면 이곳에 다시 와서 아빠랑 이곳에서 찍은 이 사진을 기억하겠지요?

지하 저수지를 다 보고 난 뒤... 밖으로 통하는 또 다른 출구를 통해 빠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출구 근처에는 관광 기념품을 파는 가게가 몇 군데 있었는데...제 개인적으로는 이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물건들이 가장 좋아 보였습니다. 이스탄불과 주요 관광지의 모습을 아름답게 조각해 놓은 조그만 장식들이 우리 맘을 끌었고 나중에 이스탄불을 떠날 때 이곳에 다시 들러 추억이 깃든 기념품 몇 가지를 사기도 했었습니다.

에레바탄을 다 둘러 보고 나온 시간은 저녁 5시 정도...에베소를 가기 위해 이스탄불 시외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 우리는 여행사에서 시외 버스 터미널까지 태워 주기로 한 버스를 타기 위해 8시까지 약속 장소로 가야 했습니다.

'도이 도이'라고 하는 현지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약속 장소인 성 소피아 교회 근처 인터넷 카페로 갔습니다. 그 곳에는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가 네 대 정도 놓여 있었는데..그 중 하나가 한국어 지원이 되는 컴퓨터라...거의 일주일 만에 우리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반가운 소식도 듣고 여기 저기에 우리가 터어키에 와 있음을 알렸습니다.

약속 시간 8시가 다 되어갈 무렵...이스탄불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면...이스탄불에서 있었던 4일 내내 날씨가 그리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빗줄기 속에서 우리가 갈 에게해 연안에서는 푸른 하늘에서 빛나는 태양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습니다.

8시 10분 쯤 도착한 작은 미니 버스에 올라 타고 밤 9시 30분에 이스탄불 시외 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한다는 버스를 타기 위해 비 오는 이스탄불 거리를 내달리면서 우리의 이스탄불 여행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스탄불을 뒤로 하고 떠나는 우리 가족 앞에는 또 다른 여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 번 얘기부터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사진들이 올라오게 될 것 같습니다. 2002년 4월...에게 해 연안의 도시들에서 우리 가족은 짧은 반 팔 차림으로 눈부신 태양과 푸른 파도 그리고 초록색 세상을 만났으니까요...기대해 주세요.    2003.2.7

(터어키 여행기는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