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M - 내가 하는 공부
ICI 에서 제가 듣고 있는 수업은 CCM(the Certificate in Christian Ministries) 과정입니다. 국제 인터서브 파트너들과 함께 하는 사역을 위해 언어 훈련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을 현지로부터 받았을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몇 가지 되질 않았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이나 영국 등지도 알아 보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적당한 장소는 바로 여기 뉴질랜드의 ICI 라 판단하고 지난 7월 9일 이곳으로 날아 왔습니다. 여러 번 설명드렸듯이 ICI(Intercultural Institute of New Zealand) 는 OM New Zealand 의 도움으로 OM 선교사 및 아시아권 선교사의 언어 훈련 장소로 이곳 뉴질랜드 북섬 테 아와무투(Te Awamutu) 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에 온지 4개월 남짓.. 그저 Reading 해도 아이들의 영어 실력은 느는 것 같은데 정작 우리 부부의 영어 실력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물론 한국에 있을 때보다 좋아지고 있음을 부정할 순 없지만 속도가 더디기만 합니다. 이미 한국어의 뿌리가 깊이 박힌 우리로선 현지인 수준의 영어를 목표로 하기 보다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그들의 얘기를 가능한 한 정확하게 알아 듣는다는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사실 현지인 같은 발음과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것보다, 한국인으로서의 액센트를 지닌 채 영어를 또박 또박 구사하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구요. 그런 관점에서 이곳 ICI 에는 모델로 삼을 만한 분이 많아 좋은 것 같습니다.
ICI 에는 여러 가지 강좌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우리는 제가 CCM 과정을, 아내는 ESOL 과정을 듣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아내의 영어 실력이 저보다 좋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영어에 쭉 관심이 있어 영어 학원도 다녀 본 경험이 있고 하와이에 교환 학생으로 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 어떤 종류의 영어 학원도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실력으로 보자면 제가 ESOL 에 들어가고 아내가 CCM을 해야 하는데.. CCM 에는 레포트나 기타 과제가 많다는 사실 때문에 제가 CCM 수업으로 밀리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둘 다 영어로 이뤄지는 수업이라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CCM 과정은 뉴질랜드 정규 학력으로 인정되는 과정이어서 입학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어 점수가 요구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시험은 단순한 영어 시험이 아니라 Listening, Reading, Writing, Speaking 영역별로 시험을 치루게 되어 있습니다. 영국, 호주를 포함한 모든 영연방 국가에서는 영어 실력을 IELTS 라는 시험을 통해 평가합니다. 쉽게 말해 영국의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대학에 가려면 IELTS 시험 점수가 있어야만 합니다.
ICI 의 CCM 과정의 입학 자격은 IELTS 점수 평균 5.5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유명 대학보다는 낮은 점수지만 그래도 제겐 부담스러운 점수였습니다. 보통 IELTS 5점 대는 일반적으로 영어 좀 하는 사람이면 다 받을 수 있는 점수라고 말합니다. 6점 대면 영어를 잘 한다고 표현하지요. 그러나 저는... 그 흔한 TOEFL, TOEIC 공부 해본 적도 없고 그야 말로 고등학교 영어로 모든 영어 공부가 20년 전에 끝났는데... Speaking 과 Writing 까지 있는 영어 시험을 치뤄야 한다니... 일상 생활하면서 이런 공부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자신도 없었지요.
그렇지만 21만원이라는 시험료까지 입금하고 시험 접수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치는 날까지 제대로 공부를 하질 못했습니다. 몇 달 간은 집중해서 공부해야 하는 시험이라 서울에는 이 시험을 위한 전문 학원도 있다는데... 제 여건상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고 6월 26일 부산 부경대학교에서 그냥 시험을 치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Listening 시험 때는 스피커 소리가 너무 작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고... Writing 때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Speaking 때는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는 현지인 시험관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 뿐이었습니다. IELTS 5.5 는 아주 멀어 보였습니다. 제가 치룬 IELTS 시험은 6월 26일이었는데 시험 결과는 2주 후 쯤(7월 14일?) 우편 통지된다고 했습니다. 7월 9일 출국해야 하는 저로선 시험 결과를 알기 전 그냥 출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만일 제가 영어 실력이 좋았다면 일찍 IELTS 시험을 봐서 점수가 나오는대로 한국에서 학생 비자를 받아 뉴질랜드에 입국하면 되겠지만... 지금으로선 일단 뉴질랜드로 가서 3개월짜리 방문 비자를 받은 뒤 우편으로 도착하는 IELTS 점수가 나오면 그 때 봐서 CCM 과정에 등록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수가 어떻게 나올지도 미지수구요^^ (방문 비자의 경우 3개월까지만 가능하고 2번까지 연장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삼남매의 경우는 Waipa Christian School 을 통해 미리 학생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아내의 경우는 '아이들의 엄마' 자격으로 gardian visa를 받아 뉴질랜드에 입국했습니다. 아이들이 학생 비자를 받으려면 비자 기간에 준하는 학비를 선납해야 가능하기에 우리는 3삼매의 1년 학비를 Waipa Christian School 에 미리 내야 했는데 2천만원에 가까운 거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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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3남매가 똑같이 받은 학생비자(Waipa Christian School), 오른쪽은 아이들의 Guardian 자격으로 주어지는 아내의 guardian visa입니다.
반면에 저는 입국 심사 시에 이렇게 3개월 짜리 방문 도장만 받고 들어갔습니다.
우리가 ICI 에 도착했을 때는 이곳이 2번째 term을 마치고 2주간의 방학을 하고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그 사이 우리는 차를 구하고 새 생활에 적응해 나갔지만, 여전히 제가 이곳 ICI에서 제가 어떤 수업을 받을지는 미정이었습니다. IELTS 점수도 없었기에, 저도 아내와 함께 ESOL 수업을 듣는게 낫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3번째 term 이 시작되기 3일 전, 한국에서 우편물이 하나 날아 들었습니다. British Council 이라는 인쇄를 보고 IELTS 시험 결과지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열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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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LT overall score 가 5.5 라고 찍힌 걸 보고 숨이 막히는 줄 알았습니다. 반올림해서 정확하게 5.5 에 맞춰진 것을 보고... '주님이 CCM 으로 길을 여셨구나..' 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는 7월 16일부터 CCM 3 term 에 편입되어 공부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ICI 의 경우 CCM 과정은 자체 certification 이 아니라 호주 시드니에 본교를 두고 있는 ALPHACRUCIS 대학의 분교 자격으로 certification을 발부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호주 ALPHACRUCIS COLLEGE 에서 개설한 CCM 과정을 ICI에서 이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수업 방식은 이렇습니다. 4시간을 수업한다고 하면 1시간은 Alphacurcis 본교 교수님의 DVD 강의가 꼭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ICI 의 교수님들과 Text를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이 마칠 때마다 reflection 이나 assignment를 alphcrucis 홈페이지에 업로드 해야 합니다.
새로 받은 제 비자입니다. Certificate in Christian Ministry 가 분명하게 보이시죠? 사실 아내가 하고 있는 ESOL 과정 학비가 제 CCM 과정보다 더 비쌉니다. 많은 현지인 교수 요원들이 ESOL 에 참여하고 있고 오후에는 Seven Key, Bible study 등 다양한 성경 공부가 있는 것이 ESOL 과정의 장점입니다. CCM과 ESOL 과정.. 모두 저마다의 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The Certificate in Christian Ministries
This year programme will enable students to study and train for the ministry. The programme presents knowledge and skills for efective academic and spiritual development. our aim is to train students foreffective short and long-term ministry in order that they may develop as church leaders, church planters and team memberss, in the context of church and community, and nationally and internationally. This course is accredited by NZQA via Aphacrucis College.
[Core Units] Biblcal studies/ Christian World View/ Christian Discipleship/ Christian Leadership/ CHristian Histoy/ Introduction to World Mission/ Evangelism/ Electives(Islam studies, Spiritual Formation, Language Studies, etc)
이번 학기에 저는 구약학과 신약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많은 참고 도서들이 있지만 위 책들이 이번 학기에 가장 많이 보는 책들입니다. 신약학은 미국에서 목회를 하기도 했던 미국인 Bill 선생님이 강의하시는데 아주 좋습니다. 1주에 1-2권의 신약 성경이 강의됩니다. 학문적이고 역사적인 접근 말고도 신약 성경을 한 시간 정도 함께 읽는 시간도 있어서 마음 속 깊이 시원해는 것을 느낍니다. Bill 의 원래 전공이 컴퓨터 공학인지라 과학자로서 가지는 독특한 시선도 큰 도움이 됩니다.
구약학의 경우는 총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스라엘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셨다가 현재 이곳 ICI에서 교수 사역을 하고 계시는 한국인 MG 목사님이 강의하고 계십니다. 물론 영어로 하시죠. 구약 성경이 어떻게 씌어졌는가? 에서부터 시작된 강의는 사본학, 현대 비평신학, 수메르인의 설화(노아의 홍수, 욥 이야기, 제사 형식, 신화)에서 시작되었는데 너무도 재미있었답니다. 왜 서구 신학자들이 문서 비평을 하고 있는지 그 근거들도 알게 되었고 고대 근동 역사를 다시 정리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지난 학기의 교회사 와 맞물려 이곳 ICI 에 있는 동안 역사에 대해 특히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역사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기도 한데 너무 감사합니다. 구약학을 배우면서... 계몽주의의 허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달리, 성경의 권위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그대로 인정하는 우리의 정통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 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현대 신학자들에게 주어진 질문들과 주해(exegenesis) 들을 통해 성경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풍부한 지혜들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ESOL을 통해 영어를 배우기 보다는, 이렇게 CCM 과정을 통해 배운 영어 능력들이 앞으로 현장에서 말씀을 나누고 교제할 때 귀하게 사용될 것 같습니다. 물론 수업 말고도 하루 1시간 씩 있는 Duty 시간, 설거지을 통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도시로 나가 이곳 현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현지 교회의 home group(구역 예배) 에 참여하면서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실감 나지 않습니다. 주님이 왜 이런 훈련을 우리에게 시키시는지...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이 모든 것들이 조금씩 더 분명해겠지요. 그것들을 기대합니다. 2010.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