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여행 3 밀포드 사운드 (Milford Sound) (2011.1.18)

Mirror lake를 출발할 무렵, 구름만 잔뜩 낀 하늘은 빗방울을 하나 둘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Te Anau에서 58 Km 정도에서 큰 갈림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좌회전을 하면서부터 큰 협곡 사이로 접어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한 탓에 아이들도 하나둘씩 잠들고 차 밖은 어둡고 빗방울도 굵어지면서 운전대에 잔뜩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렌터한 차가 새 차이고 제동력도 좋아서 물기 많은  협곡을 지날 때 큰 어려움을 겪진 않았습니다. 비가 오고 몇 미터 앞도 안 보이는 안개 덕택에 아슬아슬한 절벽이나 낭떠러지를 볼 수 없어 더 심적으로 편안했는지도 모릅니다.

비구름과 안개는 짙어졌다 옅어졌다 하면서 비를 계속 뿌려댔습니다.

우리가 달렸던 도로를 상공에서 본 모습입니다. Milford Road.

Milford Sound에서 구입한 엽서 사진입니다. 이 사진에서도 이곳은 안개가 자욱한 모습입니다. 사실 Milford Sound 가 맑은 날씨를 보이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고 합니다. 밀포드 사운드의 경우 1년 강수량이 7 미터 가량입니다. 하루에 1인치( 25mm) 의 강수량을 보이는 셈이죠. 24시간 동안 24 인치(600mm) 의 폭우가 내린 기록도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우리가 가는 길에서도 밀포드 사운드가 가까워질수록 빗줄기는 굵어졌고 도로 양 쪽의 가파르게 깎아지른 높은 절벽을 따라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빗물들이 우리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실로 압권이었지요. Homer 터널 앞에서 잠깐 차를 멈추고 이 경치를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호머 터널 바로 앞에서 차를 주차했습니다. 원래 봄, 가을에는 이 터널 앞 5Km 구간에는 차를 주차하는 것이 금지될 정도로 협곡 사이의 위험 요소가 많은 지점입니다. 우리가 방문한 1월은 뉴질랜드의 한 여름이었기에 주정차 금지 표지판을 볼 순 없었습니다.   

자욱 안개 사이로 빗물이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고 좌우로 높은 절벽들은 우리가 협곡 내로 들어와 있음을 실감케 합니다.

절벽을 따라 흘러 내리는 물줄기

형민이가 깎아 지른 듯한 절벽 아래 서 있습니다.

밀포드 길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만일 맑은 날씨였다면 이런 폭포의 숫자는 훨씬 적었겠지요? 대 자연과 그것을 만드신 위대하신 하나님을 느끼게 합니다.  

이곳이 바로 호머 터널 입니다.  1935년부터 1954년까지 20년의 공사 끝에 이 터널은 완공되었는데 다이너마이트 같은 현대적인 폭발물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사람 손과 망치, 끌과 같은 기초적인 도구만을 사용해서 총 1200 미터의 터널을 뚫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에는 일본군 포로들이 이곳에서 노역을 했다고 합니다.

터널 안은 매우 어두웠습니다.  터널 안에는 일체의 조명이 없기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만을 가지고 운전해야 하는 암흑이었습니다. 터널 경사도 10도 정도까지 기울어져 있어 약간 무서웠지요^^ 여길 지나야 밀포드 사운드로 갈 수 있다는 생각만 하고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호머 터널을 지나 조금 더 달리고 나니 'Chasm' 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Cleddau 강줄기에 의해 바위 틈에 깎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죠. 잠 자는 아이들을 깨워 나왔습니다. 너무 오래 차 안에 있었기에 좀 걸을 필요가 있었거든요.  

어두운 하늘과 빗줄기 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차장에 와 있었죠.

뉴질랜드의 정글은 특별합니다. 게다가 이곳은 워낙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이기에 열대 우림 정글이 신선한 공기와 함께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죠.

성은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바로 이 녹색 수풀을 걷는 Bush Walk입니다.

The Chasm 에 도착했습니다. 자연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고 있네요.

비가 오고 있기에 물줄기도 많은지라 다리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바위 암석 틈새가 더 무시무시했습니다. 여기가 바로 The Chasm 이지요.

이곳에서 산책도 하며 Milford Sound 로 향하는 의지를 불살랐죠^^

아직도 잠이 덜 깬 아이들...

주차장에 와서야 아이들은  구름 안개 사이로 보이는 폭포수 줄기를 비로소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의 맘을 끈 것은 주차장에 있던 버스 위에 앉아 있던 새 한 마리였죠.

뉴질랜드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새 '카카' 가 버스 위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고 하더라도 살아있는 동물 만큼 신기하고 경이로운 것은 없나 봅니다.

The Chasm을 지나 우리는 얼마남지 않은 밀포드 사운드로 접근했습니다.

중간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고

드디어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지요. 2시간 거리라고 하지만... 비도 오고 아이들과 이곳 저곳을 보는 바람에 3시간 넘어 걸린 것 같습니다. 점심도 먹고 운전자도 좀 쉬어야 했으니까요.

밀포드 사운드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휴게소로 보이는 듯한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젖은 옷도 말리고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 정보도 얻고 전 세계에서 이곳을 찾아온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 여름인데도 비가 오고 어둡다보니 아이들도 추워했지요.  코코아를 마시며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자축했습니다.

휴게소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밀포드 사운드를 돌아보는 관광 유람선이 출발하는 크루즈 터미널이 있습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비와 안개로 인해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을 타야할지 고민했지만 뉴질랜드 남섬 남서쪽 끝까지 찾아온 우리로선 두 번 다시 얻을 수 없는 경험이라 생각하고 빗 속 유람선을 선택했습니다.

유람선 터미널로 향했습니다.

몇 군데의 유람선 회사가 빗줄기 속에서도 성업 중이었습니다.

우리도 티켓을 끊었습니다.

선착장에 우리가 타야 할 유람선이 정박해 있네요.

그리고 떨어지는 빗줄기 속에서 유람선에 올랐습니다. 무엇을 볼 수 있을까요?

세계 어느 관광지를 가더라도 한국말 안내서는 어디든지 볼 수 있지요. 이곳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들을 한국어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조그마한 나라, 한국이 세계 어딜 가더라도 이렇게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늘 가슴 뿌듯합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이렇게 맑은 하늘을 구경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도 말씀드렸죠? 하루 평균 강수량이 25 mm 이고 년 강수량이 자그마치 7 미터나 된다고 합니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정말 행운을 잡았다고 해야겠지요. (밀포드 사운드에서 파는 엽서 사진)

유람선 위에서 좁고 길게 뻗은 협곡을 바라봅니다. 이 지형이 바로 빙하에 의해 이뤄진 피오르드입니다.

열심히 우리에게 이곳 경치를 설명해 주는 가이드가 있긴 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남해에서 한려수도 유람선을 탔던 느낌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아마 비가 왔기 때문이었겠지요..

밀포드 사운드에서 한려수도 유람선을 탔다는 추억을 이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을까요?

물론 한려수도와 다른 점도 있습니다. 물개가 바위나 절벽 틈에서 낮잠을 즐기는 모습이라든지... 협곡의 크기와 숫자가 한려수도 보다는 확실히 많고 웅장했지요.

유람선이 본격적으로 항해를 시작하자 객실은 텅 비워졌고 모든 사람들이 갑판 위로 나가 자연의 조각품들을 감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함께 이곳에 왔다는 사실 자체 만으로도 100% 성공입니다.

온도가 떨어지고 비를 맞고 갑판을 돌아다니다 보니 아이들도 출출해졌습니다. 이 유람선에서는 신라면 컵라면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우리 아이들은 우람선에서 제일 작은 손님들인지라 승무원들의 인기도 독차지하면서 열심히 국위 선양을 했습니다.

시은이와 성은이.

우리는 커피 한 잔씩을 했지요.

이렇게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은 피요르드를 따라 대양까지 한 번 나갔다가 들어오는 코스입니다. 바다에서는 고래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비와 안개로 인해 암벽에 안 부딪히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죠.

절벽 아래 폭포로 유람선이 접근하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물벼락을 맞아야 했죠. 그래도 모두가 즐거운 물벼락이죠.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수.

호머 터널 앞에서 봤던 절벽 물줄기를 이곳 유람선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아이들의 이목을 끈 것은....

살아 있는 동물이었죠. 물개들....

아침에 테 아나우를 출발해서 밀포드 사운드까지 오는 길에서 많은 역경과 악천후를 만났지만 우리가 함께 있다는 사실 만으로 모든 것을 뛰어 넘을 수 있었죠.

흐르는 빗줄기 속에서 이뤄진 '밀포드 사운드' 유람선 투어였지만 그로 인해 더 특별하게 빚어진 추억이었습니다.

유람선 앞에서 젖은 옷을 입고 인증 샷!

유람선의 승무원 아저씨도 아이들과 함께 인증 샷!

밀포드 사운드에서 테 아나우로 돌아오는 길은 훨씬 더 안정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밀포드 사운드를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날씨는 개어져 갔습니다.

테 아나우 근처로 올 무렵에는 이렇게 파란 하늘이 우리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죠.     201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