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마티를 방문한 안병재 선생님 가족

지난 1월 24일 알마티 병원에 심장 초음파 기능을 갖춘 초음파 장비를 들여오고 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심장 초음파 검사법을 배울 기회를 찾아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저로선 소화기내시경 관련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 지시과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심장내과 영역은 상대적으로 접할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종합병원 의료 현실은 내과 의사라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만 올인하도록 하고 있으니까요. 이곳 알마티에서 심장 초음파 검사도 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는 의료의 어떤 영역이든지 깊게 들어가면 전문가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심초음파 검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행할 수 있다면 이곳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심장 초음파 검사가 가능한 장비가 들어온 뒤 가장 먼저 머리에 떠 오른 사람은 바로 안병재 선생님이었습니다. 안병재 선생님은 우리 가정을 위해 IS, 부산의대기독학생회 후원 관리자로 수고하고 있을 뿐 아니라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국제협력의사로 활동한 적이 있는, 이곳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심장 분야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맘으로 지난 1월 안 선생님께 알마티에 와서 심장 초음파 검사법을 전수해 줄 수 없느냐는 메일을 보냈는데... 아니나다를까 안 선생님이 흔쾌히 수락해 주시면서 이번 알마티 행이 전격 결정된 것입니다.  가족들의 항공비를 포함한 모든 경비를 안 선생님 가정이 모두 부담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서 누군가가 우리 가정에 온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 아이들도 무척 기뻐했습니다. 아이들에겐 한국이 가장 그리운 대상입니다. 뉴질랜드에서 1년간 훈련받은 후 한국에 잠깐 들어갔을 동안에도 변함없이 함께 놀았던 교회 친구들과 포항의 모습이, 아이들의 한국 기억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록 외로운 이국 생활이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이미 알고 있는 가정이 온다는 반가운 소식에 시은이는 아빠와 함께 공항으로 마중 나가겠다며 따라 나섰습니다. 인천 발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밤 10시 05분에 도착한다는 안내 모니터 아래에 서 있는 시은이 모습입니다.

이렇게 안병재 선생님 가정이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딸 수은이와 아내 문은정 선생님과 함께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안병재 선생님과 우리 가정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일단 안병재 선생님 생일이 저랑 같습니다. 10월 18일... 안병재 선생님 부부와 우리 부부 모두 부산의대 기독학생회에서 만나 결혼한 사이입니다. 저는 90학번, 안병재 선생님이 91학번, 문은정 선생님(안 선생님 아내)이 92학번, 아내 선화가 93학번입니다.

학교 졸업 후에는 저나 안병재 선생님 모두 부산대학병원 내과에서 수련을 받았고 놀랍게도 제가 2000년, 안병재 선생님이 2001년에 카자흐스탄 파견 국제협력의사로 이곳 알마티로 오게 됩니다. 물론 저는 아스타나 1병원에서 주로 활동했고 안병재 선생님은 알마티 한카병원(한국-카자흐스탄 친선병원)에서 활동했다는 점이 차이납니다.

KOICA 국제협력의사 활동 후 각각 부산, 포항에서 떨어져 지냈지만 저희가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사역지를 정한 이후 같은 맘으로 저희 가정을 후원해 주고 있는 귀한 가정입니다. 사실 부산의대기독학생회에는 이런 귀한 가정이 참 많이 있습니다.

1주간 휴가를 내어 알마티로 온 안병재/문은정 선생님 부부는 2월 20일(월)부터 22일(수)까지 알마티 동산병원에서 심장내과, 산부인과 진료를 하며 현지인과 동포들을 섬겼고 제가 꿈에도 그리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책이나 영상으로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실제로 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체크해 주셨죠.

때마침 눈이 많이 내려 월요일 아침에는 출근길이 2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눈으로 마비된 알마티 교통 속에서 지칠 수 밖에 없을 텐데도... 전혀 내색도 없이 열심히 환자를 진료하고 틈틈이 심장 초음파 기술을 전수해 주셨습니다. 아내인 문은정 선생님은 산부인과 전문의 입니다.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 많은 사람들에게 초음파 검사와 간단한 검사, 상담들을 통해 위로를 안겨 주셨습니다. 예상보다 환자가 너무많아 3일 내내 많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안병재 선생님이 근무했던 한카병원에도 토요일 오후를 이용해 가 보았습니다. 특히 안 선생님이 무척 감개무량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몇 년간 일했으니까요. 처음 안병재 선생님이 KOICA 협력의사로 알마티에 왔을 때는 총각이었습니다. 몇 개월 뒤 한국으로 들어가 결혼한 뒤 문은정 선생님과 신혼 여행지를 대신해 온 곳이 바로 알마티 입니다. 신혼 시절의 추억과 첫 해외 근무지 알마티로 8년만에 다시 돌아온 두 사람의 맘은 특별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주일에는 함께 예배 드리고 찬양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알마티로 돌아온 맘을 나누는 시간도 있었지요.

이번에 우리 가정이 새로 발견한 안병재 선생님의 모습은 '요리사 안병재' 였습니다. 알마티에 오자말자 우리 가족을 위해 특별 요리를 해 주겠다며 피자, 스파게티, 자장면 등을 척척 해 내는 것을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안병재 선생님을 요리에 눈을 뜨게 만든 장본인은 딸 수은 이라고 합니다. 유난히 밥을 잘 안 먹던 수은이를 위해 뭔가 특별한 음식을 만들겠다고 시작했다는데, 이제 안 선생님의 요리는 딸 수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알마티에 와 있는 동안 안병재 선생님은 이곳의 여러 사역자 가정을 방문하고 식사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백 선생님, 이 선생님, 지 선생님 가정이 대표적입니다.

진료를 마친 다음 날에는 알마티 외곽으로 나가 바람을 쐬기도 했습니다. 딸 수은이는 이번에 알마티에 와서 시은, 성은이와 무척 친해졌습니다. 딸 셋이 모여 소리도 내지 않고 하루종일 재미있게 노는 걸 보며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죠.

 이번에 안 선생님이 카자흐스탄 행을 결정하고 난 뒤 유달리 많은 어려움이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열이 나고 아프고, 이런 저런 장애물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걸 보며 출국을 앞둔 안 선생님 맘도 힘들어졌고 마침내 금식하며 기도하는데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어려움도...알마티에 도착한 뒤 수은이의 기침 소리가 잦아들고 시은,성은이와 재미있게 노는 걸 보며 그 분을 향한 감사로 바뀌었습니다.  

안병재 선생님이 방문한 주간은 몇 주동안  계속되던 영항 30도의 강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기 시작한 주입니다. 물론 이틀 정도 눈이 내리긴 했지만 오히려 이 경험 때문에 딸 수은이가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라고 외칠 수 있었죠. 따뜻한 남쪽 나라에 살던 탓에 눈 구경하기 힘든 수은이에게 눈 선물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우리 삼남매가 공부하고 있는 텐샨 학교에도 가 보았습니다. 학교 앞 운동장은 이렇게 늘 눈으로 덮여 있는 겨울입니다. 안병재 선생님 가족도 주님께서 공동체를 통해 맘을 부어 주시기만 하면 언제든지 다시 이곳으로 나올 준비가 되어 있는 가정이기도 합니다.

짦은 1주일간의 여정을 마친 후, 안 선생님 가정은 2월 24일 밤 비행기 편으로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이제 혼자서도 기본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고 발전의 토대가 놓여졌습니다. 단지 병원 일 뿐만 아니라 1주일 동안 함께 지내며 각자의 가정 속에서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교회와 사역 가운데 깨닫게 된 많은 것들을 나누고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다시금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귀한 영적 자양분이었습니다.

11년 10월 대구 단기팀에 이어,  이번 안 선생님 가정을 맞으며 우리에겐 정말 단기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역적인 측면 외에도 영적인 측면으로도 깊은 유익이 있고, 한국에서 함께 동역하는 분들과 더욱 일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안병재 선생님 가정께 감사드리며 날마다 우리의 필요를 채우시고 새 힘을 공급하시는 주님을 더 큰 놀라움으로 바라 봅니다. 201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