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쿨 컨퍼런스

올 여름 많은 일이 있었죠. 무엇보다 6월 중순,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이식쿨 이라는 큰 호숫가에서 중앙아시아에서 일하는 같은 회사 식구들이 모두 함께 모여 그 분 안에서 재충전하며 전략을 세우는 컨퍼런스를 가졌습니다.  

컨퍼런스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참석자들에 관해서는 보안상 다룰 수가 없습니다. 공개된 웹사이트 이다보니 아무래도 M 관련한 얘기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등록된 교회나 공개된 사역자들이야 웹 상에서 노출되어도 아무 문제 없지만 NGO나 기타 사역자들의 경우는 무척 사진 한 장에도 무척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많은 분들이 저희 홈페이지 보안에 대해 이런 걱정을 하고 계시지요.  

특별했던 컨퍼런스가 열렸던 키르기스스탄의 호수, 이식쿨 주변을 소개하고 컨퍼런스의 분위기를 전해드릴까 합니다. 한 여름의 태양이 내리쬐는 6월 말, 우리는 비쉬켁에서 이식쿨로 향하는 버스에 타고 있었습니다. 중앙 아시아 사역하는 100 여명의 일군들이 2대의 큰 버스에 나눠 타고 나무 하나 심겨 있지 않은 황량한 산봉우리 사이로 한참동안 달렸습니다. 차창 밖으로 이식쿨 이 가까이에 있음을 알리는 간판이 보이고 있네요.  

우리가 사는 곳은 카자흐스탄 알마티이지만 당일 아침 버스를 타기 위해 집결해야 하는 곳은 알마티에서 4시간 떨어진 키르기스스탄 비쉬켁의 한 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전날, 택시를 타고 카작-키르기스 국경에 도착한 뒤 육로로 국경을 넘어 비쉬켁 시내로 들어왔었습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1박을 한 뒤 아침 9시에 모임 장소에 도착했지요. 1년에 1번 모이는 중앙 아시아 컨퍼런스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으로선 첫 번째 참석이지만 많은 분들이 반겨주셨습니다.  

비쉬켁에서 이식쿨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도 3-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알마티에서 비쉬켁까지 오는 만큼의 시간이지만... 차창 밖 풍경은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었죠. 바위나 돌, 작은 덤불, 메마른 산지, 철도길. 산 위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혹자는 키르기스스탄을 '중앙 아시아의 알프스' 라고 부릅니다. 과장된 점도 있지만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만큼은 마음에 와 닿습니다. 때때로 뉴질랜드 남섬의 광활한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정말 멋있죠? 한국이나 유럽의 어느 경치와는 확실히 느낌이 다른 중앙 아시아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신장 자치구 어디쯤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일 것 같구요. 푸른 물줄기는 산 꼭대기에의 만년설이 녹아 내린 것입니다. 천산 산맥, 카라코람 산맥, 티벳 고원, 히말라야 산맥으로 이어지는 세계의 지붕을 이루는 산봉우리들이죠. 키르기스스탄 국토 내에 있는 천산 산맥(天山) 최고봉은 7,439m의 승리산(Peak Pobedy)입니다.

비쉬켁이야 벌써 1년 사이에 두 번째 방문하는 거지만 이식쿨 호수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리 회사 중앙아시아의 사역자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이 약 4:6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서구인이 많지만 국가별로 통계를 내면 한국인 사역자 수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미국 사역자 수가 1위였다네요.  

이식쿨 호수로 가는 길은 계속 도로 공사 중입니다. 어떤 길은 아슬아슬한 벼랑에 몰려 있었고 어떤 곳은 큰 웅덩이로 인해 우회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공사 중이니 몇 년 후에는 잘 닦인 시멘트 길을 쌩쌩 달릴 수도 있겠지요.

잠시 휴게소에 쉬고 난 뒤 다시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산등성이에는 키르기스스탄 국기까지 새겨져 있습니다.  

그렇게 달린 지 몇 시간.... 드디어 푸른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멀리 눈 덮인 천산산맥의 모습 때문에 더욱 아름다워 보이지요.

4박 5일 동안 있을 컨퍼런스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식쿨 호수는 중앙 아시아 최대 휴양지입니다.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호수 물은 차갑지만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시설을 갖춘 장소에서 모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매년 6월 중순에 이곳에서 컨퍼런스를 가진다고 합니다.

도착해서 등록을 하고 명찰을 받고 숙소를 배정받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모처럼 촌스러운 동네를 떠나 세련된 숙박시설을 접하게 된 셈입니다. 그런데.... 이곳은 밤에 많이 추웠습니다. 이곳에 여러 번 참석했던 분들은 전기 장판까지 챙겨 오셨던데... 어쨋든 우리는 1주일 후, 감기에 걸린 채 알마티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식쿨 호숫가입니다.

이식쿨 호수는 키르기스스탄 북동쪽 해발 1,608 m 에 위치한 호수로 면적은 1738 km³ 입니다. 118개의 강과 물줄기가 이곳으로 흘러 드는데 가장 큰 강은 디이르갈란 강과 튜프 강이라고합니다. 호수의 물은 온천수와 눈이 녹은 물을 수원으로 하여 공급되는데 그래서 이식쿨의 뜻은 "뜨거운 호수"입니다. 바다로 나가는 길이 없고 강수량도 없어 약 0.6%의 염분을 가지고 있으며 연간 해발 약 5 cm씩 줄어든다고 합니다. 몇몇 학자들은 호수 깊숙한 곳에서 추 강으로 넘어갈 거라고 추정하고 있고 호수 바닥은 광물질 모노하이드로캘사이(Monohydrocalcite; 일수소 방해석)가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식쿨 호수는 남미의 티티카카 호수(Titicaca Lake)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큰 산악 호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서로 182㎞, 남북으로 58 ㎞,  전체 둘레가 400 ㎞에 이르고 키르기스스탄 관광의 주 수입원이지요.

알마티 근처에는 깝차가이 호수가 있습니다. 일리 강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로 물이 맑지도 않고 나무 그늘도 없지만 해마다 여름이면 많은 알마티 시민들이 찾아갑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식쿨에 와 보니 깝차가이 호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맑은 물색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구 소련 시대부터 당 간부들의 휴양지로 많은 각광을 받았던 이유를 충분히 알 것 같았습니다.   

호수에서 바라본 숙소입니다. 호숫가 모래 사장에 면한 우리 숙소는 수백명이 동시에 묵을 수 있는 객실을 갖추고 있습니다.

첫 날부터 시은이와 성은이는 수영 할 거라고 바짝 벼르고 있습니다.

호숫가 작은 돌멩이들.

호수에서 숙소로 가는 길에는 조경이 잘 되어 있습니다. 잔디밭과 예쁜 꽃, 형민이는 하얀 나무껍질의 자작 나무 가로수 사이를 걸어오고 있네요.

등록이 이어지는 첫 날, 호숫가에서

예쁜 선착장 뒤쪽 바다 위로는 구름인지 눈 덮인 산인지...

네덜란드에서 온 게르디나 이모가 물에 뛰어드는 것을 본 시은이와 성은이도 찬 물로 들어갔지요.

이식쿨...으슥쿨... 카작어로는 '으스특' 은 뜨겁다는 말이고 '쿨'은 호수라는 뜻입니다. 으슥쿨(이식쿨)이라고 하면... 뜨거운 호수 라는 말인데... 정말 차가왔습니다.  만년설이 녹은 물과 온천으로 이뤄진 호수라는데 뜨겁기는 커녕 엄청 추웠죠. 그래도 아이들은 신나기만 합니다.

시은이와 호수, 눈 덮인 산이 아름답죠?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배와 지역 소개, 메시지, 주제 강연, 그룹 모임, 기도 모임 등을 4일 동안 계속해서 가졌습니다. 그곳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가장 인상적인 만남은 타직키스탄에서 사역중인 가정의학과 의사 가정,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역하고 있는 가정의학과-산부인과 의사 가정이었습니다. 이 지역으로 우리 가정보다 일찍 들어와 사역하고 있는 분들로부터 그들의 삶과 경험들을 배우고 적용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의료 사역하는 외국인 의사는 저희 가정밖에 없습니다. 그분들과 사진도 몇 장 찍었는데 공개하긴 좀 그렇네요.

하루 세 끼를 숙소에서 제공했습니다. 형민이는 식사할 때마다 늘 우리와 떨어져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한국인은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또래 친구들이 낫나 봅니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아이들을 위한 어린이 사역 팀이 따로 준비되어 있습니다.  MK 들을 위해 캐나다에서 온 어린이 사역팀이 일주일동안 아이들과 함께 성경공부하고 여러 활동을 제공했는데... 그 팀 리더와 몇몇 선생님들이 한국인 MK 출신이라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어느 밤에는 장작불을 피우고 Fun night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장작불을 피우면 감자나 고구마, 콩깍지를 구워 먹는데... 서구인들은 좀 달랐습니다. 긴 나뭇가지에 메쉬멜로우를 꽂아 구워 먹더군요.

형민이가 불 붙은 메쉬멜로우를 들고 있네요.

부모를 따라 컨퍼런스에 참석한 아이들도 오전 내내 MK 사역팀과 함께 따로 모임을 가졌습니다.

오후에는 2시간씩 스포츠 타임도 있었습니다. 농구, 축구, 배구, 하키....

형민이는 1주일 내내 꼬마들과 신나게 놀았지요.

이식쿨 호숫가에서 배구를 하다니...

5일은 금방 지나갔습니다. 숙소 안이 추웠던 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환상적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 환경도 완벽한 곳이었지만..  그곳에 모인 사역자들이 그 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 1주일 이었습니다.  

민족과 국적은 달라도 그 분의 부르심을 따라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가슴 뛰는 일이니까요.   

내년 컨퍼런스에 참가할 때에는 우리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대해 보기도 했습니다.

컨퍼런스를 마치고 비쉬켁 숙소로 돌아와보니 성은이가 다니고 있는 MK학교 선생님(앤 선생님)이 그 곳에 와 계신 바람에 깜짝 놀랐습니다. 앤 선생님은 지난 2년간 MK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시다 이제 미국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이식쿨 방문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과 헤어진다고 밤마다 눈물 흘렸던 성은이에겐 무엇보다 큰 선물일 수밖에 없었죠.              201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