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오니어 봉 산행

8월 말 가깝게 지내는 분들과 함께 알마티 인근 산을 오를 기회가 있었습니다. 남쪽에 텐샨산맥의 지류인 알라타우 산맥을 두고 있는 알마티는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산을 오를 기회 조차 흔치 않은게 사실입니다.

당초 침불락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를 택하려고 했는데 산불로 인해 도로가 폐쇄되어 메데우로 올라가는 메인 도로에서 왼쪽으로 난 도로를 타고 또 다른 등산로로 향했습니다.  해발 3,100 미터의 파이오니어 봉으로 향하는 코스입니다. 일행은 모두 다섯명인데 3명이 외국인이고 저를 포함한 2명은 한국인입니다. 도로 끝 작은 개울을 건너면 사진에 보이는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이기도 한 이 곳의 관리는 사진에서 보는대로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관리사무소나 사람은 보이지 않고 등산객 자체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노란 간판에는 '일리-알라타우스키 자연국립공원 주차장' 이라 쓰여 있네요.

마침 이 날은 구름이 있는 날씨라 등산하기에 무척 좋았습니다. 알마티의 여름은 살을 파고드는 뜨거운 햇살로 유명한데... 늦여름의 오늘 날씨 덕택에 비교적 시원하게 산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는 길에서 크고 작은 물줄기를 만나야 해서 작은 모험심을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황량한 산지에 곱게 핀 꽃들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구체적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카메라에 담게 됩니다.

지난 여름 3개월 동안에 비가 온 날은 만 2일도 되지 않는데.... 그렇게 마른 여름을 지내고도 꽃망울을 틔우고 있습니다.

앞서가던 사람들이 바위 옆 덤불에서 뭔가를 발견했나 봅니다.

산딸기... 묵묵히 산을 오르던 등산객들의 피로와 갈증을 씻어 주는 반가운 친구들입니다.

비가 자주 오고 습한 한국과 달리 이곳 산은 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습니다. 일단 스케일이 크고 황량하지요.

산에 나무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국립공원 답게 침엽수 림이 제법 많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다른 산들은 돌과 나즈막한 풀로 덮인 산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산을 오르자 조금씩 주변 산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옵니다. 알마티 도시 안에서도 쉽게 만년설을 볼 수 있지만 아직 이 정도 높이에선 눈을 보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가는 산봉우리는 '파이오니어' 봉입니다. 해발 3,100 미터 인데 "삐오네르스끼" 라고 적힌 안내 표지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이 봉우리 역시 꼭대기 주변에는 나무 한 그루 보이질 않네요.

정상 바로 아래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습니다. 한국인이 가져온 삼각 김밥을 프랑스, 러시아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맛있다고 고개를 끄덕이지만 웬지 낯설어 하는 구석이 보입니다. 샌드위치, 과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파이오니어 봉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정상에는 이런 표식이 있네요.

이곳에 왔음을 알리는 기념 사진도 하나 찍고...

한국에서 오신 M 의 부친과 러시아인 가이드와 함께...

이제 다시 산을 내려갈 차례입니다. 올라올 때보다 길을 찾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자칫 다른 골짜기로 내려갈 뻔했지요.

이 산을 떠나기 전에 인사해야 할 친구들을 더 만났습니다.

알마티 인근 산야를 지키고 있는 늦여름 야생화 들이죠.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소들입니다. 등산에 소요된 시간은 산 밑에서 출발해서 돌아올 때까지 모두 5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알마티 방문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산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아직 저 혼자 가이드할 자신이 없습니다. 두어번 더 다녀오면 확실히 지리를 익힐 순 있을 것 같지만...

혹 알마티에 오게 되신다면 '파이오니어 봉'을 한 번 올라 보세요.                                          201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