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의 작은 삶

3월이 되면서부터 이곳 날씨도 한국 가을처럼 시원한 바람과 함께 가장 좋은 계절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이곳은 남섬 지진을 겪고 난 뒤 교회나 지역 사회 모두가 이재민과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모금이나 행사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교회와 지역 사회가 함께 하는 바자회 행사가 '테 아와무투' 바이블 채플 앞 주차장에서 크게 열리기로 되어 있답니다. 일본 지진 소식은 이곳에서도 들을 수 있지만 뉴질랜드 현 상항이 제 코가 석자인지라, 한국 인터넷을 통해 일본 소식을 더 많이 접하는 편입니다. 이곳에서도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요즘 사진을 찍질 못하고 있습니다. 하나 뿐인 디지털 카메라를 지난 1월 말 경, 물에 빠뜨린 바람에 고장 나서 한국에 AS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디카는 물에 빠지면 치명적인 경우가 많은데 다행히 기판을 수리할 정도는 아니었고 아마도 다음 주에나 이곳에 오는 소포 편으로 카메라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지난 1달 반 동안은 사진기 없이 지냈습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난 1달 반 동안에도 아이들은 부쩍 자라고 있을 겁니다. 뉴질랜드에 온지 8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아이들의 생각 한 쪽에는 언제나 한국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방구, 학원, 옛날 친구들의 이름... 언제나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에게 작으나마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감사드립니다. 사람 사는 일에 어려움은 늘 있는 법이지만.. 우리가 이 길을 선택하는 바람에 아이들은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새로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어려움이 아이들을 강하게 해 주리라 기대합니다. 언어의 장벽과 소수자로서 학교와 사회 속에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어려움인지 경험한 아이들은, 이로 인해 더 자랄 수 있을 게 분명하니까요.  

지난 여름 동안 우리는 이곳 근처 수풀을 자주 찾곤 했습니다. 뉴질랜드는 자연을 잘 보존하는 것으로 유명한 국가 답게 곳곳에 숲속을 거닐 수 있는 루트를 많이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인 '피롱이아 산(Pirognia Forest Park)' 에는 이런 ;부쉬 워크(Bush Walk); 코스가 많아 자주 찾곤 합니다.  

이런 숲길이야 한국에도 곳곳에 수두룩 하지만.. 큰 고사리처럼 생긴 식물이나 나무에 붙은 이끼들, 타잔 영화에서 나올법한 나무 줄기들 때문에 조금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열대 우림 같다고나 할까요.

뉴질랜드는 연교차는 크지 않고 일교차가 큰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을에 접어든 지금도 아침에는 서리가 내리고 싸늘하지만 낮이 되면 한여름처럼 후끈 달아오르죠. 겨울에는 비가 계속 내리는 바람에 햇살이 없어 평균 온도가 좀 낮은 것 외에는 지금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피롱이아 산에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계곡 물이 있어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 였지요.

우리는 뉴질랜드 오기 전에는, 학교 내 기숙사에서 살아가기에 차는 별로 필요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뉴질랜드에 도착하자말자 그 생각이 잘못 된 것임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ICI가 목장으로 둘러싸인시골 마을 외곽이라는 사실과 발달하지 않은 뉴질랜드 대중 교통 때문이었죠. 도시간을 잇는 버스가 간혹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가용 차량으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학교나 장 보는 일도 차가 없으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구입한 차가 바로 사진 속의 차입니다. 닛산 아베니르(Nossan Avenir). 우리가 카자흐스탄에서 지내던 2년 반 동안에도 닛산 써니(Nissan Sunny) 라는 작은 차를 몰고 다녔는데 이곳에 와서도 닛산 차와 만난 걸 보면 재미있는 우연의 일치입니다.  이 차로 아이들의 하교 길을 돕고 타운에 나가거나 장 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차를 운전하는데 있어 문제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차량의 좌측 통행 문제였습니다. 한국이나 카자흐스탄에서는 도로의 우측으로 차량이 통행하는데 반해 이곳은 모든 차량이 좌측 통행을 하고 있어 얼마간의 적응이 필요했습니다.   

이곳 도로에는 신호등이 거의 없습니다. 해밀턴 같은 큰 도시에서 혹시라도 신호등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야! 신호등이다" 하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나라다 보니 '로타리' 같은 것을 만들어 차량을 통행시키는데 이곳에서는 '라우드어바웃' 이라고 부르고 있었습니다. 이 '라운드어바웃' 근처에 들어서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깜빡이를 켜고 돌아야 하는데 좌측 통행에다 이것까지 익숙지 않아 제법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 방법도 익숙해졌습니다.

ICI 에서의 학교 생활보다 이곳 지역 교회 '바이블 채플'을 통해 이곳 삶을 더 배울 때가 많습니다. 크고 작은 모임에 참석하면서 이곳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게 되고 다른 문화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주일 학교는 어른들과 함께 주일 예배를 함께 시작해서 광고, 기도, 찬양이 끝나고 메시지가 시작될 무렵, 옆 건물로 이동해서 가집니다. 사진은 'Power House'라 불리우는 주일학교 아이들의 찬양 모습입니다. 유일한 동양인 아이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죠.  

이곳의 보편적인 문화 답게 교회 앞 잔디밭에서 자주 '소시지 바비큐'를 엽니다. 매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8시 40분까지는 Boy's Rally, Girl's Rally 라고 해서 소년, 소녀들을 위한 모임을 교회에서 가지는데 한국의 'AWANA' 와 비슷한 모임입니다.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의 태평양권 국가들은 'Rally' 라는 이름으로 모임을 갖는 것 같습니다. AWANA 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적인 주일 학교 프로그램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8개월 동안 이곳 ICI 에서 반복되는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 문화권에서의 삶은 시간이 갈 수록 더 깊어지고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3개월 후면 다시 이곳을 떠나게 됩니다.

현재 제가 직접 카자흐스탄 워크 비자 작업을 챙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입국 당사자가 비자 작업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적극적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불확실하지만 주님께서 인도해 주실 줄 믿습니다. 가끔은 매달 기도 편지를 보낼 때마다 이곳 생활에는 큰 차이가 없는데 새로운 소식을 보내야 하는 작은 부담이 있기도 합니다. 홈페이지에서도 어느 정도의 보안 사항이 지켜줘야 한다는 점 때문에 더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많은 것을 배우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낡고 묵은 사고와 죄짐을 벗어 버리고 새 가죽 부대를 준비해서 새로운 마음으로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랑으로 섬겨 주시는 많은 분들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2011.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