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그리고 스틸야드

포항으로 이사온 뒤 2년 반 동안 한 번도 가구나 방을 옮긴 적이 없습니다. 내년에 학교 가는 시은이에게도 저만의 공간이 필요한 것 같고... 오래된 방 배치에 싫증도 날 시점이라 지난 주에는 전격적으로 방 재배치를 단행했습니다.  안방으로 아빠 책상과 책장을 옮기고,  아빠 방을 형민이 방으로, 형민이 방을 시은이와 성은이가 함께 쓰도록 했습니다.

집 정리에 2박 3일이 걸렸지만 그러면서 시트지도 붙이고 오래된 장난감도 정리하고... 꽤 의미있는 시간이었죠.  아이들이 점점 자라면서 자신의 생각도 뚜렷해지고 공간도 필요하게 되지만...그래도 여전히 우리 삼남매는 아직도 엄마, 아빠 옆에서 자려고 하는 꼬마들입니다.

얼마 전, 교회에서 영덕의 한 교회로 의료봉사를 간 적이 있습니다. 영덕은 온 가족이 함께 간 적이 없었던지라... 함께 출동했습니다. 전...가족이 옆에 없으면 새로운 곳에 가서 뭘 한다 해도 별로 신이 나질 않습니다. 이러면 선화가 늘 한 마디 하지요. "가족이 함께 있어도 뭐 그렇게 재미있어 하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가족이 있기에 그 곳까지 갈 용기가 생겼겠지요?

영덕은 대게로 유명합니다. 영덕 강구항으로 들어가는 모습인데... 영덕 특산물 대게 조형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영덕이구나... '

 

 영덕 근처의 동해 바다입니다.

 

 영덕은 신에너지 관련 산업이 육성되는 곳입니다. 멀리 커다란 풍력 발전소가 보이죠? 20 여기 남짓 설치되어 있는데..정말 멋집니다.

 

 교회에서 주로 상옥으로 의료봉사를 갔었는데... 이 날은 영덕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자리를 비워 제가 대신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어딜 간다고 하면... 일단 함께 따라 나서는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봉사 후 집으로 오는 길은 어둑어둑해질 무렵이었지만 국도 변에서 만난 창포말 등대와 해맞이 공원을 잠시 둘러 보기로 했지요. 뒤로 보이는 등대는 영덕군의 특산품이자 상징인 대게를 소재로하여 대게의 집게발을 본 떠 만든 등대입니다.

" 대게는 크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 아니라 몸통에서 뻗어 나간 8개의 다리가 대나무처럼 곧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한문으로는 죽해(竹蟹)다."    

집게다리 등대의 상단부에는 해를 형상화한 등롱과 전망대가 있는데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해서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전망대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무섭지만)... 바닷가로 내려가는 예쁜 산책로와 조형물이 보이네요.  

 

 아이들 뒤로 풍력발전기가 보이고 푸른 바다가 펼쳐진 등대 전망대입니다. 성은이의 웃는 모습이 귀엽고..형민이는 그 높은 전망대에서 위험하게 목을 바깥으로 빼고 있습니다.

 가을 운동회 준비로 달리기 연습을 해서 그런지 형민이 얼굴이 헬쓱해졌습니다. 매일 수학 문제지 3장 씩 풀게 하고 제가 직접 채점하는데 그러면서 야단도 많이 맞습니다. 솔직히 문제가 우리 때보다 어렵기도 하구요. 형민이의 사고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습니다. 엄마가 잔소리를 하면... "글쎄요..." 라고 대답하니까요.^^   

시은이는 여전히 덤벙거리는 문제로 엄마, 아빠의 잔소리를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치마를 입고는 예쁘게 앉아야지..." ," 주변을 보고 움직여야지..."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엎지르고 거실을 쿵쾅거리고 뛰어 다녀도 시은이가 삼남매 중 가장 착한 마음씨를 가졌습니다. 정말 모르고 멍청한 일을 많이 벌리는 편이죠. 오죽하면 성은이가 얘기합니다.  "엄마, 언니 입에 뭐 묻었어요.  좀 닦아 주세요."

 

시은이와 성은이는 아침 일찍 유치원에 가야 합니다. 시은이는 일어난 지 한 참 되었는데도... 세수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옷도 안 입고 거실에서 멍하게 뒹굴다가 엄마에게 야단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막내 성은이는 다릅니다. 얼마나 야무진지... 혹시 일어나기 힘들어도 엄마가 "유치원 가려면 일어나야지..." 라고 얘기하면,  잠시 유치원에 갈 건지 말건지를 고민한 뒤에.. 벌떡 일어나 혼자 세수하고 옷 입고 식탁에 앉는답니다. 그리고 한 마디 하죠.  "언니야, 늦겠어... 빨리 옷 입어"  

하루는 형민이가 엄마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엄마, 네이버 지식 검색에 보니까 웃기는 말이 있어요."

(질문) 거북선을 세종대왕이 만들었나요? -->(답글) 아니오. 거북선은 이순신 장군이 만들었습니다. -->(질문자 다시 답글) 그러면 이순신 장군이 한글을 만든 건가요?

이 얘기를 하며 낄낄거리는 형민이를 보면서 우리 부부는 형민이가 이제 많이 컸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은이와 성은이는 이 내용을 읽을 순 있어도 웃을 순 없을테니까요.  

 오빠 방에 새로운 보금자리가 생긴 두 자매는 늘 사이좋게 지내는 편이지만 가끔씩 다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성은이가 언니 시은이를 잘 다룬다는 사실입니다. 둘이 다투다가 언니가 화를 내고 방에 들어가 버리면 성은이는 언니와 화해하려고 문 밖에서 이렇게 소리냅니다. "엄마...엄마...나 아기예요.." 그러면 시은이가 방 안에서 소리치죠.. "그래...아기는 들어와.." 이게 뭐냐하면.... 시은이가 엄마 흉내 내는 걸 좋아하는 걸 이용하는 겁니다.  늘 자기를 엄마라고,  성은이를 아기라고 부르며 성은이를 안고 돌아 다니는 걸 좋아하는 시은이를 잘 알고 있는 성은이가 기분이 틀어진 언니를 기분 좋게 만들려고 아기 역할을 자청하는 거지요. 언니보다 훨씬 고 단수죠?  참고로 형민이와 시은이는 26개월 차이, 시은이와 성은이는 13개월 차이 납니다.  

 

언젠가 삼남매와 형민이 친구를 데리고 포항 스틸러스 전용 축구장(스틸 야드)로 갔을 때 모습입니다. 선린한방병원 권혁민 선생님이 포항스틸러스 축구 경기표를 주셨거든요.

 저도 형민이도...프로축구 보러 간 건 처음입니다. 전 프로야구는 엄청 좋아하지만(아는 사람은 다 아시지만...) 프로 축구에는 별로 관심 없죠. 올해는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한 해였습니다. 비록 롯데 자이언츠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지만 올해 페넌트레이스를 3위로 마치고 가을 잔치에 들었으니까요.  

 포항과 전북의 경기던데... 푸른 잔디와 전용 구장 느낌이 좋았습니다.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형민이, 그리고 그 앞 줄에서 축구는 보지 않고 있는 모녀들 보이시죠?

 

세월이 지나면 우리 아이들에게 추억이 될 장면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인해 사진 앨범 펼치는 재미가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인터넷만 가능하면 언제든 쉽게 이 장면을 볼 수 있을 테니까요. 200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