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주베 봄 나들이

긴 겨울도 끝나고 알마티에도 봄이 찾아왔습니다. 2013년 알마티 봄의 특징은 비가 많이 온다는 점입니다. 작년에는 그렇게 비가 오질 않더니 올 4월은 마치 한국 장마철처럼 비가 오네요. 봄 기운이 완연한 봄날, 알마티의 다른 가족들과 꼭주베 언덕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꼭주베는 알마티 도심 동쪽에 자리잡은 해발 1,070 미터의 자그마한 언덕입니다. 이곳에는 라디와 TV 방송을 송출하는 방송탑이 웅장하게 솟아 있는데 오랫동안 알마티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부산의 용두산 공원, 서울의 남산 타워 정도 되겠지요.

그런데 그 꼭주베 언덕에는 자그마한 동물원이 있습니다. 원래 알마티 동물원은 고리끼 공원 근처에 있지만 이곳에도 공원을 거니는 사람에게 심심찮을 만큼 몇몇 동물들이 살고 있지요. 주로 양, 사슴, 새 종류인데... 꼭주베에 올 때마다 이 동물들을 보곤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꼭주베에 간다고 하자 아이들은 동물들에게 줄 먹이를 가져가자며 당근, 양배추 등을 잔뜩 준비해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준비한 당근과 양배추를 봄비를 맞고 출출한 동물들에게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금방 태어난 양들도 많이 있었는데 얘들은 채소는 안 먹고 우유만 먹는다기에.. 다음 번에는 우유도 가져와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쨋든 아이들이 신났죠.

나무 여기 저기에 만들어 놓은 새집으로 인해 더욱 정겨운 꼭주베 산책로를 걷습니다.

이곳에는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즐기는 놀이 기구 "Fast-Coaster" 가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이런 종류의 놀이 기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만 우리 집 둘째 시은이는 유치원 때부터 혼자 바이킹을 타는 매니아입니다.

꼭주베 위에서 보면 알마티 도심이 한 눈에 다 들어옵니다. 오늘은 안개 때문에 도심 밖 초원까지는 보이질 않네요.

결국 시은이가 R 선생님과 함께 이 놀이기구에 타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떨리는 맘으로밖에 봤는데 속도도 빠르고 무서워 보였습니다. 하지만 시은이는 양 손을 하늘로 쳐들고 한껏 신이 나서 달렸지요.

직선과 곡선 궤도를 다 돌고 난 뒤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시은이의 모습이 보입니다.

꼭주베에는 이 놀이 기구 말고도 반대편에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동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온 뒤 셔틀버스를 타고 꼭주베 언덕으로 올라왔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는 방법도 있습니다.

꼭주베 라고 쓰인 글씨 아래에 우리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였습니다. 지 선생님 댁도 삼남매 인지라 두 가정만 해도 여섯 명입니다. 오늘 꼭주베 방문은 우리 T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봄이 오면서 아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습니다.

특히 우리 시은, 성은이는 깜찍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로 온 가족에게 큰 웃음을 선사하곤 합니다.

성은이가 로마 군병들이 쓰는 투구 같은 것을 쓰고 양치하는 모습이네요. 투구 위에 마치 닭 벼슬 같이 붉게 올라와 있어 우습기도 하지만 언제나 성은이는 명랑하고 창의적입니다.  

시은이도 못말리지요. 한 번은 방에 들어갔는데 시은이가 이런 포즈를 취하고 방 한 쪽에 서 있는 바람에 모두가 깜짝 놀랐습니다.

저렇게 하고 성은이에게 달려들면 성은이는 그냥 깜짝 놀라죠. 사역지가 주는 부담과 스트레스, 말 못하는 압박감이 우리 삶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새 봄을 맞는 우리 집은 언제나 그렇듯이 생기가 넘치고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로 넘쳐납니다.    201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