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만들기

뉴질랜드의 주 산업은 낙농업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산 꼭대기 끝, 낭떠러지 비탈길까지 깎아... 온 천지를 마치 텔레토비 동산으로 만든 개척 이민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Fontera(아주 커다란 우유 공장) 의 트럭들이 지축을 울리며 낙농 농가(dary farm) 로 들어오는 것을 볼 수 있는 이곳에서는 낙농 목축업이야말로 뉴질랜드  자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농사도 잘 됩니다. 땅이 넓고 비옥해서 씨만 뿌리면 다른 나라에서보다 무시무시하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그 넓은 땅에다옥수수 심어 놓은 걸 보면 어떻게 다 관리를 하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농사 짓는데 가장 큰 변수는 강수량인데... 겨울이 우기이고 여름이 건기인 이곳에서는 여름철 건기 동안 얼마나 비가 오느냐가 최대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때 비가 오면 이곳 사람들 모두 농부가 좋아하겠다는 인사를 건넵니다. 뭐 한국도 다르지 않지만...

 

우리도 집 앞에 텃밭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주말 농장이나 시골에 살지 않으면 좀처럼 하기 힘든 농사일이지만... 온 천지가 풀밭인 이곳에서는 한 뼘 땅 개간하는 것 정도야 아무 것도 아닌 일이죠. 하지만 이곳 채소 가격도 결코 싸지 않아 이렇게 씨를 뿌려 채소를 재배하면 애들도 좋아하고 재미도 있고 가계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ICI 관리를 맡고 계시는 브라이언에게서 삽과 쟁기를 빌려다가 잔디를 뽑고 흙을 골라 냈습니다.

온 가족이 나선 일인지라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30분 정도... 모두들 흙과 잡초를 나르고 쟁기질을 했습니다.

완성된 텃밭입니다. 이곳에 호박, 가지, 고추, 상추, 옥수수, 방울 토마토, 오이, 콩 을 심고 사진에 보이지 않는 현관 쪽 텃밭에도 깻잎, 토마토, 콩을 심을 겁니다.

이곳 슈퍼에 가면 쉽게 씨앗이나 모종을 구할 수 있는데 모종을 심는게 훨씬 편하다고 하시지만.. 우리는 씨앗을 뿌려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주는 교육적 효과도 있으니까요.

좁은 땅이지만 이것 저것 뿌렸습니다. 어떤 분은 밭을 보시고는.... 이렇게 좁은 땅에 많은 씨앗을 뿌렸다면 걱정도 하셨습니다. 호박 하나가 이 땅을 다 차지할 거라고 하시며...

그로부터 2개월 후... 요즘의 모습입니다.

그저 씨앗만 여기 저기 뿌렸는데.. 이렇게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볼까요.

이곳에는 콩, 상추, 호박, 고추 가 있습니다. 가장 큰 소득 중 하나가 바로 이 호박입니다. 꽃도 많이 열리고 금새 꽃대가 길쭉한 애호박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찌나 많이 열리든지 아침, 저녁으로 애호박 고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호박이 은근히 반찬에 많이 쓰이더라구요.

호박 옆에는 고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사실 뉴질랜드에서는 채소 가게에서도 풋고추를 구할 수 없습니다. 피망 종류는 쉽게 볼 수 있지만 풋고추를 구할 순 없죠.  

한국 식료품 가게에서 파는 고추 모종 2개를 가져다가 이곳에서 심어 놓았는데 크게 자라지는 않지만 제법 꽃도 많이 열리고 고추가 많이 열렸습니다. 된장찌게 끓일 때 고추 하나씩 넣는데 늘 호평을 얻지요. 이 고추야 말로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옆에는 방울 토마토, 콩, 가지, 옥수수, 오이 가 자랍니다. 노란 꽃이 보이는 오이는 한국 오이와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cucumber 라고 적혀 있긴 하지만 종자가 다른지... 마치 호박처럼 기는 줄기에다 노란 꽃만 무성하고 아직 열매가 없습니다. 일단 좀 지켜 보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보라색 꽃이 예쁜, 가지가 자라고 있고... 벌써 여물어가는 콩 줄기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뒤에는 벌써 옥수수가 많이 자랐고 수염이 달린 열매도 익어 갑니다. 이곳 옥수수는 무척 달다고 합니다. 뜨거운 햇볕 때문에 그렇겠지요?

여기는 현관 쪽 가든인데... 이곳에는 뒤쪽부터 깻잎, 토마토, 콩, 오이, 딸기 가 있습니다.

저녁마다 이 텃밭에다 물 주는 일이 제 일과 중 하나입니다. 여기 물 주려고 가든용 호수를 10불 주고 구입했습니다. 텃밭에 물을 주면 제 맘도 시원해집니다.

텃밭에 자라는 토끼풀 같은 잡초를 제거하는 것도 우리 가족이 하는 최대의 노력 봉사입니다. 방학 중에는 학교의 모든 duty 프로그램이 없으니까요.

여기에 딸기가 자라고 있습니다. 처음 딸기를 심을 때 많은 분들이 보시고는 모두들 딸기를 기는 하지만 새들이 하도 와서 쪼아대는 바람에 딸기 열매를 제대로 먹기 어렵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세탁기에 넣는 빨래용 망을 잘라서 새(bird) 보호막으로 사용했습니다. (이곳에는 망 같은 걸 구하기 어렵더군요.) 새 한테 안 주고 우리만 먹으려고^^

이 딸기도 제법 열매가 많이 열립니다. 우리는 딸기 따 먹는 순서를 정했습니다. 성은-->시은-->형민-->엄마-->아빠입니다. 딸기가 빨갛게 익으면 씻어서 해당되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데 얼마나 달고 맛있는지 모릅니다.

요거는 깻잎인데... 그리  썩 많이 자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쓸만합니다. 이파리도 크구요. 깻잎 향이 그리울 때는 요걸 한 살짝 따다가 음식에 넣을 수 있습니다. 특히 계장국 종류에 어울리겠죠?

토마토도 제법 망울이 커지고 있습니다. 요며칠 동안 비가 많이 오고 온도가 낮아서 그런지 아직 토마토가 빨리 자라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국은 무척 춥다고 하는데... 여름이 오면 겨울이 그립고, 겨울이 오면 여름이 그리운 게 사람 마음이겠지요?  언젠가 이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우리 아이들의 입도 함지박처럼 커질 것 같습니다.

올해 농사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 채소들은 이렇게 씨앗을 심으면 열매를 맺는데 우리 삶은 어떨지...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이 하늘과 땅에 대해 늘 겸손한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