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의 학교 생활

막내 성은이가 드디어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지난 번 얘기처럼 우리 부부는 성은이가 비록 7살이지만, 7월부터 타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조기 입학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한국에서 입학식을 치루고 가는게 앞으로의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사실 성은이는 1월 생이라 7살이라 하더라도 8살이랑 큰 차이가 없답니다^^

'이성은' 이라는 이름과 보호자 이름 '이성훈' 이 보입니다.

언니, 오빠가 학교를 다니는 걸 본 성은이는 늘 초등학교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습니다. 시은이는 초등학교에 처음 들어가면 너무 쉬운 것만 가르쳐 준다며 성은이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죠.  

물론 학교에 일찍 들어가다보니 조금 약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바로 철자법이죠. 4월 초, 카자흐스탄에 다녀온 아빠의 책상에는 이런 쪽지가 놓여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간 지 한 달된 성은이의 짧은 편지입니다.  "아빠에게, 아빠, 카자흐스탄에서 오신다고 힘들었죠? 병원 일 힘들어도 힘내세요♡. 우리 집 막내가♡ 2010년 "  사실 이 때가 정말 병원에서 힘든 일이 있던 때였는데... 무척 힘이 되었습니다.

성은이의 편지 공세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형민이 오빠 책상 위에서도 사랑스런 막내의 편지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빠! 4학년은 힘들겠다. 그치만 나도 오빠처럼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 사람이 될께  - 우리집 막내가. 2010년 "

둘째 시은이는 언제나 유쾌합니다. 사랑스러운(lovely) 아이죠, 첫째, 셋째와는 달리 좀 느린게 흠이지만 순진무구하고 아무도 생각 못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잘 하고 음악이 흘러나오면 춤도 잘 추고 잘 웃고 부끄러움도 잘 타는, 귀여운 아이죠. 2학년이 되면서 언어 구사력도 무척 좋아져서 아빠랑 제법 심도 있는 얘기도 나누곤 합니다. 시은이는 아빠의 엉뚱한 말이나 반응을 매우 좋아합니다. 자기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시은이의 장점 중 하나는 오빠와 동생을 열심히 챙긴다는 점입니다. 중간에 낀 둘째인데도 항상 위험한 놀이를 하는 오빠를 걱정하고, 받아쓰기 숙제를 해야 하는 성은이를 돕습니다. 시은이가 문장을 불러 주고 성은이가 노트에 받아 적는 '받아쓰기 숙제'장면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젠 형민이가 시은, 성은이와 완전 다른 레벨에서 놀기에 시은, 성은이는 이젠 엄청 친한 단짝이 되어 버렸죠.

4월의 어느 날, 삼남매가 다니는 동부초등학교에서 학부모 참여 수업이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런 날이 되면 선화는 무척 바쁩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4학년, 2학년, 1학년 교실에 동시 출연해야 하니까요^^

4학년 형민이는 의젓합니다. 차분한데다 애살도 많아서 공부도 잘합니다. 처음에는 아빠가 늘 수학 문제를 채점해 주곤 했는데 요즘은 엄마의 도움만 가끔 받고 혼자 해냅니다. 그래서 가끔 이 아이를 러시아어권 카자흐스탄에 데리고 가야만 하는 미래가 불투명하게 느껴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젠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기에 마음이 편안합니다.

2학년 시은이는 엄마의 방문이 반갑기만 합니다. 책상을 보아하니 수학 시간인 것 같네요. 8을 빼는 경우, 10을 먼저 빼고 2를 더하는... 수학의 오묘한 원리를 배우고 있나 봅니다.

이 엄숙한 수학의 현장에서도 멈출 수 없는 시은이의 엉뚱 질주 본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차분, 침착과는 거리가 좀 멀거든요. 그래서 아빠, 엄마에게 늘 지적을 받지만.. 우리는 압니다. 시은이가 이런 기질 때문에 특별한 일을 할 거라는 걸요.^^

그럼 오늘의 주인공 7살 성은이의 1학년 생활은 어떨까요?

막내 성은이의 학교 생활은 성공적입니다. 가끔씩 제가 물어보죠. "성은아, 학교에서 괴롭히는 아이 있어? 아빠한테 살짝~ 말해봐.."  그때, 성은이의 얼굴에 떠오르는 환한 웃음!!  그걸 보고 있으면 학교 생활에 아무 어려움이 없음을 느낄 수 있죠.  아니 어려움이 있더라도 잘 이겨 나가는 것 같습니다.   

성은이의 꿈은 여전히 화가입니다. 언젠가 충진교회 정정미 선생님의 그림 전시회에 가서 아름다운 그림을 본 성은이는, 꼭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그 즈음, 선화는 빵 굽는 일에 열을 내고 있었습니다. 아마 카자흐스탄에 빵집을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엄마 때문에 우리 삼남매가 맑고 밝게 자라고 있기에 우리가 세상 어느 끝으로 가더라도, 온 가족이 하나님 안에서 함께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습니다.

무척 긴 겨울 끝에 찾아 온 봄, 우리 가족은 지곡에 있는 벚꽃길을 찾아 갔습니다.

2010년 봄,  출국을 앞두고 모두가 바쁘고 정신없지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어려움을 하나씩 극복하며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7월 8일이 출국 예정일입니다. 기도해 주세요. 주님, 감사해요. 2010.5.29


한동안 홈페이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습니다. 1999년 홈페이지를 개설한 후로 이렇게 3 개월이 넘게  방치(?)한 적은 없었는데 최근 너무 정신이 없었습니다.  몇 가지 변명을 해 보자면...

1) 지난 3월말부터 4월초까지 카자흐스탄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카자흐스탄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 점검이라 할 수 있었는데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보통 선교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대략의 개요와 인사말이라도 올리고 떠나는데 이번엔 그러질 못했습니다.

2) 2월 말경 병원에서 발생한 한 가지 일이 제 맘을 많이 어렵게 했고, 5월 중순에서야 겨우 맘을 추스릴 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파송식과 출국 준비로 여러 가지로 바쁘다보니 이곳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우리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보안 사항이 흘러나온다는 지적 때문에 최근 일부 내용을 수정하는 일을 겪으면서, 향후 우리 홈페이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약간의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난 10 여년과 마찬가지로 우리 가정의 삶을 나누는 공간으로 활발하게 유지할 계획입니다. (보안에 주의하면서 말이죠) 이 과정에서 홈페이지를 약간 멀리서 바라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소식을 못 접했던 만큼 많은 소식이 밀려 있습니다. 언제나 고백하듯 이 홈페이지는 일차적으로는 저희 부부와 우리 아이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지나간 시간을 차근차근 정리하며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게 주신 아름다운 기억들을 정리하는 기념관 같은 곳입니다. 장차 어른이 될 우리 아이들에게 값진 선물이 될 거라 믿습니다. 또한 이 곳은 동역의 공간입니다. 출국 이후, 저희 가정을 후원할 많은 분들과 여전히 이 홈을 아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인터넷 세상에서 하나님의 통치를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