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크질오르다 정탐여행 2. 크질오르다 정탐팀

1. 정탐 여행

이번 단기선교여행은 정탐여행입니다. 민수기 13-14장에 나오는 가데스바네아에서 12명의 정탐꾼을 보낸 사건에서 성경적 모델을 찾고 있으며, 정탐여행을 통해 얻게 된 정보에 기초한 전략적 기도, 선교 동원이 목적입니다. 그래서 정탐 여행은 "그들은 누구인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수 있는가" 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팀원이 선교정탐에 관한 강의를 두 차례 들었는데... 충진교회의 충진선교학교 커리큘럼에 포함된 '종족 입양 및 정탐/ 조명순 선교사(UPMA 부대표, 선교정탐 훈련원 간사)/5월 23일', '정탐의 실제/최광명 목사(선교정탐훈련원 부원장)/5월 30일' 강의였습니다. 선교정탐이 무엇인지 대략 윤곽을 잡아 준 시간이었죠.  

모든 팀원에게 정탐코디네이터, 리더, 서기, 활영, 회계, 예배 담당의 역할이 부여되었고 아침에는 QT, 저녁에는 전략회의가 열렸습니다. 전략회의는 그 날 본 것을 정리하고 나눈 뒤 기도 제목을 찾는 시간으로, 다음 날 정탐 내용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노트북과 빔 프로젝트을 현지에 들고 갔습니다.  

정탐팀은 모두 8개 분야에 걸쳐 그 지역을 관찰하는데 일반개요/경제분야/생활조건/사회구조/청소년,여성/ 종교분야/기독교상황/선교를 위한 접근방법 입니다. 정탐방법은 문헌조사, 인터뷰, 참여관찰 을 사용하는데 효과적인 정탐을 위해 미리 인터넷이나 서적 등을 참고로 광범위한 문헌 조사를 사전에 시행하여 해당 지역 종족에 대한 '예비 프로파일(자료)'을 작성합니다. 우리 팀은 '크질오르다 카자흐족 예비프로파일' 이 되겠지요. 실제 정탐이 이뤄지는 기간에는 이 예비 프로파일을 참고로 실제 내용이 맞는지...틀린 것이 있다면 보완해서 최종 '종족 프로파일'을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아래는 우리가 미리 작성한 예비 프로파일의 앞 장입니다.

 우리는 모두 22명이었고 모두 4조로 나뉘어 크질오르다 땅과 주민을 정탐했습니다. 크질오르다 소망교회의 현지인 성도들이 도우미 겸 통역으로 우릴 도왔죠. 전력회의 때마다 본 것, 들은 것, 외에도 카메라로 담아온 사진이 산더미였습니다. 그래서 저녁마다 각 디지털 카메라에 담긴 현지 자료들을 구분하고 정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여했습니다.

정탐 1조: 임용원(조장), 황기진, 이민호, 유한나, 박언민, 박언지,정따냐(현지인 통역) / 정탐 2조: 이창용(조장), 이지영, 석희정, 이정빈, 이재빈, 김류다(현지인 통역) / 정탐 3조: 이성훈(조장), 이선화, 이형민, 이시은, 이성은/ 정탐 4조: 신재천(조장), 하경호, 박진호, 김성희, 이재승, 이주승, 리가이 레라(현지인 통역)

빔 프로젝트와 노트 북을 사용해서 자료를 정리하는 모습입니다. 밤마다 전 팀원이 함께 영상 자료를 보면 각 조가 경험한 것을 나누고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통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오면 자료 정리에 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번 정탐여행의 경우는 매일 자료와 사진들을 정리했기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일정은 인천-->알마티-->크질오르다-->투르키스탄-->침켄트-->알마티-->인천 이고 정탐 지역 크질오르다에선 5일을 머물렀지만 2일은 이동일이었고 실제 거주한 날은 3일이었습니다.

 

2. 팀원 구성

이번 정탐여행팀은 구성부터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가 있었습니다. 정탐지로 크질오르다가 결정된 것과 마찬가지로 팀원 구성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입니다. 총 22명 중 17명이 충진교회 교인이고 순수 선린병원 직원 3명, CEK 에서 2명이 참여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팀 구성 때문에 과감하게 정탐여행을 표방할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충진교회 소속의 17명은 모두(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충진선교학교에서 종족 입양과 정탐을 목적으로 11주간 훈련받은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정탐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태였죠.

  특히 우리 팀원 중 2명은 불신자였습니다. 선린병원 선교여행에 자주 동참하는 CEK 라는 회사는 오래전부터 선린병원과 협력하고 있는 TDCO라는 회사의 한 계열이 분리되어 만들어진 회사로, 레몬을 곁들인 작은 병 맥주로 유명한 멕시코 맥주, '코로나 맥주'를 파는 회사라고 합니다. 이 맥주회사에서 우리 팀에 합류한 직원 두 사람은 비록 불신자였지만 '봉사' 하러 간다는 의도로 단기선교여행에 신청한 분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들을 우리와 8박 9일동안 함께 지내게 하셨습니다.

 우리와 함께 해 주었던 바로 그 두 사람입니다. 이 분들은 독실한 불교 집안이거나 무신론자(다신론자)이면서도, 매일 아침마다 있는 QT에 참여했고 저녁마다 찬양과 기도를 함께 했습니다. 아침 QT 시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많은 영감(?)있는 말을 하기도 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죠. 전략회의 때마다 영업 파트에 있는 분답게 어떻게 '목적이 이끄는 정탐'을 충실하게 할 건지 조언해주기도 하셔서 팀에 큰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결국 1주일간의 정탐 여행을 마친 뒤 두 사람은 예수를 영접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주는 건지 알 게 되었고  복음의 문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은 성경을 사서 읽기 시작했고, 또 한 사람은 QT 책을 구입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 분들의 인생을 인도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9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함께 했다는 점도 특별합니다. 우리 팀 아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11주 동안 어린이 선교학교를 통해 훈련 받으며 종족을 품고 기도한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덕분에 우리 팀은 현지의 의심을 피하며 어디든지 자연스럽게 다닐 수 있었습니다. 사실 크질오르다 같은 곳은 외국인이 잘 오지도 않는 곳이기에 우리 팀이 그 곳에 간다는 사실로 인해 현지 사역자들은 염려하기도 했었거든요. 하지만 그 곳에 있는 동안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아이들의 존재는 팀 내의 갈등이나 문제점들을 상쇄시키는 묘한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크질오르다 소망교회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우리 아이들...

(왼쪽)아이들도 매일 아침마다 QT를 했고 팀원 중 한 사람이 돌아가면서 미리 준비한 교재를 이용해 어린이 QT를 담당했습니다. (오른쪽) 놀이터에서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

만 2세부터 50대까지 다양한 팀원 구성에다 두 사람의 불신자를 포함시킨 이번 팀 구성은 하나님의 놀라운 작품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팀은 참으로 풍요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었죠.   

 

3. 크질오르다 숙소

크질오르다를 정탐지를 정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현지의 장외숙 선교사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정탐여행인지라 괜찮은 숙소를 알아보려고 처음에는 현지 호텔을 알아봤는데 1인당  4800텡게(4만 5천원)라는 엄청난 금액이 필요했습니다. 하루에 팀 숙박비만 99만원 든다는 얘기죠. 크질오르다에서 4박 5일을 보내야 하는 우리 팀으로선 불가능한 일이기에 현지를 빌려 보려고 애를 썼지만 이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22명이 두 곳으로 나눠 지내야 하는데다 현지 아파트는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지내기도 불편하니까요.

그러더 차에 선교사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현지 교회가 사용하는 건물인데 현지인 사역자가 마침 멀리 떠나는 기간이라서 교회와 사택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지인 교회를 도울 겸 장소를 사용하고 헌금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선교사님의 소식을 듣고 이 집이야말로 하나님이 우리 팀에게 허락해 주신 장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질오르다 빈민가에 위치한 집입니다. (빈민가라는 건 정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입니다.)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허름한 벽돌 건물이 있습니다. 사택과 부엌도 갖추고 있지만 바로 옆이 돼지 막사라 늘 모기와 파리가 들끓는 곳이죠. 화장실도 우리 나라 재래식 화장실 같습니다.  

 (좌측)화장실 모습  (우측) 밤다다 침낭이나 얇은 이불을 덮고 자야 했는데 낮기온은 45도를 넘어가도 밤은 무척 춥습니다.

 빨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마르죠.  밤마다 파리, 모기 떼를 잡느라 숙소 안에 중국제 파리약을 뿌리고 모두 밖에 나와 서 있곤 했습니다.  

 처음 이곳에 들어왔을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설마..여기서 자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모두의 노력으로 이곳도 우리의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갔습니다. 정탐 활동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모두들 "집이다..." 라고 소리를 질렀죠. 모두의 섬김으로 부엌도, 거실도, 사택 안도 깔끔하게 변해갔고 이 곳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4박 5일 동안 아침마다 조별로 돌아가며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맡았습니다. 기진 형제처럼 설거지는 자기 몫이라며 부엌에서 떠나지 않는 사람도 있어 아줌마(?)들의 맘을 흐믓하게 만들기도 했지요. 한국에서 가져온 먹거리는 별로 없었지만 저녁마다 카레, 통조림 김치 찌개 등이 밥상에 올라왔고, 아침 상에 올라온 고추장과 마른 멸치도 훌륭한 밑반찬이었습니다. 재정도 아끼고 팀웍도 갖추는 일석 이조의 식사 방법이었죠. 이 집에서 5일동안 우리 팀만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4. 뜻밖의 만남

이번 정탐 기간 내내 하나님께서 우리 팀과 함께 하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도착 이틀 째 알마티에서 크질오르다로는 비행기로 이동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우리 팀원들은 한 젊은 대학생을 만났습니다. 일리야 라는 이름의 이 청년은 크질오르다 출신으로. 지금 북경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방학을 맞이해서 2주간 고향을 방문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팀원들과 이미 친했졌고 크질오르다 공항에서 이렇게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왼쪽이 우연이 만난 크질오르다 청년, 일리야입니다. 우측은 황기진(선린병원, 물리치료사) 선생님입니다.

일리야와 헤어질 때 간단한 연락처를 주고 받았는데 놀라운 건 정탐 이틀 째 우리 숙소에 이 일리야가 찾아 왔다는 사실입니다. 북경 대학에서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고 한국 말도 좀 배웠다는 일리야는 우리와 함께 점심을 먹고 오후 내내 우리 정탐 4조와 함께 크질오르다를 돌았습니다. 현지 땅을 밟고, 현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목적인 정탐여행에서...우연히 만난 현지인과 함께 정탐팀을 구성한다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큰 은혜였고 특별한 체험이었습니다. 일리야를 통해 팀원들의 맘 속에 현지인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싹트게 된다는 것도 큰 수확이었습니다. 일리야는 우리가 한국으로 온 뒤에도 메일을 보내왔고 우리가 기도해야 할 대상이 되었습니다.

(정탐 4조와 함께 도시를 걷고 있는 일리야)

정탐 이틀 째 점심을 먹고 있을 때 일리야가 제게 묻더군요.  "당신들은 선교를 목적으로 오신 분들이죠?" 라고 묻더군요. 저는 정탐 여행의 목적대로 일리야에게 대답했습니다. "아니예요. 우린 이곳을 둘러 보고 많이 배우기 위해 왔어요."

그러자 일리야가 말했습니다. 북경 대학에서는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한국 학생들을 모아 놓고 학교 안에서 선교활동을 금지한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온 세계는 외국에 있는 한국 사람은 모두 선교사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등으로 '이슬람권의 한국 여행객은 일단 선교사로 봐야 한다.' 는 시각이 이곳 크질오르다에서도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제가 우리는 선교사가 아니다 라고 말했지만 일리야는 우리 팀의 목적을 알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팀이 주일 날, 크질오르다 소망 교회에서 예배드렸음을 알고 있고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 주소도 소망교회 선교사님을 통해 알아 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온 여행객이... 관광지도 아닌 크질오르다에 와서...이런 빈민가에 머물면서 도시를 돌아 보며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심스런 일이죠.  

어려운 질문을 던졌던 일리야는 그 날 오후, 우리와 함께 도시를 정탐했고 한국으로 온 뒤에도 메일을 주고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리야는 우리가 계속 접촉하고 기도해야 할 이번 선교여행의 산물입니다.  

 정탐팀 구성에 대한 얘기는 이 정도에서 마쳐야겠습니다. 다음 얘기에서는 구체적인 정탐 활동 내용과 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우리 정탐여행 팀들은 이동 할때마다 택시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크질오르다는 알마티, 아스타나와는 달리 택시라고 쓰인 차량만 택시 영업을 하는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손만 들면 아무 차도 다 서고...택시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택시를 이용하면서 팀원들은 운전 기사 옆에 매달린 독특한 장식에 주목했습니다. 항상 코란 문구가 새겨진 노리개나 깃털 같은 것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슬람교도라고 생각하는, 이곳 카자흐인들의 종교 의식을 단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운전 중 안전 사고를 비는 마음에서 화를 물리친다고 알려진 깃털 같은 물건을 매달아 놓는 모습은 이곳이 중동 같은 이슬람 세계가 아님을 웅변해 주고 있습니다. 샤머니즘과 조상숭배 같은 원시종교들이 이슬람교와 어우러져 그들의 내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죠. 다음 얘기부터 크질오르다 속으로 들어갑니다.   2008.8.2