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으로 본 알마티 출근길

사막과 초원의 건조 대륙성 기후인 카자흐스탄이지만 남쪽 국경선에 연한 알마티만은 특별한 지형을 갖고 있습니다. 메마른 사막과 초원의 젖출기 역할을 해온 텐샨산맥 아랫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니까요.  

6-7천 미터 고봉에 쌓인 만년설이 녹은 물이 내려오면서 옛부터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이곳을 지칭하는 말인 "세미리치예" 라든가 "제투스" 라는 단어도 알마티 인근의 7개의 강 유역을 일컫는 단어였습니다. 만년설로 인한 물줄기와 호수를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지형입니다.

구글 어스를 통해 본 알마티 주변 모습입니다. 이 인공위성 사진을 보시면 알마티 남쪽에 흰 만년설로 덮인 고산준령이 지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텐샨산맥의 줄기인 알라타우 산맥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선을 형성하고 있고 그 너머에는  키르기스스탄의 큰 호수, 이식쿨 호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알마티 북쪽에는 수력발전을 하고 있는 인공 호수, 깝차가이 호수가 보입니다.  

기왕 말이 나온 김에 좀 더 들여다 보기로 하지요. 흰 선으로 표시된 알마티 경계가 보이시죠? 산맥을 따라 난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국경선도 흰 선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혹시 알마티와 국경선 사이의 푸른 빛이 보이시나요? 이게 바로 '큰 알마티 호수'입니다. 2001년 여름, 전 이 호수를 지나 키르기스스탄 국경까지 걸어간 적이 있답니다. 지금은 큰 알마티 호수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 때 기록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알마티 시의 극심한 교통 체증 때문에 도로에 갇힐 때마다 저는 남쪽 산을 바라 봅니다. 그 때마다 바로 저 산 너머로 60 Km 까지 펼쳐진 큰 산줄기들이 내 눈 앞에 보이면서... 알마티에 와 있음을 실감나게 해 주지요.  

알마티에서 텐샨 산맥 너머 이식쿨 호수까지는 대략 60 Km 정도입니다. 구글 어스로 측정해 보았더니 정말 60 Km 남짓 나오는군요. 알마티의 많은 사람들은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 되면 물 맑기로 유명한 이식쿨 호수로 휴가를 떠납니다. 알마티에서 이식쿨 호수를 바로 가로지르는 최단 노선은 보시다시피 험준한 산맥이 가로막고 있기에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250Km 서쪽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의 비쉬켁을 지나 거기서도 또 다시 250M 도로를 돌아 이식쿨 호수를 찾아 가고 있습니다. 60 Km 거리 밖의 호수를 가기 위해 500 Km 이상의 도로를 달릴 만큼 가볼 만한 곳이라는 뜻이겠지요?

하긴... 알마티에서 수도 아스타나를 가는데도 1,200 Km 가 걸리는 걸 생각하면 500 Km는 가까운 거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이식쿨 호수 관광객 확보를 위해 이 텐샨산맥을 가로지르는 터널 공사를 할 거라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겠지만...

기왕 인공위성 사진을 봤으니 알마티를 좀 더 자세히 보시지요. 인구 150만 정도의 알마티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이지만 면적이 그리 넓진 않습니다. 이미 지난 번 글에서 대략적 통계를 말씀드렸는데요. 약 324.8 km² 의 면적입니다. 딱 서울의 1/2 에 해당하는 면적이죠. (서울 면적 605  km², 부산 면적 765.94 km², 양산 면적 484.43 km², 포항 면적 1,127 km²)  전형적인 분지 지형에다 인구보다 많은 자동차 등록대 수를 가지고 있어 교통 체증이 아주 심한 곳입니다. 매연 검사는 형식적인데다 전 세계의 오래된 중고차들이 모여드는 곳이다보니 매연도 엄청 심하지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도 남쪽 산 쪽의 높은 지형에 위치한 거주지를 친환경적인 좋은 지역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 집은 남쪽이 아니라 알마티 서쪽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알마티 서쪽 경계선에 걸쳐 있는 저희 집이 보이시죠? 하얀 원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반해 근무지인 알마티 동산병원은 알마티의 동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침마다 우리집에서 병원까지는 가는데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됩니다. 어떤 날은 1시간 반 이상 걸릴 때도 있지요. 그야말로 아침마다 교통 지옥입니다. 우리가 7년 전 알마티에서 3개월 살 때만 해도 전혀 이렇지 않았죠.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 일찍 가기 위해 아침 7시 반 전에 집에서 출발합니다. 그렇게 일찍 출발하면 병원에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병원에서 그렇게 떨어진 곳에 왜 집을 정했냐는 의문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답니다. 바로 아이들 학교 때문입니다. 인공위성 사진에 표시된 대로 아이들이 입학하기로 했던 ㅅ ㄱ ㅅ 자녀학교가 바로 알마티 서쪽 외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이들 학교 건설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현재 아이들은 알마티 도시 내 모처에서 임시 수업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0월 이후, 저는 아침마다 아이들을 바로 이 임시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해야 했습니다. 어떤 날에는 2시간 이상 걸리는 아침 출근 길이었죠.

하지만 내년 1월 11일부터 아이들 학교가 정상 개교 될 예정이라 이 아침 출근 전쟁은 더 심해질 것 같습니다. 집에서 서쪽으로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와야 하기 때문이죠. 현재 아이들의 하교는 다른 분에게 부탁드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등교길에도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우리집 주변 모습을 확대해 보았습니다. '마미술리' 라는 큰 도로변에서 가까운 9층 아파트 건물 뒤쪽의 5층 건물입니다. 양로원 근처라 무척 조용하고 '스푸트닉' 이라는 상가와 '람스토르'도 가까워 장보기도 편한 곳이죠. 하지만 싼 식품을 사려면 시장이나 다른 매장으로 가야 합니다. 사진 속에 있는 5층 아파트 건물의 5층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아이들의 임시학교를 들러 병원에 출근하고 있는데 바로 병원으로 가는 것보다 약 30분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됩니다. 19세기 중엽 러시아 군에 의해 만들어진 '베르니 요새'에서 출발하는 알마티 시는 계획 도시 답게 반듯한 도로망을 가지고 있지만 이미 도시 기능의 한계를 초과한지 오래되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올 12월에 지하철 1구간 개통이 예정되어 있지만 아주 짧은 구간인지라 크게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진 않습니다.

지난 10월 중순, 우리 차를 수리 맡겼습니다. 엔진 오일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보며 10년 된 이 중고차를 언젠가 한번 손봐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해오던 차에, 대구 단기팀이 다녀간 뒤 한국인 정비사 일하고 있는 OK 모터스 정비소에 차 수리를 맡겼습니다. 차 수리를 맡긴 탓에 10일 동안 시내 버스를 타고 병원에 출근해야 했지요. 아이들의 등하교도 다른 분들에게 부탁하거나 택시로 해결했습니다.

버스 정류소 앞에 있는 끼오스크입니다. 시내 버스를 타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보다 훨씬 여유있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다행히 집 근처에는 병원 근처 까지 가는 시내 버스 종점이 위치하고 있어 비교적 편안하게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병원까지 1시간 30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극심한 교통 체증에선 승용차나 버스나 큰 차이 없지요.  

92번 시내버스 내부입니다. 물론 이곳도 새 버스, 구형 버스.. 그 종류도 가지 각색이고 현대 버스나 대우 버스도 많습니다.  아침마다 제가 타는 92번 버스는 대부분 빨간 커튼이 쳐진 구식 스타일 버스입니다. 어느 날 아침에는 정말 황당한 광경을 목격했는데... 버스 안의 불을 다 끄고 버스 천장의 빨갛고 파란 등을 번쩍 번쩍 돌아가게 해 놓은 채 락 음악을 크게 틀고 버스를 운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이트 클럽 안에서 출근하고 있는 느낌... 그 월요일 아침, 어찌나 황당하던지..

버스 창 밖으로 본 전봇대 광고지들입니다. 써커스 광고에다 공연 광고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이곳 버스는 옛날 우리 나라도 그랬던 것처럼 차장이 따로 있어서 버스비 50 텡게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차장으로 일하고 있는데 아주머니들도 간혹 볼 수 있고 최근에는 자동 매표기가 부착된 버스도 운행되고 있습니다.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가량 달리면 병원 근처에 도달합니다. 이곳이 제가 내리는 정류소 주변입니다. 라임베카 길인데..근처에 질료니 바자르, 중앙 모스크,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올해는 카자흐스탄 독립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카자흐스탄의 눈부신 경제적 성장은 두말할 나위도 없지요.  

버스 정류소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알마티 동산병원에 도착합니다. 버스 정류소 근처에 "싸얏트" 라는 시외버스 정류소가 위치한게 보이시죠?

어느 날 아침, 아침 시외버스 터미널을 구경하러 그 쪽을 지나 보았습니다. 아침 9시 경, 시외버스 터미널은 어떨까요? 많은 버스와 미니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은 어디나 똑같습니다.

인근 지역으로 떠나는 버스들이 지정된 승강장에서 대기하고 있네요.  

여기가 병원 주변 모습입니다. 병원은 라임베카 - 잔길지나 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라임베카 길을 따라 오다가 잔길지나를 지나면 곧 왼쪽 편에 흰색 2층 건물로 된 병원이 나타납니다. 지금 이 위성 사진은 여름에 촬영된 것이라 무척 푸르게 보이고 인근 지역이 좋아 보이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은 겨울이라 삭막하지만 그보다는 공기도 나쁘고 비교적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죠.

병원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버스 정류소입니다. 무척 붐비는 곳이죠.

이곳에 서 있으면 이곳 사람들의 활기찬 일상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카메라 들고 버스를 찍어대는 이상한 사람도 있구요.^^

길 건너편에는 질료니 바자르와 중앙 모스크가 위치합니다. 중앙 모스크는 원래 중앙 아시아 특유의 비취색 지붕이었는데 몇 년전부터 이렇게 금색을 입혔습니다.

열흘 동안 차 없이 지내 보니 불편한 것도 많았지만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 덕분에 알마티 버스 노선 일부를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되었구요. 이제 차 없이도 시내 볼일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차 수리를 맡긴 OK 모터스 정비소입니다. 알마티에서 최초로 제대로 된 택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업체 지요. 한국 차 200 여대를 들여와서 알마티 시내를 누비게 하고 있는데 이제 어디서 OK 택시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147 만 누르면 달려가는 콜 택시를 영업도 하고 있지요. 바로 이곳 정비 책임자로 오신 분에게 차 수리를 맡겼습니다.

우리 차 엔진입니다. 엔진을 다 들어내고 피스톤까지 교체하는 대 수리를 해야 했습니다. 아마 이 차를 판 사람도 이 많은 문제를 알고 있었겠지만... 이곳에선 잠깐 눈속임을 해서 중고차를 파는게 극히 정상적인 일인지라... 이것 역시 이곳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연식이 얼마 안 된 차나 새 차를 사면 더 좋겠지만... 사역자들 대다수가 그런 여유를 갖고 있진 않지요.

어쨋든 10일간의 수리 후, 우리 차는 다시 튼튼한 심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다행이지요. 아침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동산병원을 오가는 일 말고도 장 보는 일이나 병원 행정 업무, 교회, 사역자 방문 등... 차가 없다면 너무도 많은 일들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차 없이 지낸 10일 간의 시간이 있었기에 시내 버스도 더 많이 탈 수 있었고, 이곳 사람들의 삶도 더 가까이서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가 있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도 더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에 필요한 작은 것 하나 까지라도 챙겨주시는 그 분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이식쿨 호수에서 60 Km 나 이어진 텐샨 산맥 이쪽 편 알마티에서, 오늘도 우리는 감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11.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