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터어키로...

리 가족은 지난 2002년 4월 4일부터 19일까지 14박 15일의 일정으로 터어키를 다녀 왔습니다. 국제협력의사는 1년에 한 차례 14일간의 휴가가 주어지는데...휴가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한국이나 다른 국가로 가는 것보다 터어키로 가는 것이 더 좋다고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우리가 인근의 러시아나 유럽을 외면하고 터어키로 목적지를 정한 가장 큰 이유는 터어키가 가진 문화적, 역사적 의미 때문입니다.

터어키의 이스탄불은 BC 667년 경부터 비잔티움으로 불리워지던 페르시아 시대부터 계속된 상업과 전략적 요충지였고 AD 330년 경 로마 제국의 콘스탄틴 대제에 의해 콘스탄티노플로 이름이 바뀌면서 로마제국의 수도가 된 뒤로 수 많은 로마의 문화 유산들이 이 도시에 세워 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1453년 투르크 제국에 의해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 세력 하에 들어가게 되면서 기독교적 문화 유산은 파괴되고 이슬람 문화로 대치되었지만.... 사려 깊었던 이슬람 제국의 술탄(통치자)들 덕분에 많은 문화재가 아직까지도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터어키라는 나라가 그리스도인에게 더욱 가까이 와 닿는 이유는 이곳이 사도 시대에 아시아 라고 불렸던 로마의 속주 지역이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요한 계시록에서 알 수 있는 사도 요한이 밧모섬에서 기록한 소아시아 일곱 교회란 바로 당시 아시아 지역 즉, 터어키 서쪽 에게해 지역에 있던 일곱 개의 도시(에베소, 서머나, 버가모, 두아디라, 빌라델비아, 라오디게아, 사데)에 세워진 교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일곱 교회가 있는 지역 외에도 라오디게아 와 가까운 골로새, 사도 빌립이 전도하고 순교한 히에라볼리 지역, 요한이 밧모섬에서 풀려난 뒤 남은 여생을 보낸 에베소에 남아 있는 요한의 무덤과 기념 교회, 마리아가 여생을 보낸 에게해가 바라 보이는 언덕에 남아 있는 에베소의 마리아 기념 교회, 유명한 종교 회의가 열렸던 니케아, 바울이 에베소 장로들을 만났던 밀레도 등...지중해를 끼고 있는 터어키의 서부 해안에서는 초대 교회 당시의 지명들과 유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터어키에는 동부 지역에 위치한 기독교 박해 시대에 신도들이 숨어 살았던 지하 동굴로 이루어진 지역 '갑바도기아' 가 많은 관광객을 부르고 있고 아브라함이 살았던 하란 지역, 노아의 방주가 머물렀던 아라랏 산이 있어서 많은 성지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우리가 터어키를 목적지로 정한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까작스딴에 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제적 이유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까작스딴에 오려면 비행기를 타고 서쪽으로 6시간 정도 날아 와야 합니다. 까작스딴에서 터어키로 가려면 같은 방향인 서쪽으로 6시간을 더 날아가야 이스탄불 국제공항에 도착할 수 있지요.  결국 한국의 인천 국제 공항과 터어키의 이스탄불 국제 공항의 중간에 까작스딴의 알마티 국제공항이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까작스딴의 시차는 3시간이고 까작스딴과 터어키의 시차는 5시간 것을 보면 대강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난 뒤 다음 기회에 터어키를 다시 방문하고자 한다면 12시간을 날아가야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까작스딴에서 터어키를 방문한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별히 까작스딴과 터어키는 밀접한 유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까작스딴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항공 노선이 바로 까작스딴-터어키 노선입니다.

까작스딴-한국 노선과 까작스딴-터어키 노선은 비행 시간이 똑같이 6시간이지만....항공료에 있어선 크게 차이가 납니다.

까작스딴에서 한국까지의 편도 항공 노선 가격은 1인당 약 375 달러(왕복인 경우 650 달러 정도죠) 인데 반해... 까작스딴에서 터어키까지의 왕복 항공 노선 가격은 고작 342달러입니다. 결국 까작스딴에서는 한국에 한 번 갈 수 있는 경비만 가지고도 터어키까지 왕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셈입니다. 이곳 사람들도 비행시간이 똑같이 6시간인데....왜 한국과 터어키로 각각 떠나는 항공 요금이 이런 큰 차이를 보이는지 궁금해 합니다. 아마도 한국-까작스딴 노선은 까작스딴 항공 만이 독점적으로 운항하는데 비해 터어키 노선은 여러개의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기 때문이겠지요.

우리의 여행에도 많은 장애물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1년 6개월밖에 안되는 형민이를 데리고 2주간의 긴 국제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것과 터어키 현지 사정에 대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선화와 전....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을 생각해 보기도 했으나....우리 가족 세 사람만이 미지의 땅 터어키를 여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목적지를 정하고 우리가 편한 시간에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형민이를 데리고 떠나기에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휴식하기 위해선 그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수 많은 난관이 부딪히겠지만....젊은 시절...잊지 못할 유익한 추억이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가이드나 여행사를 배제하고 우리 가족 만으로 이번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제협력의사가 가질 수 있는 첫 번째 휴가는 반드시 주재국 내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까작스딴 안에서만 휴가를 보낼 수 있고 터어키와 같은 외국 여행은 두 번째 휴가때나 가능하도록 법규는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선화의 둘째 출산을 겨울로 이미 예정하고 있던 상황인지라....1년 후에 갓 태어날 생후 2개월 된 아기와 형민이를 데리고 이런 여행을 감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젊은 시절...사도 시대의 발자취를 더듬어 가는 소아시아 성지 순례를 성취시키기 위해선 모험이 필요했습니다.  오래 숙고 끝에 우리는 터어키로 떠났고...이 일은 나중에 국제협력단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휴가를 첫 번째 휴가로 대치하는 것으로 일이 잘 매듭지어져 우리의 모험은 성공한 셈이 되었습니다.

이 여행을 다녀온 뒤 우리가 얻은 소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습니다. 4월인데도 여전히 겨울인 눈 오는 아스타나에만 갇혀 있던 형민이가 푸른 물결 넘실 거리는 따뜻한 지중해의 햇살을 받으며 반팔 옷을 입고 오렌지 나무 가로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점...에베소서, 골로새서와 같은 신약의 서신서들과 요한계시록의 일곱 교회에 보내는 편지 부분을 읽을 때마다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아련한 감정들이 감동과 함께 살아난다는 점 등입니다. 바로 우리가 사도 요한의 무덤 앞에 서 있었고 데메드리오 은장색 소동이 일어났던 에베소의 원형 극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지요.

휴가 이후....6개월 정도 흘렀습니다. 수 많은 사진 자료들과 동영상 자료를 볼 때마다 터어키에서의 감동을 정리할 것을 여러번 다짐하다...이제서야 그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터어키 여행 후 가이드 없이 우리 가족만....일반적인 관광 코스도 아닌 일부 지역(라오디게아, 빌라델비아)을 무사히 탐방하고 돌아온 것에 놀라며.. 많은 분들이 우리의 여행 경험담을 듣기 원하셨습니다. 실제로 소아시아 일곱 교회를 찾아 가려면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 오시는 분들도 있었지요...우리는 가이드 없이 스스로 이 지역을 찾아 다녔기에.... 이후 우리가 다녀왔던 에게해가 접하고 있는 터어키 서부 해안 지역의 소아시아 교회 유적을 순례하기 원하시는 분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자료를 제공하리라 믿습니다.

또...비록 직접 가 보지 못한다 하더라도...생생한 경험과 많은 사진 자료들을 올려 홈페이지를 찾는 많은 분들께 그 곳의 감동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거라 여겨집니다.

바라기는 앞으로 펼쳐지는 글들을 통해 많은 분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사도들과 교부들의 믿음을 본받고 교회사가 주는 준엄한 교훈을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왼쪽 사진은 지금은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도시...에베소에서의 모습입니다. 정면에 보이는 건축물은 135년 줄리우스 아퀼라가 그의 아버지 셀수스를 기리기 위해 지은 도서관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로마의 개선문처럼 3개의 통로로 되어 있는 황제 기념문입니다.

현지에서 만난 영어 가이드 아저씨의 얘기를 유심히 듣고 있는 빨간 체크 무늬의 선화와 관광객들의 사진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형민이의 모습이 보이시죠? 1살 반 된 형민이는 터어키에 있는 내내...모든 관광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렇게 조그마한 동양인은 처음 봤다나요? )   02.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