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 지하철

중앙 아시아에서 가장 큰 도시를 들라 하면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를 첫 손에 꼽습니다. 인구도 250 만명으로 알마티(150만명)보다 훨씬 많고 지하철도 구 소련 시절부터 운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마티 지하철은 구 소련시절부터 공사가 시작되었지만 독립 이후 10 여년간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되어 오다가 2004년에 이르러서야 공사가 재개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카자흐스탄에 왔던 2001년에도 사람들이 알마티 지하철에 대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게 기억납니다. 그렇게 전설로만 내려오던 알마티 지하철이 드디어 2011년 12월 1일에 역사적인 개통식을 가졌습니다.     

현재 개통된 알마티 지하철 1호선 1단계 구간의 총 길이는 8.56Km 이며 푸르마노바-라임베카 길에 건설된 라임베카 역에서 아바야-가가리나의 알라타우 역까지 모두 7개 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 사진은 라임베카 역 모습입니다. 붉게 M 자로 적힌 곳이 지하철 입구지요.  '메트로(Metro)'는 이곳 언어(러시아어, 카작어)로도 지하철을 뜻하기에 이렇게 붉게 M자 모양으로 지하철 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텐샨 산맥을 연상시키기는 산 모양의 붉은 색 M 로고는 알마티 지하철에 무척 잘 어울린다 싶습니다.  

버스 정류소에서 볼 수 있는 알마티 시 교통 지도입니다. 남쪽에 텐샨 산맥이 병풍처럼 서 있고 그 아래 북쪽으로 도심이 발달하고 있는게 보이시죠? 붉게 표시한 곳이 바로 이번에 개통된 지하철 1구간 8.56 Km 구간입니다. 전체 도시와 비교해 보면 이제 겨우 시작인 셈입니다.

많은 인구수와 자동차의 보급 때문에 알마티 도시 공기는 날이 갈 수록 나빠졌고 교통 정체는 이제 폭발 상태에 이르렀기에 알마티 시로서도 지하철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알마티 지하철 공사는 재정적 문제로 여러번 완공 시기를 미뤄 왔습니다. 지난 2010년 말 아흐케트잔 예스모프 알마티 시장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750억 텡게의 추가 예산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2011년에 공사를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6월 역사적인 알마티 지하철 시운전이 시작되었지요.  

총 공사비로 8억 달러 이상 들었다는 알마티 지하철을 처음으로 타 본 것은 2012년 3월입니다. 사실.. 너무 짧은 구간 탓에 아직도 많은 알마티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 보지 않았답니다.

자 그러면.. 알마티 지하철을 함께 타 보시죠. 지하철 라임베카 역은 우리 병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입니다. 그동안 여러번 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해 볼 생각을 했지만... 그냥 버스만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개통 3개월이 지나면서 시스템도 어느 정도 안정되었을 것이기에 지하철에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 것입니다.

지금 보이는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매표소가 보입니다.

'라임베카 바띄르' 역으로 문입니다. 왼쪽은 들어가는 문, 오른쪽은 나오는 문인데 엄격하게 구별시키고 있습니다.

왼쪽 문으로 들어가면 정면에 표를 살 수 있는 매표소가 보이고 출입구를 지날 수 있습니다. 처음 지하철을 탔을 때는 차비로 50텡게를 받던데 지금은 80텡게를 받고 있습니다. 시내버스가 50텡게인 것을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입니다.

지하철 티켓은 동그란 플라스틱 토큰을 사용하고 있는데 매일 그 색깔이 바뀐다고 합니다. 토큰을 입구에 넣으니 개찰구가 열리지만 토큰은 반환되지 않았습니다. 내릴 때는 토큰을 넣을 필요 없이 그냥 통과하기만 하면 되니까요. 그래서 지하철 역 구내로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을 철저히 구별하고 있습니다.   

우측 사진에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트가 보입니다. 알마티 지하철 1호선 역에 설치된 모든 에스컬레이트는 2007년 9월 현대종합상사가 계약을 따내 설치한 것입니다. 아바이 역에 설치된 46 미터 에스컬레이터 같이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세계 1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티센과 수차례 경합을 벌였다고 하는데 결국 현대종합상사가 계약을 수주함으로써 현대의 기술력과 자신감을 입증했다고 합니다.

우측 승강장은 종착역으로 들어오는 열차가 정차하는 곳이고 좌측 승강장은 시발역으로 열차가 출발하는 장소입니다. 지하철 벽에는 7개 역 명이 정성스레 적혀 있습니다.

지하철 승강장에 말을 탄 장군(카작 역사 속의 왕이나 장군들은 항상 이렇게 말을 탄 모습입니다.) 그림을 제외하면 이곳이 알마티인지 한국의 어느 도시인지 구별할 방법이 없습니다.

드디어 전동차가 도착했네요. 카자흐스탄 독립 20주년을 축하하는 스티커를 붙인 '1호 열차' 가 종착역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후 좌측 승강장으로도 열차가 들어옵니다. 앞서 본 1호 열차가 방향을 돌려 다시 라임베카 역으로 진입하는 것입니다. 저도 열차를 타야겠네요.

열차 안은 좁습니다.  머리위에 짐 올려놓는 공간이 없다는 게 눈에 띄구요.  

한국 지하철 전동차와 별 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답니다. 그리고 객차 한 쪽 편에 반가운 이름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알마티 지하철의 전동차를 공급한 우리나라 기업 '현대 로템'의 표식이었죠. 알마티 지하철은 운용 시스템과 전동차를 모두 한국에서 들여와 운영하고 있으니 한국 기술이 이뤄낸 또 하나의 쾌거입니다.   

가까운 러시아나 터어키에도 도시철도가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이 이렇게 당당히 지하철 사업을 선도하게 된 것에 대해 이곳 교민들은 큰 자부심을 안고 있답니다. 처음 알마티 지하철 운영 체계와 전동차를 한국에서 들여온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비아냥거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니나다를까 한국 특유의 성실성과 기술력으로 이들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렸죠. 이러한 사례는 카자흐스탄 곳곳의 비즈니스 현장과 국책 사업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은 2011.6월 지하철 시승식때의 모습입니다. 한인일보에서 발췌한 사진인데요.  현대 로템, 현대 엘리베이터, 현대종합상사 관계자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에스컬레이트를 계약한 현대종합상사 외에도 현대 엘리베이터에서 알마티 지하철 1구간의 모든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좌석에 앉았습니다. 어두운 지하터널 속으로 지나가는 전동차의 낮익은 소음, 삐끄덕 거리는 객차 소리, 그리고 한국과 다를 것 없는 안내 방송을 들으며 옛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 옛날 제가 살던 부산에 지하철이 처음 들어왔던 때가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서울이야 그 전부터 지하철이 있었지만 부산에 지하철이 들어온 것은 1985년 7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의 일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중, 고등학교 시절 내내 지하철은 소중한 이동 수단이 되었습니다. 저는 30년 이상 부산시 서구 부민동에서 살았습니다. 우리 동네 지하철 역인 토성동 역이 개통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88년 5월의 어느 날입니다. 한창 활동적이고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기 시작하던 그 시절... 청소년기의 수많은 추억과 함께 했던 게 바로 그 지하철 이었지요.

알마티 지하철의 전동차 소리를 듣고 있으니..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지하철을 타고 동래 식물원에 소풍 가던 일, 주일학교 주보 만들러 중앙동역을 들락거리던 일, 대학 시절 매일 등교하던 일, 동래역 주변 동래천의 밤 풍경이 주마등처럼 칠흑같은 차창 밖으로 지나갑니다. 마치 알마티 지하철이 아니라 부산 지하철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만큼.... 행복했던 짧은 순간이었지요.

(부산 지하철 1호선 개통 역사: 1985년 7월 19일  노포동역~범내골역 부산 최초의 지하철 개통, 1987년 5월 15일 범내골역~중앙동 역 개통, 1988년 5월 19일 중앙동역~토성동 역 개통, 1990년 2월 18일 토성동역~서대신동 역 개통, 1994년 6월 23일 서대신동역~신평 역 개통, 현재에는 다대포까지 연장 운행, 2012년 3월 부산지하철은 4호선 까지 운행하고 있습니다. )

지하철에서 7개의 역은 금방이지요. 벌써 종착역인 알라타우 역에 들어왔습니다. '알라'는 카작말로 '울긋불긋'하다는 뜻이고 '타우'는 산입니다. 옛부터 텐샨산맥 자락에 자리잡은 알마티에서 '알라타우' 라는 이름은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역사에도 눈덮인 울긋불긋한 산들이 그려져 있지요?

이제 밖으로 나가야겠습니다.

알라타우 역입니다.

알라타우 역 주변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제법 많습니다. 아바이 거리 옆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도심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도 좋지요.

알라타우 역이 위치한 도로는 대략 아바이-가가리나 정도 됩니다. 자로꼬바와 가가리나 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렇게 알마티 지하철 1호선 1단계 구간을 타 본 소감을 적었습니다. 위에 있는 알마티 지하철 1호선 노선도에서 빨간색 부분이 현재 개통된 구간입니다. 앞으로 더 개통될 구간은 핑크색입니다. 바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부근으로 향하고 있지요.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현재 알마티 지하철 구간입니다. 라임베카 - 지벡졸리 - 알말릐 - 아바야 - 바이코누르 - 아우에조바 띠아뜨르 - 알라타우    

그리고 그렇게 알라타우 역에서 4구간만 더 나가면 우리 집이 있는 '마무쉴릐' 역까지 오게 됩니다. 반갑게도 올해 안에 2개의 역사가 더 개통된다고 하는데.. 나머지 2개는 아직 기약이 없습니다.  

병원이 지하철 라임베카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하기에 앞으로 지하철을 더 많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병원에서 우리 집까지 거리의 3/5 정도는 지하철로 해결되지만 결국 나머지 2/5 정도는 여전히 버스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종점인 알라타우 역에서 내려 92번 버스를 타야만 하지요.  그래도 지하철 개통으로 인해 1시간 반까지 걸리던 병원 출퇴근 길이 1시간 이내로 단축되게 되었습니다. 매일같이 알마티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오가야 하는 출퇴근길에 큰 변화가 생긴 셈이죠.   

10 여년간 끌어오던 알마티 지하철 공사가 속히 마무리되어 우리 가정이 알마티로 들어온 지 3개월만에 알마티 지하철이 개통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알마티 지하철 시대'가 실현된 것을 보는 것도 분명 하나의 즐거움이자 특권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또 하나의 약속, 꼭 이뤄질 그 약속-  그 분의 통치가 이곳 알마티 땅 위에서 강물처럼 넘쳐날 것을 믿음의 눈으로 기다립니다. 알마티에 꼭 필요한 생명을 꿈꾸며 이곳에 와 있기에, 알마티 지하철을 탈 때마다 그 약속을 믿음으로 선포합니다.        201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