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ble Chapel 과 Father's Day

 카자흐스탄에서의 사역을 앞두고 우리 가정은, 이곳 뉴질랜드에서 영적, 정서적 재충전 뿐 아니라 성경 및 언어 훈련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에 다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앞으로의 길 가운데서 나의 능력이나 경험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는 우리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기에 다시 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훈련 중인 ICI 뿐 아니라 출석 교회를 정하는 일도 이런 맥락에서 무척 중요하게 와 닿았습니다. 선교지에서의 삶을 생각하면... 하나님 앞에서 말씀과 기도로 홀로 서기 하는 것에 점점 더 익숙해져야 하지만... 주일 마다  드려지는 회중 예배 가운데 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역시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으니까요.   

우리가 교회를 정하는데 있어 몇 가지 기준들이 있었습니다. 1. 설교자의 말이 잘 들리면 좋겠다. 2. 한국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게 좋겠다. 3. 실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교회가 좋겠다.(구역 모임, 주일학교 등..)  일단 교회를 정하고 나면 다른 교회를 가 보기가 쉽지 않기에 출석교회를 정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교회를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간 교회는 테 아와무투(TA) 침례교회였습니다.

our story 에도 간단히 소개했었는데... 말씀과 찬양 모든 면에서 건강해 보였고 실제적으로 함께 섬길 수 있는 부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담임 설교자가 홍콩에 선교사로 떠나게 되면서 당장 설교자가 없다는 점과 (우리가 갔을 때도 DVD 설교로 대신하고 있었습니다.) ICI 학생들이 많이 출석하는 교회라는 점이 고려 대상이었습니다.

이 교회는 청년과 장년, 노년층의 숫자가 비교적 균형을 이루고 있었고 찬양곡의 선정도 매우 균형적이었습니다.  방문해 본 이곳 TA의 다섯 교회의 찬양은 한국 교회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TA 가 작은 타운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찬양팀이 교회마다 있고 성도들도 적극적으로 현대 찬양곡들을 부르고 있다는 점은 놀라웠습니다. 한국에서 불리는 곡들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겸손한 찬양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힐송 곡들이 많구요.

 TA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교회가 바로 North End 교회입니다. TA 타운 북쪽 끝에 있다고 해서 '노쓰 엔드' 인 것 같습니다. 옆에 보이는 도로가 북쪽 해밀턴으로 나가는 메인 도로입니다. 이 교회는 오순절 계통의 은사주의 교회에 속합니다. 5개의 교회가 합쳐져 하나의 교회를 이루게 되었다는데 무척 역동적이고 젊은 분위기가 특징적입니다. 예배 시간도 제일 길어서 예배 중간에 휴식 시간도 있을 정도입니다. ICI 의 젊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출석하는 교회이기도 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활기차게 예배 드리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TA 의 장로교회도 가 보았습니다. 사실 우리 가족도 장로교회 교인이니까요(^^). 그런데 이곳 몇몇 사람들에게서 들은 장로교회에 대한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아 보였습니다. 자유주의 신학에다... 배타적이라는 등... 그래도 우리는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TA 장로교회에 가 보았습니다. 교회 건물은 무척 크고 전통도 오래 되어 보였습니다.

목사님은 여성 목사님이셨고 11시 반 예배가 가족 예배라는데..30 여명 남짓 모이는 것 같았습니다. 분위기는 한국의 개척 교회와 흡사했지만 대부분의 교인들이 할아버지, 할머니인지라 훨씬 더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을 무척 반갑게 맞아 준 교회입니다. 아마 한국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았기에 더 반가워했을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아주 오래 된 성경책, 오랫동안 이곳에서 신앙을 지켜온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선교사로 섬겨야 하는 우리가 이 교회 안에서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없을까 돌아보게 되었지요. 교회 문을 나설 때.. 이 교회 목사님이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해 주신 곳입니다.

감리 교회도 가 보았습니다. 1834년에 세워진 교회로, 지금 보이는 건물은 1915년에 지어진 것입니다. 이 교회 역시 여성 목사님이 계셨고 할아버지, 할머니 성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교인들은 장로교회 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예배 중에 마오리 어로 성경을 읽는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예배 후 생일 파티에서 60 세 이상, 70세 이상, 80세 이상 손 들어보라는 질문을 던지며 서로를 웃으며 격려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교회를 결정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교회가 바로 이 곳입니다.  공동체 안에서 함께 섬기고픈 마음이 있었지만 젊은이들이 거의 없는 탓에 주일학교가 없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영어가 서툰 우리 아이들에게 예배가 드려지는 2시간 동안 그저 무슨 말인지 몰라도  가만히 참고 앉아 있으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그래서 최종 결정한 곳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WAIPA CHRISTIAN SCHOOL)를 운영하고 있는 '바이블 채플(BIBLE CHAPEL)'입니다.

이곳은 형제교회 교단에 속한 교회로 TA에서 가장 큰 교회입니다.  

오늘은 바이블 채플 주일 예배에 3번째 참석하는 날입니다.

예배당 입구에 광주리를 든 아이들이 남자 어른들에게 쵸컬릿을 나눠 주고 있습니다. 오늘이 바로 "Father's Day"  아버지의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삼남매와 함께 들어가면서 저도 쵸컬릿 하나를 얻었습니다.

예배는 찬양과 함께 시작됩니다. 찬양 인도자가 몇 사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청년은 오늘 처음 보는 얼굴인데... 늘 찬양팀이 연습을 많이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찬양 중간에 별 멘트를 하지 않는 점도 인상적이구요^^

찬양이 마치면 누군가 앞으로 나와 각종 교회 행사와 공지사항을 알립니다. 그런데 마이크를 잡는 사람이 매주 바뀝니다. 회중 교회인 이곳에서는 특별한 전통을 몇 가지 볼 수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바로 예배 진행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고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아주 신선하게 다가왔죠.   

이 분이 목사님입니다. 이곳 뉴질랜드 문화는 정장 문화가 아닙니다. 교회에서도 아주 편한 차림의 사람들만 볼 수 있습니다.  목사님이 나와서 세계 선교나 몇 가지 기도 제목에 대해 함께 기도하자고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함께 기도한 뒤, 2-3 사람이 이어가며 마무리 기도를 대표해서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함께 기도한 뒤 두 세 분이 마무리 기도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식인데... 이곳에선 무척 자연스럽게 이런 기도가 기도회가 아닌 주일 예배 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Father's Day를 맞아 교인들이 가져 온, 재미있거나 멋진 아버지 사진을 스크린에 비추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자는 스크린에 나온 사진의 주인공들을 모두 앞으로 초대했습니다.

또 젊은이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모든 아버지들을 축복하는 기도를 했습니다.

 앞에 나온 아버지들과 성도들이 함께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이렇게 예배 시간 중에 말씀 선포 말고도 마음을 움직이는 많은 순서들이 자연스럽게 준비된다는 점도 매우 부러웠습니다.  12세기 프란시스, 도미니카 수도승 같은 설교하는 수도승(preaching monks), Waldensians 이후로  종교 개혁 전통 아래 있는 개신교회들은 전통적으로 설교를 중요시 해 왔습니다.  위클리프는 설교를 교회 안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강조했고 종교 개혁가 역시 이 전통 안에 이어져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통도 정신을 훼손하면 엉뚱한 곳으로 빠지기 일쑤지요.  '설교만 듣고 오면 된다는 식'의 함정에 빠지긴 쉬운 한국 교회를 생각할 때, 이곳 회중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요소들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의 장점을 잘 살리면서요^^  기도가 마친 뒤  목사님의 설교가 이어졌습니다.

목사님의 설교 후에는 찬양이 이어졌고... 그 뒤 성찬식이 열렸습니다. 형제교회인 이곳에서는 매주 성찬식을 엽니다. 이들의 아름다운 전통입니다. 성찬기를 들고 움직이는 장로님도 없습니다. 모두가 조용히 차례대로 교회 네 귀퉁이에 있는 성찬대로 가서 자신의 포도주와 빵을 떼어 자신의 자리로 가서 기도하며 먹고 마십니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생각하는 성례가 매일 행해집니다.  

성례가 마치면 찬양과 기도 후 공식 예배를 폐하게 됩니다.

예배 후에는 차를 마시는 시간이고 로비에는 신앙 서적이 전시됩니다.

게시판을 한 번 볼까요? 성탄절을 맞아 지구 곳곳의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Good Samaritan's 선물 보내기에 참여하자는 광고가 보입니다. 10월 15일까지 선물을 마감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저희 가정이 카자흐스탄에 있을 때도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서구 교회에서 현지 교회로 수 많은 Samaritan 선물 박스들을 보내 주었고 이것이 교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현재도 핍박받고 있는 전 세계 상황을 알리며 기도를 요청하는 포스터도 보이고... 현재 선교지에 나가있는 선교사로부터 온  선교 편지가 게시판에 붙은 것도 보입니다. 저희가 떠나온 충진 교회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교회도 늘 이렇게 기도 편지가 붙어 있으니까요.  

교회 밖으로 나오는데 성은이가 제게 뭔가를 내밀었습니다. "이게 뭐야?"  "아빠에게 드리는 거에요."

"Father's Day"를 맞아 교회 주일학교에서 아빠에게 주는 선물을 만들었나 봅니다. 손수건을 셔츠 모양으로 접고 축하 메시지를 적은 종이 넥타이를 붙였습니다. 그 안에는 검정 볼펜과 쵸컬릿이 들어 있었습니다.

'Father's Day'  - 저는 한국에 계시는 분을 생각했습니다.

9월이 되면 봄이 시작됩니다.  겨울 내내 꽃들이 끊이지 않았지만 9월이 되면서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젠 서리가 내리지도 않고 햇살도 더 따뜻해집니다.

바이블 채플 주변 화단에서도 또 다른 꽃망울들이 터지고 있습니다.

Father's Day를 맞아 아빠 선물을 준비한 꼬마들과 교회 앞에 서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하늘에 계시는 우리 아버지는 우릴 어떻게 바라 보고 계실까요?

이곳에 있는 시간이 그저 앞으로 있을 사역을 준비하는 의미만 갖고 있는 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나 지금 뿐이고니까요. 우리가 예배할 시간도 지금 뿐이지요.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 주신 분이지만 그 모습 그대로 머물러 있는 걸 원하지 않으시는 그 분께, 놀라운 감사와 기쁨을 올려 드립니다. 그 아버지께서 우리를 먹이고 입히시고 인도해 주시니 부족할 것이 없습니다. 이곳에 있는 시간이 하나님과 나누는 보석같은 시간으로 엮어져 가길 간절히 소원합니다.  

Father's Day  - 그 분만 바라보고 따라 가는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2010.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