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 아와무투(Te Awamutu)의 가을

가을입니다. 뉴질랜드의 5월은 한국의 11월에 해당되는 계절입니다. 늦가을이죠. 여름을 지나오며 녹색을 한껏 뽐내던 나무들도 이젠 낙엽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어딜 가더라도 초록색 일색인 이곳도 가을이 다가오니 알록달록 흔적만 남겨놓고 어디론가 떠나는 것 같습니다.   

집 안에서 내다 본 ICI 안 풍경입니다. 얼마 전 토네이도가 지나간 탓에, 그래도 제법 풍성하게 매달려 있던 푸른 나뭇잎마저 낙엽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난 몇 일동안은 쓰러진 나무 잘라 내고, 잔가지와 낙엽들을 쓸고 모으고 불태우느라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다시 이불처럼 소복하게 깔린 낙엽을 보게 됩니다.    

가을 이라고 하면 한국 가을이 최고지만,.. 일년 내내 푸르기만 한 이곳에 가을이 온 것도 꽤나 신기합니다. 마침 아이들 학교 마칠 시간도 되었으니 함께 테 아와무투로 나가 보시죠.     

ICI 앞 진입로에 서 있는 키 큰 미류나무 잎들이 모조리 떨어진 것도 꽤 오래 전 일입니다. 아침마다 아이들 통학 버스 때문에 저 길 따라 걸어 나가는데... 그렇게 무수히 낙엽 비가 내리더니 어느 날 갑자기 작년 7월, 우리가 처음 이 ICI 로 왔을 때 봤던 그 미류나무들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테 아와무투로 나가는 길은 뉴질랜드 북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뉴질랜드 시골 모습입니다. 넓은 목초지와 나무들...

일년 4계절 내내 푸른 목초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기후 조건이 뉴질랜드 낙농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도록 했습니다. 사료를 사용할 필요 없이 말 그대로 땅에서 올라오는 풀만 먹이면 되니까요. 뉴질랜드 인구 보다 더 많은 양떼와 젖소, 말, 심지어 풀만 먹는 돼지까지.. 이곳은 그야말로 낙농 천국입니다.

말 목장 주변을 지나가면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 속에서 작은 망아지 한 마리 보이시죠?

이렇게 시속 100 Km 속도로 캠브리지 길을 따라 10분 정도 달리면 왼쪽 사진에서처럼 테 아와무투 타운 입구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케임브리지 도로변 타운 입구에는 PACK'N SAVE 라는 대형 마트가 우측 사진처럼 보이는데 우리도 이곳에서 주로 장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는 마을과 마을 사이 도로에서는 시속 100Km,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70 Km, 마을 중심부에는 50 Km로 속도 제한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곳 사람들 거의 모두가 이 속도 규정을 아주 정확하게 지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빨리 빨리'의 나라, 한국에 온 저로선 이런 모습이 처음에는 무척 신기하고 생소하게 느껴졌었죠.  

테 아와무투는 마오리 사람이 많이 사는 마을이고 마을 이름도 마오리 어로 '강 끝' 이라는 뜻입니다. 인구는 7천명 정도로 크지 않은 타운인데 장미꽃을 상징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Rose town 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테 아와무투 자체 인구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인근 마을(키히키히 등...)에도 많은 인구가 살고 있어서 테 아와무투 인근 인구까지 합친다면 인근 케임브리지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이곳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는 캠브리지에도 없는 맥도날드 가 들어와 있고 대형 마트도 두 곳이나 있습니다. (PACK'N  SAVE와 COUNT DOWN )

초등학교가 4군데 정도 있고, 이곳 출신의 유명한 록 밴드가 있나 봅니다. 마을 박물관에서 그들의 전시품을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 인근 지역을 WAIPA 라고 부르는데..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WAIPA Christian School 도 이 지역 이름을 딴 것입니다.

테 아와무투 입구로 들어오면 가을 정취 물씬 풍기는 나무들이 보입니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들도 물론 많지만...  

럭비나 크리켓을 위한 park 가 왼쪽 편에 보이고 우측에는 성공회 예배당이 있습니다. 테 아와무투에는 예배당이 아주 많습니다. 장로교회, 감리교회, 성공회, 바이블 채플, 침례교회, 노쓰 엔드 교회, 성공회, 등..

오늘 처럼 빗방울이 떨어지는 날에는 어김없이 무지개를 볼 수 있는데.. 대기가 맑아서인지 한국에서보다 무지개가 훨씬 자주 뜨고 색깔도 더 선명한 것 같습니다.  

마을 중심부로 들어오면 꽤 번화가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여기는 COUNT DOWN 과 맥도날드, 웨어 하우스 같은 큰 상점들이 위치한 곳입니다. 힌국인이 경영하는 two dollor shop 도 이 길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오후 6시가 지나면 문을 닫는 점포가 대부분이라 밤에는 캄캄합니다. 한국 처럼 밤 장사를 하는 곳은 맥도날드나 대형 마트 뿐이고 대형 마트들도 밤 9시가 되면 어김없이 영업을 종료합니다. 음식점도 저녁 장사라기보다는 점심 장사인 걸 보면... 이곳 사람들의 생활 습관은 우리 나라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 아이들 학교로 가 볼까요? 왼쪽이 와이파 크리스챤 스쿨(WAIPA Christian School) 건물 모습이고 오른쪽은 운동장이 있는 곳입니다. 잔디는 여전히 푸르지요? 사실 이곳은 겨울에 잔디가 더 푸릅니다. 겨울이 우기라 비가 더 많이 오고 잔디의 발육도 좋은 것 같습니다. 여름에는 오히려 잔디가 마르고 누렇게 변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학교 앞 나무에서 가을 풍경을 봅니다. 옛날 카자흐스탄에서 살던 시절에는 빨간색 단풍을 거의 볼 수 없었습니다. 왜 그런지 몰라도...카자흐스탄의 단풍은 항상 노란색이었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이렇게 고맙게도 붉은색 단풍도 많습니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가을 단풍입니다.

학교 마칠 시간 즈음엔 여기 학생 모두가 duty time 을 가집니다. 자기가 맡은 구역이나 물품을 청소하는 시간 인데... 이건 우리가 공부하는 ICI 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는 매주 월, 수, 금 오후에 1시간씩 노동을 합니다. 마침 막 duty 를 마치고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형민이를 발견했습니다. 형민이 뒤로 보이는 건물이 Room 3 로 senior 학생들을 위한 교실입니다.

푸른 잔디 위로 떨어진 붉은 단풍잎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어떤 물감으로도 이런 색을 표현하긴 어렵겠지요?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낙엽이 깔린 우리 집은 가을 정취가 가장 많이 풍기는 곳 중 하나입니다. 사실 우리는 지난 달에 이사를 했습니다. 지금 보이는 이 건물은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1가정씩 살 수 있는 2 가정 용 가족 숙소입니다. 그 동안 우리 옆에 사시던 OM 선교사님 가족이 테 아와무투 타운으로 이사를 가시는 바람에 우리가 왼쪽편에서 오른쪽 편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보다 방이 한 칸 더 많은 3 칸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전 집보다는 좀 더 어둡고 춥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부엌에 서 있으면 눈 앞에 큰 창문이 있고 그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있어 여러 짐들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창 밖으로 비친 가을 풍경이 너무 멋지죠?

ICI 큰 나무들의 낙엽이 모두 다 떨어지려면 아직 1달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시은이와 성은이 방에도 남쪽으로 난, 큰 창문이 있습니다. 창 밖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목초지와 수백마리의 젖소떼를 볼 수 있는 곳이죠. 한 밤 중에 울어대는 소 울음 소리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 깨기도 한답니다. 낮에는 소들이 풀 뜯는 소리를 시끄럽게(?) 들을 수 있는 곳이죠.

아이들은 학교 다녀와서 간식을 먹고 노는 시간을 가진 뒤 잠시 공부합니다. 이곳 학교를 보면 아이들이 무슨 체육 학교 다니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축구, 육상, 카약, 등산, 크로스 컨트리, 테니스, 티볼 등의 운동을 학교 자체 뿐 아니라 이 도시, 저 마을 다니면서 하루 종일 하는 경우가 잦고 적어도 매일 1시간씩은 아이들이 뛰고 달립니다. 어제 아침에도 형민이는 1000 m 달리기, 시은, 성은이는 400m 달리기를 해야 했다고 하네요. 글쎄 자연과 함께 부대껴야 하는 뉴질랜드로선 이렇게 교육이 바람직할 것 같긴 합니다.

형민이 방 창문으로는 개울가에 심겨진 높은 수양 버들과 사과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불어닥친 토네이도 덕택에 물가에 심겨진 큰 나무 하나가 쓰러졌고.. 이 때문에 아이들은 좋은 놀이터를 하나 더 얻었습니다. 가을이 찾아온 ICI 는 여전히 아이들에겐 최고의 공간입니다.    

나의 가을은 누렇게 벼 이삭 고개 숙이는 가을 들판입니다. 일년내내 초록색 이곳에선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그런 가을입니다. 하지만... 뉴질랜드 생활 10개월째에 맞는 이번 가을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가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 맘 저 편에는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이 저만치 들어차 있습니다. 그리고..주님 향한 감사의 풍년가로 가득합니다.                 20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