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손가락 골절

 한 달쯤 전,  토요일 오후...학교 마치고 친구 집에 놀러간 형민이가 집에 들어 왔을 땐 나머지 가족들은 모두 다른 방에 모여 있었고 그저 형민이가 들어오는 소리만 들었습니다.  잠시 후 엄마가 형민이 방으로 들어갔고 이윽고 "아악.." 하는 형민이의 비명 소리가 들렸왔고 모두 달려갔죠.  

"이거 좀 보세요.." 선화가 보여주는 형민이의 오른쪽 새끼 손가락은 퍼런 멍이 든채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언뜻 봐도 손가락 골절이 의심되어 보였습니다.  건드리기만 하면 자지러지게 아파하는 걸로 봐서도 그냥 타박상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형민이도 내심 크게 문제가 생겼구나 있다 싶어... 엉엉 울기 시작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오늘도 한 건 터졌습니다. 옷을 챙겨 입고 온 가족이 함께 선린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 아이 때문에 가는 건 3번째... 맨 처음은 시은(열성경련), 두번째는 성은(폐렴). 이젠 형민이까지...

병원에 가서 응급 접수하고 인턴 선생님 처방으로 X-ray 를 찍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오른쪽 새끼손가락 골절이 확인되었습니다.

(사진: 원 안에 골절된 뼈가 보입니다. 다른 손가락 뼈와 차이나지요?)

형민이에게 자세히 물어보니  친구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고 합니다.  손가락 뿐 아니라 반대쪽 팔에도 심한 찰과상이 있고 일회용 반창고가 붙어 있는 걸 보니... 사고 직후, 걱정이 된 친구들과 나름대로 사태 수습을 해 보려고 애썼던 모양인데... 시간이 지날 수록 손가락은 더 아파오고 문제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되자 걱정스런 에 집으로 돌아왔고, 와서도 아무 말도 못한 채 조용히 자기 방에 들어가 통증만 참고 있었던 것입니다. 혼날 것 같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많이 무서웠다고 합니다. 이런 일은 처음이니까 말이죠.  엄마가 방에 들어와 무슨 일이냐고 묻자 금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친구 자전거가 좀 커서..."

형민이는 자전거를 잘 탑니다. 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친구 자전거를 타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넘어졌나 봅니다.  

얼마 뒤 정형외과 전공의 선생님이 내려왔습니다. X 선 사진을 확인하고 뼈를 제자리에 맞춰 석고 붕대로 고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뼈가 잘 맞춰져야 하고... 잘 붙지 않으면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골절은 장축에 수직으로 이뤄지는게 일반적인데 형민이는 골절선이 비스듬하게 형성되어 있어 제자리에 맞추는게 까다롭다고 하더군요.  

뼈를 맞추기 위해선 어긋난 뼈를 양쪽에서 잡아 당겨야 하는데 이 과정에는 필수적으로 큰 통증을 수반합니다. 그래서 큰 뼈가 부러졌을 경우에는 전신 마취를 하고 수술실에서 맞추기도 하지요.

아빠가 형민이를 꼭 잡았고 형민이의 비명 소리를 또 들어야 했습니다. 두 차례 X선을 찍었고 마침내 아래와 같이 뼈는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석고붕대를 감았습니다. 2주 정도 고정해야 하고 그 사이에 X 선으로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술이나 입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 해도 큰 다행이죠. 응급실에 있는 동안에는 겁도 많이 먹고 불안해 했는데..집으로 돌아온 형민이는 이내 다시 정상을 되찾았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형민이 모습입니다. 다친 곳이 오른손이라 왼손으로 밥을 먹어야 하고 글씨도 써야 합니다. 옷 입는 것도 도와줘야 하죠.

사진은 OMR 카드 작성하는 법을 익히고 있는 모습인데... 한자능력시험이 1주 뒤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민이는 한자 시험을 저렇게 석고붕대를 감고 왼손으로 응시해야 했습니다. 6급 한자 능력시험인데..요즘 아이들은 한자 공부를 저렇게 열심히 하더라구요. 형민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한자를 좋아 했습니다. 증조할머니에게서 한자책을 선물받은 적도 있고, 마법 천자문 같은 책을 보면서도 흥미가 많이 붙었던 것 같습니다. 7급을 거쳐 이번엔 6급을 응시했습니다. 시험 치는 날은 비가 억수같이 오고 제법 추운 날이었는데...아빠와 형민이가 시험장인 어느 중학교에 갔었더랬죠. (최근 결과가 나왔는데 합격했어요.)

 형민이가 아프면 바빠지는게 엄마 입니다. 밥 먹는거, 세수하는 것, 목욕하는 것, 숙제하는 것... 모두 아기 때처럼 챙겨줘야 하니까요. 안 그래도 선화는 무척 바쁜데...

열흘 쯤 전에 형민이는 석고붕대를 제거했습니다. 제거 직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이렇게 뼈가 붙었습니다.

 형민이가 석고붕대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우리 가족은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지난 주에는 처남의 첫 아기 백일 즈음을 맞아 온 가족이 서울을 4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아빠는 마침 서울에서 있는 학회를 참석하고 아이들은 엄마와 함께 외삼촌 집을 방문하는 거지요. 서울 가는 KTX 안의 삼남매 모습입니다.

 서울 방문 동안에도 붕대를 감은 손에 공을 매달아 땅에 튕겨 가며... 서울 땅밟기를 하고 다니더라구요..

형민이는 반별 피구대회를 하루 앞두고 붕대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토요일에는 2학년을 정리하는 "학급자랑 발표회"가 열렸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학년 단위로 학예회를 하지 않고 반별로 부모님과 함께 오븟한 시간을 가질 수도 있나 봅니다.

 

 이 순서지에 형민이 이름이 다섯 번이나 나옵니다. 차분한 성격의 형민이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무엇보다 좋아하거든요.

 형민이는 태권도장을 몇 개월간 다닌 적이 있습니다. 초록색 띠인가 달고 열심히 운동을 했지만 중간에 그만 둬야 했습니다. 왜냐하면... 알러지 비염이 악회되었기 때문이죠. 우리 형민이가 가진 약한 부분은 바로 아토피와 알러지 비염 입니다. 2학년에 올라오면서 이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항히스타민제와 나조넥스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정예배를 드릴 때 형민이가 성경 읽을 차례가 되면 늘 여러 번 코를 풀어야 하지요. 피부 반응 검사를 해 보니 "집먼지 진드기"가 항원으로 크게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우린 환기가 안되는 매트리스가 깔린 운동 환경이 형민이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고 보고 체육관 다니는 걸 중단시킨 겁니다. 벌써  7개월 전의 일이네요. 우리 가정이 기도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게 바로 형민이의 알러지 비염입니다.

이번 학급발표회 때 친구 몇몇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로 했나 봅니다. 형민이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앞 부분만 같이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태권 3장이라던가... 그것만 같이 한다면서 저렇게 도복을 입고 갔습니다.

 선화가 그러더군요. "형민이 말고 좀 실력 있는 아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데 너무 멋지더라구요. 태권도를 계속 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쉽더라구요. 선교지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면 관심도 많이 끄는데...."

전 ... 형민이의 비염 증상을 보면서 늘 마음이 아프지만, 제가 겪어보지 못한 알러지 비염, 아토피, 손가락 골절 등을 겪으며 늠름하게 자라고 있는 아들, 형민이가 참 대견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 어려움이 형민이와 우리 가정에 주시는 하나님의 복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지요. 가정예배 기도시간마다 고쳐 주시길 구하지만... 하나님의 뜻만이 온전히 이뤄지리라 확신합니다.

 형민이 담임 선생님이 내년에 정년 퇴임이라고 하십니다. 올해가 마지막 담임을 맡으셨다고 하네요. 휴일일 때 아이들을 불러 내 함께 경주에 놀러 가기도 하는 좋은 선생님입니다.

 오빠의 학급 발표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 보는 동생 시은이...

 

 아마 이 순서가 "돌또리 난타" 인 모양이네요.

 

 형민이는 큰 북입니다.

 형민이를 보고 있으면 제 어릴 때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모가 아니라 성격이... 그게 너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이런 밑바탕 성격이 세월이 흐르면서 겪는 경험과 학습에 의해 지금의 성격으로 형성되는 걸 보면... 아직 흰 도화지와 같은 형민이의 마음에 어떤 그림들을 그려줘야 할지... 기대와 두려움이 앞섭니다.

 

 차분한 성격의 형민이는 요즘  QT 도 열심입니다.

 "에수님이 좋아요" 라는  QT 책을 살짝 펼쳐 보면 형민이의 생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 QT 책의 물음에 답해 놓은 형민이의 생각입니다.

하나님은 왜 우리를 모두 다르게 만드셨을까요? -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하나님을 어떻게 섬길 수 있을까요 - 예배

내가 자주 넘어가는 유혹을 적고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 적어 보세요 - 기도, 찬양을 해서

엄마, 아빠가 행복해 보일 때는 언제인가요? - 서로 오래 웃을 때

아름다운 가정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적어 보세요 - 하나님 서로 친하게 지내는 부모님을 주셔서 고마워요

 내 마음이 둘로 나누어진 것처럼 느꼈던 경험을 적어 보세요 - 무조건 사기 (해설: 엄마가 사지 말라고 하는 물건을 사고 싶다고 고집할 때 형민이는 마음이 둘로 나뉘어지는 것을 경험하나 봅니다.)

내가 교회에서 사랑해야 할 친구가 있나요? 성호 형 (해설: 한 학년 위인 성호는 주변 아이들을 못살 게 구는 편이죠. 눈치없이 투박스럽게 아이들을 대하는 바람에 함께 노는 친구가 없답니다. 하지만 형민이는 같이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형민이는 최근 포항스틸러스 어린이축구교실에 가입했습니다.  남자 아이답게 뛰고 달리는 걸 제일 좋아하는 형민이가 축구를 제대로 배우도록 결정한 것이죠. 뭐..박지성은 안되더라도 축구 잘하는 것도 꽤 중요한 일이니까요. 특이 남자 아이들 사이에선...

1년 전 말레이시아 선교여행을 함께 다녀 온 어떤 선생님이 삼남매를 스케치한 모습입니다. (선물로 주셨죠.)

시은이와 성은이는 정말 닮았는데.. 형민이는 좀 아니죠?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성숙해 가는 형민이..

아마 먼 훗날에는 초등학교 2학년 시절은 별로 기억나지 않을 겁니다.  언젠가 이 기록을 본다면 본인의 2학년 시절을 쉽게 추억할 수 있겠지요?

  2008.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