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비쉬켁(Bishkek) 으로 비자여행

카자흐스탄 장기 비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것은 2011년 3월, 뉴질랜드 훈련 중이었습니다.  대구 동산의료원과 알마티 비자 대행사 사이에서 메일을 주고 받으며 비자에 필요한 노동 허가, 초청장 작업을 진행해야 했기에 무척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었지요.  

우리가 접촉한 알마티의 비자 및 노동허가 대행사는 '케이 플라자' 라는 곳이었습니다. 물론 카자흐스탄 행정이 후진화를 면치 못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대행사의 업무 처리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어 8월 말까지도 노동 허가 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늦어도 8월 초까지는 현지 노동부 산하 노동 위원회에서 노동 허가가 통과되어야만  이후 2주간의 초청장 작업을 거쳐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으로부터 1년짜리 노동 비자(Work Visa)를 받고 8월 30일에 출국할 수 있는데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지요.

 8월 22일까지 기다리던 우리는 8월 22일 오후, 국내 다른 여행사를 통해 1개월짜리 카자흐스탄 상용 비자를 신청하기에 이르게 됩니다. 더 이상 알마티에서 들려올 소식만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순 없었고, 일단 알마티로 들어가 문제를 해결하는게 더 낫다는 조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새 학년이 시작되는 아이들의 학교 등록일도 8월 30일 즈음인지라 우리는 일단 입국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위에 보이는 1개월짜리 상용 비자를 가지고 다섯 식구가 8월 30일 알마티로 들어온 것입니다.

카자흐스탄은 방문 비자나 관광 비자를 받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곳입니다. 관광 비자를 받으려면 숙박요금을 지불한뒤 호텔에서 받을 수 있는 바우처를 첨부해야 하고, 방문 비자는 초청인의 여권 사본이 첨부되어야 하기에 알마티 내 사역자들이 선뜻 여권 사본을 건네 주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문 출장 증명서와 영문 재직 증명서가 첨부되어야 하는 상용 비자(Business Visa)를 가지고 카자흐스탄에 입국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선린병원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개월 비자를 신청한 다음 날, 알마티에서 노동 허가가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따라서 우리 가족은 비교적 홀가분한 맘으로 알마티에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만일 노동 허가가 계속 없는 상태에서 알마티에 들어 와야 했다면 상당히 부담이 돠었을 건 뻔한 일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노동 허가증 사본입니다.

1개월 비자로 알마티에 머물면서 이 노동 허가서를 기반으로 하는 초청장 작업을 마친 뒤 다시 1년짜리 노동 비자를 받기 위해 출국해야만 했습니다. 비자 연장은 카자스탄 영내에선 불가능하고 무조건 출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 9월 22일 밤 비행기를 타고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쉬켁으로 날아 갔습니다.

알마티 비행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바라본 알라타우 산맥 모습입니다. 9월인데도 산에는 눈이 남아 있네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인 비쉬켁은 알마티와 무척 가깝습니다. 육로로 25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자동차로 달리면 4-5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물론 그 사이 국경에서 입출국 과 세관 통과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우리는 키르기스스탄 비자를 받는 수고를 덜기 위해 키르기스로 갈 때는 항공편으로, 카작으로 돌아올 때는 육로편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비쉬켁 공항에서 1인당 70불 짜리 1개월 방문 비자를 바로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알마티에 있는 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대사관에 가서 복잡한 절차와 대기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여러모로 따졌을 때 항공편을 이용하는게 오히려 득이 된다고들 합니다.

알마티 국제공항. 어딜 가나 한국의 전자 제품 광고를 볼 수 있지요.  

알마티 공항에서 비행기가 출발한 시간은 9시 30분 이었고 비쉬켁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5분 이었습니다. 불과 35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죠.

비쉬켁 공항의 이름은 마나사 공항인데... 예전에 이라크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군 전투기가 이곳을 공군 기지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이곳을 미군 전투기들이 들락날락할 때 인근 국가인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의 심사가 좋지 않았을 것은 뻔한 일입니다. 이러한 중앙 아시아의 전략적,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미국 역시 카자흐스탄의 민주화나 정치적 문제점에 대해 어느 정도 용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쨋든 비쉬켁 마나사 공항에서 1인당 70불을 주고 즉석에서 비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 그림이 바로 키르기스스탄 비자입니다.  이렇게 초청장도 없이 쉽게 비자를 내 주는 곳이 중앙 아시아에 있다니...  놀랍고 고마울 따름이죠.

공항을 나와 40분 정도 달렸습니다. 그리고 밤 11시가 넘어 우리가 예약했던 로뎀 하우스에 도착했습니다.  

로뎀 하우스는 비쉬켁의 게스트 하우스입니다. 알마티의 많은 사역자들이 비자 여행을 할 때 이곳을 이용하는데 공항 픽업은 물론 비자 업무까지 대행해 주고 있어 얼마나 편리한지 모릅니다. 로뎀 하우스 사장님 역시 겸손하고 무척 친절한 분이셨습니다.

2층 예약된 방으로 가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집 떠나 이렇게 좋은 숙소에서 잘 수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

다음 날 아침 비자 업무는 로뎀 하우스에게 맡기고 우리는 비쉬켁 시내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저녁 6시 반 경 카자흐스탄 대사관으로 가서 비자를 받아 오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바로 알마티로 돌아오는 게 오늘의 일정이죠.  

비쉬켁 시내는 확실히 알마티나 아스타나 보다는 차도 적고 조용하고... 정감이 가는 도시였습니다.

이곳은 비쉬켁 역사 박물관입니다. 우리는 이날 시내로 나와 역사 박물관, 미술 박물관 등을 돌아 보았습니다. 저는 어디로 여행을 가든지 반드시 박물관, 특히 역사 박물관을 갑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도 딱딱한 박물관 구경을 해야 하지요^^ 이후 성은이가 좋아하는 미술관에도 들렀습니다. 늦은 점심을 '아리랑' 이라는 한국  식당에서 해결하고 저녁 4시경 다시 로뎀 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이 날 구경했던 내용은 따로 한 번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이곳이 우리가 묵었던 로뎀 하우스입니다. 깨끗하고 친절한 이곳에서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저녁 6시 로뎀 하우스에서 알마티까지 태워다 줄 택시를 섭외해서 출발한 뒤, 카자흐스탄 대사관에 들러 비자를 받고 바로 알마티로 넘어 왔습니다.  위 사진이 바로 그날  받은 비자입니다. 1년 짜리 복수, 노동 비자 죠. 비자에 "메디찐스끼 쪤뜨르 동산"(동산병원) 이라고 적혀 있답니다.

이곳은 키르기스스탄-카자흐스탄 국경입니다. 비쉬켁에서 알마티로 넘어오는 곳이죠.  카자흐스탄 - 키르기스스탄 국경은 그동안 특별한 절차 없이 물자들이 국경을  넘어 오갔지만  지난 7월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고 통관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여파로 몇 달 전부터 알마티 수입 제품 가격도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WTO 가입국이라 많은 물자들이 적은 관세로 쉽게 들어오고 있어 그동안 비쉬켁을 통해 알마티로 많은 물자들이 유입되었다고 합니다.

입출국에는 시간이 별로 안 걸렸는데 타고 가야 할 택시가 국경을 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알마티 집까지 돌아온 시각은 거의 자정을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1박 3일 인 셈이죠.

카자흐스탄에서는 장기간 거주하기 위해서는 비자만 받는다고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거주지 등록' 이라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비자를 받고 입국한지 5일 이내에 거주지 등록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에이즈 혈액검사, 초청장 공증 사본 등이 또 필요했습니다. 결국 이런 절차를 다 거쳐야만 친 뒤 1년을 거주할 자격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곳이 바로 거주지 등록을 위해 에이즈 검사를 받아야 하는 에이즈 협회입니다. 이곳에서 시행한 에이즈 검사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데.. 당일 결과를 알기 위해선 2000 텡게(1만 6천원)의 급행료를 내야 합니다. 카자흐스탄은 그야말로 급행료 사회죠.   

돌이켜 보면 불과 40일 전만 해도 노동 허가가 나올지... 1개월 비자라도 신청해서 알마티로 가는게 맞는 건지.. 그 분의 계획은 어디에 있는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40일이 지난 지금, 우리는 1년짜리 노동 비자(work visa)를 받고 거주지 등록을 완료한 뒤 알마티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려움이 있을 때, 앞 날이 칠흙같이 어둡게 느껴질 때.. 그저 그 분을 신뢰하고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201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