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층 추워진 한겨울 날씨로 시작한 새해 첫 날.. 우리 집 거실이야말로 영일만이 훤히 보이는 일출 명소이기에 새해 첫 햇살을 받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집안 대청소를 하자는 선화의 제안으로 아이들은 발코니 청소를 맡았습니다.

선화는 며칠 전 구입한 오븐을 시험한다는 명분으로 요즘 이것 저것 시험해 보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이건 쿠키 라고 만든 건 같은데.. 다른 재료나 장비 없이 그냥 밀까루, 설탕, 올리브유,  건포도, 아몬드 만으로 만들었습니다. 달콤한 맛을 못 참고 어제, 오늘 계속 이것만 먹었죠.

며칠 전, 12월 28일은 시은이의 생일이었습니다. 시은이는 2002년 12월 28일에 태어났으니 만 6세가 됩니다. 아이들이 하도 크림을 싫어하길래 아예 카스테라 빵과 딸기 올려서 케잌을 만들었습니다. 선화의 진통이 시작되던 그 날 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는 심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죠.

이번 성탄은 아이들이 만들어 온 성탄 카드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탄 카드가 제작되었더군요. 루돌프 사슴 코를 한 성은이의 카드는 자고 일어나면 항상 볼 수 있는 자리에 지금도 놓여 있습니다.

시은이의 카드는 심플하면서 멋집니다. 액자 형식의 카드.. 놀랍죠?

먹는 걸 사랑하는 시은이는 성탄 쿠키를 만들어 아빠에게 선물했습니다. 아빠는 혼자 맛있게 먹었죠.

아이들은 모두 방학에 돌입했습니다. 형민이의 문제집을 풀어 주고 있는 선화 모습이네요. 선화는 형민이가 너무 어려운 문제 푸는 걸 반대합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지요. 저는 좀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쪽이구요. 선화는 제가 문제집 풀이를 하면 너무 아이를 몰아 세운다며... 아빠 몰래 문제지 채점을 해 주기도 합니다.

연말을 맞아 시은이와 성은이의 유치원에서는 발표회가 있기도 했습니다. 도도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성은이가 보이시나요? 우리 성은이는 이렇게 세련된 스타일이 잘 어울립니다. 이제 6살이 되는 성은이는 자신의 스타일을 인식하고 있나 봅니다. 엄마가 죽도 시장에서 핑크색 겨울 잠바를 사 왔는데 치마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며... 낡은 빨간색 옛날 잠바만 입고 새 잠바는 한 번도 입지 않았죠. 결국 선화는 성은이를 데리고 직접 새 잠바를 고르게 했고 성은이는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몸에 딱 붙는 붉은색 코트를 골라 왔습니다. 요즘은 그것만 입고 다니죠.

가끔 성은이는 엄마에게 속삭입니다.  "엄마, 나도 언니처럼 피부가 희면 좋겠어요.. "

까무잡잡한 성은이는 정말 예쁘고 매력 만점인데,  자기 눈에는 언니의 흰 피부가 은근히 부러운가 봅니다. 선화는 그런 성은이가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르지요.

반면 유치원을 졸업하는 시은이는 연극을 했습니다. CBS 방송국에서 대사 더빙까지 했던 이번 연극에서 시은이는 "현아 엄마" 역을 맡았습니다. 정말 천연덕스럽게 딸을 달래는 아줌마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시은이를 보며 우리 부부는 경악을 금치 못했죠.  평소의 우물우물하는 발음은 온데간데 없고 배우들 중 가장 또박 또박 대사를 하는데... 야! 우리 시은이가 정말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죠. 당초 우려와 달리 학습 태도도 성은이 못지 않게 꼼꼼하다는 것을 요즘 보이고 있습니다.

하긴.. 시은이 만할 때 형민이는 정말 대단한 애살배기였죠. 하지만 지금은 요령 피우는 법을 완전 터득한 상태죠. 그래도 여전히 형민이는 차분하고 섬세한 면이 부각되는 아이죠.

새해에는 형민이가 10살, 시은이가 8살, 성은이가 6살 됩니다. 시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형민이가 3학년이 되는 해. 시은이는 다음 주부터 유년부에 가야 하고 성은이만 유치부에 남게 됩니다.

아이들을 보면 엄청난 변화가 몰아치고 있는데 거울에 비친 우리 부부의 모습은 별로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엔 할아버지로 보이던 목사님이 점점 아버지 뻘로 보이다가 요즘은 형님 수준으로 바뀐 걸 보면 저도 조금씩 변하고 있나 봅니다.

어젯밤 송구영신예배 설교 본문이 시편 90편 모세의 기도였습니다. 본문 90편 12절  "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로운 마음을 얻게 하소서"  이 다가왔습니다.

남은 인생의 시간 동안 무엇이 중요한지 분별해서... 어떤 일에 시간을 들여야 할지 지혜를 구해야겠습니다. 새해 아침, 우리 가족은 이렇게 2009년을 시작합니다.     200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