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의 새 학기

만년 유치원생일것 같던 시은이가 초등학교에 진출했습니다. 오빠의 학교 생활에 궁금해 하며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초등학교에.. 시은이도 이제 당당히 1학년으로 등교합니다.  우리 집에서 초등학교로 가는 길에는 차도가 하나 있고 ,육교도 하나 건너야 합니다. 형민이가 1학년으로 등교할 때와는 달리 시은이의 처음 학교 가는 몇 날 동안에는 선화가 함께 교실까지 데려다 주곤 했습니다. 형민이 때보다 시은이에게 더 신경이 쓰이는 건... 가만 놔 둬도 잘 할 것 같던 형민이 와는 다른 독특한 개성의 시은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맘 때문이죠.  

시은이가 초등학교로 가는 길입니다. 아파트를 나와 조금만 걸으면 바로 차도가 나오고 사진처럼 쭉 뻗은 길이 큰 길까지 이어집니다. 육교를 통해 큰 길을 건너면 동부초등학교... 바로 시은이와 형민이가 공부하는 곳이죠. 이 길가에는 시은이의 피아노 학원도 있어서 이미 익숙하게 다녔던 길이라 시은이의 학교길은 그리 낯설지 않습니다.

동부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복도입니다. 학교에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실내화로 갈아 신는 일이죠.

담임 선생님은 1학년 자녀들을 너무 일찍 학교에 보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찍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도 빈 자리가 눈에 많이 띄네요.

동부초등학교의 1학년은 두 반 뿐입니다. 1반 아니면 2반 이죠. 시은이는 2반입니다. 3학년인 형민이는 4반까지 있다고 하는데.. 1학년은 2개 반만 있는 걸 보면 아이들 수가 점점 줄고 있나 봅니다. 하긴...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가 둘째, 셋째 아이를 가질 그 당시는 IMF 직후라...대부분의 신혼 가정들은 이구동성으로 "아이는 하나만!"을 외칠 때였죠.  어쩌면 그 당시 카자흐스탄에 있었던 우리 가정은 한국 정서에 둔감했는지 모릅니다.

어쨋든 이렇게 둘째 시은이의 초등학교 생활은 시작되었고 이제 유일한 유치원생으로 남은 성은이만 제일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언니까지 초등학교에 간 이후 혼자 유치원 통학 버스에 올라야 하지만... 아직은 유치원이 더 좋은가 봅니다. 성은이에게 넌지시 물어보면 아직까지는 초등학교에 갈 자신이 없다고 말하거든요. 하긴..요즘도 한 번씩 너무 힘들다면 유치원에 안 갈려고 할 때가 있으니까요.

우리 집 장식장 위에는 자그마한 어항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받아 온 '제브라' 라는 물고기 4마리를 넣어 놨는데 글쎄...요놈들이 예상과 달리 6개월이 넘도록 잘 살더군요. 어항에 물 갈아 주고 먹이 주는 일에 아이들 관심이 지대하지요.  

성은이가 그린 그림입니다.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땐.. 깜짝 놀랐답니다. 6살 성은이가 그렸다고 생각하기엔 너무 멋졌거든요. 물론 미술학원 선생님이 도와 주셨겠지만.. 화석 물고기 시일라칸스 같은 이 그림은 성은이의 탁월한 미적 감각을 보여 줍니다. 삼남매 중에서 성은이의 미술 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건 오빠인 형민이도 인정하는 바니까요.

성은이가 언니에게 남긴 쪽지입니다.

"언니야 오늘 너무 고마웠어. 언니야.. 사랑하고 또 기쁜 마음을 가진 언니라면 좋겠어. 언니야 사랑해. 성은이가 "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은이와 성은이는 연년생 답게 서로 친구처럼 살아갑니다.

한편.. 초등학교 3학년에 진입한 형민이는 2학년 때보다 갑자기 늘어난 교과서를 가지고 들어왔습니다. 과학, 사회, 도덕 등은 3학년부터 생긴 과목입니다. 영어는 지금까지 방과 후 수업이었지만 3학년부터는 정식 과목이구요. (올해부터는 1학년도 영어가 정식 과목입니다.)

형민이의 특징은 주변 사람들을 엄청 배려한다는 점입니다. 나이답지 않게 동생이든 형이든 항상 생각해 주고 챙기는 아이죠. 동생들을 잘 데리고 노는 걸로 교회에서도 유명합니다. 유치부 교사를 맡고 있는 선화는 9시 예배를 드리고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11시 예배에 참석하는데(유치부, 유년부가 11시에 시작하거든요) ... 어느 주일 날 아침, 아빠가 자고 있을 때 엄마를 따라 교회에 먼저 간 적이 있습니다. 일어나 보니 거울에 메모지를 하나 붙여 놨더군요. 아빠를 위해서...  "아빠 먼저 갈께요. 천천히 오세요. 미안해요. 형민"

시은이가 1학년에 입학하자 형민이의 1학년 때 기록에도 관심이 생깁니다. 형민이가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 란에 적어 놓은 글이 재미있습니다.

취미: 축구, 달리기, 자전거/  특기: 축구, 달리기, 자전거, / 별명: 슛돌이

존경하는 분: 하나님./ 그 이유: 진짜 신

좋아하는 과목: 한자, 수학 / 좋아하는 음식: 무 말랭이, / 좋아하는 운동: 축구, / 좋아하는 색깔: 금, 은, 빨강

좋은 습관: 암송하기 / 고쳐야 할 버릇: 사 달라고 하는 것(조르는 것)

(형민이의 1학년 기록들)

형민이는 뭘 먹으면 꼭 아빠에게 하나 먼저 줍니다. 가끔 제가 부끄러워질 때가 있을 정도죠. 엄마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형민이는 선화가 늘 챙기는 바람에 열심히 성경책도 읽습니다. 때로는 교실에서 읽겠다며 가방에 성경책을 넣어 가기도 하지요. 혹 교실에서 못 읽으면 피아노 학원에서 성경을 읽나 봅니다. 학원 선생님에게서 "대단한데.. " 라는 소리를 가끔씩 듣나 봅니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조금씩 커 가는 아이들... 삼남매의 신학기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2009.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