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성은이, 학교에 갑니다.

올 2010년에는 7살인 막내 성은이가 초등학교에 들어 갑니다. 전에는 7살이라도 1,2월 생이면 8살 짜리들과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했었는데... 2008년부턴가부터 이 제도가 사라지고 현재는 무조건 8살이 되는 해에 학교에 들어 갑니다. 그 대신 7살이라도 부모가 원하는 경우에는 조기에 초등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데 성은이가 바로 그런 케이스로 입학하는 경우입니다.

우리 부부가 성은이를 한 해 빨리 초등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 이유는 막내 성은이가 한국에서 초등학교 입학식을 갖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가뜩이나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학교를 다녀야 할 성은이기에 한국에서 초등학교 생활을 조금이라도 경험하도록 해 주고 싶은 맘이 있었습니다.  순전히 부모 생각입니다.  

성은이의 유치원 졸업식은 2월 17일에 있습니다. 사실 성은이는 4살 적부터 유치원에 갔습니다. (형민이가 1학년에 입학하고 시은이가 6살일 때지요.) 당시 언니랑 함께 유치원에 갈 수 있다고 장담하던 성은이는 유치원에서 하루를 보낸 뒤 좀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성은아, 엄마랑 집에 있을래? 유치원 갈래?" 라고 물었던 선화는 결국 성은이랑 좀 더 집에서 놀기로 결정하고 말았죠. 하긴 4살 적부터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 무려 4년씩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셈이니.. 그렇게 일찍 보낼 필요도 없었습니다. 결국 성은이는 그로부터 1년 반 뒤, 5살 가을부터 유치원에 다니게 되었고 1년 반을 다니고 유치원을 졸업하는 셈입니다.

유치원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던 4살 성은이는 그 대신 오후에 1시간 씩 집 앞 미술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내내 엄마랑 놀다가 잠시 엄마랑 떨어지는 첫 사회 생활이 바로 이 미술학원이었죠. 그리고 이 미술학원을 지금도 다니고 있습니다. 자그마치 3년이 넘었죠^^  

사실 선화도 막내를 일찍 품에서 떼어 놓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한 번씩 성은이에게 밥을 떠 먹이려는 선화를 볼 때마다 마지막까지 성은이가 엄마에게 아기 노릇 하느라 고생한다는 생각을 한답니다.

어쨋든 성은이는 4살 봄부터 미술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성은이에게 미술적인 재능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미술학원에서 배운 것도 있는 것 같고, 타고난 재능도 있는 것 같고.... 이미 우리 홈페이지에 성은이의 작품들을 몇 개 올렸는데, 그 나이 또래로서는 상당한(?) 작품들이죠.

7살 성은이가 사인펜으로 그린  "눈썰매장의 추억" 입니다.

2010년 2월 6일, 선화 생일 때 보낸 선물 카드입니다. 연필로 엄마 모습을 그렸는데.. 그럴 듯 합니다.

"이제 엄마가 35번째 생일이니 이렇게 선물 편지를 준비했어요. 생신 축하드리고 7년 동안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해요. 가끔은 혼낼 때도 있지만 너무나 감사해요. 사랑해요" 2010.2.6 토 -성은 올림-

미술학원에서는 그리기 뿐 아니라 만들기도 많이 합니다. 만들어 온 작품에다가도 각종 아이디어를 덧붙이는 성은이.  

성은이의 정물화를 보면 아이의 솔직한 눈을 볼 수 있습니다.  성은이는 라파엘 미술학원에 3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오빠, 언니가 유치원에 가는 걸 보고 자기도 어딘가 가고 싶다고 시작한 미술 학원이죠. 성은이 미술 실력은 우리가 봐도 놀랄 정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고등어를 보면서 그림 그리는 모습인데... 정말 고등어 같아요.

때로는 톱밥으로 만들었다며 각종 미술 작품들을 가지고 집에 들어옵니다. 아빠의 눈은 휘둥그래지죠.  -  어쨋든 성은이의 미술 감각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오늘도 성은이는 자기 방에서 열심히 그림을 그립니다. 성은이의 공부는 오직 그림 그리기입니다. 앞으로 성은이의 스케치북에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무척 궁금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멋진 그림을 그리길 기대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더하기, 빼기도 연습하고 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8살짜리 보다는 수리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죠. 그래도 성은이는 웬지 잘 할 것 같습니다. 언니, 오빠보다 훨씬 다부진 면이 많거든요.  

충진교회입니다. 선화는 수요예배 찬양팀 건반 반주자입니다. 늘 예배당 맨 앞 쪽 건반에 앉아 있지요. 그래서 성은이의 자리도 항상 여기입니다. 언니, 오빠는 예배 시간 내내 밖에 나가 놀아도 성은이는 바로 이 곳, 엄마 옆에 앉아 늘 찬양하고 예배 드렸습니다. 이제 유치부를 졸업하고 유년부로 올라간 성은이는 수요예배 때마다 어린이 수요모임인 WLW(We are the Light of World) 이라는 수요어린이영어교실을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4년간 항상 엄마를 떠나지 않고 엄마가 하는 모든 사회 활동을 함께 했던 성은이. (교회 순모임, 인터콥 여성 월드미션, 선린병원 사모모임, 각종 사적 모임 등...)

성은이가 학교에 가기까지 언니, 오빠의 도움도 무척 컸습니다. 성은이는 같은 나이의 형민, 시은이보다 풍부한 어휘력, 사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니, 오빠와 함께 대화하고 놀면서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어떻게 각각의 상황을 대처해야 하는지 배웁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모자라는... 성은이의 독특한 개성도 있습니다. 성은이는 잠이 오면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혼자서 이불 속에 누워 눈을 가만히 감고 잠을 청하는 아이입니다. 형민이가 학교 친구들과 집에 와서 신나게 놀고 있으면, 시은이는 그 곳에 끼지 못해 안달이지만... 성은이는 책상에 앉아 혼자 스탠드를 켜고 책을 읽습니다.

정이 많은 언니 시은이가 있다는 것도 성은이에겐 큰 복입니다. 언니는 늘 성은이를 챙깁니다. 요즘은 오히려 형민이가 좀 외로워 보일 정도로 둘 사이의 관계가 돈독합니다. 앞으로 한 학년밖에 차이가 안 날 테니 더욱 둘은 친구처럼 지낼 것 같습니다. 긴 인생길에 또래의 자매가 있다는 것.. 얼마나 큰 복인지 이 둘은 아직 잘 모르고 있겠지요. 지난 번 선교사 오리엔테이션 때 사진입니다.

사실 성은이를 보고 있으면 미안한 맘도 있습니다. 모국어를 바탕으로 해서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엄마, 아빠에 의해 타국으로 가서 알아 듣지도 못하는 말로 학교 생활을 해야 하는 현실을 주게 되어 미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거라는 확신도 없이 어떻게 선교사로 나갈 수 있느냐는 사실이 엄마, 아빠의 맘을 움직였습니다. 성은이 뒤로 얼마 전 우연히 기차에서 본, TSR( Trans-Siberian Railway) 노선도가 보입니다. 비록 한반도 구석 포항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의 꿈은 극동을 거쳐 이르쿠츠크, 노보시브르스크, 에카테린버그, 모스크바, 상뻬쩨르부르그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따라 갑니다. 중앙 아시아와 유라시아 대륙을 향해 달려가는 건... 엄마, 아빠 뿐만 아니라 우리 삼남매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선린병원 소화기센터/내시경실 야유회 때 모습입니다. 성은이는 언제나 생동감 넘치고 밝은 표정입니다. 때로는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두려워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몸과 생각을 자라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모릅니다.

우리 가정이 포항에 처음 왔던 2006년 봄은 첫째 형민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였습니다. 4년 후, 포항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는 지금... 세 아이 모두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7살 성은이도 언니, 오빠가 다니는 동부 초등학교에 가게 됩니다. 언젠가.. 동부초등학교 앞에 서 있는 삼남매의 모습을 꼭 사진에 담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1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