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카작 등교 풍경

지난 열흘 동안 우리 가족 모두 추위 덕에 감기로 고생을 톡톡히 했습니다. 막내 성은이는 발열, 근육통, 기침 때문에 약 1주일 동안 학교를 가질 못했고 형민이도 10일 정도 학교 외 일체의 외부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아내도 몸살 감기로 고생을 했고 저 역시 3일 정도 열이 오르락 내리락 하고 기침, 근육통이 심한 독감 증세로 앓아 누웠죠. 영하 30도의 알마티 추위가 2주간 계속되는 동안 비단 우리 가정 뿐 아니라 알마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증세로 고생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수도 이 시기에 큰 폭으로 늘었죠.  

그 동안에는 아이들이 다니는 텐샨 학교를 가기 위해 라임베카 도로를 따라 알마티 서쪽을 빠져 나간 뒤 알튼 오르다 시장을 지나 카스켈렌 가는 길에서 유턴을 해서 남쪽으로 한참 들어가야 했습니다. 대략 자동차로 40분 정도 거리였지요. 하지만 지난 주부터는 등하교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단축하기 위해서 남쪽 산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대략 10분 정도가 절약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로서는 통학길이 10분이라도 짧아지는게 좋은 법이지요.  

이 산길로 가기 위해서는 이전처럼 라임베카 도로를 따라 알마티 외곽으로 나가는게 아니라 훨씬 남쪽, 그러니까 텐샨 산맥쪽으로 더 올라가서 서쪽으로 달려야 합니다. 그만큼 차량도 적고 신호등도 없지만 눈덮인 고개를 넘어야 하는 부담이 운전자를 누릅니다. 올 겨울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지 못한 우리 차로서는 부담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지요. 모처럼 온도가 좀 올라간 오늘 아침, 아이들과 함께하는 등교길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글쎄요...강원도 산골 아이들 중에는 이런 길을 걸어 학교에 가기도 하겠지만... 이런 길을 차로 30분이나 가야 하는 등교길은 이곳 알마티에서도 흔치 않습니다. 인구 120만의 알마티 도심을 놔 두고 도시 외곽으로 이전한 MK 학교를 찾아 가야 하는 우리들의 특별한 사연이 있으니까요.

가끔 눈 앞에 펼쳐진 이런 풍경이 믿기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이들 덕분에 우리가 사는 곳이 텐샨 산맥 자락의 알마티 라는 것을 확실히 실감하게 되지요. 지금 사진에서는 자동차가 지나는 길에 얼음이 없지만 사실 대부분의 길에는 눈과 얼음이 덮여 있습니다.  사진 속에 보이는 오르막 길 위에서 찍은 사진이 아래에 있습니다.

제법 급한 경사를 지닌 이 비탈길을 내려가기 직전에도 눈과 얼음이 덮여 있고...

대부분의 길 역시 이렇게 눈으로 얼어 있기에... 운전을 하면서 미끄러지는 일은 일상이고, 빙글 도는 자동차를 제어하는 능력을 발휘해야만 합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날이 맑고 기온도 그리 낮지 않은지라 목동이 양떼를 끌고 나온 풍경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알마티 시내에서 중앙 아시아의 양떼를 보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지요.  

아이들 학교가 시골에 있다보니 이런 목가적 풍경도 즐길 수 있습니다. 열심히 눈 속을 헤치며 뭔가를 찾고 있는 양떼들에게 뭐가 있는지 묻고 싶네요.

오후 3시 45분이 아이들의 하교 시간입니다.  알마티 동산병원에 근무하면서 아이들을 매일마다 학교까지 데려다 주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한 가족과 카풀을 만들어서 월-목 오후 하교길과 금 아침 등교길만 제가 담당하고 나머지는 다른 가족의 아빠가 담당하고 있지요.

아침에 아이들을 알마티 서쪽 밖 20Km의 학교까지 데려다 주고난 뒤 다시 알마티 동쪽에 위치한 병원까지 오는데는 거의 2시간 가량 걸립니다. 병원 근무하기 전, 2시간이나 운전한다는 것... 제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눈길에 신경을 바짝 써야 하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오후 하교길을 담당하려고 했지요.

오후 3시 45분.. 아이들이 학교 시간에 맞춰 운동장에 나와 놀고 있습니다. 겨울 텐샨학교는 늘 이렇게 눈 속에 파묻혀 있지요. 눈이 녹으려면 4월이 지나야겠지요?

두 친구와 함께 시은이가 위쪽에 서 있습니다.  텐샨학교는 1-6학년의 경우 학년마다 한국인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거 얘기드렸지요?

성은이도 눈 속에서 뭔가 찾고 있나 봅니다.  양떼들처럼 마른 줄기나 풀뿌리를 찿고 있나요?  성은이 말로는... 이 눈밭에 나무를 심고 있다고 합니다. gardening.. 조경을 하고 있다네요.

이제 6학년이 되는 형민이 (이곳 텐샨은 9월에 학년이 바뀝니다.) 와 친구들...

이제 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이 산길을 지나 알마티로 들어가야 겠네요   201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