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여행 15. 햄머 스프링에서 (2011.1.24)

크라이스트처치 대성당에서 오전을 보낸 우리는 크라이스트 북쪽 햄머 스프링(Hammer Spring) 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딱히 특별히 볼 게 없었던 것도 우리가 크라이스트 처치 북쪽 햄머 스프링까지 가게 했던 원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포항이나 양산에서 살때 아이들과 함께 경주 수영장에 놀러 갔던 즐거운 추억들이 우리를 이곳에서도 수영장을 찾게 만들었나 봅니다. 온천물로 이뤄진 이 수영장은 뉴질랜드에서 꼭 가봐야 할 곳 100군데 중 하나로 포함되어 있어 오후에 가기에는 제법 먼 거리인데도 용기를 내게 만들었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서 1번, 7번, 70번 고속도를 타고 제법 올라가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는 지도만 있으면 어디든지 쉽게 갈 수 있기에 오후 햇살을 받으며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습니다. 가다 보니 황량한 들판도 예외없이 황량한 벌판을 오랫동안 달려야 했고 마을이나 주유소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수영장에 도착했을 때가 오후 3시쯤 되었을 것 같습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주유소를 발견한 우리는 나중에 돌아올 때는 이곳에서 주유를 하면 되겠구나 생각하고 표지판을 따라 수영장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신나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수영장의 구조나 시설은 경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영장과 별반 차이가 없네 가장 치명적인 헛점은 그늘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내 수영장도 아니고 야외 수영장인데 그늘이 없다보니.... 극도의 자외선에 노출되어야 했지요.

그러나 자외선에 노출되거나 말거나...

자녁 늦게까지 물놀이를 즐기고...

이제는 숙소인 크라이스트처치로 다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수영장을 나와 샤워를 하고... 저녁 7시쯤 차를 몰고 아까 마을 어귀에서 봤던 그 주유소로 갔습니다. 크라이스트처치까지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기름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 주유소가 문을 닫은 것입니다. 주유소는 6시까지만 영업을 한다고 적혀 있고... 다른 주유소는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 주유소에서 주유를 할 수 없는 상황인지라 우리는 조금밖에 남지 않은 휘발유 눈금을 보며 일단 크라이스트처치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주유소가 나올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떠난 것이죠.

그리고 그렇게 40분을 달렸습니다. 계기판의 주유 눈금은 바닥 나고 이제 불이 들어오는데 허허벌판에는 주유소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1시간 이상 달려야 하는데....그렇게 조마조마한 맘으로 만난 작은 마을에서 겨우 주유소 하나를 발견했지만... 그 주유소는 특정한 주유카드를 가진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무인주유소인지라 돈이 있다고 주유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뉴질랜드가 넓다보니 이렇게 인건비 들여 주유소를 지킬 인력이 없나 봅니다.

시간은 8시가 넘어가고...어둠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트럭들과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도로 가에 차를 세워두고 주유소 주변을 서성거리며 누군가가 기름을 넣어러 오기만을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주변 가게로 가서 도와달라고 요청해 보았지만 모두들 미안하다는 말만 할 뿐이었습니다. 어두워질 때였기에 모든 상가는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어린 형민이도 걱정이 되는지 차 안에 있질 못하고 길 가에 서 있는 아빠 옆에 섰습니다. 차 안에 있던 엄마는 딸 들에게 "오늘 밤은 여기 차 안에서 잔다고 생각해..." 라고 아이들을 다독이며 시간은 밤 9시를 넘겼습니다.

그 때.... 차 한 대가 주유소로 들어왔고 그 분은 그 주유소를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세..." 그 분의 도움으로 우리는  충분히 주유를 할 수 있었고 다시 크라이스트처치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죠., 캄캄한 밤, 우리에게 도움을 준 차가 떠난 직후 우리도 출발해서 도로로 나왔습니다. 기쁨에 젖어 북쪽으로 달리면서 발견한 이상한 점은 조금 전 출발한 앞 차를 볼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이상하다. 방금 우리 앞서 출발했는데... 차가 왜 없지?"  

선화가 말했습니다. "천사가 우리를 도왔나봐요.." 평소 열심히 기도하는 형민이는 "아빠, 아까 아빠가 밖에 있을 때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오도록 기도했어요. 그 기도를 듣고 하나님이 천사를 보내 주셨나 봐요." "그래...크라이스트처치(하나님의 교회)로 가는 길에서 만난 천사 인가보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던 시골 도로가 주유소에 들린 그 차는 아마도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인게 분명합니다.  형민이의 간절한 기도를 들으신 주님이 천사를 보내셨습니다. 그렇게 남섬에서의 마지막 밤이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