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의 뉴질랜드 적응기

뉴질랜드는 1년이 4학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10주 공부하면 2주 간의 방학이 주어지는데 4번째 term이 마칠 때의 방학은 조금 길어 4주 가량 됩니다. 지난 9월 27일부터 우리가 공부하는 ICI 뿐 아니라 3남매가 다니는 Waipa 학교 역시 세 번째 term을 마치고 2주간의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3 학기(2010.7.19-9.25) 동안의 아이들 모습을 스케치 합니다.   

오후 3시 반,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모습입니다. 와이파 학교 아이들은 거의 맨발로 다닙니다. 자연친화적인 교육을 중시하는 이곳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는 것을 장려하는데 우리 아이들도 재밌게 따라하고 있지요. 특히 시은이가 앞장서서 추종(^^)하고 있는데...비 오는 날 가 보면 가관입니다.  

시은이와 성은이가 들고 있는 인형은 상으로 받은 것입니다. 1 - 3학년으로 이뤄진 주니어 반에서는 상을 줄 때 하루 동안 집에 가져가서 놀 수 있는 인형도 같이 줍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데 꿀벌과 곰돌이가 단골 메뉴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닌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학교에 잘 정착했다며 상을 받아 왔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이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좋은 학교입니다.  

 와이파 학교는 2주에 한 번씩 학교 신문을 통해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학부모에게 전달합니다. 아래가 학교 신문 일부인데...

 한 달에 2번 정도 학교에서 '머프티 데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날 하루만큼은 아이들이 교복을 입지 않고 그 날 주제에 맞는 의상을 하고 와야 합니다. '태평양'을 주제로 하는 지난 머프티 데이 사진에 시은, 성은이가 보입니다.

좀 확대한 건데... 학교에서는 시은이를 Sara(세라), 성은이를 Mary(메리) 라고 불립니다.

 사실 아이들의 학교 생활은  쉽지 않습니다. 영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죠. 출국 전에 영어 학원을 형민,시은이는 6개월,  성은이는 3개월 정도 다니고 왔는데... 그게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죠^^. 주니어 반에는 이제 글을 배우는 어린 현지 아이들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외국인이다 보니 함께 글을 배우는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따로 ESOL 선생님이 배치되고 있습니다. 시은이는 그래도 한국에서 phonics를 끝내고 왔는데 성은이는 그렇지 못해 언니보다 읽기가 한참 어렵습니다.  

3번째 term을 마칠 무렵.. 학부모 면담 시간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아이들에 대한 여러 얘기를 선생님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의외로 아이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잘 적응하고 있어 다행이지만 아이들의 3학기 writing 과 reading 은 바닥입니다. 위 성적표는 시은이의 지난 3학기 성적표인데 수학(Math) 은 최상급이지만 읽기, 쓰기(writing, reading) 은 중간 이하입니다. (말이 중간 이하지...꼴찌 겠지요^^)

그래도 학교에서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격려합니다. 아이들이 받아 보는 상입니다.  

 시니어(senior) 반에 속한 형민이의 상황은 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곳 아이들과 신나게 어울려 노는 형민이를 보면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형민이 앞에 놓인 이 작은 것들은 빈(BEAN)이라는 장난감인데 이곳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입니다. 형민이도 학교에서 이걸 굴리거나 맞추며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린 착한 일을 해서 스티커를 60 개를 모으면 아이들에게 사 주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형민이는 매일같이 축구공을 학교에 가져갑니다. 담임 선생님 말로는 형민이 때문에 와이파 학교 아이들이 야구 놀이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형민이가 학교에 야구 글러브를 들고 가거든요.

 3남매 모두 매일 학교에서 읽기 숙제를 받아 오는데 부모님의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형민이의 읽기 책입니다. 열심히 읽긴 하지만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는 모르죠. 처음에는 보다 못한 제가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설명을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매번 문법 강의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형민이에게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 때문에 요새는 그냥 읽는 걸 듣고만 있습니다. 때로는 틀린 발음을 지적해 주는데... 엄마, 아빠 발음도 정확한 게 아닌지라... 그냥 웃고 넘어갈 때도 많습니다.

 형민이는 Sara 나 Mary 처럼 영어 이름이 없습니다. 원래는 영어 이름으로 Peter 를 적어 냈는데.. 후에 형민이가 Peter 보다는 '형민이'로 불리는 게 좋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다시 선생님에게 힘들겠지만 Peter 보다는 Hyoungmin 으로 불러 달라고 쪽지를 보내 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날 오후, 쪽지 뒷면에 학교 선생님이 답장을 보내 왔습니다.

 형민이는 지금 본인이 원하는대로 학교에서 Hyoungmin 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름은 좀 어렵지만 와이파 학교 시니어 반에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있습니다. 워낙 붙임성이 좋은 아이니까요.

ICI 에 놀러 온 친구들과 함께 한 형민이 모습입니다. 케이시와 마이클...

ICI 에 있는 한국인 아이들도 형민이에게 큰 위안이 됩니다. 안경 쓴 두 아이는 3개월간 이곳 ICI를 방문한 한국인 가정의 아이입니다. 1개월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덕분에 친구가 많이 생긴 형민입니다.  ICI 는 늘 아이들 웃음소리로 가득하죠.  

 하루는 학교 신문에 형민이 글이 실렸습니다.(우측 아래) Winter Sports Day를 마친 뒤의 감상문인데.. 형민이가 적을 때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합니다.

 와아파 학교에서는 농작물 기르는 숙제를 많이 내줍니다. 씨앗을 사러 이곳 상점에 들렀을 때 모습입니다.

 언젠가 학교에서 씨앗을 심어 집으로 가져오기도 합니다. 형민, 세라, 메리가 심은 감자는 이제 싹이 나서 잘 자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ICI 안 공터에 '아이들만을 위한 가든(garden)'을 만들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콩, 당근, 상추 씨앗을 심었는데 이제 제법 많이 커졌습니다.

가든 뒤로 보이는 철조망 보이시죠. 이 철조망 근처 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신기한 걸 발견했습니다.

바로 야생 오리 둥지입니다. ICI 에는 야생 오리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아이들 가든' 근처 나무 뒤쪽에 숨어 있는 오리 둥지를 우연히 발견한 것입니다.

 아이들 말을 듣고 이 사진 찍으러 갔을 때도 우리가 다가오는 걸 보고 오리 한 마리가 후다닥 날아갔습니다. 방금까지 이 둥지에서 알을 품고 있던 오리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절대 알을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지요. 그러자.. 형민이가 이번엔 자기가 새 둥지 하나 더 찾았다며 아빠 손을 이끌었습니다.

ICI 가족 숙소와 식당 사이 계단 옆 나무 속을 열어 제치던 형민이는...

그 속에 있는 새 둥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하얀 알들이 있었다던 이곳에는 부화된 알껍질만 남아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이들의 학습은 학교 아닌 곳에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9월말부터 이곳도 확실하게 봄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의 겨울이라고 해 봤자 우리나라 가을 정도의 기온이긴 하지만... 3개월 내내 매일 비가 오는 독특한 날씨였습니다.(난생 처음 보는 대단한 우기(雨期) 였습니다.)  비를 무척 좋아하는 저로선... 무척 행복한 날씨였지만 이곳의 많은 사람들은 날씨 때문에 힘들어 했습니다.  9월이면 봄이 시작되야 하는데도 여전히 낮은 기온과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 부족 때문에 뉴질랜드 농부들이 무척 힘들어한다는 얘기도 교회에서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완연한 봄 기운입니다. 불과 얼마 전 한국에서 벚꽃을 보고 왔는데 다시 이곳에서 벚꽃과 동백꽃이 피는 봄을 맞고 있습니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도 이제 두툼한 겨울 교복을 벗어 버릴 겁니다.

 지난 겨울 내내 성은이와 시은이는 집에서 그림을 자주 그렸습니다. 그림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성은이는 늘 도화지를 찾지요.

뭔가를 뒤집어 쓰고 그리기에 열중하는 성은.

한국에서 교과서와 문제집도 가지고 왔지만... 한국에서 하듯 공부할 수는 없는 현실입니다. 그저 한국 공부를 잊지 않을 정도로만 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도 지난 10 년간 이어 온 가정 예배를 매일 드리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은 어린이 선교학교를 통해 배운 말씀 묵상 시간을 이곳에서도 이어가고 있는데 이것을 아이들은 "LOVE" 라고 부릅니다. 선교학교에서 그렇게 불렀기 때문입니다.

 매일 그 날 정해진 성경 본문을 읽고 그 성경 본문에서 예수님이 자신에게 보내 준 내용을 '받은 편지함' 에 적고, 그 메시지에 대한 자신의 답장을 '보낸 편지함'에 적는 아이들만의 QT는 지난 6개월 동안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도 아이들이 이 'LOVE'를 계속 할 수 있도록 그 달의 본문 리스트를 미리 벽에 붙여 주고, 잘 하는 아이들에겐 스티커를 붙여 주고 있습니다.

아이들 러브 노트를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시은이의 러브에는 늘 뭔가가 있습니다.

 왼쪽은 원래 어린이 선교학교에서 사용했던 러브 노트인데... 이제는 이런 노트를 받을 수 없기에, 아이들은 자체적으로 조그마한 공책에다 만들어 적고 있지요.

왼쪽은 형민이, 오른쪽은 성은이의 러브 입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가며 우리 아이들도 선교사로서, MK 로서의 정체성을 조금씩 배우고 있습니다. 모국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을 우리 모두 기대합니다.

 아이들이 충진 어린이 선교학교에서 받은 파송장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걸 준비해 놓으시고 새로운 시작하길 원하시는 주님께, 우리 모두 기쁨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20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