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초음파 장비 Acuson X 300  도입

대구 동산의료원은 우리 가정이 알마티 동산병원에서 일하기 1년 전부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 왔습니다. 약 1년에 걸친 병원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 2011년 5월 경, 완료되었고 지난 2011년 10월 말에는 한국에서 보낸 진단검사장비가 무사히 도착해서 병원에 설치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2011년 마지막 지원사업으로 결정된 지멘스 초음파 장비(Acuson X 300)를 알마티 동산병원에 도입하기 위해 알마티에 있는 저와 많은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초음파 장비를 이곳으로 들여 오자면 카자흐스탄 수입 허가서, 통관 허가서, 장비 등록증 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대구 동산의료원은 한국 지멘로부터 초음파 장비를 구입했지만 이곳으로 운송하기 위해선 카자흐스탄 현지의 복잡한 행정 과정을 처리해야 했고 이 문제는 알마티 지멘스가 우리를 돕기로 정해졌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 지멘스의 정향연 선생님,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멘스의 지나 구리나(Zina Gurina), 대구 동산의료원 직원선교회의 전도사님이 절 많이 도와 왔습니다.

지난 2011년 9월 중순경부터 찾아갔던 알마티 지멘스 건물입니다. 다국적 기업이다 보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지멘스 지사가 설치되어 있고 이 덕택에 초음파 도입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수입 허가서와 통관 허가서를 받기 위해 초음파 관련 계약서(대구 동산의료원이 알마티 동산병원에 초음파 장비를 무상 도입해 준다는 내용) 와 번역본, 병원 법인 서류들을 제출해야 했으며 알마티 지멘스에서 보내준 양식을 참고로 계약서를 영어, 러시아어로 작성한 뒤 한국에 보내 서명, 사인을 받은 뒤 단기팀이 이곳에 들어왔을 때 다시 받는 등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왼쪽이 수입허가서, 오른쪽이 Acuson x300 장비의 카자흐스탄내 등록증입니다.

그러나 최종 수입허가서를 받기까지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12월 10일에 수입 허가서가 나온다는 지나(Zina)의 얘기가 있었지만 시간은 훌쩍 지나 버렸고 카자흐스탄 독립 기념일 연휴 전까지는 나올 거라는 전화 연락을 받고 연휴 전에 수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알마티 지멘스에서는 전화를 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한국 지멘스에도 메일을 보내고...이래 저래 초조하게 기다리던 중, 마침내 12월 21일 오후, 알마티 지멘스로부터 수입 허가서가 나왔으니 찾아 가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정말 기뻤지요. 가 보니 수입 허가서 뿐 아니라 통관 허가서, 제품 등록증 등 많은 서류들이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이곳 카자흐스탄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갖춘 행정 서류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행정 작업을 했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결과가 나온 적이 별로 없었으니까요.

수입 허가서를 받자 말자 급히 한국 지멘스로 사본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이 수입허가서가 있어야 한국 지멘스에서 운송 회사를 통해 알마티로 납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날 한국 지멘스에서 축하 인사와 함께 곧 물건을 선적하겠다는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한국 회사의 행정은 정말 빠릅니다. )

며칠 뒤 12월 26일에 초음파 장비가 출고되어 선적된다는 연락이 왔고 28일 출국하는 비행기에 초음파 장비가 실린다는 메일도 왔습니다. 그렇다면 12월 29일에는 알마티 공항 세관에 장비가 도착한다는 얘기입니다.

왼쪽은 초음파 장비 통관 허가서(통관에 가장 중요한 서류), 왼쪽은 한국측 운송업체에서 보내온 서류입니다.

12월 29일 아침, 궁금한 맘에 알마티 지멘스에 확인 전화를 해 보았는데 선적이 좀 늦어졌다는 답변이 돌아왔고 확인해 보니 연말 물량이 밀리는 바람에 결국 12월 30일 비행기로 선적, 발송되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신년 연휴로 1월 3일까지 공휴일인지라 결국 1월 4일 아침에야 물건 도착 여부를 공항 세관에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쪽에서 요청하는 11자리 숫자로 된 번호를 찾질 못해 오전 내내 답답해 하며 공항에 찾아가려고 하던 차에 알마티의 한 운송회사로부터 한국에서 보낸 물건이 알마티에 도착했으니 회사를 방문해서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편지를 받아가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아마 이 연락이 조금이라도 늦게 왔다면 저는 답답한 나머지 공항 세관으로 먼저 달려갔다가 다시 이 편지를 받기 위해 알마티 시내로 돌아와야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연락해 준 운송회사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그 운송회사는 알마티 알파라비 변에 있는 '눌리타우' 라는 알마티의 금융, 비즈니스 중심 센터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유리로 된 화려한 건물 탓에 알마티 방문자들의 눈길을 끄는 곳이기도 하지요.  

눌리타우 6층 'Universal Logistics'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 알마티 동산병원 앞으로 온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편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보세 창고에서 물건을 받을 때 운송회사가 써 주는 이 편지도 필요하다고 합니다. 물론 이 편지를 받기 위해선 알마티 동산병원이 제가 물건을 받을 수 있다고 허락했다는 위임장이 별도로 있어야 합니다.  

이 편지를 받자말자 지체없이 바로 알마티 공항 옆에 위치한 공항 세관 부속 건물로 향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이 건물로 일단 들어가서 여러 가지를 문의해 본 결과 우리가 와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라 조금 떨어진 다른 건물이었습니다.

바로 이 건물입니다. 1층으로 들어가서 공항 보세창고에 보관되어 있는 우리 물건을 찾을 수 있는 통관 서류와 인보이스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인포르마또르스까야'" 라고 부르는 이곳에 가서 운송회사에서 받아온 편지를 내밀었지만 이곳에서도 제게 동산병원의 위임을 받았다는 서류를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약간 실랑이 끝에 결국 다시 병원으로 가서 위임장을 하나 더 받아와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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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그 서류들입니다. '자...이제 이 서류들을 가지고 어떡한다...' 이런 일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지라 이 서류를 들고 다니며 주변 사람들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짐을 찾기 위해 이 서류로 해야 할 다음 작업이 무엇인가요?"

그리고 알아낸 사실은...우리 스스로 통관 절차를 밟을 순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같은 업무를 모두 브로커(대행업체) 에게 맡기고 있었습니다. 브로커 없이 통관 절차를 밟을 수는 없냐고 물어 보았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되돌아 왔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이 건물(공항세관인 것 같습니다.) 1층에 있는 대행업체 사무실이었습니다.

이곳에서 한 브로커를 만났고 약 3만 3천 텡게(29만원) 정도의 수수료를 물면서 통관 작업을 맡겼습니다.

그 브로커를 통해 통관에 필요한 구체적인 서류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가 요구한 서류 중에 우리 병원이 아직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바로 세관 등록증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마티 동산병원은 한 번도 이런 공식적인 과정을 거쳐 한국으로부터 장비를 수입해 본 적이 없기에 이곳 통관 부서에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이를 위해 먼저 통관을 위한 세관 등록증을 따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에서 발부하는 서류들이 또 필요했지요.  

세관 등록증을 만드는 곳이 바로 저 멀리 MEREI 라고 적힌 건물 안에 있습니다. 그 곳에 접수하기 전 우리가 가져가야 할 은행 서류를 만드는데 3일이 추가로 더 걸렸습니다.  통관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기 해서는 더 많은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3일 후, 은행에서 준비한 서류를 받아서 세관 등록증을 만들기 위해 관청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아침 9시부터 11시까지밖에 근무를 안 한다고 해서 병원 근무 전에 빨리 이곳에 와야 했습니다. 언젠가 한국 지멘스 담당자로부터 국제 전화를 받았습니다. 많은 얘기 끝에 한국 담당자는 "그곳 현지 직원 중 똑똑한 젊은 사람을 시키면 이 정도 일은 할 수 있겠죠?" 라고 제게 물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병원의 젊은 직원은 저 밖에 없습니다. 제가 이런 행정 업무들을 직접 담당하고 있지요."

통관을 위한 등록증 발급도 쉽지 않았습니다.  

57번 창구, 40번 창구를 찾아 다녀보니 병원의 법인등록증, PHH 서류 등의 서류는 공증본 외에도 원본이 따로 제시되어야만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이곳을 찾아왔지만 다시 병원에 가서 법인 서류 원본등을 가져와야 했지요. 이런 일들을 미리 미리 알려 주지 않은 브로커나 담당자들의 행정 능력이 못내 아쉬웠지만... 카자흐스탄 행정 행태를 비판하는데 보낼 시간은 제게 없습니다. 빨리 이런 스타일에 적응해야 할 뿐이지요.

병원에 다시 들어가서 원본 서류를 가져와 접수하고 나니 2일 뒤에 세관 등록증이 나올 거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병원에 다시 들어와 브로커에게 전화로 이 사실을 알리고 등록증이 발급 되는대로 통관 업무를 시작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역시나 예상대로 2일 뒤에 등록증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직 전산자료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결국 3일 뒤에야 통관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혹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던 하루가 지나간 뒤... 결국 통관 작업이 완성되었으니 창고료, 세금 등을 지불하고 물건을 찾으면 된다는 브로커의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12년 1월 18일(수) 오후 기쁜 맘으로 공항 세관을 다시 찾아 갔습니다. 그 곳에서 마지막으로 서류들을 보이고 수수료를 지불하고 명부에 사인을 한 뒤...

창고 화물을 빼가도 좋다는 허가증을 받았습니다. 만세!! 1월 2일, 알마티 공항에 초음파 장비가 도착한 뒤 16일 만에 드디어 화물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창고 보관료는 화물의 무게, 보관일로 산정하게 되어 있었고 생각보다 그리 많진 않았습니다. 23,577 텡게.

이곳이 보세 창고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이곳에서부터는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더 자세한 사진은 없습니다. 내부 보세 창고는 매우 컸고 다양한 물건들이 운송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찾을 화물 수량은 1개지만 그 박스 하나가 170 Kg 이었습니다. 우리 집 이사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미샤와 그의 화물 트럭을 불렀고 함께 이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오

후 2시 40분 경, 안전하게 짐을 트럭에 실을 수 있었습니다. 미끄러지는 눈길 속에서 트럭이 덜컹거릴 때마다 조마조마하는 맘을 안고 병원까지 들어 왔습니다.

눈 내리는 병원 앞 도로에 세워진 트럭입니다. 문제는 이 짐을 어떻게 병원 2층 제 진료실까지 운반하느냐입니다. 박스 1개 무게가 170 Kg 이니까요. 병원 뒷편 기공실에 있는 두 사람을 불렀지만 그래도 자신이 없었습니다. 병원 근처 세차장에 가서 젊은 친구 2사람을 더 불러 왔습니다. 사례를 약속하고서야 따라 나왔습니다.

미샤가 일단 트럭 안의 박스를 밖으로 내었고 6명이 달라 붙어서 박스를 병원 안으로 운반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2층 계단을 오르는 것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박스째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무리였습니다. 박스가 너무 작아 사람들이 잡는 것도 무리였고 너무 무거운데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너무 좁았습니다.  

다시 1층 복도로 박스를 내린 뒤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박스를 풀 수밖에 없었습니다.

1층 복도에서 박스를 풀고 내부의 초음파 장비만을 6명이 붙잡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짐의 부피가 줄어드는 바람에 좁은 계단을 통해 올라갈 수 있었지요.

2 층 제 진료실에 올라간 시간이 거의 4시... 화물 기사와 일군들을 다 내 보내고 나서야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벅찬 감동과 기쁨을 억누르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고, 먼길을 날아온 초음파 장비에게 쉴 시간을 주기로 하고 문을 잠근 뒤 병원을 나왔습니다. 물론 그렇게 병원을 나서는 맘은 구름 위로 걸어가는 것처럼 기뻤습니다.  

2일 뒤, 알마티 지멘스에서 기술자 두 사람이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소프트 웨어도 설치하고 전원 연결이나 주의사항도 들어야 했으니까요. 역시 다국적 기업 지멘스 기술자라서 그런지 영어도 잘 했고 친절하게 우리 장비의 전원을 연결하고 여러 가지 테스트도 마쳤습니다.  

제 진료실에서 설치 작업을 마치고 서류에 서명하는 알마티 지멘스 소속 기술자들입니다.

그런데 이 분들이 가고 난 다음 날에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초음파 장비를 켜고 여러 가지를 테스트 하고 있는 중에 갑자기 전원이 꺼졌기 때문입니다. 정말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뭐가 잘못된 건지... 알마티 지멘스에 연락을 했지만 엔지니어는 휴대폰을 받질 않았습니다. 한국 같으면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이 발생하진 않을텐데... 라는 스트레스가 밀려 왔습니다.

1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엔지니어(안드레이)로부터 1시간 후에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 때부터 마음이 좀 놓이기 시작했고 오후 3시쯤 도착한 기술자는 장비를 살펴본 뒤 원래 X300 은 UPS 라는 전원장치로부터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는데 언제 UPS를 꺼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검사 중 갑자기 전원이 나간 것이라는 설명을 들려 주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이 장비는 7만불(우리 돈으로 8천만원이 넘는 금액) 짜리 장비인지라 행여나 장비에 이상이 있지는 않을지 안절부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복잡한 일들이 벌어질 지 상상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UPS(Un Interruptible Supply) 전원 공급장치가 있는 것이 전력이 불안정한 알마티에선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사실에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멘스 Acuson X 300 초음파 장비 도입은 2012년 1월 20일로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이제 이 초음파 장비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이곳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게 될지는 그 분이 주시는 지혜와 저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알마티 동산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 이제 2개월, 그 동안 초음파 장비가 없어 여러 가지로 어려웠는데 이제부턴 좀 더 홀가분한 맘으로 환자들을 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7년 전, 카자흐스탄을 떠나며 언젠가 다시 카자흐스탄 장기 사역자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진단검사 장비와 초음파 장비, 내시경 장비를 갖출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내 눈 앞에 초음파 장비가 서 있는 것을 보니... 얼마나 멋지고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분이신지.. 생각할수록 감사와 은혜가 넘칩니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201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