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4번째 이사  

우리 가족은 올해만 4번째 집으로 이사를 합니다. 뉴질랜드에서 훈련 받는 기간에도 이사를 했었고 한국에 잠시 들어왔을 때는 충진교회 안식관에서 살았었고.. 알마티에 들어온 후에도 1달만 지내야 하는 아파트에서 타국 생활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 10월 1일... 올 들어 4번째 짐으로 이사를 한 겁니다.  

한국에서 카자흐스탄으로 떠나오기 전 우리는 2주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짐을 나눠 부쳤고 그것들은 예상대로 딱 3주만에 이곳 알마티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짐을 받았을 때는 알마티에 들어온지 2주도 안 되었을 무렵인지라 박스를 풀지 않고 거실 한쪽 벽에 가득 쌓아 두어야 했습니다. 어차피 2주 후에 다시 이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죠.  

한국에서 보냈던 박스들이 9월 중순 알마티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모습입니다. PLS(주)를 통해 짐을 들여 왔는데.. 보세 창고 같은 곳에서 박스들을 꺼내고 있습니다.  

매번 짐들을 받을 때마다 트럭(봉고 3)을 이용해야 했고 짐을 가져온 뒤에는 이렇게 거실 한쪽에 임시 보관해야 했습니다. 가끔 아이들이 심심해하면 박스를 하나씩 풀어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꺼내 주기도 했었지만... 정착할 집이 정해져 이사할 때까지는 짐을 풀 수가 없었죠.  

그러나 집 찾는 일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8월까지만 해도 빈 아파트가 많이 나왔다고 하는데...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빈 아파트들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새 학기를 앞두고 시골에서 공부하러 도시로 올라오는 대학생들이 빈 아파트를 다 차지하고 난 후라 9월에는 아파트를 찾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어렵게 오르비타-1 의 아파트를 찾았지만 계약 전, 집 주인의 일방적인 파기로 물 건너갔고 이후 만나는 집들마다 하나같이 형편없는 시설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는 것들 뿐이었습니다. 아이들 새 학교 위치를 고려해서 도시 서쪽 외곽에서 아파트를 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 2칸짜리 아파트가 월 800불 에 거래되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알마티 중심부에서는 방 3개가 있는 아파트를 임대하려면 월 1200불 이라는 높은 월세를 줘야 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많아 방 3개 아파트를 구해 보려고도 했지만 결국 높은 월세에 막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그래... 원래 이렇게 어렵게 시작하는거야...'

2주 간의 노력 끝에 우리는 알마티 서쪽 외곽인 마믜르 7 지역의 5층 짜리 건물의 빈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5층짜리 건물의 5층이었죠. 5층 짜리 건물에는 원래 엘리베이터가 없기에 5층까지 걸어 다녀야 하는게 단점이었지만 별 다른 대안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파트 역시 바닥이 깨끗하지 못해 집 주인과 흥정 끝에 서로가 비용의 50% 씩을 지불하기로 하고 바닥 장판을 새로 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주변에 비포장 도로가 있어 먼지가 많이 날리는 단점도 있지만 인근에 양로원이 있어 조용하다는 건  장점입니다. 아파트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이런 커다란 쓰레기통들이 놓여 있습니다.

아파트 출입구입니다. 7년 전과 달리 요즘은 거의 모든 아파트에서 이런 보안장치를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이 방문하고자 하는 호수의 번호를 누르면 안에서 열어 주는 시스템입니다.  

두 번째 짐이 알마티에 도착하고 3일 뒤, 새 아파트로 이사했습니다. 9월 30일이었죠. 팀 멤버들이 이사를 열심히 도와 주셨습니다. A 선생님이 부엌 선반에 부족한 거치대를 직접 설치해 주시기도 하는 등... 알마티 정착에 있어 팀 멤버들의 도움이 무척 컸습니다. 5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는 없고.. 한국에서 가져온 80개의 박스를 그 높은 곳까지 운반하려면 얼마나 많은 수고가 필요한했겠는지... 짐작가시죠?

5층까지 힘들게 올라서면 우리 집 현관문을 열 수 있습니다.  내부는 왼쪽 처럼 좁습니다. 오른쪽은 부엌의 모습입니다.

부엌 창문 쪽으로 밖을 내다보면 이렇게 주변 예쁜 집들이 보입니다. 이렇게 예쁜 집들은 우리 돈으로도 3-4 억이 넘는 집들입니다. 마침 맑은 날에 사진을 찍었네요. 흐리거나 비 오는 날에는 아주 우중충한 분위기인데... 괜찮아 보이죠?

왼쪽은 침대 2개를 나란히 놓은 안방이고 오른쪽은 2층 침대와 책상이 놓인 시은, 성은 방입니다. 욕실 모습도 약간 비치네요.

시은, 성은 방으로 난 베란다 밖을 내다 보면 이렇게 알마티 북쪽, 서쪽으로 향하는 외곽 평지를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저 벌판이 중앙 아시아의 메마른 평지라 할 수 있지요.

이곳은 거실인데.. 형민이와 제 책상을 이곳에 두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책이나 악기들도 일단 이곳에 두고 있습니다.

남쪽으로 난 거실 창문에서 내다본 모습입니다. 주변 아파트 사이로 눈 덮인 천산 산맥의 모습이 보이죠. 알마티 인근의 천산 산맥은 '알라타우' 산맥이라 부릅니다. 카작 말로 '알라' 는 '얼룩덜룩하다' 는 뜻이고 '타우' 는 '산'을 지칭하는 말이죠.

산을 좀 자세히 바라보면 10월 초인데도 이렇게 눈이 보입니다. 물론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알마티에도 눈이 내리는 완연한 겨울이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햇살이 따가운 한 낮에 눈덮인 산을 바라보는 것이 특별한 일이었죠.  

산이 남쪽에 서 있기에 역광을 피해 아침에 사진을 찍으면 눈 덮인 산이 좀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이렇게 이사한 것이 9월 30일. 집을 이사하고 난 뒤에는 본격적으로 병원 일로 많이 뛰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10월 20일 경 대구 동산의료원 단기팀이 알마티를 방문했고 이후 병원 진단검사실 설치 등 지금까지 바쁘게 달려온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집을 이사하고 박스를 풀고 나니 한결 편해졌습니다.  

한국으로부터 책을 배달 받은 아이들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매달 후원자들이 보내주는 특별한 선물을 받고 있습니다. 서울의 윤상엽/김현미 선생님 가정에서는 아이들 QT 책을 매달 보내 주고 계시고, 지난 2005년 우리 가정과 함께 카자흐스탄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온 최경인, 공주현, 박은주, 심우행, 양주석, 한성용 선생님은 아이들이 밝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어린이 과학동아, 수학동아 잡지를 역시 매달 보내 주고 계십니다. 책 값도 책 값이지만 카자흐스탄으로 매달 2번 배송되는 비용도 엄청난데... 정말 너무도 큰 사랑과 격려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것은 주님의 은혜 가운데 저의 가정을 물질과 기도로 후원해 주시는 분들의 순종이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이사하는 과정을 통해 왜 우리가 알마티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우리를 이곳 알마티까지 오게 해 주신 그 분의 뜻에 감사하며 기뻐하는 것... 그 감사와 기쁨이야말로 바로 이 시간, 여기에 있는 우리 삶의 기초입니다.    201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