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병원의 당면 과제

12월 들어 알마티에도 눈 내리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한국도 맹추위가 기세를 떨친다는데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을 함께 받는 북반구에 위치해 있으니 알마티가 추우면 한국도 함께 춥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알마티는 남쪽에 큰 산을 두고 있는 분지 지형입니다. 여름에는 그래도 바람이 잘 부는데 비해 겨울이면 공기의 흐름이 현저히 떨어지고 바람도 거의 불지 않지요. 그래서 그런지 겨울에는 안개나 스모그도 훨씬 심해지고 눈 내리는 날도 많아집니다.  

밤 사이에 내리기 시작한 눈 때문에 자동차를 몰고 출근하는 걸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아직 스노우 타이어가 준비되지 않은 탓에 자칫 눈이 제대로 치워지지 않은 도로에서 운전하다간 사고가 나기 쉽상이니까요.  

알마티의 큰 도로는 눈이 오면 대부분 빠른 시간 내에 치워지지만, 이면 도로와 골목길은 겨울 내내 빙판입니다. 물론 이렇게 눈이 계속 내리는 동안에는 눈 치우는 것도 소용이 없겠지만...

시내 곳곳에서 1월 15일 치뤄지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알리는 광고판을 볼 수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다당제 민주주의 정치 제도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소속된 '누르 오탄당'이 실제적으로는 상, 하원 전 의석을 지배하고 있고, 이 사실 때문에 그 동안 국제 사회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이에 최근 대통령이 국회 해산을 전격 결정했고(이것도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상하원 국회의원 선거를 내년 초에 실시하게 된 것입니다. 최근 카자흐스탄의 한 여론 조사 (민주주의 연구소, 2011.11.18-19 ) 를 보면 응답자의 61.3%가 투표를 하겠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각 당의 지지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민족 민주주의 당 (누르 오탄당) 75.7 %, 카자흐스탄 민주주의 당 (아크 졸 당) 7.5%, 국민 사회 민주당 (아잣 당) 2.1%, 카자흐스탄 공산 인민당 2%, 민주주의 당 0.9%, 애국자 당 0.9%, 카자흐스탄 사회 민주당 0.8%, 그 외 무응답.

이 자료를 보더라도 여전히 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가 무척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병원 앞 도로 모습입니다. 이렇게 눈 내리는 날에는 병원에도 환자가 별로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12월에는 카자흐스탄 독립기념일 연휴와 연말 분위기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도 적다고 하네요.    

하얀색 알마티 동산병원이 보이시죠? 현재 병원은 두 가지 당면 과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병원 재등록 문제입니다.

건물 보수 공사로 일시 폐쇄되었던 병원을 재개원하면서 한국에서 온 의사가 활동하려면 이와 함께 병원 인력, 장비등을 당국에 재보고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제출할 병원 서류가 아직 미비된 상태입니다.

알마티 동산병원은 최초 등록 당시 5개 진료 과목이 개설 등록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산부인과, 비뇨기과, 신경과 등의 진료 의사가 없는 상태라 만일 현재 인력으로만 등록 갱신하면 기존에 허가받은 진료 과목들의 개설 자격을 잃게 된다고 합니다. 내과 중심의 병원으로 재편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현지인 원장의 주장도 있고 해서 가능하면 기왕의 진료 과목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당장 일하진 않더라도 병원 재등록에 필요한 면허 서류들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의사를 구해야 했고 이 때문에 병원 등록 작업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의 현지인 진료 허가도 미뤄지고 있지요.

그래도 지난 11월 14일부터는 일단 제 진료실 문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어차피 알마티 시청이나 보건 당국에서는 제가 알마티 동산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기에, 진료실 문을 열어 놓고 이런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진료를 시작한 이루, 한국인 뿐 아니라 많은 현지인들까지 우리 진료실을 찾고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이곳 사역자들을 통해 병원의 존재를 듣고 찾아온 사람들인데,  중국이나 카르기스스탄 같은 곳에서 알마티로 신학을 공부하거나 양육받기 위해 온 이들입니다. 문제는...이들 대부분이 알마티에 거주자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곳 공공 의료기관에서는 접수조차도 불가능하고, 사립 의료기관의 경우 턱없이 높은 진료비 때문에 찾아갈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제가 처음 알마티에 왔을 때, 이곳에서 합법적으로 진료 행위를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기 위해 알마티 시청을 처음 찾아 갔었습니다. 알마티 시와 대구 동산의료원이 맺은 MOU를 기반으로 제가 알마티에서 활동하는 것이니만큼 시청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MOU에 의하면 알마티 시장은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한국인 의사를 보내는 경우 알마티 동산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협조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알마티 시청에 이 사실을 문의했을 때 알마티 보건복지국장을 찾아가도록 안내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진에 보이는 알마티 중앙 시립병원 옆에 위치하고 있는 알마티 보건복지국을 찾아 갔습니다.  

이곳이 바로 알마티 시의 보건복지국입니다. 이곳에서 보건복지국장을 만났는데 그는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습니다. 작년에 알마티 시장 일행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함께 한국에 왔었다고 합니다. 동산의료원과 MOU를 맺은 사항도 잘 알고 있었고 같은 해 서울에서 작성했다는 서울 삼성병원과의 MOU 문서도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지난 번 알마티 동산병원 재개원식 때 참석했던 알마티 시 보건복지국장의 모습이 사진에 보입니다. 그는 우리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해당 실무자를 호출했고 우리를 도와 줄 것을 명했습니다. 실무자는 법률에 따라 일을 처리하면 된다고 하면서 우리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곳에서 진료 허가를 받기 위해 필요한 서류 목록들을 받았습니다. 의과대학 졸업장과 의과대학 성적 증명서는 아포스티유 인증이  필요했고 그 외에도 의사 면허증, 전문의 자격증, 근무 경력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이 요구되었습니다. 물론 이 서류들은 다시 현지어로 번역, 공증되어 제출되어야 했습니다. 이 서류 목록을 받은 것은 9월 말이었고 10월 대구에서 단기팀이 들어올 때 외교통상부 아포스티유 본을 포함한 모든 서류들을 안전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부산대학교병원, 부산강안병원, 포항선린병원의 많은 분들이 서류 작업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의료 행위를 하려면 먼저 한국에서 받은 의사 면허를 카자흐스탄에서 다시 신임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은 의사 뿐 아니라 카자흐스탄에서 행사되는 어떤 종류의 외국 자격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카자흐스탄 종교기관에서 설교를 하는 경우에도 목사라는 자격에 대한 이같은 인증이 필요합니다. 보통 '아끄레다찌야' 라고 부르죠.)  국가신임센터에서 관장하는 이 절차는 위 그림에서와 같이 국가 신임 센터에서 발부하는 자료집에 세세하게 필요한 문서와 어떻게 준비되어야 하는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신임에 요구하는 서류들은 주로 대학교 학부 졸업장, 전학년 과목, 성적표(시수, 교수 이름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경력 증명서 등입니다. 이중 대학이나 국가에서 발부한 학부 졸업장이나 증명서의 경우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에서 보증하는 아포스티유 인증을 받아 카자흐스탄 내에서 번역, 공증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그 외는 카자흐스탄 내에서 번역, 공증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말, 모든 서류들을 준비해서 다시 보건복지국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 준비했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녀는 서류를 시청 재정경제국으로 가져 갈 것을 지시했습니다. 그리고 시청 경제국의 '아또따' 라는 담당자로부터 개인 서류들은 다 준비되어 있으나 알마티 동산병원 자체의 등록 갱신이 필요하다면서 병원의 모든 설비와 인력에 대한 재등록을 요구했던 것입니다. 결국 저희 현지인 진료 허가도 병원 재등록과 맞물려 버렸고 하루 빨리 병원 등록을 갱신하는 것이 진료 허가를 받는데 꼭 필요한 과정이 되어 버렸습니다.  

병원의 또 하나의 과제는 지멘스(SIEMENS) 초음파 기계 도입 입니다. 지난 9월부터 대구 동산의료원은 심장 초음파 검사도 가능한 'SIEMENS ACCUSON X300' 이라는 초음파 장비를 알마티로 보내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한국 지멘스에서 장비를 구입한 뒤 알마티로 그 장비를 보내기 위해서는 이 장비를 알마티에서 사용해도 좋다는 수입 허가증(Import Licence)을 카자흐스탄 행정 당국에서 획득해야만 사용 가능합니다.

다행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도 지멘스 지사가 있어서 대구에서 구입한 초음파 장비를 알마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기를 등록하고 수입 허가 받는 부분은 알마티 지멘스에서 도와 주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초음파 장비 계약서, 기기 수입을 위한 세금 납부, 수속을 위한 위임장 발부 등을 전달하기 위해 알마티 지멘스를 자주 찾아야만 했지요. 물론 한국 지멘스에서도 많은 것을 도와 주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11월 말경, 알마티 지멘스로부터 12월 8일까지 수입 허가가 나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그런데 12월 7일에 전화 해 봤을 때는 아직 수입 허가증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다음 명절(12월 18일, 독립기념일) 전까지는 나오지 않겠냐는 얘기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월 14-15일 양일간 알마티 지멘스 사무실에 계속 전화를 해 봤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전화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고 해당 담당자 휴대폰도 연락이 안되고 있습니다. 12월 16일부터 19알까지는 이곳 독립기념일 연휴인지라...아무래도 20일 이후에야 다시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라기는 올해 안에 수입 허가증이 나와 내년 1월부터 초음파 장비를 정상 가동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수입 허가증이 나오면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초음파 장비를 실어 2-3일이면 알마티에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산, 양산, 포항 처럼 평생(?)을 남부지방에서 지낸 아이들은 매일처럼 눈이 오는 알마티의 날씨가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집 앞 공터에 쌓인 눈더미에 올라가서 "꿈이냐..생시냐.."를 외치고 있습니다.

언젠가 눈 내리는게 지겨워질 날이 오겠지만...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런 날이 안 올지도 모르겠네요.

아빠, 엄마를 따라 온 아이들이 맞는 알마티의 겨울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것 같아 그저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게 아빠, 엄마를 도와 주는 아이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2011년을 보내면서 알마티 동산병원이 가지고 있는 당면 문제들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래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정도의 어려움 쯤이야 다른 지역 사역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잘 준비된 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생각하면 늘 감사가 우러나옵니다. 그래서 지금의 어려움은 이제 알마티에 온지 3개월 밖에 안되는 제게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분이 아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시는 과정이니까요.

일이 잘 안 풀리고 상황에 진전이 없을 때... 그 때는 내가 아니라, 그 분이 일하시도록 잠잠히 있어야 할 때니까요.

올 가을 우리 가족은 알마티로 들어왔습니다. 올 여름까지는 뉴질랜드에 있었고 2개월 남짓 한국에 있다가 지금은 이렇게 알마티에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삶을 살게 될지는 저도 무척 궁금합니다. 그러나 많은 불확실성과 어려움 속에도 한가지 분명히 확실한 것이 있다면...  그 분의 완벽한 계획 안에서 우리를 인도하고 계시고 지금 가장 좋은 길로 우리 각 사람을 이끌어 가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2012년이 훨씬 더 기대가 됩니다.   201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