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은이의 세계

5월을 맞는 우리집은 생기가 넘칩니다. 우리 눈에도 비칠 정도로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요. 형민이의 식사량은 부쩍 늘었습니다. 아빠보다 훨씬 더 먹는 거 같아요. 학교에 다니기 시작한 시은이는 키가 부쩍 자랐고 얼굴 살도 쏙 빠졌습니다. 막내 성은이는 이제 아기 티를 벗어 던졌죠.  

아빠가 퇴근할 무렵, 아이들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엄마가 정한 규칙대로 한 사람당 40분 정도 인터넷을 할 수 있는데 주로 아이들 사이트(지니 키즈, 주니어 네이버)로 들어가 게임을 하거나 문제를 풀며 놀지요.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충진교회에서 열리는 영어성경공부 교실의 동영상 비디오를 보는 숙제도 있습니다. 하루에 몇 번씩 이 영상을 봐야만 하거든요.. 형민이는 복음을 제시하는 긴 영어 문장들을 제법 외우고 있습니다. 동생들도 덩달아 함께 공부하고 있지요.

그래서 수요예배 가는 차 안은 형민이가 엄마에게 자신이 외운 영어 문장이 맞는지 몇 번씩 반복하느라 시끌벅적합니다.  어떻게 뜻도 모르는 문장을 열심히 외우려고 하는지... 그래도 이것도 학습법 중 하나려니 하고 잠자코 있는데... 가끔씩 너무 스트레스 받아가며 애쓰는 형민이에게 그럴 필요 없다는 조언(?)을 하곤 합니다.

달 밝은 밤, 우리 집 거실에서 영일만을 바라보면 찍은 사진입니다. 영일만의 수면 위로 환하게 비치는 달빛이 너무 예뻐 보여 발코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어느 날 아침.. 자고 일어난 아이들이 열심히 만화책을 보고 있습니다. 시은이와 성은이는 요즘 열심히 만화책을 봅니다. 형민이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도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동화책도 좀 읽고 있지요. 형민이의 잠 덜 깬 모습이 재밌습니다.

얼마 전 시은이는 엄마에게 상장을 줬습니다. - 엄마에게, 엄마 매일 피아노를 치며 즐겁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상을 드립니다. 사랑해요. 2009년 3월 24일. 예쁜 시은 올림.

시은이는 피아노 학원 다닌 지 1년이 넘었습니다. 피아노 배우는 걸 즐거워하고 집에 와서도 건반을 두드립니다. 시은이가 좋아하는 엄마의 모습은 아마도 피아노를 치는 모습인가 봅니다. 선화는 매주 수요예배 때마다 찬양 반주를 하고 있지요.

올해부터 초등학교에 다니는 1학년 시은이는 엄마, 아빠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오빠나 동생에 비해 웬지 도움이 더 필요하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시은이..   학교에 다니는 것 자체가 엄마, 아빠에게는 경이롭게 보이는 시은이. 사실.. 우리 부부는 잘 넘어지고 잘 엎지르는 시은이가 학교에 다니면서 시험지를 받아 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하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시은이도 기억력이 좋고 학습 능력도 좋은 것 같습니다. 물론 엉뚱한 데는 좀 있지만요^^ 시은이와 얘기하고 있으면 금새 형민, 성은이와는 다른 독특한 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느낌을 언어로 잘 표현하는 기술이 탁월하지요.

시은이는 요즘은 학교에서 매주 시험을 치고 옵니다. 시은이가 긴장하고 집중해서 시험을 치고 채점 결과를 받아 온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시은이가 틀린 문제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쉬운 문제를 틀리다니...' 시은이에게 물었죠? "시은아, 이건 왜 1 2 라고 적었어?" 이 때 시은이의 말이 압권입니다.  " 1등하고 2등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시은이의 말인즉 "12" 라고 적은 건. 열 두명이란 말이 아니라... "1(1등 한 아이), 2(2등 한 아이)"를 적은 거라는 거지요.  아직 시험이라는 제도가 시은이에게 안 어울리는거 같죠? 그래도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배워갑니다. 85점이나 받았잖아요. 100점 짜리 시험지 가지고 올 때도 있어요.

학교에 간 시은이는 짖궂고 행동 조절 안되는 남자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이나 봅니다. 하긴.. 맨날 선생님에게 야단 맞고 사고를 치는 족속은 남자들이니까요. 하루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남자들은 여자들 싫어하고 여자들은 남자들 싫어하잖아요.. (1학년인데도 학교에선 남자끼리, 여자끼리 어울리나 봅니다. 어린 시은이 눈에도 남자 아이들은 사고뭉치로 보이기에 이렇게 기정사실화 시켰습니다. ) 그런데..남자 하고 여자하고 만나서 결혼하잖아요. .... (웃으면서) 너무 어려운 일이겠어요"

이 얘기를 들은 선화도 많이 웃었다고 합니다. 뭐랄까.. 시은이는 이렇게 조금씩 주변과 사회를 익혀가고 있습니다.

삼남매 모두 예쁘고 귀엽지만... 둘째 시은이는 좀 특별합니다. 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니까요. ( 시은이가 늘 그렇게 얘기해요)   왜 시은이가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얘기할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성은이는 엄마를 닮고 시은이는 아빠를 닮았다고 말하는 얘기를 들어서 그런건지... 어쩌면 시은이가 보기에도 독특한 자신의 성격이 아빠와 비슷하다고 느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에게 안겨 있던 시은이가 얘기합니다. "아빠는 언제 죽을거야?"   형민이도 이맘때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죠. "아빠는 시은이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안 죽을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알겠지?"   이 말을 들은 시은이는 안심이 되는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빠에게 안깁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죠. "아빠, 성은이가 할머니 될 때까지 죽지 마"

자신이 할머니 되는 것보다 더 오래 아빠가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생인 성은이가 할머니 될 때까지 죽지 말라는 시은이의 말은 아빠 맘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엄마와 자리에 누운 시은이는 이런 얘기를 합니다. "엄마, 엄마랑 같이 자리에 누우면 달콤해지는 것 같아... 방이 따뜻해지는 거 같아요"  시은이 만의 표현법이죠.

시은이는 일반적인 똑똑한 아이로 분류되기 보다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아이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좀 엉뚱하고... 무척 덤벙대면서도 아주 예민하죠. 그래서 잘 삐지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부부는 늘 시은이를 보며 조심스러워하고 책임감을 느낍니다. 초등학교 1학년, 시은이는 자신의 세계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200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