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호숫가에서

이곳 뉴질랜드 테아와무투에 살며 선교 훈련을 받고 있는 우리로선 무엇이 훈련되고 있느냐? 는 물음은 언제나 몸에 와 닿습니다.

이미 3년간 카자흐스탄에서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우리로선, 선교지에 사는 것이나 한국에서 사는 것엔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부적 환경이 달라진다 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하나님이냐 이 세상이냐 라는 우선순위(가치관)에 따라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받는 훈련은 내가 믿는 하나님, 나의 최종 가치 기준이 되는 성경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게 합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며 나를 만든 가정 환경과 사회 환경은 어떤 것이었으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이냐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안지도 이곳에서 새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도, 이삭을 바치라고 하실 때도, 우리 모두를 부르실 때도... 결국 하나님 외에 다른 것은 두지 않겠다는 고백만이 언제나 유효하기에.. 매일 매일 이 부분을 훈련하며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도 한국을 떠난 이후 많은 것들이 훈련되고 있습니다. 한국처럼 급식을 하지 않는 이곳에서는 삼남매 모두 도시락을 가져 가야 하는데 샌드위치 두어 조각으로 점심을 대신합니다. 오후 3시 반쯤  집에 도착하면 배가 고픈 건 당연한 일이죠.

집에 도착한 형민이는 샌드위치 빵과 김치를 찾습니다.

김치 샌드위치죠. 사실 김치를 쉽게 담을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이곳 환경은 꽤 좋은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형민이가 김치 샌드위치로 살아가는 것도.. 훈련이고...역시 잘 적응해 가고 있습니다.

모든 사소한 필요를 집안에서 해결하는 것도 이곳에서 훈련해야 할 일입니다.   

엄마, 아빠, 아이들이 한 팀을 이뤄 우리의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가며 우리 가정의 임무를 완수해 가는 것... 이곳에서 새로 배우는 생활 방식입니다. 아이들의 신앙 생활과 학업을 살펴 보고 아이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 유지하는 것 역시.. 연습이 필요한 일입니다.   

우린 가끔 한국 물품들을 구하기 위해 우리 집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해밀턴 이라는 도시로 나갑니다. 아마도 뉴질랜드에서 4번째로 큰 도시인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호수와 정원이 많은데 우린 이곳에 들를 때마다 호숫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돌아오곤 합니다. 무엇보다 돈이 하나도 안 든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밀턴은 비옥한 와이카토 지방의 중심도시로 낙농과 원예가 발달한 곳이었습니다. 뉴질랜드의 다른 도시들보다 평지가 넓고 농산물이 풍부해 예로부터 침략이 잦았는데 해밀턴이라는 이름도 마오리족 게이트 파 Pa(요새) 와의 전투에서 전사한 영국인 장교 존 F.C 해밀턴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도시로서의 효용보다는 군사 기지로서의 가치가 더 컸으나 1867년 해밀턴과 오클랜드 사이에 도로가 개통된 이후 도시 외양을 갖추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초기보다 13배 가까이 면적이 늘어난 산업도시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해밀턴은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오클랜드와 가까우면서 훨씬 전원적인 분위기 때문에 우리나라 유학생과 이민자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인 교회만 8군데 이상 된다고 합니다.

포항 바닷가에서 살다 온 우리로선... 호숫가 라고 해서 특별히 차이 날 것도 없습니다. 경주 보문호 보다 조금 작을 듯 싶은 이 호숫가에는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많습니다.  호수 둘레가 3Km밖에 안 되는 작은 호수지만 녹음에 둘러싸여 있어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구요.

막내 성은이가 엄청 신나 보이죠?  장화 신고 있는 게 좀 이상하시죠? 이곳에 온 뒤로 아이들은 장화를 무척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개월 동안 매일 비만 내린 탓에 운동화나 샌달보다 장화가 훨씬 친숙해져 버렸습니다. 최근 뉴질랜드에 이렇게 비가 오래 내리고 추위가 지속되는 것도 처음이고, '기상 이변' 이라고 합니다. 덕택에 아이들은 장화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 역시 소나기가 한 바탕 지나갔습니다. 갈릴리 호숫가의 광풍처럼 비바람이 세차게 내리기 일쑤죠.  

제가 본 것 중에서 가장 높은 미끄럼틀입니다.  

바람도 많이 불고 비도 오락가락 하는 날이었는데... 한국 선수들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요건 한국 아파트에서도 가끔씩 볼 수 있는 놀이기구죠?

이렇게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 뉘엿 기울기 시작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충진 어린이 선교학교나 인터콥 어린이 비젼스쿨을 통해 많은 선교 훈련을 받아 왔지만... 가끔씩 형민이가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아직 목적 의식이 약한 것 같습니다.  

그저 엄마, 아빠가 자신들에게 많은 경험을 쌓도록 하려고 이곳에 데리고 왔을 거라고 얘기하는 걸 들으며 이 아이들의 삶을 책임져 주실 그 분을 더욱 의지하게 됩니다. 언젠가 이 아이들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 속에 있는지 깨달을 날이 올텐데... 이곳에서의 훈련 기간을 통해 우리 아이들 역시 개인적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길 소원합니다.

아마도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갈대아 우르를 떠날 때도 막연한 순종으로 시작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열심은 결국 그를 바꾸셨습니다.

우리도 변해 갈 겁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짐작하고 의도했던 것보다 더 깊이 이끄시는 하나님을 경험합니다. 수 많은 실수와 낙심도 찾아 오겠지만 모리아 산에서의 아브라함처럼 우리 역시 하나님의 최종 테스트를 통과할 날이 찾아 오리라 확신합니다. 그 때까지 우리는 더 다듬어져 갈 겁니다.

해밀턴 호숫가에서 찍은 이 사진을, 지난 10월 기도편지와 함께 첨부했었습니다. 아직 두꺼운 옷을 입고 있네요. (한국의 3월 기온 정도...)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한국 크리스챤 가정 중 하나로서, 충진교회 교인 중 한 사람으로서, 포항 선린병원 직원 가족 중 한 사람으로서, 부산의대기독학생회 동문 가족으로서 우리 가정에게 주신 그 특별한 부르심을 따라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나선 길은 비단 우리 가정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의 백성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 누구라도 우리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곳에서의 시간 속에서 그 분을 더 깊이 알아가고, 그 사랑을 더 풍부하게 경험해서... 그 어떤 풍랑도 두려워하지 않을 믿음의 방주를 준비하기 원합니다.

우리를 향한 그 분의 계획은 그저 그 분의 일을 위해 우리를 부리시는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자녀로 더 깊이 초청하는 것이기에... 그 사랑에 의해 결국 우린 만들어져 갈 것입니다.     2010.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